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23회포석 백일장).hwp
심사평
글제는 장터, 마을, 땀 , 터미날 등 쉽게 가슴에 와 닿았다. 이를테면 백일장에 잘 어울리는 것들이었다. 시의 경우, 각기 그 연륜에 맞는 기량을 보이려 애쓴 흔적은 역연했으나 집중과 집착이 깊이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겼다. 그러나 입상자의 경우 그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족했다. 초등부 장원 성예림의 땀에선 동요조의 울룩불룩(고구마 생김새) 토실토실(밤) 뾰족뾰족(솟는 땀) 동글동글(구슬 땀) 송글송글(맛있는 땀) 등의 언어를 구사하여 시를 재미있게 형상화 하고 있어 이채로워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니 지루할 수가 없었다.
중등부의 장원 황산들이 보인 땀에선 땀과 노동을 통하여 알게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만큼 성장한 뒤에 생활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이 절제된 언어를 통해 시의 핵심을 흔들며 잘 포착하고 있었다.
고등부의 차상인 김진경의 땀에선 뭔가 보다 크고 호흡도 넉넉하게 소화하려는 큰 폭과 흐름이 보였다. 그런 커다란 땀을 꿈꾸는 포용이다. 여기에 선명성만 더해졌더라면 장원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꽃 한 송이 보려 천년을 견딘 땀, 그 땀방울은 눈물을 대신한 땀이고, 결국 그 같은 땀의 텅 빈 꽃송이에게 다시 땀으로 채우려는 것이 작자의 소망인 땀이란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산문부에서 선택한 글제는 ‘마을’과 ‘땀’이 많았다. 심사 기준으로 문장이 다소 매끄럽지 못해도 실체가 있고 진정성이 보이는 작품을 위에 두고, ‘주제를 잘 살려 썼는가? 감동을 주는가?’ 에 주목하였다. 프로 못지않게 문장이 유창한 작품도 있었으나 감동이 부족하여 아래로 밀렸음을 밝힌다.
참신성 면에서 돋보이는 작품들이 선 안에 들 수 있었음은 당연한 결과이고, 일반부에서 제목의 안배도 있었다.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중등부 산문 원주여중 이연희 양의 ‘마을’ 이었다. 전체가 다섯 집인 마을에서 살아가며 한 집 한 집 특색을 살려 쓴 구체적인 이야기가 보석을 만난 느낌이었다.
이제 전체 장원인 일반부 시, 박혜진의 ‘장터’를 살펴 보자. 그는 생활의 활력이 넘치는 장터를 시의 소재로 받아들였다. 그의 장터는 비릿한 좌판의 냄새와 고등어의 붉은 눈, 그리고 조금 터진 순대와 칼국수 같은 머리칼의 인부와 팥죽색 하늘, 축축한 생활의 비린내가 켜로 앉은 장터다. 이런 풍경 한 장, 냄새 한 장, 빛깔 한 장, 삶이 붐비는 곳, 생활의 땟국에 서정과 감성의 옷을 살짝 살짝 입히며 생명감 있는 힘의 영상으로 바꾸어 가고 있어 끈적끈적한 생활시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포석의 이름으로 살기좋은 땅, 생거진천에서 열리는 이 백일장은 가을의 큰 축제다. 대회가 성황을 이루고 좋은 작품으로 미래 한국문학을 빛낼 꿈나무를 발굴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하고, 함께한 모두에게격려와 축하 박수를 힘차게 보낸다
심사위원: 이상범(시인) 김선화(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