2004년 1월 28일, 수요일, Torres del Paine 트레킹 제 2일 (오늘의 경비 US $6: 숙박료 3,500, 환율 US $1 = 600 peso) 어젯밤에는 자는데 좀 추었다. 빌린 침낭이 별로 따듯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밤에는 옷을 떠 따듯하게 입고 자야겠다. 그러나 잠자리는 편하다. 매트리스가 좀 짧은데 발밑에 배낭을 깔았더니 별 문제가 없었다. 보통 캠핑 다닐 때는 키보다 약간 긴 매트리스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럴 필요 없겠다. 약간 짧은 매트리스를 가지고 다니면 짐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어제 저녁에 만들어 먹은 식사는 파스타인데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다. 큰 냄비에 물을 끓인 다음에 (알코올 스토브에 6분 걸렸다) 파스타 반 봉지를 넣고 9분 더 끓이니 적당히 삶아진다. 삶아진 파스타를 작은 냄비로 옮겨놓은 다음에 다시 큰 냄비에 물을 조금 끓인 다음에 파스타 패키지에 따라오는 치즈 반 봉지와 뜨거운 물에 타먹는 분말 수프 반 봉지를 넣고 1분 정도 저으니 그럴듯한 파스타 소스가 된다. 작은 냄비에 든 파스타를 물을 찌우고 파스타 소스를 부으니 제법 그럴듯한 파스타 식사가 되었다. 파스타는 배낭 여행자들이 제일 많이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싸게 들고 만들기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스파게티나 다름없는 음식인데 소스가 토마토 소스면 스파게티고 치즈 소스면 파스타 인 것으로 안다. 아침 7시경 일어나서 근처 숲 속에 들어가서 변을 보았다. Italiano 캠핑장은 Torres del Paine 캠핑장 중에서 가장 지저분하기로 이름이 나있다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캠핑장이 좁아서 변 볼 곳이 마땅치 않다. 앞에는 개울이고 뒤에는 가파른 산등성이라 변 볼 곳이 별로 없는데 그 흔한 간이 화장실조차 없다. 그래서 적당히 변을 보기 때문에 여기저기 변을 본 다음에 버린 휴지들이 보인다. 까딱하면 남의 변을 밟을까 조심스러울 정도다. 비싼 입장료 받는데 간이 화장실 하나 만들어 놓을 것이지. 아침에는 오늘 트레킹 동안에 마실 커피를 만들어서 보온병에 넣고 식사는 오트밀 죽으로 간단히 했다. 식사 후에는 따듯한 코코아를 만들었는데 코코아 가루에 설탕이 든 줄 알았는데 안 들었다. 설탕 안 든 코코아는 도저히 못 마시겠다. 수퍼마켓에서 살 때 직원에게 코코아에 설탕이 든 것을 확인하고 겉봉에도 "cocoa dulce"라고 (단 코코아) 쓰여 있는데 왜 설탕이 안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일부터 아침에는 코코아 대신 커피를 마시는 수밖에 없다. 아침 9시 반쯤 Italiano 캠핑장 북쪽으로 나있는 Valle de Frances로 (프랑스 계곡) 트레킹을 떠났다.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의 지명은 외국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작전인지 유럽나라 이름을 붙여서 만들었다. Valle de Frances (프랑스 계곡), Campamento Italiano (이탈리아 캠핑장), Campamento Britanico (영국 캠핑장), Campamento Japones (일본 캠핑장) 등이다. Campamento Coreano도 (한국 캠핑장) 생길 날이 올까 모르겠다. 이곳에 제일 많이 오는 미국 사람들과 독일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 이름을 딴 지명이 없어서 섭섭하겠다. 오늘 날씨는 높은 구름이 약간 보이는 청명한 날씨다. 온도는 섭씨 17도 정도니 트레킹하기에 이상적인 날씨다. 점심은 크래커, 땅콩, 참치 깡통 하나와 커피로 준비했다. 오늘 혹시 비가 올까봐 아침에 우비를 가지고 떠났다. Valle de Frances를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좋은 경치가 나오면 경치 사진을 찍고 삼각대와 카메라 자동 셔터를 이용해서 내가 들어간 사진도 찍었다. 때때로 계곡 너머 산 위에 보이는 빙하조각이 굉음과 함께 떨어져 내린다. 어떨 때는 소리가 너무나 커서 혹시나 빙하조각이 계곡을 넘어서 내가 있는 곳까지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월요일 버스 안에서 만났던 여자 노인을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어제는 35 파운드나 (약 16kg) 되는 배낭을 지고 Los Torres 캠핑장에서 Los Cuernos 캠핑장까지 5시간 동안 걸어오느라고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은 구경만 하는 날이라 가뿐하게 다닐 수 있어서 좋단다. 아무리 봐도 나이가 70은 되 보이는 것 같다. 나이를 알고 싶어서 당신이 이곳 트레킹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고령일 것이라고 슬쩍 떠 봤더니 나이를 알고 싶으냐고 하면서 한번 마쳐 보란다. 10년 내려서 60대일 거라고 말을 하려다 말고 기다렸더니 57세란다. 60대일 거라고 말을 했더라면 큰 실례를 할 뻔했다. 적어도 10년은 더 들어 보이는데 정말 서양 사람들의 나이는 맞추기 힘들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 사람들의 나이를 잘 못 맞추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Britanico 캠핑장에 거의 다 가니 Los Cuernos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갑자기 나빠지는 것 같아서 사진을 두어 장 빨리 찍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혹시나 날씨가 다시 좋아질까 해서 나무 밑으로 비를 피해서 점심을 먹으면서 기다려도 비가 멎지 않는다. 다행히 사진을 두어 장 찍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해가 나온다. 허겁지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니 다시 날씨가 나빠지고 비가 온다. 이렇게 올라가고 내려오기를 세 번이나 했다. 세 번째는 운 좋게 3분 정도 해가 나오고 파란 하늘이 보여서 사진을 몇 장 더 찍을 수 있었다. 내려오는데 비가 점점 더 세지더니 오후 6시쯤 캠핑장에 돌아왔을 때는 제법 장대비다. 우비를 가지고 간 것이 다행이었다. 안 가지고 갔더라면 함빡 젖을 뻔했다. 수년 전에 우비를 산후로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써보는 것 같다. 비는 안 맞았지만 옷은 약간 축축했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라면을 끓여서 간단히 저녁을 때웠다. 제대로 못 먹으니 트레킹이 끝나면 체중이 좀 빠질 것 같다. 오늘밤엔 비가 얼마나 올지 내일은 날씨가 어떨지 걱정이다. 이곳은 정말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여행지도 Valle Frances에 있는 아담한 2단 폭포 큰 소리와 무너져 내리는 빙하, 장엄하기는 한데 나 있는 곳까지 내려오지 않을까 해서 좀 겁이 났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웅장한 경치를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가 너무나 맛있다 잠깐 파란 하늘이 나왔을 때 찍은 Los Cuernos 봉우리들, 날씨가 너무 자주 바뀐다 빨간 열매가 아름답고 먹음직스럽다 나무 사이로 난 등산로에 두어 사람 걸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Valle Frances 주위의 웅장한 산 경치를 감상하며 쉬고 있는 등산객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