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院 제파산사후선원 破山寺뒤 禪院에서 常建 상건 淸晨入古寺 청신입고사 맑은 새벽 파산사 찾아드니 初日照高林 초일조고림 돋는 해 높은 수풀 비춘다 曲徑通幽處 곡경통유처 굽은 오솔길은 그윽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 선방화목심 선방은 꽃과 나무 속에 묻혔네 山光悅鳥性 산광열조성 새들은 산 빛의 변화를 기뻐하고 潭影空人心 담영공인심 못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고 마음을 비운다 萬뢰此俱寂 만뢰차구적 온갖 소리 이곳에선 모두 고요롭고 惟餘鐘磬音 유여종경음 먼 종소리 그윽히 들려 온다
西山 서산 서쪽 산 常建 상건 一身爲輕舟 일신위경주 이 한 몸 작은 배가되어 수면을 달려가니 落日西山際 낙일서산제 지는 해 서산에 떠 있네 常隨去帆影 상수거범영 해는 달려가는 돛의 그림자를 따라가는데 遠接長天勢 원접장천세 멀리 하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네 物象歸餘淸 물상귀여청 눈에 보이는 만물의 모양이 다 맑고 넉넉하며 林巒分夕麗 임만분석려 숲도 봉우리도 아름다운 저녁 노을 속에 싸여 있네 亭亭碧流暗 정정벽유암 아득히 흐르는 漢江의 푸른 물도 점점 어두워지고 日入孤霞繼 일입고하계 해가 진 그 뒤를 한 조각 저녁노을 구름은 홀로 빛나고 있네 洲諸遠陰映 주제원음영 많은 섬들은 석양 속에 아득히 明滅하는데 湖雲尙明霽 호운상명제 호숫가의 구름은 아직도 뚜렷이 밝게 보이네 林昏楚色來 임혼초색래 하류로 갈수록 숲은 어두워지고 楚國다운 색채가 진하며 岸遠荊門閉 안원형문폐 멀리 강기슭에는 형문산 모양의 산이 어둠에 싸이고 至夜轉淸逈 지야전청형 밤이 되니 공기는 더욱 맑고 시원하며 蕭蕭北風려 소소북풍려 소소하게 북풍이 몹시 강하게 불어 닥치네 沙邊雁櫓泊 사변안로박 강가 모래밭에는 기러기와 백로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宿處겸가蔽 숙처겸가폐 나도 잠자리를 마련하니 갈대가 많이 덮여있네 圓月逗前浦 원월두전포 둥근 달이 눈 앞 포구에 얼굴을 내미는데 孤琴又搖曳 고금우요예 홀로 琴을 꺼내 타고 있으니 여음은 길게 울려 冷然夜遂深 냉연야수심 차가운 밤도 드디어 깊어졌네 白露沽人袂 백로고인몌 깜짝 정신을 차려보니 소매가 이슬에 흠뻑 젖어있네
自警 자경 나 자신을 경계하며 尙震 상진 1493~1564 輕當矯之以重 경당교지이중 경박함은 중후함으로 바로잡고 急當矯之以緩 급당교지이완 급한 성격은 느긋함으로 고치며 偏當矯之以寬 편당교지이관 치우침은 너그러움으로 바루고 躁當矯之以靜 조당교지이정 조급함은 고요함으로 다스린다 暴當矯之以和 포당교지이화 사나움은 온화함으로 다잡고 추當矯之以細 추당교지이세 거친 것은 섬세함으로 고쳐나간다. 留別妻 유별처 아내와의 이별 蘇武(漢) 소무 結髮爲夫婦 결발위부부 머리 얹어 부부 되어 恩愛兩不疑 은혜양불의 은혜와 사랑 둘 다 의심치 않네 歡娛在今夕 환오재금석 즐거움이 오늘밤에 있으니 燕婉及良時 연완급량시 아름다움과 더불어 좋은 때로다 征夫懷往路 정부회왕로 원정갈 남편은 먼 길을 생각하여 起視夜何其 기시야하기 일어나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본다 參辰皆已沒 삼진개이몰 삼태성. 신성. 모두 이미 졌으니 去去從此辭 거거종차사 이로써 갈 길을 떠나네 行役在戰場 행역재전장 할 일이 전장에 있으니 相見未有期 상견미유기 서로 만날 기약 못하네 握手一長歎 악수일장탄 손을 잡고 길이 탄식하니 淚爲生別滋 루위생별자 생이별이라 눈물이 흥건하다 努力愛春華 노력애춘화 노력하여 젊은 시절 사랑하고 莫忘歡樂時 막망환락시 즐거웠던 때를 잊지 마오 生當復來歸 생부부래귀 살아 남는다면 응당 다시 돌아오겠지만 死當長相思 사당장상사 죽는다면 길이 생각할거야 本事詩 본사시 고향 생각 蘇曼殊 소만수 1884~1918 春雨樓頭尺八蕭 춘우누두척팔소 봄비 속에 누각에 올라 척팔소를 부는데 何時歸看浙江潮 하시귀간절강조 언제나 돌아가 절강의 조수를 볼 수 있을까 芒鞋破鉢無人識 망혜파발무인식 보잘것 없는 이 중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데 踏過櫻花第幾橋 답과앵화제기교 벗꽃을 보며 지나친 다리는 얼마나 될까 夏意 하의 여름날 蘇舜欽(北宋) 소순흠 1008~1048 別院深深夏席淸 별원심심하석청 별당 깊숙한 곳, 돗자리 시원한데 石榴開遍透簾明 석류개편투렴명 석류꽃 활짝 피어 주렴발 건너 눈이 부시다 松陰滿地日當午 송음만지일당오 한낮 마당 가득 소나무, 그림자 덮였는데 夢覺流鶯時一聲 몽각류앵시일성 낮잠자다 꿈결에, 어럼풋이 꾀꼬리 소리 듣는다
題花山寺壁 제화산사벽 화산사 벽에 蘇舜欽(北宋) 소순흠 1008~1048 寺裏山因花得名 사리산인화득명 산 속의 절은 꽃 때문에 이름을 얻었건만 繁英不見草縱橫 번영불견초종횡 꽃은 보이지 않고 풀만 무성하구나 栽培剪伐須勤力 재배권벌수근력 가꾸고 솎는 일 힘써야 하지만 花易凋零草易生 화이조령초이생 꽃은 쉬이 지고 풀만 쉬이 나는구나 萬居定惠院之東 雜花滿山 有海棠一株 土人不知貴也 만거정혜원지동 잡화만산 유해당일주 토인부지귀야 (定惠院 동쪽에 더부살이하는데 雜花 산에 가득하였고 海棠花 한그루가 있으나 토착민들은 귀한 줄을 몰랐다)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江城地장菜草木 강성지장채초목 강 마을 훈습한 땅에 초목이 무성한데 只有名花苦幽獨 지유명화고유독 아름다운 꽃 하나 외롭고 쓸쓸하게 피었네 언然一笑竹籬間 언연일소죽리간 대울타리 사이로 한번 웃자 예쁘고 桃李漫山總추俗 도이만산총추속 산에 흐드러진 도리화가 도무지 속되구나 也知造物有深意 야지조물유심의 이제사 알겠네, 조물주께서 깊은 뜻 있어 故遣佳人在空谷 고견가인재공곡 가인을 빈 골짜기로 보내셨음을 自然富貴出天姿 자연부귀출천자 저절로 부귀한 모습은 하늘이 낸 것 不待金盤薦華室 부대금반천화실 금소반에 담아 좋은 집에 올릴 필요 없도다 朱脣得酒暈生검 주순득주운생검 붉은 입술로 술을 마셔 볼에 훈기 돌고 翠袖卷紗紅映肉 취수권사홍영육 푸른 소매 비단에 붉은 살이 어린다 林深霧暗曉光遲 림심무암효광지 안개 낀 숲은 어두워 새벽 햇빛 더디고 日暖風輕春睡足 일난풍경춘수족 미풍 불고 볕이 따스해 봄 잠이 달구나 雨中有淚亦悽愴 우중유루역처창 비에 젖어 눈물 머금은 모습도 애섧고 月下無人更淸淑 월하무인갱청숙 달 아래 외로운 자태가 더욱 정숙하구나 先生食飽無一事 선생식포무일사 동파 선생은 배부르고 한가하여 散步逍遙自문腹 산보소요자문복 산보하며 한가하게 배 문지르며 돌아다녔다 不問人家與僧舍 불문인가여승사 민가인지 절인지 따질 것 없이 주杖敲門看脩竹 주장고문간수죽 지팡이 짚고 문 두드려 대를 구경하다가 忽逢絶艶照衰朽 홀봉절염조쇠후 문득 절색의 빛이 노쇠한 이 모습을 비추는 걸 만나 歎息無言개病目 탄식무언개병목 아무 말 못하고 탄식하며 병든 눈 비벼댔지 陋邦何處得此花 루방하처득차화 이런 누추한 곳에 어떻게 이런 꽃이 피었을까 無乃好事移西蜀 무내호사이서촉 호사가가 서촉에서 옮겨온 것이 아닐까 寸根千里不易到 촌근천리불이도 한치 뿌리라도 해도 천리 멀리 가져오기란 쉽지 않으니 銜子飛來定鴻鵠 함자비래정홍곡 꽃씨 물어온 것은 필시 기러기들이리 天涯流落俱可念 천애류화구가념 하늘 끝에 유락하다니 너나 나나 서글프구나 爲飮一樽歌此曲 위음일준가차곡 술 한동이 기울이며 이 노래를 부르노라 明朝酒醒還獨來 명조주성환독래 내일 아침 술 깬뒤 다시 홀로 오리라 雪落紛紛那忍觸 설락분분나인촉 눈처럼 꽃잎 질 걸 생각하면 만지지 못하겠네 縱筆 종필 붓을 놓고 蘇東坡(宋) 1036~1101 寂寂東坡一病翁 적적동파일병옹 외롭고 쓸쓸한 東坡, 병든 한 늙은이 白鬚蕭散滿霜風 백수소산만상풍 쓸쓸히 흰수염 서리가득한 바람에 날린다 小兒誤喜朱顔在 소아오희주안재 어린아이는 내 붉은 얼굴보고 기뻐하건만 一笑邪知是酒紅 일소아지시주홍 웃음지며, 술에 취해 붉은것을 어찌 알리 溪聲山色 계성산색 계곡소리 산빛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溪聲便是長廣舌 계성갱시장광설 시냇물 소리가 그대로 부처님의 장광설이요 山色豈非淸淨身 산색등비청쟁신 산빛이 어찌 그대로 청정법신이 아니겠느냐 夜來八萬四千偈 야래팔만사천게 밤새 들은 팔만사천 법문의 그 소식을 他日如何擧似人 타일여하거이인 뒷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東欄梨花 동란이화 동쪽난간에 핀 배꽃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梨花淡白柳深靑 이화담백류심청 배꽃은 희고 버들은 푸르니 柳絮飛時花滿城 류서비시화만성 버들개지 휘날릴 때 배꽃은 만발한다 추장東欄一株雪 추장동란일주설 슬프다, 동쪽에 핀 한 그루 흰 배꽃을 人生看得幾淸明 인생간득기청명 사람이 몇 번이나 그 깨끗한 꽃을 볼 것인가
江城子 강성자 ( 原題 : 悼念亡妻詞 ) 蘇軾 소식 1036~1101 十年生死兩茫茫 십년생사양망망 삶과 죽음으로 아득히 멀어진 십년 세월 不思量 自難忘 불사량 자난망 생각지 않으려 해도 정말 잊기 어렵구나 千里孤墳 천리고분 천리 먼 외로운 무덤 無處話凄凉 무처화첩량 처량한 심정 호소할 데 없구려 縱使相逢應不識 종사상봉응불식 서로 만난대도 알아보지 못하리니 塵滿面 진만면 나는 얼굴에 먼지 가득하고 빈如霜 빈여상 머리는 서리 처럼 세었으니까 夜來幽夢忽還鄕 야래육몽홀환향 밤들어 꿈속에서 문득 찾은 고향 집 小軒窓正梳반 소헌창정류반 작은 창가에서 그대는 마침 화장을 하고 있었지 相顧無言 상고무언 서로 돌아볼 뿐 말은 못하고 惟有淚千行 유유루천행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소 料得年年斷腸處 류득년년단양처 해마다 애간장 끊었구려 明月夜 명월야 달 밝은 밤 短松岡 단송강 작은 소나무 늘어선 언덕위에서 赤壁賦 적벽부 蘇東坡 소동파 1036~1101 且夫天地之間 차부천지지간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사물은 物各有主 물각유주 각각 주인이 있어서 苟非吾之所有 구비오지소유 내 것이 아니면 雖一毫而莫取 수일호이막취 터럭 하나라도 가질 수 없지만 惟江上之淸風 유강상지청풍 오직 강가에 부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 여산간지명월 산에 떠 있는 밝은 달은 耳得之而爲聲 이득지이위성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目寓之而成色 목우지이성색 눈으로 보면 색이 된다네 取之無禁 취지무굼 그것을 가진다고 막을 사람 없고 無之無竭 용지무갈 그것은 쓴다고 고갈되지 않으니 是造物者之 시조물자지 조물주가 준 무진장한 선물이로다
惠崇春江晩景 혜숭춘강만경 혜승의 춘강만에 부쳐 蘇軾 소식 1037~1101 竹外桃花三兩枝 죽외도화삼량지 대밭 밖에는 활짝 핀 봉숭아나무 春江水暖鴨先知 춘강수난압선지 봄 강물이 따뜻한 것은 오리가 먼저 안다 蔞蒿滿地蘆芽短 루호만지노아단 쑥이 가득한 데 갈대는 이제 싹이 트니 正是河豚欲上時 정시하돈욕상시 바로 황복이 올라올 때라네 望雲樓 망운루 蘇軾 소식 1036~1101 陰晴朝暮幾回新 음청조모기회신 흐리고 개이고 아침저녁 몇 번 바뀌는가 已向虛空付此身 기향허공부비신 나도 허공에 몸 맡기고 살아간다네 出本無心歸亦好 출본무심귀역호 무심코 생긴 터에 돌아가도 그만인걸 雲還以望雲人 백운환이망운인 흰 구름아 너는 어찌 나를 그리 닮았느냐
薄命佳人 박명가인 박명한 여인 蘇軾(宋) 소식 1037~1101 雙頰凝?髮抹漆 쌍협응소발말칠 두 뺨은 젖이 엉긴 듯, 머리는 옻칠한 듯 眼光入簾珠白樂 안광입렴주백락 눈빛은 발로 들어 구슬처럼 또렷하구나 故將白練作仙衣 고장백련작선의 짐짓 흰 비단으로 선녀의 옷을 만들어도 不許紅膏汚天質 불허홍고오천질 붉은 연지로 원래의 바탕 더럽히지 못하는구나 吳音嬌軟帶兒癡 오음교연대아치 오나라 사투리 귀엽고 부드러워 어린 티 나고 無限間愁總未知 무한간수총미지 무한한 인간의 근심 전혀 알지도 못하는구나 自古佳人多薄命 자고가인다박명 예부터 가인은 운명이 기박한 사람 많다지만 閉門春盡楊花落 폐문춘진양화락 닫은 문에 봄도 다 가니 버들 꽃이 지는구나 中秋月 중추월 한가위 달 蘇軾(宋) 소식 1036~1101 暮雲收盡溫淸寒 모운수진온청한 저녘 구름 걷히니 썰렁 맑은 기운 넘치고 銀漢無聲轉玉盤 은한무성전옥반 은하수 소리 없이 쟁반에 옥을 굴리네 此生此夜不長好 차생차야부장호 이 세상 이런 밤 늘 있는 것도 아닌데 明年明月何處看 명년명월하처간 내년엔 밝은 달 어디에서 볼 것인가
春夜 춘야 봄밤에 蘇軾(北宋) 소식 1036~1101 春宵一刻直千金 춘소일각직천금 봄밤 한 시각이 천금의 값이라 花有淸香月有陰 화유청향월유음 꽃은 맑은 향기품고, 달은 그림자가 아름답다 歌管樓臺聲寂寂 가관루대성적적 누대엔 노래와 거문고 소리 고요하고 추韆院落夜沈沈 추천원락야심심 그네 뛰던 후원 뒤뜰엔 밤이 깊어만 간다 雨日 우일 비오는 날에 소요스님 花笑階前雨 화소계전우 뜨락에 내리는 비에, 꽃은 웃음 짓고 松鳴檻外風 송명함외풍 난간 밖 바람에 소나무 운다 何須窮妙旨 하수궁묘지 참선을 해야만 깨닫는가 玆個是圓通 자개시원통 있는 그대로가 원만한 깨달음인 것을
詠無生 영무생 무생을 읊다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了俗明眞早脫中 료속명진조탈중 속됨과 참됨을 다 밝히고 일찌감치 초탈하여 雙收天地納匈中 쌍수천지납흉중 하늘과 땅을 모조리 가슴 속에다 쓸어넣었네 문身撒手三千外 문신살수삼천외 몸 뒤지어 삼천대천세계로 손을 뻗치고는 臥聽溪聲夜月中 와청계성야월중 달빛 속에 누워 시냇물 소리 듣네 ☞ ?= 더듬을, 어루만질 문.
新凉入郊墟 신량입교허 성밖 언덕에서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江城何處起秋風 강성하처기추풍 江城 어느 곳에서 가을바람 이는가 螢火如流點暮空 형화여류점모공 저문 허공엔 반딧불 물 흐르듯 하네 政好乘凉吟夜月 정호승량음야월 서늘한 기운에 밤 달, 읊기 참 좋아라 浩然詩思滿樓中 호연시상만루중 호연히 詩思이 누각에 가득하네 山中漫興 산중만흥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紫陌紅塵尺許深 자맥홍진척허심 도시의 거리 붉은 먼지가 한 자나 쌓였는데 幾多游宦客浮沈 기다유환객부침 얼마나 많은 벼슬아치들 부침하는가 誰知一片白雲壑 수진일편백운학 누가 알까, 한 조각 흰구름과 골짜기 天付貧僧値萬金 천부빈승치만금 하늘이 가난한 중에게 준 것이 만금 같아라
無題 무제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山矗矗水참참 산촉촉수참참 겹겹의 산, 맑고 맑은 물 風習習花冥冥 풍습습화명명 솔솔 부는 바람에 그윽한 꽃 活計只如此 활계지여차 活計란 다만 이 같을 뿐이니 何用區區順世情 하용구구순세정 뭣하러 구구하게 세상 물정 따르리 ☞ 矗 = 우거질 촉. 참 = 산 험한 낭떠러지 참. 높을 참.
山中漫興 산중만흥 逍遙太能(朝鮮) 소요태능 1562~1649 一표逐物多煩惱 일표축물다번뇌 세상사람들 재물을 좇아 번뇌가 많네 幾介男兒脫世間 기개남아탈세간 세간 벗어나는 남아대장부 몇이나 되나 誰知野老出塵網 수지야노출진망 누가 알까, 누추한 늙은이 티끌그물 벗어나 高臥松風徹骨寒 고와송풍철골한 소나무바람 아래 누웠으니 뼈까지 시리구나 淸夜吟 청야음 맑은 달밤에 昭康節 소강절 月到天心處 월도천심처 달은 하늘에 떠서 비치고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바람은 호수에 일렁인다 一般淸意味 일반청의미 이렇게 맑은 뜻을 料得少人知 료득소인지 사람들은 아는 이 없다
汾上驚秋 분상경추 타향에서의 가을 蘇(廷+頁)(唐) 소정 北風吹白雲 북풍취백운 북풍이 흰구름 몰아가는데 萬里渡河汾 만리도하분 만리타향에서 황하 건너고 분하를 건너네 心緖逢搖落 심서봉요락 잎이 지는 계절에 얽혀드는 생각들 秋聲不可聞 추성부가문 가을 그 소리 차마 못 들을레라
宿雲門寺閣 숙운문사각 운문사에서 묵으며 孫적 손적 696~761 香閣東山下 향각동산하 동쪽 산 아래에 있는 雲門寺 煙花象外幽 연화상외유 안개속 꽃, 세상 밖의 그윽한 멋이라오 懸燈千장夕 현등천장석 온 산에 저녁이 되면 등불 내달리고 卷만五湖秋 권만오호추 五湖에 가을오면 휘장을 걷네 畵壁餘鴻雁 화벽여홍안 화려한 벽 그림에는 기러기가 여유롭고 紗窓宿斗牛 사창숙두우 비단 창문엔 북두성과 견우성이 잠들어 있소 更疑天路近 갱의천로근 이곳이 하늘 가까운 길 아닌가 하여 夢與白雲遊 몽여백운유 나 꿈에 흰 구름과 놀았소
赴京 부경 서울에 들어서니 宋時烈 송시열 1607~1689 綠水喧如怒 녹수훤여노 시냇물은 성난 듯 콸콸 쏟아지는데 靑山?似嚬 청산묵사빈 청산은 말이 없이 침묵을 지키네 靜觀山水意 정관산수의 산과 물의 갸륵한 뜻 곰곰이 생각하니 嫌我向風塵 혐아향풍진 풍진에 몸 더럽힘이 안타까와 하노라
금剛山 금강산
宋時烈 송시열 山與雲俱白 산여운구백 산과 구름 모두 다 희고 희거니 雲山不辨容 운산부변용 구름인지 산인지 분간 못하네 雲歸山獨立 은귀산독립 구름 가자 산만이 홀로 섰구나 一萬二千峯 일만이천봉 일만이야 이천봉 금강이라네
偶吟 우음 그냥 읊다 宋翰弼(朝鮮) 송한필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간 밤 비 맞고서 꽃을 피우곤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슬프다 한해 봄날의 일이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비 바람 가운데서 오고 가노니
雨後惜落花 우후석낙화 비온 뒤 떨어진 꽃을 안타까워하며 宋翰弼(朝鮮) 송한필 白白紅紅數朶花 백백홍홍수타화 희디 희고 붉디 붉은 꽃가지들 휘늘어져 春歸粧點老人家 춘귀장점노인가 가는 봄에 촌로의 집을 잎잎이 단장했네 狂風急雨無情思 광풍급우무정사 미친 바람 급한 비는 무정하기도 무정할사 一半朝來減却華 일반조래감각화 아침 반나절에 화려한 꽃빛 수구려져 버렸네
淸風明月을 가지고 다닌다더니 修翁華嚴 수옹화엄스님 這一交這一交 저일교저일교 이 한 번의 곤두박질,이 한 번의 곤두박질! 萬兩黃金也合消 만양황금야합소 만냥 황금을 쓴다해도 괜찮지 頭上笠腰下包 두상립요하포 머리 위에는 삿갓, 허리춤에는 보따리 淸風明月杖頭酪 청풍명월장두낙 청풍 명월이 지팡이 끝에 걸렸네
宿彌勒堂 숙미륵당 미륵당에서 머물며 申光洙 신광수 1712~1775 天寒宿古店 천한숙고점 찬 날씨에 옛 주막서 묵어 자려니 歸客夜心孤 귀객야심고 나그네 밤중 마음 더욱 외롭다 滅燭窓明雪 멸촉창명설 촛불 꺼도 창밖은 눈 빛 환하고 燃茶枕近爐 연다침근로 머리말 화로에선 차 끓는 소리 深更知력馬 심경지력마 마구간 말굽 소리 밤 깊음 알고 細事聞鄕奴 세사문향노 세상일은 하인에게 물어 듣노라 月落鷄鳴後 월락계명후 달 치고 첫닭이 소리쳐 운 뒤 悠悠又上途 유유우상도 유유히 다시금 길에 오른다 崍口所見 래구소견 申光洙 신광수 1712~1775 靑裙女出木花田 청군여출목화전 푸른 치마 입은 여자, 목화밭을 나와 見客回身立路邊 견객회신립로변 客을 보고, 몸을 돌려 길가에 서있네 白犬遠隨黃犬去 백견원수황견거 흰 개는 멀리, 누런 개 따라 가다가 雙還更走主人前 쌍환갱주주인전 짝 지어 다시, 다시 주인 앞으로 달려오네 投宿山寺 투숙산사 산사에 머물며 申光漢 신광한 1484~1555 少年常愛山家靜 소년상애산가정 젊은 날엔 산집의 고요함이 좋아서 多在禪窓讀古經 다재선창독고경 禪窓에서 옛 경전을 많이도 읽었었네 白髮偶然重到此 백발우연중도차 흰 머리로 우연히 다시 이곳 이르니 佛前依舊一燈靑 불전의구일등청 불전엔 그때처럼 등불 하나 푸르구나 偶吟 우음 그냥 읊다 辛夢參 신몽삼 1648~1711 心有是非知己反 심유시비지기우 내 자신 옳고 그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口無長短及人家 구무장단급인가 남의 장단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아야지 消除惡念霜前葉 소제악념상전엽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나쁜 생각 떨어내고 培養善端雨後茅 배양선단우후모 비온 뒤에 띠 자라듯 착한 마음 길러야지
踰大關領望親庭 유대관령망친정 대관령을 넘어 친정을 바라봄 申師任堂(朝鮮) 신사임당 1504~1551 慈親鶴髮在臨瀛 자친학발재림영 그리운 어버이는 백발로 臨瀛에 계시고 身向長安獨去情 신향장안독거정 내 몸은 서울을 향해 그리운 홀로 땅을 떠난다 回首北坪時一望 회수북평시일망 돌아보고 북쪽 산마을을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 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이 날아가는 아래 해지는 산이 푸르도다
思親 사친 어머니 생각 申師任堂(朝鮮) 신사임당 1504~1551 千里家山萬疊峰 천리가산만첩봉 천리 머나먼 친정은 첩첩 산봉우리로 가로막혀 있고 歸心長在夢魂中 귀심장재몽혼중 친정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꿈 속에 있네 寒松亭畔雙輪月 한송정반쌍윤월 寒松亭 호반에는 두개의 달이 떠있네 鏡浦臺前一陳風 경포대전일진풍 鏡浦臺 앞에는 한무리 바람이 일어나는데 沙上白鷗恒聚散 사상백구항취산 모래밭의 흰갈매기는 항상 모였다가 흩어지고 波頭魚艇每西東 파두어정매서동 부두의 고깃배들은 매양 西와 東으로 가는데 何時重踏臨瀛路 하시중답임영로 나는 어느 때 다시 臨瀛땅을 밟을까 綵舞斑衣膝下縫 채무반의슬하봉 어머님 슬하에서 색동옷 입고 춤 추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까
寄權正卿 기권정경 권정경에게 申叔舟 신숙주 1417~1475 得閑因病久 득한인병구 오랜 병으로 한가함 얻어 空歎綠陰低 공탄록음저 공연히 녹음이 낮아졌다 탄식하네 黃鳥催人起 황조최인기 꾀고리 나 일어나라 재촉하니 東園數日啼 동원수일제 동산에 몇 일간을 울고 있다네
秋史에게 申緯(朝鮮) 신위 1769~1847 昭代參容播正聲 소대참용파정성 태평 시대 넉넉히 바른 소리 전하고 蒐羅揚抱有深情 수라양포유심정 온갖 자료 모아서 어루만지며 깊은 정 품었도다 吾今倦矣論英雋 오금권의론영준 나 이제 영웅호걸 논하는 것 권태로와 煮酒靑梅屬後生 자주청매속후생 푸른 매실 술 데우는 일 후세에게 맡긴다네 贈卞僧愛 증변승애 卞僧愛에게 申緯(朝鮮) 신위 1769~1847 澹掃蛾眉白苧衫 담소아미백저삼 흰 모시 적삼입고,눈썹 곱게 단장하고서 訴衷情話燕니남 소충정화연니남 마음 속 정스런 말, 소근소근 얘기하네 佳人莫問郞年歲 가인막문랑년세 佳人이여 내 나이를 묻지 마오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전이십삼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朴淵瀑布 박연폭포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一派長天噴壑壟 일파장천분학롱 한 줄기 물이 내같이 구렁에 떨어질 때 龍湫百인水叢叢 용추백인수총총 용추의 백인의 물은 용솟음 치네 飛泉倒瀉疑銀漢 비천도사의은한 폭포수는 은하수가 쏟아지듯 怒瀑橫垂宛白虹 노폭횡수완백홍 그 폭포 옆에는 흰 무지개 섰구나 雹亂霆馳彌洞府 박난정치미동부 물방울이 洞府에 떨어지면 珠聳玉碎徹晴空 주용옥쇄철청공 구슬같이 방울방울 창공에 빛나네 遊人莫道廬山勝 유인막도려산승 나그네여, 여산의 폭포만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 수식천마관해동 이 천마산이야말로 해동의 제일일세
奉別蘇判書世讓 봉별소판서세양 소판서 세양을 보내며 黃眞伊(朝鮮) 황진이 月下庭梧盡 월하정오진 달빛어린 뜰에는 오동잎 지고 霜中夜菊黃 상중야국황 서리맞은 들국화 노랗게 피었네 樓高天一尺 루고천일척 누대는 높고 높아 하늘에 닿을듯 人醉酒千觴 인취주천상 오가는 술잔은 취해도 끝이 없네 流水和琴冷 류수화금랭 흐르는 물소리는 거문고 가락에 싸늘하고 梅花入笛香 매화입적향 매화는 피리곡조에 젖어 향기로와라 明朝相別後 명조상별후 내일 아침 눈물지며 이별한 뒤에 情與碧派長 정여벽파장 그리운 정은 강물되어 이어지리라
半月 반달 黃眞伊(朝鮮) 황진이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누가 곤륜산의 玉을 잘라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었는가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가신 님(牽牛) 그리움에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愁心 푸른 허공에 던졌다네
靑山裡 碧溪水 청산리 벽계수 푸른산속 푸른 시냇물 黃眞伊(朝鮮) 황진이 靑山裡碧溪水 청산리벽계수 청산리 벽계수야 莫誇易移去 막과이이거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不復還 일도창해부복환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明月滿空山 명월만공산 명월이 만공산 하니 暫休且去若何 잠휴저거이약하 잠시 쉬어 간들 어떠하리 푸른산은 나의 뜻이요. 흐르는 물은 님의 정인데 녹수는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리가 있단 말인가 흐르는 물도 푸른 산을 못 잊어 울면서 흐르네.
相思夢 상사몽 黃眞伊(朝鮮) 황진이 1506~1544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그대 그리는 심정은 간절하나 꿈에서 밖에 볼 수 없어 농訪歡時歡訪농 농방환시환방농 내가 님을 찾아 떠났을 때에 님은 나를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오가는 그 길에서 우리 함께 만나기를
松都 송도 黃眞伊(朝鮮) 황진이 雪中前朝色 설중전조색 눈오는 날은 전조의 모습이요 寒鐘故國聲 한종고국성 차가운 종은 고국의 그 소리다 南樓愁獨立 남루수독립 시름하여 남루에 홀로 섰나니 殘廓暮烟香 잔곽모연향 남은 성터에 저녁 연기 내음이라
別金慶元 별김경원 黃眞伊(朝鮮) 황진이 三世金緣成燕尾 삼세금연성연미 삼 세의 굳은 인연 금슬 좋은 짝이 되니 此中生死兩心知 차중생사양심지 이 가운데 생사는 두 마음만 알리로다 楊州芳約吾無負 양주방약오무부 양주의 꽃다운 언약 내 아니 저버렸는데 恐子還如杜牧之 공자환여두목지 도리어 그대가 두목 같을까 두려울 뿐
滿月臺懷古 만월대회고 黃眞伊(朝鮮) 황진이 古寺蕭然傍御溝 고사소연방어구 옛 절 소연하게 어구 곁에 있는데 夕陽喬木使人愁 석양교목사인수 교목에 석양이 비끼면 옛 근심 솟아나네 煙霞冷落殘僧夢 연하냉락잔승몽 연하는 남은 승에게 쓸쓸히 보이고 歲月觴嶸破塔頭 세월쟁영파탑두 세월은 빛나 파탑 위에 비치었구나 黃鳳羽歸飛鳥雀 황봉우귀비조작 봉황새 어디 가고 잡새들 만 오락가락 杜鵑花落牧羊牛 두견화락목양우 두견화 진 곳에는 소와 양이 풀을 뜯네 神松憶得繁華日 신송억득번화일 옛 솔에 번화롭던 그날이 생각나니 豈意如今春似秋 기의여금춘사추 어찌 알았으랴 지금 이 봄이 가을인 듯한 것을
小柏舟 소백주 조그만 잣 배 黃眞伊(朝鮮) 황진이 汎彼中流小柏舟 범피중류소백주 저 강 복판에 떠 있던 조그만 잣나무 배 幾年閑盛碧波頭 기년한성벽파두 몇 해나 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였던고 後人若問誰先渡 후인약문수선도 누가 먼저 건넜느냐 사람들이 묻는다면 문武兼全萬戶侯 문무겸전만호후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
白雲 백운 흰 구름 黃廷彧 황정욱 1532~1607 世間榮辱진悠悠 세간영욕진유유 세간의 영욕이야 모두다 아득커니 何處藏身可自由 하처장신가자유 어디에 몸 숨긴들 자유로울 수 있나 只合任他牛馬我 지합임타우마아 소와 말로 날 부려도 맡겨둠이 마땅하리 蒼空來往白雲浮 창공래왕백운부 흰 구름처럼 떠서 푸른 하늘 오가리니
絶命詩 1 절명시 黃玹 황현 1855~1910 亂離滾到白頭年 난리곤도백두년 난리에 휩쓸려버린 머리털 허연 나이 幾合捐生却未然 기합연생각미연 몇 번이고 죽어야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今日眞成無可奈 금일진성무가내 참으로 어찌할수 없는 오늘 輝輝風燭照蒼天 휘휘풍촉조창천 가물거리는 촛불이 푸른 하늘 비추는구나
絶命詩 2 절명시 妖분掩?帝星移 요분엄예제성이 요망한 기운에 가려 임금자리 옮겨지더니 九闕沈沈晝漏遲 구궐침침주루지 구중 궁궐 침침하게 낮 시간이 더디구나 詔勅從今無復有 조칙종금무부유 조칙도 이제 다시는 나오지 않을테니 琳琅一紙淚千絲 임랑일지루천사 아름다운 한 장 종이에 천 줄기 눈물 흐른다 絶命詩 3 절명시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새와 짐승도 슬피울고 산천도 찡그리고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이 세상이 침몰해 버렸도다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에 책을 덮고 지난 역사 돌이켜보니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세상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어렵구나 絶命詩 4 절명시 曾無支厦半椽功 증무지하반연공 일찍이 나라 위해 한 일,조금도 없는 내가 只是成仁不是忠 지시성인불시충 다만 忠이 아니라, 내 죽음 仁을 이루는 것이요 止竟僅能追尹穀 지경근능추윤곡 겨우 송나라의 尹穀처럼 자결할 뿐 當時愧不섭陳東 당시괴불섭진동 송나라 陳東처럼 의병을 일으키지 못한것이 부끄럽도다 老客婦怨 노객부원 늙은 나그네 아낙의 원망 許筠 허균 1569~1618 東州城西寒日훈 동주성서한일훈 동주성 서쪽, 차가운 해 뉘엿뉘엿 寶蓋山高帶夕雲 보개산고대석운 우뚝한 보개산이 저녁 구름 감싸 있다 파然老의衣藍縷 파연로구의남루 머리 허옇게 센 늙은 할미, 남루한 옷차림 迎客出屋開柴戶 영객출옥개시호 손님 맞아 방을 나와 사립문을 열어준다 自言京城老客婦 자언경성로객부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 늙은 나그네 아낙 流離破産依客土 류리파산의객토 파산하여 떠돌다가 객지에 사는 신세가 되었다오 頃者倭奴陷洛陽 경자왜노함락양 저 지난날 왜놈들이 서울을 함락시켜 提携一子隨姑郞 제휴일자수고랑 외 아들 손에 잡고 시어머니와 남편 따라 重跡百舍竄窮谷 중적백사찬궁곡 삼백리 길 걷고 걸어 깊은 골에 숨어왔소 夜出求食晝潛伏 야출구식주잠복 밤에 나와 밥을 빌고 낮에는 숨어 살았소 姑老得病郞負行 고로득병랑부행 시모 늙어 병을 얻어 남편이 업고 가니 蹠穿쟁山不遑息 척천쟁산불황식 험한 산길에 발바닥이 다 뚫어져도 쉴지도 못했소 是時天雨夜深黑 시시천우야심흑 이런 때, 비는 내려 밤이 더욱 캄캄하니 坑滑足酸顚不測 갱활족산전불측 길 미끄럽고 다리 시러워 언제 넘어질지 몰랐소 揮刀二賊從何來 휘도이적종하래 칼 휘두르는 두 왜적은 어디서 왔는지 闖暗섭종如相猜 틈암섭종여상시 어둠 속에 머리 내밀며 서로 다투어 뒤를 밟아 怒刃劈두두四裂 노인벽두두사렬 성난 칼날 목을 갈라서 목이 찢어졌소이다 子母倂命流원血 자모병명류원혈 어미와 아들 다 죽어 원한의 피 흐르고 我설幼兒伏林藪 아설유아복림수 나는 어린아이를 끌고 덤불 속에 엎드렸소 兒啼賊覺驅將去 아제적각구장거 아이 울음에 들켜 잡혀가고 말았으니 只餘一身脫虎口 지여일신탈호구 내 한 몸 겨우 남아 호랑이 굴을 벗어났지만 蒼黃不敢高聲語 창황불감고성어 허둥지둥 경황없어 소리 높여 말조차 못했소 明朝來視二骸遺 명조래시이해유 다음 날 아침 와서 보니 두 시체 버려져 不辨姑屍與郞屍 불변고시여랑시 시모인지 남편인지 분간할 길 없었다오 烏鳶啄腸狗교격 오연탁장구교격 솔개와 까마귀 창자 쪼고, 들개는 살 뜯으니 라리欲掩憑伊誰 라리욕엄빙이수 삼태기와 흙수레로 덮어가리려해도 누가 도와주랴 辛勤掘得三尺담 신근굴득삼척담 석 자 깊이 구덩이를 천신만고로 겨우 파서 手拾殘骨閉幽坎 수습잔골폐유감 남은 뼈골 손수 모아 봉토하고 나니 경경隻影終何歸 경경척영종하귀 의지 없는 외그림자 끝내는 어디로 돌아갈까 隣婦哀憐許相依 린부애련허상의 이웃 아낙 슬피 여겨 함께 살자 하여 遂從店裏躬井臼 수종점리궁정구 이 주막에 더부살이 방아 찧고 물 길렀소 궤以殘飯衣弊衣 궤이잔반의폐의 남은 밥 먹여 주고 낡은 옷 입혀 주어 勞筋煎慮十二年 로근전려십이년 지치고 마음졸이기 열두 해가 되었다오 面려髮禿腰脚頑 면려발독요각완 주름진 얼굴, 듬성머리, 허리도 다리도 뻐근한데 近者京城消息傳 근자경성소식전 근자에 서울 소식 드문드문 들려왔소 孤兒賊中幸生還 고아적중행생환 내 불쌍한 아이는 적중에서 다행히도 살아나와 投入宮家作蒼頭 투입궁가작창두 대궐에 투숙하여 창두가 되었다 하오 餘帛在사균倉稠 여백재사균창조 옷장에는 남은 비단, 창고에는 곡식 가득하니 娶婦作舍生計足 취부작사생계족 장가들고 집 마련하여 생계가 풍족하다 하나 不念阿孃客他州 불념아양객타주 타관살이 나그네 처지 제 어미께 생각 못하니 生兒成長不得力 생아성장불득력 낳은 아들 성장해도 그 덕을 보지 못하오 念之中宵涕橫臆 념지중소체횡억 생각할수록 한밤중에 눈물이 가슴 적시고 我形已췌兒已壯 아형이췌아이장 내 꼴은 다 시들고 아들은 이미 장년이 되었소 縱使相逢거相識 종사상봉거상식 설사 서로 만나더라도 알아볼 리 있을까 老身溝壑不足言 로신구학불족언 늙은 몸 구렁에 버려지는 건 더 말할 나위 없거니 得汝酒요父墳 안득여주요부분 너의 술이라도 얻어 아비 묘에 올려볼 수 없겠는가 嗚呼何代無亂離 오호하대무란리 아 슬프구나, 어느 시대인들 난리야 없으랴만 未若妾身之抱원 미약첩신지포원 이 못난 여편네가 품은 원한은 아직도 없었으리라
成佛庵 성불암 許筠 허균 1569~1618 深樹僧房小 심수승방소 울창한 숲에 승방은 작고 層巒石路分 층만석로분 층층 둘러싼 산에 돌길이 나뉘어 있네 中宵初見月 중소초견월 밤이 깊어서야 달을 보았는데 滄海闊無雲 창해활무운 넓은 바다는 활짝 트여 구름 한점 없네 香氣諸天降 향기제천강 향기는 하늘에서 내려오지만 鐘聲下界聞 종성하계문 종소리는 땅에서 들리어오네 冷然人境外 냉연인경외 시원하다, 인간 밖 세상이라 不恨久離群 불한구리군 사람들과 오래 떨어진 것이 한스럽지 않네
摩訶衍 마하연 許筠 허균 1569~1618 寶刹排雲上 보찰배운상 절이 구름을 밀치고 솟아 珠宮奪日鮮 주궁탈일선 집은 햇빛을 받아 곱기도 하다 經函明貝葉 경함명패엽 경전함에는 貝葉鏡이 빛나고 爐燼郁煎檀 노신욱전단 화로에는 전단향이 그윽하다 僧侶參禪坐 승려참선좌 승려는 참선에 들고 吾仍借榻眠 오잉차탑면 나는 걸상을 빌려 잠이 들었다 夜란風뢰發 야란풍뢰발 밤이 이슥해지자 바람소리 들리고 笙鶴下三天 생학하삼천 신선의 학이 세상으로 내려오네
移小桃用惜落花韻 이소도용석낙화운 앵두나무 옮겨심다 떨어지는 꽃을 아쉬워하며 許筠 허균 淺植幽厓奈爾何 천식유애내이하 그윽한 언덕 살포시 묻힌 네 신세를 어이할까 孤根無路近陽和 고근무로근양화 외로운 뿌리는 따뜻한 빛을 가까이 할 길이 없구나 移栽隙地勤封護 이재극지근봉호 틈새 땅에 옮겨 심어 부지런히 북돋아주니 爲待朱明結子多 위대주명결자다 여름철을 기다려 열매 많이 맺기 위함이라오
貧女吟 빈녀음 가난한 여인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豈是乏容色 개시핍용색 이 얼굴 박색은 아닌 듯 하고 工鍼復工織 공침부공직 바느질 길 쌈 베도 솜씨 있건만 少小長寒門 소소장한문 가난한 집 태어나 자란 탓으로 良媒不相識 양매부상식 매파도 발끊고 몰라라 하네 不帶寒饑色 부대한기색 추위에 주려도 내색치 않고 盡日當窓織 진일당창직 진종일 창가에서 베를 짜나니 惟有父母憐 유유부모연 부모님 안쓰럽다 여기시지만 四隣何曾識 사린하증식 이웃이야 이내심사 어이 아리요 夜久織未休 야구직미휴 밤 깊어도 베틀에 쉬지도 않고 軋軋鳴寒機 알알명한기 찰칵찰칵 차가운 베틀소리에 機中一匹練 기중일필연 짜여 가는 이 한 필의 고운 비단 終作阿誰衣 종작아수의 필경 어느 규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가위 잡고 삭독삭독 옷 마를 제면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밤도 차라 열 손끝이 곱아드는데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시집갈 옷 삵 바느질 쉴 새 없건만 年年還獨宿 연연환독숙 해마다 독수공방 면할 길 없네
暮春 모춘 늦봄에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煙鎖瑤空鶴未歸 연쇄요공학미귀 안개는 공중에 자욱한데 학은 돌아오지 않고 桂花陰裏閉珠扉 계화음리폐주비 계수 꽃 그늘 속에 구슬 문은 닫혔네 溪頭盡日神靈雨 계두진일신령우 시냇가는 온종일 신령스런 비만 내리고 滿地香雲濕不飛 만지향운습불비 땅에 가득한 구름은 젖어서 날지 못하네 采蓮曲 채련곡 연꽃을 따는 노래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蓮花深處繫蘭舟 련화심처계란주 연꽃 피는 깊은 곳에 란초 배를 매놓고서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당신보고 물 건너서 연꽃을 던졌는데 或被人知半日羞 혹피인지반일수 혹시 남이 봤을가봐 반나절 부끄럽네
哭子 곡자 許蘭雪軒 허난설헌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哀哀廣陵土 애애광릉토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蕭蕭白楊風 소소백양풍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鬼火明松楸 귀화명송추 도깨비불 숲 속에서 번쩍인다 紙錢招汝魂 지전초여혼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玄酒存汝丘 현주존여구 너희 무덤에 술잔을 따르네 應知第兄魂 응지제형혼 아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夜夜相追遊 야야상추유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으리 縱有服中孩 종유복중해 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 安可糞長成 안가분장성 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리오 浪吟黃坮詞 낭음황대사 황대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血泣悲呑聲 혈읍비탄성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閨怨 규원 여자의 恨 許蘭雪軒 허난설헌 月樓秋盡玉屛空 월루추진옥병공 달빛 비친 망루에 가을이 다하니, 옥병이 쓸쓸하고 霜打蘆洲下暮鴻 상타노주하모홍 서리 내린 갈대 밭, 늙은 기러기 내려앉는다 瑤瑟一彈心不見 요슬일탄심불견 아름다운 거문고 한번 타도 그 마음은 볼 수 없고 藕花零落野塘中 우화영락야당중 문 밖의 연못엔, 연꽃이 가랑비와 땅에 떨어진다
春雨 춘우 봄비 許蘭雪軒 허난설헌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봄비 가만히 서쪽 못에 내리고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가벼운 추위, 장막 속에 스며드네 愁依小屛風 수의소병풍 근심을 작은 병풍에 의지하니 薔頭杏花落 장두행화락 장미꽃 근처에 살구꽃 떨어지네
寄夫江舍讀書 기부강사독서 강사에서 글 읽는 낭군에게 許蘭雪軒 허난설헌 燕掠士첨兩兩飛 연약사첨양량비 제비는 비낀 처마 스쳐 둘씩 나는데 落花僚亂撲羅衣 낙화요란박라의 지는 꽃만 어지러이 비단옷을 칩니다 洞房極目傷春意 동방극목상춘의 심방에서 시선 끝까지 봄을 아파하는 뜻은 草綠江南人未歸 초록강남인미귀 江南에 풀 푸른데, 님은 돌아오지 않네
無可無不可吟 무가무불가음 옳은 것도 없으며 옳지 않은것도 없나니 許穆 허목 1595~1682 一往一來有常數 일왕일래유상수 한번 오고 한번 가는 것이 진리이나니 萬殊初無分物我 만수초무분물아 온갖 사물 처음에 무에서 사물과 나로 나누어진다네 此事此心皆此理 차사차심개차리 이 일, 이 마음도 다 이러한 이치일진대 孰爲無可孰爲可 숙위무가숙위가 무엇이 옳으며 옳지 않다 하리요
宿上雲庵 숙상운암 구름위 암자에서 잠들다 虛應堂 허응당 ? ~1565 春山無伴獨尋幽 춘산무반독심유 친구 없이 홀로 봄 산 깊숙히 찾으니 挾路桃花츤杖頭 협로도화츤장두 길가의 복사꽃 지팡이에 스치네 一宿上雲疎雨夜 일숙상운소우야 부슬비 내리는 밤 구름 위 잠을 청하니 禪心詩想兩悠悠 선심시상우수수 선의 마음, 시 생각 아슬하구나
자護寺樓 자호사루 자호사 누각에서 許洪材 허홍재 早起獨登樓 조기독등루 일찍 일어나 홀로 누각에 오르니 悠然八月秋 유연팔월추 무르익은 팔월 가을이네 白煙橫野外 백연횡야외 흰 연기 들판에 끼어있고 紅日上峰頭 홍일상봉두 붉은 해는 산봉우리 위에 떠있네 客路風霜冷 객로풍상냉 나그네 길, 바람과 서리에 차가운데 僧軒花木幽 승헌화목유 절간의 꽃과 나무 가득하네 一준開笑語 일준개소어 한잔 술에 웃음띤 말소리 나오니 消遣利名愁 소견이명수 세상의 명리,근심이 사라진다
慈仁寺荷花池 자인사하화지 자인사 하화지에서 何紹基 하소기 1799~1873 坐看倒影浸天河 좌간도영침천하 앉아서 보니 연꽃 그림자 은하수에 잠겨 있고 風過欄干水不波 풍과난간수불파 난간 위로 부는 바람에도 물결조차 없다 想見夜深人散後 상견야심인산후 밤 깊어 사람들 흩어진 후 바라보니 滿湖螢火比星多 만호형화비성다 연못 가득한 반딧불이 별보다도 더 많네
歲暮 세모 한 해가 끝날 무렵 申鉉豊 신현풍 老夫淸晨門戶觀 노부청신문호관 이 늙은이 이른새벽 문밖을 바라보니 不知昨夜雪衣冠 부지작야설의관 알수 없는 지난밤에 눈이 덮혔네 萬塵汚物包銀色 만진오물포은색 일만티끌 오물들이 은색으로 감쌓이고 眞宰畵素乍間完 진재화소사간완 진정한 화가가 흰그림 그렸구나 天轉地旋回歲易 천전지선회세역 하늘땅 돌고 돌아 세상도 돌아서 戊辰年暮日幾殘 무진년모일기잔 무진년의 세모가 몇일이 남았는가 白峯山下少人行 백봉산하소인행 흰산 봉우리 아래엔 다니는사람 적고 旗幅無飄朝氣寒 기폭무표조기한 깃발도 날지않는 차가운 아침이네
夜坐 야좌 밤에 홀로 앉아 申欽 신흠 1566~1628 野藤拖地少人行 야등타지소인행 들판 덩굴 땅에 뻗어있고 지나는 사람 적은데 露草離離暗水鳴 로초리리암수명 이슬맺힌 풀들 무성하고 은은한 도랑물 소리 數點?螢流客幌 수점소형류객황 두세 점의 반딧불은 객창 휘장에 날고 一聲寒雁過江城 일성한안과강성 외마디 찬 소리, 기러기 江城을 지난다 孤燈依壁花成暈 고등의벽화성훈 벽에 달린 외로운 등불이 흐리게 빛무리 이룬다 小雨經林葉盡驚 소우경림엽진경 숲 지나는 가랑비에 나무잎도 놀라는구나 最是殊方?斷處 최시수방장단처 가장 애끊는 일은 타향의 이러한 곳 舊遊零落隔平生 구유령락격평생 한평생 옛벗들이 초라하게 떨어져 산다오
感春 감춘 봄날은 申欽 신흠 1566~1628 蜂삽花鬚燕?泥 봉삽화수연삽니 벌은 꽃술 물고 제비는 진흙 무는데 雨餘深院綠苔齊 우여심원록태제 비 갠 깊숙한 뜰에 푸른 이끼 수북하다 春來無限傷心事 춘래무한상심사 봄 되니 마음 상할 일들 많나니 分付流鶯盡意啼 분부류앵진의제 꾀꼬리에 주어 실컷 울게 하리라
木橋 목교 나무다리 辛천 신천 斫斷長條跨一灘 작단장조과일탄 긴 나무 잘라 여울물에 걸쳐 노니 천霜飛雪帶驚瀾 천상비설대경란 흩뿌리는 서릿발 눈보라에도 세찬 물결 견디네 須臾步步臨心意 수유보보림심의 잠시 걸으면서 마음 깊이 생각해보니 移向功名宦路看 이향공명환로간 권력 향하는 벼슬길을 보는 듯 하네
白頭山途中 백두산도중 백두산 가는 길에 申采浩 신채호 1880~1936 人生四十太支離 인생사십태지리 인생 사십 년이 너무도 지리하여 貧病相隨暫不移 빈병상수잠불이 가난과 병 잠시도 날 떠나지 않는구나 最恨水窮山盡處 최한수궁산진처 한스러워라, 물 다하고 산 다한 곳 任情歌曲亦難爲 임정가곡역난위 내 뜻대로 노래부르기도 어렵구나
夢亡妻 몽망처 죽은 아내 꿈 沈彦光 심언광 1487~1540 十口常資二頃田 십구상자이경전 열 식구 두 뙈기 밭 의지해 사니 貧家生理賴妻賢 빈가생리뢰처현 가난한 집 살림살이 자네 어짐 덕이었네 艱辛契活曾三紀 간신계활증삼기 간신히 먹고 산 지 서른 여섯 해 榮顯功名僅數年 영현공명근수년 공명을 누린 것은 겨우 몇 해 뿐 自謂與君同白首 자위여군동백수 흰머리 되도록 함께 살자 했더니 何先棄我落黃泉 하선기아락황천 날 두고 어이 먼저 황천 가셨나 魂來不覺冥途隔 혼래불각명도격 넋이 오매 저승길이 막힌 줄 몰랐더니 夢裏기巾尙宛然 몽리기건상완연 꿈속에 푸른 수건 쓴 완연히 그대일세
寄宜仲 기의중 宜仲에게 沈義 심의 1475 ~ 學道非他在日强 학도비타재일강 도를 배움은 무엇보다 나날이 굳세짐에 있나니 精微到處要商量 정미도처요상량 정미한 곳에 이르려면 깊이 따져 생각해야 한다 頭邊歲月爭遲暮 두변세월쟁지모 머리 위로 세월은 싸움하듯 저물어가는데 少壯無成老益荒 소장무성로익황 젊고 한창 때 성취함이 없으면 늙어 더욱 황량하리라
夜夜曲 야야곡 1 沈約 심약 441~513 北斗란干去 북두란간거 북두칠성 난간을 지나니 夜夜心獨傷 야야심독상 밤마다 마음 홀로 아프라 月輝橫射枕 월휘횡사침 달빛은 베게머리 빗껴 비추고 燈光半隱屛 등광반은병 등불은 반쯤 병풍을 가리운다
夜夜曲 야야곡 2 沈約 심약 441~513 河漢縱復橫 하한종부횡 은하수가 종으로 다시 횡으로 北斗橫復直 북두횡부직 북두성은 가로로 다시 곧게 떠있다 星漢空如此 성한공여차 별과 은하는 부질없이 이러하니 寧知心有憶 녕지심유억 어찌 마음 속 기억을 알겠는가 孤燈曖不明 고등애불명 외로운 등 침침하여 밝지 못하고, 寒機曉猶織 한기효유직 차가운 베틀, 오히려 새벽에 베를 짠다 零淚向誰道 령루향수도 눈물을 흘리며 누구에게 말하는지 鷄鳴徒歎息 계명도탄식 닭이 우니 헛되이 탄식한다
邙山 망산 북망산에서 沈佺期 심전기 656~714 北邙山上列墳塋 북망산상열분영 북망산 위엔 무덤들 수없이 많아 萬古千秋對洛城 만고천추대낙성 천 만년 洛陽城을 마주하고 있네 城中日夕歌鍾起 성중일석가종기 해 지자, 城中에 노래 소리 山上惟聞松柏聲 산상유문송백성 산 위엔 소나무 스쳐 가는 바람소리
寒山詩 한산시 拾得(唐) 습득 人生浮世中 인생부세중 사람이 뜬구름 같은 세상에 태어나 箇箇願富貴 개개원부귀 모두가 다 부귀를 원한다 高堂車馬多 고당거마다 높다란 저택에 수레와 말 많아서 一呼百諾至 일호백락지 한번 부르면 백인간의 "예" 소리가 난다 呑倂他田宅 탄병타전택 타인의 밭과 집을 집어삼키고 準擬承後嗣 준의승후사 자손이 이어가게 할 속셈인 거라 未逾七十秋 미유칠십추 일흔 살도 못 넘기고서 撚消瓦解去 년소와해거 못쓰게돼 가지고 죽어가 버리는 것을
천지가 한 집 이라 僧肇禪師 승조선사 384~414 執相迷眞 집상미진 모양에 집착하여 참됨 없으면 對面千里 대면천리 얼굴을 대하여도 천리같이 먼 것을 虛心體道 허심체도 마음을 비우고 도를 체달하면 天地一家 천지일가 천지가 한 집 이러니라 四大非我有 사대비아유 육체는 내 것이 아니요 五蘊本來空 오온본래공 오온 또한 내 소유가아니네 以首臨白刃 이수임백인 흰 칼이 목에 닿으니 猶如斬春風 유여참춘풍 오히려 봄바람 자른 것 같네 懸崖蘭 현애란 벼랑끝에 매달린 난초 僧宗衍(明) 승종연 居高貴能下 거고귀능하 높이 있음에도 낮출 수 있음이 귀하고 値險在自持 치험재자지 험난함에 처하여도 의젓함이 돋보이네 此日或可轉 차일혹가전 오늘 해는 지고 다시 뜰 수 있겠으나 此根終不移 차근종불이 이 뿌리는 언제까지나 옮겨가지 않을 것 信心銘 신심명 僧瓚大師 승찬대사 至道無難 지도무난 지극한 도가 어렵지 않네 唯嫌揀擇 유혐간택 오직 간택심만 버려라 但莫憎愛 단막증애 밉다 곱다 마음 없으면 洞然明白 통연명백 툭 트여 명백하리
妾薄命 첩박명 첩의 쓸쓸한 운명 李穀(高麗) 이곡 1298~1351 生不識人面 생불식인면 평생에 다른 사람 얼굴 아는 이 없어 長年在深屋 장년재심옥 오랜 세월 깊은 방에 있었지요 一爲色所誤 일위색소오 한 번 내 신세가 잘못되어서 返遭珉欺玉 반조민기옥 옥돌을 옥인 줄 알고 속았지요 憎愛古無常 증애고무상 미움도 사랑도 부질없어라 朝恩慕乃疎 조은모내소 아침엔 좋다더니 저녘엔 멀리하네 泣泣詠秋扇 읍읍영추선 서글피 가을 부채 같은 신세를 탄식하며 望絶登君車 망절등군차 님의 수레 타는 것 단념했지요 金牀爲誰拂 금상위수불 누굴 위해 좋은 침대 먼지를 털리오 繡被久已收 수피구이수 비단 이불 넣어둔 지 오래 되었다오 奎空寒月落 규공한월락 님 없는 쓸쓸한 방에 달마저 지고 但見螢火流 단견형화류 다만 날아가는 반딧불만 바라본다오 沈憂暫成夢 심우잠성몽 근심에 겨워 잠시 꿈을 꾸면서 依稀鬪百草 의희투백초 어슴푸레 풀 싸움도 해 보았지요 世無相如才 세무상여재 세상에 사마상여 같은 재주 없거니 誰令復舊好 수령복구호 뉘라서 옛사랑을 되찾아 주리오
苦寒 고한 모진 추위 李穀(高麗) 이곡 1298~1351 朔吹搖空歲暮天 삭취요공세모천 북풍이 몰아치는 저무는 날 수숫老屋讀書氈 수수로옥독서전 우수수 낡은 집 글읽는 싸늘한 담요 一寒到骨那能解 일한도골나능해 추위가 뼈골에 사무치니 어찌 녹일 수 있을까 萬事關心只自煎 만사관심지자전 만사가 뒤설레나 혼자서 속을 태운다 衾鐵夜深明積雪 금철야심명적설 깊은 밤 이불은 쇠처럼 차고 눈이 쌓여 훤한데 樵山市近絶炊煙 초산시근절취연 나무할 산과 시장이 가까우나 불기는 끊기었다 詩人耐冷今猶古 시인내랭금유고 시인이 추위 견딤 지금이나 옛날이나 같거니 擬訪梅花澗水邊 의방매화간수변 아, 산골 시냇물로 매화꽃 찾아가려네
思箴 사잠 생각을 경계하며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我卒作事 아졸작사 나는 일을 마치고서야 悔不思之 회불사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思而後行 사이후행 생각한 뒤 행한다면 寧有禍隨 녕유화수 어찌 화가 따르겠는가 我卒吐言 아졸토언 나는 말하고 나서야 悔不復思 회불부사 신중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思而後吐 사이후토 생각한 뒤 말한다면 寧有辱追 녕유욕추 어찌 치욕이 따르겠는가 思之勿遽 사지물거 생각하되 급히 서두르지 말라 遽則多違 거즉다위 서두르면 어긋남이 많다 思之勿深 사지물심 생각하되 너무 생각에 빠지지 말라 深則多疑 심즉다의 생각이 깊으면 의심 또한 많아진다 商酌折衷 상작절충 헤아려보건대 三思最宜 삼사최의 세 번 정도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違心詩 위심시 가난하니 아내가 업신여기네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人間細事亦參差 인간세사역참차 인간의 잡다한 일들 언제나 들쭉날쭉 動輒違心莫適宜 동첩위심막적의 일마다 어그러져 마땅한 구석 없네 盛世家貧妻常侮 성세가빈처상모 젊을 땐 집 가난해 아내 늘 구박하고 殘年祿厚妓將追 잔년록후기장추 늙어 녹이 후해지자 기생이 따르누나 雨읍多是出遊日 우읍다시출유일 주룩주룩 비 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天霽皆吾閑坐時 천제개오한좌시 개었을 땐 언제나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腹飽輟飡逢美肉 복포철손봉미육 배불러 상 물리면 좋은 고기 생기고 喉瘡忌飮遇深모 후창기음우심모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儲珍賤末市高價 저진천말시고가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값이 올라가고 宿疾方?隣有醫 숙질방?린유의 묵은 병 낫고 나니 이웃집이 의원이라 碎小不諧猶類此 쇄소부해유류차 자질구레 맞지 않음 오히려 이같으니 楊州駕鶴況堪期 양주가학황감기 양주 땅, 학 탄 신선 어이 기약하리오
蓼花白鷺 요화백로 여뀌꽃과 백로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前灘富魚蝦 전탄부어하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가 많아 有意劈波入 유의벽파입 생각하다 물결을 가르고 들어가니 見人忽驚起 견인홀경기 사람을 보고는 홀연 놀라 일어나 蓼岸還飛集 요안환비집 여뀌꽃 언덕에 다시 날아와 모였네 翹頸待人歸 교경대인귀 목을 빼어 사람 돌아가기를 기다리다 細雨毛衣濕 세우모의습 가랑비에 날개 깃 젖는구나 心猶在灘魚 인유재탄어 마음은 오히려 여울 고기에 있는데 人道忘機立 인도망기립 사람들은 멍하니 서 있다고 말하네
焚藁 분고 詩 삼백편을 불사르며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少年著歌詞 소년저가사 어린 시절부터 시를 지어서 下筆元無疑 하필원무의 붓만 잡았다 하면 그만둘 줄 몰랐지 自謂如美玉 자위여미옥 아름다운 구슬이라고 내 먼저 자랑했으니 誰敢論瑕疵 수감론하자 그 누가 감히 흠집을 따졌으랴 後日復尋繹 후일부심역 뒷날 와 다시 들추어보니 每篇無好辭 매편무호사 편 편마다 좋은 글귀 하나도 없구나 不忍汚箱衍 부인오상연 글상자를 차마 더럽힐 순 없어 焚之付晨炊 분지부신취 밥짓는 아궁이에 불살라 버렸네 明年視今年 명년시금년 작년에 지었던 글도 올해에 다시 보니 棄擲一如斯 기척일여시 예전과 다름없어 또다시 버린다네 所以高常侍 소이고상시 옛시인 고적도 이런 까닭에 五十始爲詩 오십시위시 나이 쉰 되어서야 처음 詩를 지었지
雪中訪友人不遇 설중방우인불우 눈 속에 친구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雪色白於紙 설색백어지 눈빛이 종이보다 희어서 擧鞭書姓字 거편서성자 채찍을 들고 성명을 적어두었다 莫敎風掃地 막교풍소지 바람이여 눈을 쓸지 말고 好待主人至 호대주인지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다오
訪外院可上人用壁上古人韻 방외원가상인용벽상고인운 (外院에 있는可上人을 방문하여 벽 위에 쓰인 고인의 운에 차운한 시) 李奎報(白雲居士) 이규보 1168~1241 方丈蕭然古樹邊 방장소연고수변 고목나무 옆에 있는 쓸쓸한 방장 一龕燈火一爐烟 일감등화일노연 감실에는 등불이 빛나고 향로에는 연기 이네 老僧日用何須問 노승일용하수문 노승의 일상사를 어찌 물어야 알리 客至淸談客去眠 객실청담객거면 길손이 오면 청담을 나누고 길손이 가면 조네
次韻白樂天在家出家詩 차운백락천재가출가시 백낙천의 재가에 있으면서 출가한 시에 차운한 시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端坐觀空萬慮澄 단좌관공만려징 단정히 앉아 공을 관찰하여 온갖 생각 맑아지니 老禪肌骨髮惟仍 노선기골발유잉 기골은 늙은 선승인데 머리카락만 남아 있네 在家未碍先成佛 재가미애선성불 속세에 있어도 성불하기에 거리낌이 없건만 披 何須要作僧 피 하수요작승 무엇 때문에 가사를 입고 중노릇을 하겠는가 自始腰抛丞相印 자시요포승상인 처음 허리에 찬 정승의 인장을 버렸을 때부터 廻看心有祖師燈 회간심유조사등 조사의 등불을 돌이켜 볼 마음이 있었네 箇中一段堪嘲事 개중일단감조사 그런 중에 꼭 한 가지 웃지 못할 일은 妻置盃呼忽錯應 처치배호홀착응 술상 차렸다는 아내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대답하네 杜門 두문 문을 닫으며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爲避人間謗議騰 위피인간방의등 인간의 비방과 의론에 오름을 피하여 杜門高臥髮붕승 두문고와발붕승 문 닫고 누우니 머리털만 덥수룩 初如蕩蕩懷春女 초여탕탕회춘녀 처음엔 마음 설레인 봄처녀 같더니만 漸作寥寥結夏僧 점작요요결하승 차츰 고요한 여름 참선하는 중이 되네 兒희牽衣聊足樂 아희견의료족락 아이들이 장난치고 옷을 당겨도 그런대로 즐거울 수 있고 客來敲戶不須應 객래고호부수응 손이 와 문을 두드려도 꼭 응할 것 없네 窮通榮辱皆天賦 궁통영욕개천부 궁통과 영욕은 모두 하늘이 주는 것이니 斥안何曾羨大鵬 척안하증선대붕 같잖은 메추라기가 언제 대붕을 부러워 하더냐
炤井戱作 소정희작 우물에 비친 내 모습 李奎報 이규보 1168~ 1241 不對靑銅久 부대청동구 오래도록 거울을 안 보았더니 吾顔莫記誰 오안막기수 내 얼굴도 이젠 알 수가 없네 偶來方炤井 우래방소정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似昔稍相知 사석초상지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일세
詠井中月 영정중월 우물에 비친 달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 幷汲一甁中 병급일병중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병 기울이면 달빛조차 간데 없음을. 論詩 논시 시를 논함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作詩尤所難 작시우소난 시 지음에 특히 어려운 것은 語意得雙美 어의득쌍미 말과 뜻이 아울러 아름다움을 얻는 것 含蓄意苟深 함축의구심 머금어 쌓인 뜻이 진실로 깊어야 咀嚼味愈粹 저작미유수 씹을 수록 그 맛이 더욱 순수하나니 意立語不圓 의립어불원 뜻만 서고 말이 원할치 못하면 澁莫行其意 삽막행기의 껄끄러워 그 뜻이 전달되지 못한다 就中所可後 취중소가후 그 중에서도 나중으로 할 바의 것은 彫刻華艶耳 조각화염이 아로새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뿐 華艶豈必排 화염기필배 아름다움을 어찌 반드시 배척하랴만 頗亦費精思 파역비정사 또한 자못 곰곰이 생각해볼 일 攬華遺其實 람화유기실 꽃만 따고 그 열매를 버리게 되면 所以失詩眞 소이실시진 시의 참뜻을 잃게 되느니 爾來作者輩 이래작자배 지금껏 시를 쓰는 무리들은 不思風雅義 불사풍아의 풍아의 참뜻은 생각지 않고 外飾假丹靑 외식가단청 밖으로 빌려서 단청을 꾸며 求中一時耆 구중일시기 한때의 기호에 맞기만을 구하는구나 意本得於天 의본득어천 뜻은 본시 하늘에서 얻는 것이라 難可率爾致 난가솔이치 갑작스레 이루기는 어려운 법 自췌得之難 자췌득지난 스스로 헤아려선 얻기 어려워 因之事綺靡 인지사기미 인하여 화려함만 일삼는구나 以此眩諸人 이차현제인 이로써 여러 사람을 현혹하여서 欲掩意所궤 욕엄의소궤 뜻의 궁핍함을 가리려 한다 此俗寢已成 차속침이성 이런 버릇이 이미 습성이 되어 斯文垂墮地 사문수타지 문학의 정신은 땅에 떨어졌도다 李杜不復生 이두불복생 이백과 두보는 다시 나오지 않으니 誰與辨眞僞 수여변진위 뉘와 더불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겐가 我欲築頹基 아욕축퇴기 내 무너진 터를 쌓고자 해도 無人助一궤 무인조일궤 한 삼태기 흙도 돕는 이 없네 誦詩三百篇 송시삼백편 시 삼백편을 외운다 한들 何處補諷刺 하처보풍자 어디에다 풍자함을 보탠단 말인가 自行亦云可 자행역운가 홀로 걸어감도 또한 괜찮겠지만 孤唱人必戱 고창인필희 외로운 노래를 사람들은 비웃겠지
折花行 절화행 꽃을 꺽어서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牡丹含露眞珠顆 모란함로진주과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절득창전과 신부가 모란을 꺾어 창가를 지나다 含笑問檀郞 함소문단랑 빙긋이 웃으면서 신랑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檀郞故相戱 단랑고상희 신랑이 일부러 장난치느라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신부는 꽃이 예쁘다는 데 뾰로통해서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꽃가지를 밟아 짓뭉개고 말하기를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꽃이 저보다 예쁘시거든 今宵花同宿 금소화동숙 오늘밤은 꽃하고 주무시구려
種花 종화 꽃을 심으며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種花愁未發 종화수미발 꽃을 심을 때는 피지 않을까 걱정하고 花發又愁落 화발우수락 꽃이 피면 또한 지는 것을 걱정한다 開落總愁人 개락총수인 피고 지는 것 모두가 근심스러우니 未識種花樂 미식종화락 꽃 심는 즐거움을 알지 못 하겠네
代農夫 대농부 농부를 대신하여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帶雨鋤禾伏畝中 대우서화복묘중 논바닥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形容醜黑豈人容 형용추흑기인용 그 모습 흙투성이 어찌 사람 모습이랴 王孫公子休輕侮 왕손공자휴경모 왕손 공자들아 농부를 멸시 마소 富貴豪奢出自農 부귀호사출자농 그대들의 부귀호사가 모두 농부 덕분이야 新穀靑靑猶在畝 신곡청청유재묘 푸른 잎 새 곡식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縣胥官吏已徵租 현서관리이징조 아전들이 벌써부터 조세 내라고 다그치네 力耕富國關吾輩 력경부국관오배 나라 부강하게 하는 일이 농부 손 에 달렸거늘 何苦相侵剝及膚 하고상침박급부 어찌 이리 모질게도 농부들을 침탈하나
春日 춘일 봄날 李奎報 이규보 1163~1241 柳撚金絲揚曉風 유연금사양효풍 금실같은 버들은 새벽바람에 나부끼고 一雙閒燕語玲瓏 일쌍한연어령롱 한 쌍의 한가로운 제비는 영롱하게 지저귄다 美人垂起心煩悶 미인수기심번민 미인은 자고 일어나 마음이 괴로워서 皓腕擎花吸露紅 호완경화흡로홍 흰 팔로 꽃을 높이 들고 붉은 이슬을 마시네
荷池 하지 연꽃이 핀 못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幽禽入水擘靑羅 유금입수벽청라 한마리 새 물속에 들며 푸른 비단물결을 가르니 微動方池擁蓋荷 미동방지옹개하 네모난 연못에 이는 작은 파문이 연잎을 감싸안네 欲識禪心元自淨 욕식선심원자정 선심이 원래부터 스스로 맑은 것을 알고자 하니 秋蓮濯濯出寒波 추련탁탁출한파 가을 연꽃 반짝이며 찬 물결 속에서 솟아오르네
妬花 투화 꽃샘바람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鼓舞風所職 고무풍소직 바람의 직책은 만물을 고무하는 것 被物無私阿 피물무사아 만물에 입히는 공덕 더하고 덜함이 없는 걸세 惜花若停風 석화고정풍 만일 꽃을 아껴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其奈生長何 기내생장하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 있을까 花開雖可賞 화개수가상 꽃피는 것도 좋지만 花落亦何嗟 화락역하차 꽃지는 것 또한 슬퍼할 일 아니네 開落摠自然 개락총자연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일 뿐이네
詠忘 영망 나 홀로 세상에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世人皆忘我 세인개망아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잊으니 四海一身孤 사해일신고 온 세상에 오직 이 한 몸 호젓하구나
豈唯世忘我 기유세망아 어찌 세상만이 나를 잊었겠는가 兄弟亦忘予 형제역망여 형제도 또한 나를 잊었다 今日婦忘我 금일부망아 오늘은 아내가 나를 잊었고 明日吾忘吾 명일오망오 내일에는 내가 나를 잊을 것이니 却後天地內 각후천지내 그런 뒤 세상천지에는 了無親與疏 요무친여소 친함도 소원함도 없음을 깨닫게 되리
詩癖 시벽 시짓는 버릇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年已涉縱心 년이섭종심 나이 이미 칠십을 지나 보냈고 位亦登台司 위역등태사 지위 또한 三公에 올라 보았네 始可放雕篆 시가방조전 이제는 시 짓는 일 놓을 만도 하건만 胡爲不能辭 호위불능사 어찌하여 능히 그만 두지 못하는가 朝吟類청솔 조음류청솔 아침엔 귀뚜라미처럼 읊조려 대고 暮嘯如鳶치 모소여연치 저녁에도 올빼미인양 노래 부르네 無奈有魔者 무나유마자 어찌할 수 없는 시마詩魔란 놈이 夙夜潛相隨 숙야잠상수 아침 저녁 남몰래 따라 와서는 一着不暫捨 일착불잠사 한 번 붙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使我至於斯 사아지어사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日日剝心肝 일일박심간 날이면 날마다 心肝을 도려내 汁出幾篇詩 즙출기편시 몇 편의 시를 쥐어 짜내지 滋膏與脂液 자고여지액 내 몸의 기름기와 진액일랑은 不復留膚肌 불복류부기 다 빠져 살에는 남아 있질 않다오 骨立苦吟아 골립고음아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나니 此狀良可嗤 차상식가치 이 모습 정말로 우스웁구나 亦無驚人語 역무경인어 그렇다고 놀랄만한 시를 지어서 足爲千載貽 족위천재이 천년 뒤에 남길만한 것도 없다네
撫掌自大笑 무당자대소 손바닥을 부비며 홀로 크게 웃다가 笑罷復吟之 소파부음지 웃음을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 본다 生死必由是 생사필유시 살고 죽는 것이 필시 시 때문일 터이니 此病醫難醫 차병의난의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어렵도다 兒三百飮酒 아삼백음주 아들 三百에게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汝今乳齒已傾觴 여금유치이경상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심공년래필부장 머지않아 네 창자가 다 썩을 게 분명하다 莫學乃翁長醉倒 막학내옹장취도 고주망태 네 아비를 닮을 일이 뭐 있느냐 一生人度太顚狂 일생인도태전광 평생토록 남들이 미치광이라 하는데 一世誤身全是酒 일세오신전시주 몸을 망치는 건 모두가 술 탓인데 汝今好飮又何哉 여금호음우하재 네 녀석도 좋아하니 이게 대체 뭔 일이냐 命名三百吾方悔 명명삼백오방회 어쩌다가 네 이름을 三百이라 지었더니 恐爾日傾三百杯 공이일경사백주 술 삼백잔을 마실까봐 후회가 막심하다
美人怨 미인원 미인의 원망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腸斷啼鶯春 장단제앵춘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네 落花紅簇地 락화홍족지 붉은 꽃 떨어져 온 땅을 덮었는데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향기로운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하여 玉검雙流淚 옥검쌍류루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네
郞信薄如雲 랑신박여운 님의 약속은 부질없는 뜬구름 같고 妾情撓似水 첩정요사수 소첩의 情은 흔들리는 물 같으니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밤 뉘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시름겨운 눈썹을 펴 보려나
詠菊 영국 국화를 읊다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春風三月百花紅 춘풍삼월백화홍 춘삼월 봄바람에 붉게 핀 온갖 꽃들이 不及秋天菊一叢 불급추천국일총 한 떨기 가을하늘의 국화만 못 하구나 芳艶耐寒猶可愛 방염내한유가애 향기롭고 고우면서 추위를 견뎌 오히려 사랑스러운데 殷勤更入酒盃中 은근경입주배중 더구나 술잔 속까지 말없이 들어오네
梨花 이화 배 꽃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初疑枝上雪?花 초의지상설점화 처음엔 가지 위 雪花인 줄 알았는데 爲有淸香認是花 위유청향인시화 맑은 향기가 있어 꽃인 줄을 알았다네 飛來易見穿靑樹 비래이견천청수 푸른 나무 사이 사이로 휘날릴 땐 보이더니 落去難知混白沙 낙거난지혼백사 흰모래에 떨어져 섞이니 알 수 없었네
言悔 언회 말을 뉘우침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我性本訥言 아성본눌언 나는 본디 말이 둔하여 庶幾無口過 서기무구과 지금까지 거의 말 실수 없었는데 昨日率爾言 작일솔이언 어제는 선뜻 내뱉은 말이 我死誰代者 아사수대자 나 죽으면 누가 나를 대신하리 하였네 有客笑而對 유객소이대 객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子語似未可 자어사미가 자네의 그 말은 옳지 못하이 才俊世所稀 재준세소희 뛰어난 재주는 세상에 드무니 當憂代者寡 당우대자과 대신할 이 드물다 근심할 수 있지만 子非異於人 자비이어인 자네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람이라 所益無一箇 소익무일개 세상에 도움준 거 하나도 없다네 何必見代爲 하필견대위 자네같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가 俚唱宜無和 리창의무화 어찌 굳이 대신할 이를 찾는단 말인가 其言雖似알 기언수사알 그의 말이 비록 비방하는 말 같지만 其意未大左 기의미대좌 그 뜻은 크게 틀린 말도 아닌지라 我悔前言失 아회전언실 나는 내 말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起拜再三謝 기배재삼사 일어나 거듭거듭 감사의 절을 했네 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 문국령금농향청주백반 國令으로 농민에게 청주와 쌀밥을 못 먹게 한다는 말을 듣고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長安豪俠家 珠貝堆如阜 장안의 부유한 집에서는 구슬과 패물이 산같 장안호협가 주패퇴여부 이 쌓였는데 용粒瑩如珠 或飼馬與狗 방아 찧어 지은 구슬 같은 쌀밥을 말이나 개용립형여주 혹사마여구 에게도 먹이며 碧료湛若油 霑洽童僕미 기름처럼 맑은 청주를 종들도 마음껏 마시네 벽료담약유 점흡동복미 是皆出於農 非乃本所受 이 모두가 농부에게서 나온 것이지, 날 때부 시개산어농 비내본소수 터 받아 나온 것이 아니네 假他手上勞 妄謂能自富 남들 손의 힘을 빌리고는, 무릇 스스로 부 가타수상노 망위능자부 자가 되었다고 하네 力穡奉君子 是之謂田父 힘들여 농사지어 군자를 봉양하니 그들을 일 력색봉군자 시지위전부 컬어 농부라고 하네 赤身掩短褐 一日耕幾畝 알몸을 베옷으로 가리고 날마다 얼마만큼 땅 적신엄단갈 일일경기무 을 갈았던가 才及稻芽靑 辛苦鋤랑유 벼 싹이 겨우 파릇파릇 돋아나면 고생스럽게 재급도아청 신고서랑유 호미로 김을 매네 假饒得千鍾 徒爲官家守 풍년들어 천종의 곡식을 거두어도 한갓 관청 가요득천종 도위관가수 것밖에 되지 않는다오 無何遭奪歸 一介非所有 어쩌지 못하고 모조리 빼앗겨 하나도 소유하 무하조탈귀 일개비소유 지못하고 乃反掘鳧자 飢부不自救 땅을 파 鳧? 캐 먹다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 내반굴부자 기부불자구 진다오 除却作勞時 何人餉汝厚 노동할 때 아니라면, 누가 이들에게 넉넉히 제각작노시 하인향여후 먹여줄까
所要賭其力 非必愛爾口 바라는 것은 힘을 취하기 위해서이지 이들의 입을 아껴서 소요도기력 비필애이구 가 아니네 粲粲白玉飯 澄澄綠波酒 희디흰 쌀밥이나 맑디맑은 청주는 찬찬백옥반 징징록파주 是汝力所生 天亦不之咎 모두 이들 힘으로 생산한 것이니, 하늘도 이들을 허물치 시여역소생 천역불지구 않으리라 爲報勸農使 國令容或謬 勸農使에게 말하노니, 國令이 혹 잘못된 것이 아니요 위보권농사 국령용혹류
可矣卿與相 酒食염腐朽 높은 벼슬아치들은, 술과 밥에 물려서 썩히고 가의경여상 주식염부후 野人亦有之 每飮必醇酎 野人들도 나누어 갖고는 언제나 청주를 마신다오 야인역유지 매음필순주 游手尙如此 農餉安可後 노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데, 농부들을 어찌 유수상여차 농향안가후 못 먹게 하는가
枯木 고목 죽은 나무 李堪之 이담지 白虹倒立碧山陰 백홍도립벽산음 하얀 햇살, 푸른 산 그늘에 비추고 斤釜人遙歲月深 근부인요세월심 나무꾼도 안온 지 오래 되었네 堪歎春風吹又過 감탄춘풍취우과 봄바람은 또 불어 지나가건만 舊枝無復有花心 구지무복유화심 묵은 가지, 다시 꽃피울 마음 없는 듯
紅燭淚歌 홍촉루가 李塏(朝鮮) 이개 1417~1456 房中紅燭爲誰別 방중홍촉위수별 방안에 켜 있는 촛불 누구와 이별 하였기에 風淚汎瀾自不禁 풍루범란자부금 바람결에 촛농이 주루룩 그칠 줄을 모르는가 畢竟怪伊全似我 필경괴이전사아 끝내 이상하다 저것이 온통 나를 닮아서 任情灰盡寸來心 임정회진촌래심 속 심지 타도록 마음대로 내버려 두는구나
偈頌詩 게송시 李都尉 이도위 學道須是鐵漢 학도수시철한 도를 배우려면 모름지기 무쇠로 된 놈이라야 하리니 着手心頭便判 착수심두편판 손을 붙히고 心頭 편하게 하라 直趣無上菩提 직취무상보제 곧바로 무상보리로 나아가려거든 一切是非莫管 일절시비막영 일체의 시비에 상관하지 말라
閨情 규정 님 기다리는 마음 李端 이단 月落星稀天欲明 월락성희천욕명 달은 지고 별도 듬성, 날이 밝아오는데 孤燈未滅夢難成 고등미멸몽난성 가물거리는 등불아래 꿈도 꾸어지지 않네 披衣更向門前望 피의갱향문전망 저고리 걸치고 행여 님 오시나 문밖에 나서니 不忿朝來鵲喜聲 불분조래작희성 아침 기쁜 까치우는 소리에,원망하지 아니하리
撲棗謠 박조요 대추 따는 아이 李達 이달 1539~1612 隣家小兒來撲棗 인가소아래박조 옆집 어린아이 대추 따는 것을 보고 老翁出門驅小兒 노옹출문구소아 할아버지 문을 나서며 아이를 쫓네 小兒還向老翁道 소아환향노옹도 어린아이 노인을 돌아보며 말하길 不及明年棗熟時 불급명년조숙시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사시지도 못할 텐데
田家行 전가행 농가의 아낙 李達 이달 田家少婦無野食 전가소부무야식 농가의 젊은 아낙 끼니 거리 없어 雨中刈麥草間歸 우중예맥초간귀 보리 베어 빗속에 풀섶길로 돌아오네 生薪帶濕烟不起 생신대습연불기 풋나무는 젖어 연기조차 나지 않고 入門女兒啼牽衣 입문여아제견의 딸내미는 옷자락에 매달리어 칭얼대네
佛日庵贈因雲釋 불일암 인운 스님에게 李達 이달 寺在白雲中 사재백운중 절이 흰구름 속에 묻혀있네 白雲僧不掃 백운승불소 흰구름 스님은 쓸지 않고 客來門始開 객래문시개 객이 와서야 비로소 문을여니 萬壑松花老 만학송화로 온 골자기에 송화꽃 날리네
祭塚謠 제총요 李達 이달 1561~1618 白犬前行黃犬隨 백견전행황견수 흰둥이는 앞서 가고 누렁이는 따라가고 野田草際塚루루 야전초제총루루 들 밭가의 풀숲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老翁祭罷田間道 노옹제파전간도 제사 지낸 늙은이는 밭 사이 난 길로 日暮醉歸扶小兒 일모취귀부소아 저물 녘 아이 부축 받고 술 취해 돌아오네
畵鶴 화학 그림속에 학 李達(朝鮮) 이달 1539~1612 獨鶴望遙空 독학망요공 한마리 학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夜寒拳一足 야한권일족 밤은 찬데 한 다리를 들고 서 있네 西風苦竹叢 서풍고죽총 참대 숲에 서풍이 불어오더니 滿身秋露滴 만신추로적 온 몸에 가을 이슬 맺혀있네
刈麥謠 예맥요 보리베는 노래 李達 이달 田家少婦無夜食 전가소부무야식 시골집 젊은 아낙 저녁 거리가 없어서 雨中刈麥林中歸 우중예맥림중귀 빗속에 보리 베어 숲속으로 돌아오니 生薪帶濕煙不起 생신대습연불기 생나무는 습기 먹어 불길도 일지 않고 入門兒女啼牽衣 입문아녀제견의 문에 들어서니 어린 딸은 옷 잡고 우는구나
神勒寺 신륵사 李達善 이달선 禪房僧已寂 선방승이적 선방의 승려들 이미 고요해지고 獨坐夜將分 독좌야장분 혼자 앉으니 밤은 깊어가는구나 知有漁舟過 지유어주과 고깃배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 江心人語聞 강심인어문 강 가운데서 사람의 말소리 들린다
閨情 규정 李達衷 이달충 ~1385 贈君同心結 증군동심결 저는 그대에게 동심매듭을 드렸고 貽我合歡扇 이아합환선 그대는 제게 합환선을 주셨지요 君心竟不同 군심경불동 그대 마음 끝내 같지 않아 好惡千萬變 호악천만변 사랑하고 싫어함이 천만번 변하니 我歡亦未成 아환역미성 저는 어디에서 기쁨 찾을까요 憔悴日夜戀 초췌일야련 밤낮으로 그대 그리워 야위어 갑니다 棄捐不怨君 기연불원군 날 버리셨어도 그대 원망 안 해요 新人多婉련 신인다완련 젊고 아름다운 새 여인을 얻으셨으나 婉련能幾時 완련능기시 그 아름다움 얼마나 갈까요 光陰疾於箭 광음질어전 세월은 화살보다 빠른 것을 焉知如花人 언지여화인 어찌 알리오, 꽃과 같은 저 여인도 亦有欺皺面 역유기추면 얼굴에 주름질 날이 있다는 것을
秋雨 추우 가을 비 李德懋 이덕무 1741~1793 徹夜農談野客留 철야농담야객유 유숙하는 야객과 밤새워 농사 얘기 雨垂甲子角禾頭 우수갑자각화두 갑자일 내린 비에 벼눈에 싹난다네 灑池蓼病紅將退 쇄지륙병홍장퇴 못에 심은 시든 여뀌꽃엔 붉은 빛 사라지고 滴체족凉語轉幽 적체족량어전유 그윽히 섬돌에 떨어지는 발자국 소리,맑은 말소리 已厭多霖過半歲 이엽다림과반세 이미 반년이 넘도록 많은 장마가 계속되니 預愁無月作中秋 예수무월작중추 달 없는 한가위 맞을까 미리부터 근심한다 乍騰米價群商喜 사등미가군상희 쌀값이 폭등하여 장사치들 기뻐한다 但願年豊此輩休 단원년풍차배휴 제발 풍년 들어 이런 놈들 사라졌으면 하네
秋夜雜感 추야잡감 가을 밤 온갖 느낌 李德懋(炯菴) 이덕무 1741~1793 四壁蟲聲空自勞 사벽충성공자노 벌레 소리에 둘러싸여 부질없이 홀로 괴로운데 江鴻漠漠入雲高 강홍막막입운고 강 위 기러기떼는 아득히 높은 구름 속에 날아든다
寒燈誦咽靈均賦 한등송인령균부 쓸쓸한 등불 아래서 굴원의 초사를 읽다가 大石磨?日本刀 대석마번일본도 큰 숫돌에 뒤집어 일본칼을 갈아 보기도 한다
天地寧爲耕釣수 천지녕위경조수 천지간에 생겨나서 어찌 밭갈이와 낚시질로 보내랴 英雄不願狗鷄曺 영웅불원구계조 영웅이 개나 닭처럼 되기를 바랄 수야 없지
奇男從古多韜彩 기남종고다도채 기이한 남자는 예부터 광채를 숨기나니 霧豹深林知惜毛 무표심림지석모 깊은 숲 안개 속, 표범은 털빛을 아낄 줄 아네
歷路訪李伯瞻 역로방이백첨 李伯瞻 찾아 가는 길에서 李德懋 이덕무 1741~1793 瓜盤聽雨思疇昔 과반청우사주차 오이 먹으며 지난 날 생각하니 빗소리 들리고 紙유談詩到夕陽 지유담시도석양 詩를 이야기하니 들창에 석양빛 비친다
近宅秋聲連古木 근택추성연고목 집 근처, 가을소리 고목에 이어지고 注江雲氣結微霜 주강운기결미상 강에 머문 구름기운 가는 서릿발 맺었구나
松邊白堞歸程遠 송변백엽귀정원 소나무옆 하얀 城堞위 갈 길도 먼데 留約籬花共읍香 유약리화공읍향 울타리의 꽃향기 함께 맡자 약속하네
曉發延安 효발정안 새벽녘 延安을 떠나며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不已霜鷄郡舍東 불이상계군사동 客舍 동쪽 새벽닭 울음 그치지 않고 殘星配月耿垂空 잔성배월경수공 새벽별은 달을 짝해 하늘에 반짝인다 蹄聲笠影?朧野 제성립영몽롱야 말굽소리 갓 그림자 몽롱한 들판에 行踏閨人片夢中 행답규인편몽중 꿈 속에서 아가씨를 밝으며 가네
村家 촌가 시골집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荳穀堆邊細逕分 두곡퇴변세경분 콩깍지더미 옆 작은 길 나누어지고 紅暾稍遍散牛群 홍돈초편산우군 붉은 해 솟으니 소 떼는 여기저기로 흩어지네 娟靑欲染秋來峀 연청욕염추래수 산 아래 가을 하늘을 고운 푸른빛으로 물들이려니 秀潔堪餐霽後雲 수결감찬제후운 빼어나게 깨끗한 하늘에 비 갠 뒤 구름 먹고 싶어라
曉望 효망 새벽녘에 바라보니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吠犬村村有 폐견촌촌유 마을마다 개들이 짖어대고 飢鴉樹樹啼 기아수수제 나무마다 굶주린 까마귀 울어대네 凌凌寒폄骨 릉릉한폄골 싸늘한 추위는 뼛골을 찌르는데 山月遠天低 산월원천저 산 위에 달은 먼 하늘에 나직히 떠 있네
酬曾若 주증락 너를 일찍 보내며 李德懋(炯菴) 이덕무 1741~1793 達觀事外烟棲神 달관사외연서신 사물의 본질을 달관하며 정신을 기르느라 白荳영扉掩涉旬 백두영비엄섭순 콩덩굴이 사립문에 얽히도록 열흘이나 닫아 두었다오 長夏凉思繁葉樹 장하량사민엽수 긴 여름,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시원함 느끼며 南山幽臥素心人 남산유와소심인 남산골 깊은곳, 마음이 깨끗한 사람 누웠다오 盆花故起涓涓色 분화고기연연색 화분의 꽃은 회색 빛을 띠고 일어나 죽어있고 檻日爭禁재재辰 감일쟁금재재신 난간의 해는 빠른 세월 다투어 막는다오 勁익飛鷗遙目送 경익비구요목송 날아가는 갈매기, 힘찬 날개짓 멀리서 바라보니 映空自在水雲身 영공자재수운신 허공을 비추며 저절로 구름과 한몸이 되었네
朝詠 조영 아침에 읊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無事高人住 무사고인주 일 없는 고상한 사람이 머물어 菊籬成小門 국리성소문 국화 울타리에 조그마한 문 내었다 二年江漢夢 이년강한몽 두 해 동안 강 사람의 꿈이 있어 終夜古今言 종야고금언 밤이 새도록 古今을 이야기한다 庭落何來葉 정락하래엽 뜰에 떨어진 잎은 어디서 날아 왔는지 墻明遠處村 장명원처촌 담장넘어 먼 곳의 마을이 환히 보인다 生涯雲水外 생애운수외 구름과 물 밖의 한가한 생애 晴日散鷄豚 청일산계돈 개인 날씨에 닭과 돼지가 흩어진다
偶題 우제 우연히 짓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身似太倉제米陳 신사태창제미진 몸은 큰 창고에 늘어놓은 쌀톨 같지만 乾坤兀兀坐江濱 건곤올올좌강빈 天地간 강가에 우뚝이 앉아있다오 詩能日課徒閒士 시능일과도한사 시를 일과로 삼는 한갓 한가로운 선비지만 松耐霜寒是可人 송내상한시가인 찬 서리 이긴 소나무에 견줄 만한 사람이라오
偶吟 우음 우연히 이덕함 紫陌難投足 자맥난두족 번화한 거리에는 발붙이기 싫어 柴門獨保閒 시문독보한 문 닫아걸고 홀로이 한가롭게 살아가네 文章無補世 문장무보세 나의 문장이 세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踪跡且歸山 종적차귀산 발걸음 이 산골로 돌려야 했네
詹月淸詩肺 첨월청시폐 처마에 걸린 달이 시상을 맑게하고 溪風灑醉顔 계풍쇄취안 계곡 바람은 취한 얼굴 씻어주네 靈芝何處秀 영지하처수 신령한 영지는 어디에서든 뛰어나 我欲採而還 아욕채이환 나도 캐어 돌아오고 싶어라
齋居卽事 재거즉사 李民宬 이민성 1570~1629 爭名爭利意何如 쟁명쟁리의하여 명예 이익 다퉈보니 어떠하던가 投老山林計未疎 두로산림계미소 늙어 山林 깃드니 뜻 성글지 않도다 雀묵荒주人斷絶 작묵망주인단절 거친 뜰 참새 짖고 사람은 없어 竹窓斜日臥看書 죽창사일와간서 竹窓 빗긴 해에 누워 책을 보노라
春香歌 춘향가 李夢龍 이몽룡
金樽美酒千人血 금준미주천인혈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천사람의 피 요 玉盤佳肴萬姓膏 옥반가효만성고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 촉루락시민루락 촛불 눈물 떨러질 때 백성의 눈물 떨러지고 歌聲高處怨聲高 가성고처원성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더라
閨怨 규원 여인의 원망 李梅窓 이매창 1513~1550 相思都在不言裡 상사도재불언리 말로 하지 못하는 애끓는 심정 一夜心懷빈半絲 일야심회빈반사 밤새, 품은 마음에 머리 半이나 희었다오 欲知是妾相思苦 욕지시첩상사고 소첩의 그리운 정 아시려거든 須試金環減舊圓 수시금환감구원 금반지 닳아진것을 보시구려
御水臺 어수대 御水臺에서 李梅窓 이매창 1513~1550 王在千年寺 왕재천년사 왕이 있었던 천년이 지난 옛절에 空餘御水臺 공여어수대 공허히 御水臺만 남아 있네 往事憑誰問 왕사빙수문 지난 일, 아무도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臨風喚鶴來 임풍환학래 바람이 불러온 鶴을 내려다본다
閑居 한거 한가히 살며 李梅窓(朝鮮) 이매창 1513~1550 石田茅屋掩柴扉 석전모옥엄시비 돌 밭,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花落花開辨四時 화락화개변사시 꽃 지고 꽃 핀들 계절을 알 수 있겠는가 峽裡無人晴盡永 협리무인청진영 골짝엔 사람 없고 맑은 날은 길기도 한데 雲山炯水遠帆歸 운산형수원범귀 구름 낀 산, 반짝이는 물에 멀리 돛단배 돌아온다
贈醉客 증취객 술 취하신 님 李梅窓(朝鮮) 이매창 1513~1550 醉客執羅衫 취객집나삼 술 취하신 님 사정없이 날 끌어당겨 羅衫隨手裂 나삼수수렬 끝내는 비단저고리 찢어 놓았지 不惜一羅衫 불석일나삼 비단 저고리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지요 但恐恩情絶 단공은정절 맺힌 정 끊어질까 두려워 그렇지요
題墨松圖 제묵송도 소나무 그림에 부쳐 李方膺(淸) 이방응 1695~1754 一年一年復一年 일년일년복일년 그 동안 살아온 수많은 세월 根盤節錯鎖寒煙 근반절착쇄한연 뿌리 뻗고 가지 무성 찬 기운이 서렸네 不知天意留何用 부지천의유하용 이를 남긴 하늘의 뜻 알 수 없거니와 虎爪龍鱗老更堅 호조용린노갱견 범 발톱, 용 비늘 늙어갈수록 더욱 단단하구나
奇東魯二穉子 기동로이치자 東魯에 있는 불쌍한 어린자식들 李白(唐) 이백 701~762 吳地桑葉綠 오지상엽록 吳地의 뽕잎 푸르름 더하고 吳蠶已三眼 오잠이삼안 누에는 벌써 새 잠이 들었네 我家奇東魯 아가기동노 그리운 내 집,東魯에 있건만 誰種龜陰田 수종귀음전 구산 기슭 뽕나무는 누가 가꿀지
春事已不及 춘사이불급 농부는 한창 봄 일에 바쁘나 江行復茫然 강행부망연 무심한 강은 유유히 흐르네 南風吹歸心 남풍취기심 남풍에 고향에 가고픈 마음 실어나 볼까 飛墮酒樓前 비수주루전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주루 樓東一株桃 루동일주도 주루의 양지녘엔 복숭아 한 그루 枝葉拂淸煙 지엽불청연 지금 쯤 도화는 만발했으니 此樹我所種 차수아소종 내가 몸소 심었던 그 나무 別來向三年 별래향삼년 떠난지 벌써 삼년이 되었네
桃今與樓齊 도금여루제 복숭아와 주루는 여전하겠지 我行尙未族 아행상미족 아직도 타향에서 떠도는 신세 嬌女子平陽 교여자평양 귀여운 내 딸 평양 折花倚桃邊 절화의도변 복숭아 가지 꺽어 내 생각 할까
折花不見我 절화불견아 그러나 뵈지 않는 아빠의 얼굴 淚下如流泉 루하여류천 말없이 홀로 서서 눈물 흘리리 小兒名伯禽 소아명백금 귀여운 내 아들 伯禽 與姝亦齊肩 여주역제견 누이와 함께 오늘도 아빠 생각
雙行桃樹下 쌍행도수하 복숭아 나무 아래도 나란히 걸어가는 撫肩復誰憐 무견복수련 그 누가 돌아보아 주리 念此失次第 념차실차제 오늘도 자식 생각 肝腸日憂煎 간장일우전 날마다 애간장 태우네
宣州謝조樓餞別校書叔雲 선주사조루여별교서숙운 (宣州謝 조樓에서 校書, 叔雲을 전송하며) 李白(唐) 이백 701~762 棄我去者 기아거자 날 버리고 떠난 昨日之日不可留 작일지일불가류 어제는 만류할 수 없거니와 亂我心者 난아심자 나를 괴롭히는 今日之日多煩憂 금일지일다번우 오늘 또한 시름만 더할 뿐 長風萬里送秋雁 장풍만리송추응 휘몰아오는 바람, 가을의 기러기를 보내고 對此可以감高樓 대차가이감고루 지금은 이 높은 누대에서 곤드래 마신다 蓬萊文章建安骨 봉래문장건안골 그대 蓬萊의 문장과 建安의 높은 기풍 지녔고 中間小謝又淸發 중간소사우청발 그거기다 소사같은 청신한 재주 지녔어라 俱懷逸興壯思飛 구회일흥사사비 그대에게는 표일한 감흥에다 장엄한 사색 欲上靑天覽日月 욕상청천람일월 마치 하늘에 솟구쳐 달도 보고 해도 보려니 抽刀斷水水更流 추도단수수갱류 칼로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擧杯銷愁愁更愁 거배쇄수수경수 술로 시름 달래도 시름은 더욱 서글퍼 지네 人生在世不稱意 인생재세불칭의 인생은 가도가도 어려워, 明朝散髮弄扁舟 명조산발농편주 내일이라도 머리칼 휘날리며 조각배 타고 놀리라 南陵別兒童入京 남릉별아동입경 남릉에서 아들과 헤어지며 李白(唐) 이백 701~762 白酒新熟山中歸 백주신숙산중귀 흰 술이 익을 무렵 두메로 돌아오면 黃鷄啄黍秋正肥 황계탁서추정비 노란 닭이 기장을 쪼며, 가을은 한창 살찐다 呼童烹鷄酌白酒 호동팽계작백주 동자를 불러 닭을 잡고, 흰 술을 따르면 兒女嬉笑牽人衣 아여희소견인의 아녀자에 꼬마까지 희희낙락 서로의 옷자락을 끈다 高歌取醉欲自慰 고가취취욕자위 부어라 마셔라! 목청을 돋구어 스스로 달래고 起舞落日爭光輝 기무락일쟁광휘 너울 너울 춤을 추노라면, 찬란한 광채가 노을보다 부셔라 游說萬乘苦不早 유세만승고불조 이제사 황제를 뵙나니, 한스럽다 늦은 연분이 著鞭跨馬涉遠道 착편고마섭원도 달려라! 먼길을 어서 달려라! 준마의 등짝에 채찍을 친다 會稽愚婦輕買臣 회계우부경매신 회계의 어리석은 아낙네가 가난한 주매신을 업신여기듯 余亦辭家西入秦 여역사가서입진 나 또한 집을 나서 장안을 간다 仰天大笑出門去 앙천대소출문거 하늘 보며 껄껄 웃고, 문 밖을 나서니 我輩豈是蓬蒿人 아배기시봉호인 우린들 어찌, 초야에만 묻히랴 對酒問月 대주문월 달에게 묻다 李白(唐) 이백 701~762 靑天有月來機時 청천유월래기시 맑은 하늘 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我今停盃一問之 아금정배일문지 내 지금 잔 멈추고 물어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 인반명월불가득 사람이 달을 잡아둘 순 없어도 月行却與人相隨 월행각여인상수 달은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네 皎如飛鏡臨丹闕 교여비경임단궐 달빛은 선궁의 나는 거울처럼 綠烟滅盡淸輝發 녹연멸진청휘발 푸른 안개 걷이고 맑게 빛나네 但見宵從海上來 단견소종해상래 밤이면 바다 위에 고이 왔다가 寧知曉向雲間沒 영지효향운간몰 새벽이면 구름 속에 사라지네 白兎搗藥秋復春 백토도약추복춘 옥토끼는 계절 없이 약을 찧고 姮娥細栖與誰隣 항아세서여수린 항아는 누구에게 의지해 사나 今人不見古時月 금인불견고시월 사람은 옛날 달을 볼 수 없어도 今月曾經照古人 금월증경조고인 저 달은 옛 사람도 비추었으리 古人今人若流水 고인금인약류수 사람은 언제나 물처럼 흘러가도 共看明月皆如此 공간명월개여차 밝은 달은 모든 것 다 보았으리 惟願當歌對酒時 유원당가대주시 내가 노래하며 잔을 들 때에 月光長照金樽裏 월광장조금준리 달빛이여 오래도록 잔을 비춰라
渡荊門送別 도형문송별 荊門山을 넘어 송별하며 李白(唐) 이백 701~762 渡遠荊門外 도원형문외 멀리 荊門山 밖으로 건너와 來從楚國遊 래종금국유 楚땅에서 노닐게 되었는데 山隨平野盡 산수평야진 산은 평야를 따라 다하고 江入大荒流 강입대황류 강은 넓은 들로 흘러드네 月下飛天鏡 월하비천경 달이 떨어지니 天鏡이 나는 듯하고 雲生結海樓 운생결해루 구름 피어나 신기루를 이루네 仍憐故鄕水 잉린고향수 고향의 강물 더욱 그리워하며 萬里送行舟 만리송행주 만리로 떠나는 배 전송하네 525 烏夜啼 오야제 까마귀 우는 밤에 李白(唐) 이백 701~762 黃雲城邊烏欲棲 황운성변오욕서 노을지는 성 주변에 까마귀 깃들고자 歸飛啞啞枝上啼 귀비아아지상제 날아와 까악까악 가지 위에 홀로 울고 機中織錦秦川女 기중직금진천녀 베틀 위 비단 짜는 진천의 아가씨 碧紗如烟隔窓語 벽사여연격창어 연기 같은 창 너머 정든 님 목소린가 停梭창然憶遠人 정사창연억원인 물레북 손에 든채 멀리 떠난 그대 생각하며 獨宿空房淚如雨 독숙공방누여우 빈방에 홀로 자니 눈물이 비오는 듯 久別離 구별리 오랜 이별 李白(唐) 이백 701~762 別來幾春未還家 별래기춘미환가 헤어진 지 몇해던가 돌아가지 못한 채 玉窓五見櫻桃花 옥창오견루조화 옥창에도 어느덧 다섯 번이나 앵두꽃 피었겠지 況有錦字書 황유금자서 비단에 쓴 아내 편지 開緘使人嗟 개함사인차 뜯으면서 흘리는 한숨 至此腸斷彼心絶 지차장단피심절 아내는 애가 끓어 울며 불며 雲환綠빈罷梳結 운환록빈파소결 검은 머리 윤나는 머리채를 곱게 빗어 동여 맸지만 愁如回포亂白雪 수여회포난백설 회오리 같은 시름에 눈발이 흩날리겠지 去年寄書報陽臺 거년기서보양대 지난해엔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듯 今年寄書重相催 금년기서중상최 올해에도 서둘러 편지를 보내네 東風兮東風 동풍혜동풍 봄바람아 어서 불어라 爲我吹行雲使西來 위아취행운사서래 그대를, 구름이 흐르듯 서쪽으로 보내 주오 待來竟不來 대래경부래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대 오지 않고 落花寂寂委靑苔 락화적적위청태 꽃잎만 소리 없이 파란 이끼에 쌓이네
金陵酒肆留別 금릉주사류별 금릉 술집에서의 석별 李白(唐) 이백 701~762 風吹柳花滿店香 풍취류화만점향 바람 살살, 버들꽃 펄펄 주막집에 향기 그윽한데 吳姬壓酒喚客嘗 오희압주환객상 吳땅의 아가씨 방금 뜬 술로 맛을 보라 권하네 金陵子弟來相送 금릉자제래상송 금릉의 젊은이들 나를 전송하거늘 欲行不行各盡觴 욕행부행각진상 갈 길 차마 일어서지 못한 채 한잔 드세 또 한잔 드세 請君試問東流水 청군시문동류수 여보게! 저 동쪽으로 흐르는 물 보고 물어 보게 別意與之誰短長 별의여지수단장 그대들 말리는 정과 견줄 때 어느 것이 깊겠는가
與夏十二登岳陽樓 여하십이등악양루 악양루에 올라 李白(唐) 이백 701~762 樓觀岳陽盡 루관악양진 누각 경치로는 악양루가 그만 川逈洞庭開 천형동정개 강물 아득히 흐르고 동정호가 탁 트였네 雁引愁心去 안인수심거 기러기는 내 맘 속 근심 끌고 날아가고 山銜好月來 산금호월래 산은 둥근 달 머금고 다가서네 雲間連下榻 운간연하탑 구름 사이에 잠시 머물고 天上接行杯 천상접행배 하늘 위에서 술잔 주고 받네 醉後凉風起 취후량풍기 취하니 또 서늘한 바람 일어 吹人舞袖回 취인무수회 너울너울 춤추는 사람 옷소매 휘두르네 山中問答 산중문답 李白(唐) 이백 701~762 問余何意棲碧山 문여하의서벽산 나에게 왜 청산에 사느냐고 물으면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웃으며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물따라 묘연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 일세
將進酒 장진주 술을 올립니다 李白(唐) 이백 701~762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아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황하가 하늘 저 위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 분류도해부복회 바다로 줄달음한 뒤 다시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걸. 又不見 우불견 또한, 보지 못하였는가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고당의 노인이 저 거울 앞에서 백발을 보고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아침만 해도 파랗던 머리에 그 날 밤 흰 눈이 웬말이냐는 탄식을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뜻을 얻었거든 마음껏 즐기게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술둥이에 왜 달만 둥둥 떠 있나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를 세상에 보냈을 때 필시 쓸모가 있겠거늘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복래 가져온 돈은 모두 쓰자구나 그러면 다시 벌리려니 烹羊宰牛且爲樂 팽양재우차위락 염소도 잡고 소도 잡아 노세 노세 만껏 노세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삼백배 장부가 잔을 잡았거든 삼백 잔을 비워야지 岑夫子, 丹邱生 잠부자, 단구생 岑선생! 丹邱형! 將進酒, 杯莫停 장진주, 배막정 드세 드세 잔을 드세 與君歌一曲 여군가일곡 내 노래 한 번 하려니 請君爲我傾耳聽 청군위아경이청 그대 귀를 기울이게 ! 鐘鼓饌玉不足貴 종고찬옥불족귀 종치고 북치면서 산해진미 무얼하나 但願長醉不用醒 단원장취불용성 취하면 그만이고 안 깨면 더 좋은 걸 古來聖賢皆寂寞 고래성현개적막 옛날부터 성현이란 모두 쓸쓸해 惟有飮者留其名 유유음자유기명 어찌 술꾼처럼 천고에 이름을 남기랴! 陳王昔時宴平樂 진왕석시연평락 진왕도 별거있나. 평락사에서 잔치나 벌이고 斗酒十千恣歡謔 두주십천자환학 천금 가는 말술을 퍼붓고는 마음껏 즐기지 않았었나 主人何爲言少錢 주인하위언소전 주인 되는 사람이 돈이 없어서야 徑須沾取對君酌 경수첨취대군작 얼른 술을 대령해서 그대와 취할거야 五花馬, 千金구 오화마, 천금구 오색빛 찬란한 말이나 천금의 가죽 옷은 어디에 쓰나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 동자 불러 美酒와 바꾸어다가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 얼씨구 절씨구, 우리 만고의 시름을 녹이세 ☞ 逈= 멀다,빛나다, 아득히. 銜= 재갈 함.물다,머금다,품다,원망하다. 榻= 걸상, 긴 의자.
奔亡道中 분망도중 도망길에 李白(唐) 이백 701~762 묘묘望湖水 묘묘망호수 아득히 호수를 바라보면 靑靑蘆葉齊 청청노엽제 파랗게 갈대 잎의 바다 歸心落何處 귀심락하처 돌아가는 마음 어디서 머물까 日沒大江西 일몰대강서 해는 강 저편에 지는데 歇馬傍春草 헐마방춘초 말에게 봄풀을 먹이면서 欲行遠道迷 욕행원도미 내다보면 길은 아련할 뿐 誰忍子規鳥 수인자규조 누가 소쩍새를 견디라 連聲向我啼 연성향아제 소리소리 나를 울리네 ☞ 묘= 아득할 묘. 蘆= 갈대로. 齊= 가지런할 제.
把酒問月 파주문월 술잔들고 달에게 묻다 李白(唐) 이백 701~762 靑天有月來幾時 청천유월래기시 하늘의 저 달은 언제부터 떠 있는가 我今停杯一問之 아금정배일문지 나는 지금 술잔을 놓고 물어본다 人攀明月不可得 인반명월부가득 사람이 달을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지만 月行却與人相隨 월행각여인상수 달은 떠서 사람을 따라 서로 지내나니 皎如飛鏡臨丹闕 교여비경임단궐 달이 거울처럼 밝아 仙宮에 비치니 綠烟滅盡淸輝發 록연멸진청휘발 뿌연 아지랑이 걷히고 빛이 쏟아지네 但見宵從海上來 단견소종해상래 다만 밤마다 바다 위에 떠오는 것을 보지만 寧知曉向雲間沒 녕지효향운간몰 어찌 새벽에 구름 속에서 져 가는 것을 알 것인가 白兎搗藥秋復春 백토도약추복춘 옥토끼 약을 찌면서 봄가을 지내고 姮娥孤柶與誰隣 항아고사여수린 선녀 외로이 살아가니 누구와 이웃할까 今人不見古時月 금인부견고시월 지금 사람 옛 달을 보지 못하였으나 今月曾經照古人 금월증경조고인 지금 달 일찍이 옛사람 비추어 왔네 古人今人若流水 고인금인약류수 고인, 금인 흐르는 물과 같아서 共看明月皆如此 공간명월개여차 밝은 달 보는 것이 이와 같았지 惟願當歌對酒時 유원당가대주시 바라건대 노래하고 술 마실 때에 月光長照金樽裏 월광장조금준속 달빛이여, 이 술잔에 길이 비쳐다오
薩蠻 보살만 李白(唐) 이백 701~762
平林漠漠煙如織 평림막막연여직 막막한 수풀 자욱한 연기 寒山一帶傷心碧 한산일대상심벽 겨울이 오는 산자락엔 슬프도록 푸르른 나무 暝色入高樓 명색입고루 저녘 노을이 비치는 다락 有人樓上愁 명색입고루 그 다락에 동그마니 홀로 있는 사람 玉階空佇立 옥계공저립 섬돌에 우두커니 서면 宿鳥歸飛急 숙조귀비급 푸드득 둥지로 돌아서는 새소리 何處是歸程 하처시귀정 어느 길로 돌아갈까 長亭連短亭 장정연단정 커다란 정자 너머로 저기 작은 정자
越中覽古 월중람고 越나라 古跡을 보며 李白 이백 701~762 越王勾踐破吳歸 월왕구천파오귀 越王, 勾踐이 吳나라를 치고 돌아오던 날 義士還家盡錦衣 의사환가진금의 義士들 개선 길엔, 저마다 빛나는 비단옷 女如花滿春殿宮 관여여화만춘전 그 날 꽃 같던 궁녀들이 봄의 궁전을 메웠으련만 只今唯有자고飛 지금유유자고비 단지 지금은 자고鳥만 훨훨 날고 있네
淸平調詞 청평조사 李白(唐) 이백 701~762 雲想衣裳花想容 운상의상화상용 구름을 보면 그대의 옷이, 꽃을 보면 그대의 얼굴이 생각난다 春風拂檻露華濃 춘풍불함로화농 봄바람이 난간을 스치고 이슬방울 아름다운데 若非群玉山頭見 약비군옥산두견 만일 선녀같은 우리님을 군옥산에서 못 뵈오면 會向瑤臺月下逢 회향요대월하봉 달빛 아래 요대에서 우리 서로 만나리라 一枝濃艶露凝香 일지농염로응향 한 떨기 농염한 꽃, 이슬이 향기를 머금었는데 雲雨巫山枉斷腸 운우무산왕단장 비구름 조화피우는 무산신녀도 부러워 하는데 借問漢宮準得似 차문한궁준득사 아아, 그 옛날 한궁의 미녀들도 어찌 그대와 비하리오 可憐飛燕倚新粧 가련비연기신장 아름다운 조비연이 단장하고 나온 듯 하여라 名花傾國雨相歡 명화경국우상환 꽃도 미인도 즐거움에 취한 듯 長得君王帶笑看 장득군왕대소간 우리 임금 기뻐서 바라보며 미소짓네 解釋春風無限恨 해석춘풍무한한 살랑이는 봄바람에 온갖 근심 보내고 沈香亭地倚欄干 심향정지기란간 심향정 북쪽 난간 기대어 서있네
春夜宴桃李園序 춘야연도리원서 봄날 밤 복사꽃 동산에서 즐기다 李白(唐) 이백 701~762 夫天地者 萬物之逆旅 부천지자 만물지역려 무릇 천지는 만물의 逆旅이요 光音者 百代之過客 광음자 백대지과객 光音은 영원한 過客이로다 而浮生若夢 爲歡幾何 이부생약몽 위환기하 부평초 같은 인생 꿈과 같으니 기쁨이야 그 얼마나 되겠는가 古人秉燭夜遊 고인병촉야유 옛사람이 손에 촛불을 밝혀든 채 밤에 유유자적하였음은 良有以也 양유이야 진실로 까닭이 있었음이라 況陽春召我以煙景 황양춘소아이연경 하물며 화창한 봄날은 아지랑이 낀 경치로써 나를 부르고 大塊假我以文章 대괴가아이문장 대자연(大鬼)은 문장으로써 나에게 빌려줌에랴 會桃李之芳園 회도리지방원 복숭아꽃, 오얏꽃 활짝 핀 동산에 모여 序天倫之樂事 서천륜지락사 天倫(형제)끼리 즐거운 일을 차례로 서술하니 群季俊秀 皆爲蕙連 군계준수 개위혜련 여러 아우들의 뛰어남은 사혜련과 같은데 吾人詠歌 獨慙康樂 오인영가 독참강락 내가 읊는 노래만이 강락후에 부끄러울 뿐이네 幽賞未已 유상미이 그윽한 경치 感賞은 아직 끝나지 않고 高談轉淸 고담전청 격조 높은 이야기는 점점 맑아지네 開瓊筵以坐花 개경연이좌화 옥 자리를 펴고 꽃을 대하여 앉아 飛羽觴而醉月 비우상이취월 새깃 모양의 술잔을 주고받으며 달빛에 취하니 不有佳作 何伸雅懷 하신아회 불유가작 아름다운 시가 있지 않으면 어찌 고아한 회포를 펴리요 如詩不成 여시불성 만약 시를 이루지 못한다면 罰依金谷酒數 벌의금곡주수 金谷의 예에 의하여 벌주 석 잔을 마셔야 하리
贈從弟南平太守之遙 증종제남평태수지요 李白(唐) 이백 701~762 一朝謝病遊江海 일조사병유강해 하루 아침 장안을 떠나 전국을 유랑하니 疇昔相知幾人在 주석상지기인재 옛날 친구들 아직도 있건마는 前門長揖後門關 전문장읍후문관 웃으며 대하나 둘아서면 남이네 今日結交明日改 금일결교명일개 아! 친구간의 우정이란 이다지도 무심한가
夜坐吟 야좌음 추운 밤에 읊노라 李白(唐) 이백 701~762 冬夜夜寒覺夜長 동야야한각야장 겨울밤 차거운 밤은 그토록 지루하거늘 沈吟久坐坐北堂 침음구좌좌북당 나직히 읊조리며 북당에 앉았네 빙合井泉月入閨 빙합정천월입규 우물에 얼음이 깔리고 달빛은 규방에 스미거늘 金缸靑凝照悲啼 금강청의조비제 등잔불 파랗게 망울지며 눈물을 비추네 金缸滅 啼轉多 금강멸 제전다 심지는 꺼지고 흐느낌은 남고 掩妾루 청君歌 엄첩루 청군가 여인이 눈물을 감추면 아련히 그대 노래 들리네 歌有聲 妾有情 가유성 첩유정 노래엔 소리 넘치고 여인에겐 사랑 끓나니 情聲合 兩无違 정성합 양무위 사랑과 노래 어울릴 때 몸도 마음도 하나 되었네 一語不入意 일어부입의 어쩌다가 한 마디 어긋날 때 從君萬曲梁塵비 종군만곡양진비 그대 노래 천번 만번 불러 세상을 떨친들 무삼하리
行路難 1 행로난 가는 길이 힘들어 李白(唐) 이백 701~762 金樽청酒斗十千 금준청주도십천 황금 술단지 맑은술 한 말, 만금이고 玉盤珍羞直萬錢 옥반진수직만전 옥쟁반에 진기한 안주 만냥이라 停盃投箸不能食 정배투저불능식 술잔을 멈추고 젓가락 놓으니 먹을 수 없고 拔劍四顧心茫然 발검사고심망연 칼 뽑아 사방 둘러보니 마음이 망망하다 欲渡黃河氷塞川 욕도황하빙색천 황하 건너자니 얼음이 강을 막고 있고 將登太行雪暗天 장등태항설암천 태항산 오르자니 눈내려 하늘이 어둡네 閑來垂釣碧溪上 한래수조벽계상 한가히 푸른 시냇가에 낚시 드리우다가 忽復乘舟夢日邊 홀복승주몽일변 홀연히 다시 배타고 서울 가는 꿈 꾸었네 行路難 行路難 행로난 행로난 갈 길 어려워라, 갈 길 어렵구나 多岐路 今安在 다기로 금안재 길림길 많은데 지금 여기 어디인가 長風破浪會有時 장풍파랑회유시 긴 바람 타고 파도 헤칠 때 만나면 直掛雲帆濟滄海 직괘운범제창해 곧장 구름 돛 높이 걸고 큰 바다 건너리라 擬古 의고 달빛과 수심 李白(唐) 이백 701~762 月色不可掃 월색부가소 달빛 쓸어버릴 수 없고 客愁不可道 객수부가도 나그네 시름 형용할 길 없네 玉露生秋夜 옥로생추야 가을 밤 구슬 같은 이슬 내리고 流螢飛百草 유형비백초 풀 섶에 이리저리 반딧불 나네 日月終銷毁 일월종소훼 해와 달 끝내는 스러질 것 天地同枯槁 천지동고고 하늘과 땅 모두 시들고 말것 혜고啼靑松 혜고제청송 매미 소나무에 붙어 울지만 安見此樹老 안견차수로 그 소나무 늙은 모습을 어찌 볼 수 있으랴 金丹寧誤俗 금단녕오속 속인들 금단 먹고 장생불로 한다지만 昧者難精討 매자난정토 어리석은 무리들은 찾아들기 어려운 경지 爾非千歲翁 이비천세옹 사람은 천 년을 사는 것도 아닌데 多恨去世早 다한거세조 저마다 인생이 짧다고 한스러워하네 飮酒入玉壺 음주입옥호 술 마시고 옥호에 들어앉아 藏身以爲寶 장신이위보 차라리 몸을 숨김이 보배로운 지혜 ☞ 혜= 씽씽매미 혜. 고= 땅강아지,씽씽매미 고. 擬古 의고 허무 李白(唐) 이백 701~762 生者爲過客 생자위과객 산이는 길손 死者爲歸人 사자위귀인 죽은 이는 돌아온 사람 天地一逆旅 천지일역려 하늘과 땅은 주막집 同悲萬古塵 동비만고진 영원한 인간사를 슬퍼하네 月兎空搗藥 월구공도약 달 토끼는 하염없이 약을 찧고 扶桑已成薪 부상이성신 해가 뜨던 나무는 벌써 섶이 되었네 白骨寂無言 백골적무언 백골은 아무 말이 없는데 靑松豈知春 청송기지춘 청송인들 어찌 봄을 알까 前後更嘆息 전후갱탄식 앞뒤엔 한숨 소리 浮榮何足珍 부영하족진 인간 영화에 무슨 값이 있으랴
昔遊 석유 옛적에 李白(唐) 이백 701~762 昔者與高李 석자여고이 그 옛날 고적 이백과 함께 晩登單父臺 만등단부대 단부대에 올랐네 寒蕪際碣石 한무제갈석 시든 잡초 무성한 비석엔 萬里風雲來 만리풍운래 만리 풍운이 휘몰아치네
姑熟十詠謝公宅 고숙십영사공택 李白(唐) 이백 701~762 靑山日將暝 청산일장명 청산에 해가 지려하니 寂寞謝公宅 적막사공택 사공의 고택은 적막하기만 하네 竹裏無人聲 죽리무인성 대나무 숲 속에 사람 보이지 않고 池中虛月白 지중허월백 텅 빈 연못엔 달빛만 무성이네 荒庭衰草遍 황정쇠초편 황폐한 정원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廢井蒼苔積 폐정창태적 오래된 우물에는 푸른 이끼만 쌓여있네 唯有淸風閑 유유청풍한 맑은 바람만이 스잔하게 불어오고 時時起泉石 시시기천석 가끔 들리는 옹달샘 소리
登金陵鳳凰臺 등금릉봉황대 금릉 봉황대에 올라 李白(唐) 이백 701~762 鳳凰臺上鳳凰遊 봉황대상봉황유 봉황대 위에 봉황이 놀더니 鳳去臺空江自流 봉거대공강자류 봉황은 떠나고 누각만 남아 강물만 부질없이 흐른다 吳宮花草埋幽徑 오관화초매유경 오나라 궁궐의 꽃과 풀은 깊은 산길에 묻혔고 晉代衣冠成古丘 진대의관성고구 진나라 관리들은 옛 무덤을 이루었네 三山半落靑天外 삼산반락청천외 삼산은 반쯤 떨어져 푸른 하늘 밖에 있고 二水中分白鷺洲 이수중분백로주 이수는 반으로 나뉘어 백로주를 만들었다 總爲浮雲能蔽日 총위류운능폐일 이 모든 것은 뜬구름이 해를 가린 탓이니 長安不見使人愁 장안부견사인수 장안을 볼 수 없어 사람을 시름겹게 하네
秋登巴陵望洞庭 추등파릉망동정 파릉의 악양루에 올라 李白(唐) 이백 701~762 淸晨登巴陵 청신등파릉 이른 새벽 파릉에 올라 周覽無不極 주람무불극 일망무제한 동정호를 굽어본다 明湖映天光 명호영천광 잔잔한 수면엔 하늘이 일렁이고 徹夜見秋色 철야견추색 호수는 온통 가을에 젖어있네 秋色何蒼然 추색하창연 秋色은 이리도 창연한가 際海俱澄鮮 제해구징선 바다 같은 호수는 맑기만 하네 山靑滅遠樹 산청멸원수 산은 나무와 어울려 푸르름을 더하고 水綠無寒煥 수록무한환 쪽 빛 수면은 티 없이 맑기만 하네
積草嶺 적초령 풀 쌓인 산봉우리 李白(唐) 이백 701~762 連峯積長陰 연봉적장음 잇닿은 봉우리에 긴 그늘 쌓이고 白日遞隱見 백일체은견 밝은 해는 숨었다가 다시 나타난다 수수林響交 수수림향교 숲속엔 바람소리 어울려 들리고 慘慘石狀變 참참석장변 을씨연스럽게 돌 모양도 변한다 山分積草嶺 산분적초령 積草嶺에서 산이 나누어지고 路異鳴水縣 노리명수현 명수현에선 길이 달라지는구나 旅泊吾道窮 려박오도궁 나그네 같은 삶, 나의 길은 궁하고 衰年歲時倦 쇠년세시권 늙은 나이에 계절마저 겨울이로다 卜居尙百里 복거상백리 내 사는 곳은 아직 백리 먼 길 休駕投諸彦 휴가투제언 수레 멈추고 선비들 집에 투숙한다 邑有佳主人 읍유가주인 고을에는 좋은 주인이 있다 하니 情如已會面 정여이회면 마음은 이미 서로 만난 것 같아라 來書語絶妙 내서어절묘 보내온 편지 받아보니, 그 말이 절묘하여 遠客驚深眷 원객경심권 먼 길 떠난 나그네가 깊은 배려에 놀란다 食蕨不願餘 식궐부원여 고사리를 먹어도 더 이상 바랄 것 없으니 茅茨眼中見 모자안중견 초가집이 눈속에 아른 거리는구나
長干行 1 장간행 李白(唐) 이백 701~762 妾髮初覆額 첩발초복액 소첩의 머리 겨우 이마를 가릴 때 折花門前劇 절화문전극 문밖에서 꽃꺾는 놀이했지요 郞騎竹馬來 랑기죽마래 그대 죽마타고 오더니 요床弄靑梅 요상농청매 한 손에 푸른 매화 들고서 평상을 한바퀴 돌더군요 同居長干里 동거장간리 우린 같은 마을에 살면서 兩小無嫌猜 양소무혐시 시샘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지요 十四爲君婦 십사위군부 열네살 때 당신의 아내가 돼어 羞顔未嘗開 수안미상개 부끄러워 얼굴 한번 제대로 들지 못했지요 低頭向暗壁 저도향암벽 고개 숙이고 어두운 담벽이나 보았고 千喚不一回 천환불일회 천번을 불러도 대답 한번 못했지요 十五始展眉 십오시전미 열다섯이 되서야 미간을 펴고 願同塵與灰 원동진여회 티끌가는데 먼지 따르려 했지요 常存抱柱信 상존포주신 우리 마을엔 늘 굳은 맹세 뿐, 豈上望夫臺 기상망부대 어찌 망부대에 올라야 했나이까 十六君遠行 십육군원행 열여섯살 때 당신은 멀리 떠나 瞿塘염려堆 구당염려퇴 구당의 염려퇴로 갔나이다 五月不可觸 오월불가촉 오월에는 좌초를 조심하세요 猿嗚天上哀 원오천상애 원숭이들이 늘 슬픈 곳 門前遲行跡 문전지행적 문 밖에 인적이 끊긴지 오래고 一一生綠苔 일일생록태 가는 곳 마다 푸른 이끼 뿐 苔深不能掃 태심불능소 그 짙푸른 이끼 쓸지 못한 채 落葉秋風早 낙엽추풍조 철이른 하늬바람에 낙엽만 떨어 집니다 八月蝴蝶來 팔월호접래 팔월에는 나비 나비들 雙飛西園草 쌍비서원초 서녘 뜰 가득히 나래를 폅니다 感此傷妾心 감차상첩심 그것들이 소첩의 마음을 울립니다 坐愁紅顔老 좌수홍안로 젊음이 가고 세월이 가고 早晩下三巴 조만하삼파 어느날 삼파로 오시는 날 豫將書報家 예장서보가 먼저 편지 한 줄 주십시요 相迎不道遠 상영부도원 멀음을 마다하지 않고 直至長風沙 직지장풍사 장풍사 까지라도 마중 나가렵니다
長干行 2 장간행 李白(唐) 이백 701~762 憶妾深閨裡 억첩심규리 기억하거니, 첩이 깊은 閨房에 있을 때 煙塵不曾識 연진불증식 연기와 먼지를 일찍이 알지도 못했지요 嫁與長干人 가여장간인 장간 사람에게 시집 갔더니 沙頭候風色 사두후풍색 모래 머리에 바람 색을 맞았지요 五月南風興 오월남풍흥 오월에 남풍이 일어나니 思君下巴陵 사군하파릉 생각나거니, 그대는 파릉에 내려갔고 八月西風起 팔월서풍기 팔월에 서풍이 일어나니 想君發揚子 상군발양자 생각하건대 그대는 양자로 출발했겠지요 去來悲如何 거래비여하 오고가며 슬픔이 어떠하였겠는지요 見少離別多 견소리별다 만나보기는 적고 이별하는 일은 많으니 湘潭幾日到 상담기일도 상담 땅에는 언제 오실런지요 妾夢越風波 첩몽월풍파 첩의 꿈은 바람과 파도를 건너고 昨夜狂風度 작야광풍도 어제 밤 광풍이 지났나가더니 吹折江頭樹 취절강두수 불어서 강머리 나무를 부러뜨렸습니다 渺渺暗無邊 묘묘암무변 아득히 어두워서 그 끝을 볼 수 없으니 行人在何處 행인재하처 행인은 어느 곳에 계신지요 好乘浮雲叢 호승부운총 뜬 구름 무더기 타기에 좋아서 佳期蘭渚東 가기란저동 난저의 동쪽서 기약하기 아름답지요 鴛鴦綠蒲上 원앙록포상 원앙은 푸른 포들 위에 있고 翡翠錦囊中 비취금낭중 비취는 비단 병풍 속에 있지요 自憐十五余 자련십오여 열 다섯 나이가 스스로 가련하나니 顔色桃花紅 안색도화홍 얼굴 빛은 복숭아꽃 빛이었는데 那作商人婦 나작상인부 어찌하여 상인의 아내가 되어서 愁水復愁風 수수부수풍 물을 근심하고 또 바람을 근심케 되었나
長歌行 장가항 李白(唐) 이백 701~762 桃李待日開 도리대일개 복숭아,오얏꽃 해를 기다려 피어나고 榮華照當年 영화조당년 화려하게 이 해를 비춘다 東風動百物 동풍동백물 봄 바람은 만물을 일어나게 하고 草木盡欲言 초목진욕언 초목은 모든것을 말하려 한다 枯枝無丑葉 고지무축섭 마른 나뭇가지에 시든 잎 하나 없고 학水吐淸泉 학수토청천 메마른 물가에서 맑은 샘물 토해내는구나 大力運天地 대력운천지 큰 힘이 천지를 움직이니 羲和無停鞭 희화무정편 羲和는 채찍질 멈춤지 않는다네 功名不早著 공명부조저 공명을 일찍이 생각하지 못했으니 竹帛將何宣 죽백장하선 대나무 비단 또한 어찌 베푸려나 桃李務靑春 도리무청춘 복사꽃, 오얏꽃 푸른 봄에 화창하니 誰能貫白日 수능관백일 뉘 밝은 해를 뚫을 수 있으리 富貴與神仙 부귀여신선 부귀하고 신선과 함께 하지만 蹉타成兩失 차타성량실 때를 놓쳐 두 가지를 다 잃었다네 金石猶銷삭 금석유소삭 쇠와 돌도 여전히 녹아 없어지는데 風霜無久質 풍상무구질 바람과 서리에 오래 견딜 것 없도다 畏落日月後 외낙일월후 세월의 뒤에 떨어질까 두려워 强歡歌與酒 강환가여주 억지로 기뻐하며 노래하고 술을 마신다 秋霜不惜人 추상부석인 가을 서리는 사람을 생각지 않으니 숙忽侵蒲柳 숙홀침포류 빠르게 초가의 버들을 침노하는 구나
尋雍尊師隱居 심옹존사은거 스승님 사시는 곳을 찾아 李白(唐) 이백 701~762 群초碧摩天 군초벽마천 푸른 산 봉우리 하늘을 찌르는 듯 逍遙不紀年 소요불기년 그 산속 소요하느라 세월을 잊었네 撥雲尋古道 발운심고도 구름 헤치고 옛 길 찾고서 倚樹聽流泉 의수청류천 나무에 기대어 흐르는 물소리 듣네 花暖靑牛臥 화난청우와 꽃 아래 따스한 곳에 靑牛가 누워 있고 松高白鶴眠 송고백학면 소나무 높은 가지에 白鶴이 잠을 자네 語來江色暮 어래강색모 이야기 오가는 가운데 江에 저녁 노을이 지고 獨自下寒煙 독자하한연 안개 속 썰렁한 길을 나 홀로 돌아왔네
靜夜思 정야사 고요한 밤의 생각 李白(唐) 이백 701~762 床前看月光 상전간월광 침상위 달빛을 보니 疑是地上霜 의시지상상 땅위에 서리가 내린 듯 하다. 擧頭望山月 거두망산월 고개 들어 산에 걸린 달을 보고 低頭思故鄕 저두사고향 고개 숙여 고향 생각에 잠긴다.
玉階怨 옥계원 섬돌 위에 李白(唐) 이백 701~762 玉階生白露 옥계생백로 백옥 섬돌에 흰 이슬 내린다 夜久侵羅襪 야구침라말 밤 이윽할 때 버선 속에 스미는 한기 却下水精簾 각하수정렴 그냥 수정발을 내리면 玲瓏望秋月 령롱망추월 부옇게 가을달이 부시다
自遺 자유 혼자서 李白(唐) 이백 701~762 對酒不覺暝 대주부각명 술기운에 어느덧 황혼 樂花盈我衣 낙화영아의 떨어지는 꽃잎 옷자락에 쌓이거늘 醉起步溪月 취기보계월 술 깨자 시냇달을 밝으면 鳥還人亦稀 조환인역희 벌써 새도 가고 사람도 가고
題峯頂寺 제봉정사 봉정사 에서 李白(唐) 이백 701~762 夜宿峯頂寺 야숙봉정사 봉정사의 밤 擧手문星辰 거수문성진 손을 뻗치면 별이 잡힐 듯 不取高聲語 부취고성어 말소리 낮추게나 恐驚天上人 공경천상인 천국 사람 놀랄라
녹水曲 녹수곡 李白(唐) 이백 701~762 록水明秋日 록수명추일 물 맑고, 하늘 높은 가을 南湖採白빈 남호채백빈 남쪽 호수에서 개구리 밥을 따네 荷花嬌欲語 하화교욕어 무언가 말할 듯 연꽃은 교태로워 愁殺蕩舟心 수쇄탕주심 뱃놀이하는 사람을 못 견디게 하네 빈= 네가래 빈. 殺= 매우 쇄.
待酒不至 대주부지 술은 오지 않고 李白(唐) 이백 701~762 玉壺繫靑絲 옥호계청사 하얀 옥 병에 푸른 실 매어 沽酒來何遲 고주래하지 술 사러 보냈건만 어찌 늦는가 山花向我笑 산화향아소 산 꽃이 나를 보고 웃음 지으니 正好銜杯時 정호함배시 지금이 술 마시기 좋은 때건만 晩酌東窓下 만작동창하 동쪽 창가에서 막술 따르니 流鶯復在玆 유앵복재자 물 흐르듯 매끄러운 꾀꼬리 소리 春風與醉客 춘풍여취객 봄바람과 더불어 얼큰히 취한 나 今日乃相宜 금일내상의 이에 오늘은 서로 더욱 정답네
峨眉山月歌 아미산월가 아미산 달의 노래 李白(唐) 이백 701~762 峨眉山月半輪秋 아미산월반륜추 아미 산 달이 반원이 된 가을 影入平姜江水流 영입평강강수류 그림자는 평 강에 내리고 강 물은 흐르네 夜發淸溪向三峽 야발청계향삼협 밤에 청계를 떠나 삼협으로 향하니 思君不見下逾州 사군불견하유주 그대를 생각하며 보지 못하고 유주로 내려가노라
訪載天山道士不遇 방재천산도사불우 재천산도사를 못 만나고 李白(唐) 이백 701~762 犬吠水聲中 견폐수성중 물소리 철철, 강아지 왕왕 桃花帶露濃 도화대로농 복사꽃 비를 머금고 한결 화사한데 樹深時見鹿 수심시견록 깊은 숲 속엔 가끔 사슴이 놀고 溪午不聞鐘 계오불문종 한적한 계곡에 종소리 들리지 않네 野竹分靑靄 야죽분청애 대나무 밭엔 파란 안개 감돌고 飛泉掛碧奉 비천괘벽봉 하얀 물보라가 파란 봉우리에 걸렸네 無人知所去 무인지소거 그대 어디로 갔을까 愁倚兩三松 수의양삼송 두세 그루 소나무를 기대고 서면 시름만 번지네
春日醉起言志 춘일취기언지 봄날 술에 취했다 일어나서 李白(唐) 이백 701~762 處世若大夢 처세약대몽 만약 세상이 커다란 꿈이라면 胡爲勞其生 호위노기생 어찌 그 삶을 힘들게 역사 하리오 所以終日醉 소이종일취 종일 술에 취하여 頹然臥前楹 퇴연와전영 되는대로 기둥아래 누워 있다가 覺來兮庭前 각래혜정전 문득 깨어나 뜰 앞을 보니 一鳥花間鳴 일조화간명 한 마리 새 꽃 사이에서 운다 借門如何時 차문여하시 지금이 어느 때냐 물으니 春風語流鶯 춘풍어류앵 봄바람에 흐르는 듯 꾀꼬리 소리 感之欲歎息 감지욕탄식 그에 느끼어 탄식을 하며 對酒還自傾 대주환자경 술을 마시려니 병이 비었구나 浩歌待明月 호가대명월 밝은 달을 대하며 큰소리로 노래하니 曲盡已忘情 곡진이망정 노래 끝나자 그 정마저 잊었네
望廬山瀑布 망여산폭포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李白(唐) 이백 701~762 日照香爐生紫煙 일조향로생자연 해가 향로봉을 비추니 자줏빛 안개가 일어나고 遙看瀑布快長川 요간폭포괘장천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마치 긴 냇물을 걸어 놓은 듯하네 飛流直下三千尺 비류직하삼천척 날 듯이 흘러 수직으로 삼천 척을 떨어지니 疑是銀河落九天 의시은하락구천 이는 아마도 은하수가 구천에서 떨어지는 듯하구나
夏日山中 하일산중 여름 산 속 李白(唐) 이백 701~762 難搖白羽扇 난요백우선 백우선 흔들기도 힘이 들어서 裸體靑林中 나체청림중 알몸으로 푸른 숲에 들어갔네 脫巾掛石壁 탈건괘석벽 망건은 벗어 바위에 걸어두고 露頂灑松風 노정쇄송풍 머리를 드러내고 솔바람 쐬네.
江夏別宋之梯 강하별송지제 江夏에서 친구와 헤어지며 李白(唐) 이백 701~762 楚水淸若空 초수청약공 초나라 강물은 하늘처럼 맑아 遙將碧海通 요장벽해통 멀리 파란 바다로 통하네 人分千里外 인분천리외 사람과 천리 밖으로 헤어지고 興在一杯中 흥재일배중 정은 한잔 술에 잠겼네 谷鳥吟晴日 곡조음청일 뻐국기는 개인 날에 울고 江猿嘯晩風 강원소만풍 원숭이는 저녘 바람에 우짖네 平生不下淚 평생부하루 이 평생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거늘 于比泣無窮 우비읍무궁 오늘사 사무치게 울 줄이야
友人會宿 우인회숙 벗과 함께 이 밤을 李白(唐) 이백 701~762 滌蕩天古愁 척탕천고수 천고에 쌓인 시름 씻어나 보고자 留連百壺飮 유연백호음 내리닫이 백 병의 술을 마신다 良宵宜淸談 량소의청담 이 밤 이 좋은 시간 우리 淸談이나 나누세 皓月未能寢 호월미능침 휘영청 달까지 밝으니 잠을 잘 수도 없지 않은가 醉來臥空山 취래와공산 얼큰히 취해서 텅 빈 산에 벌렁 누우니 天地卽衾枕 천지즉금침 하늘과 땅이 바로 이불이고 베게로다
蘭草 난초 李白(唐) 이백 701~762 爲草當作蘭 위초당작란 풀이 되려면 난초가 되어야 하고 爲木當作松 위목당작송 나무가 되려면 소나무가 되어야지 蘭幽香風遠 란유향풍원 난초의 그윽한 향기는 바람에 멀리 날고 松寒不改容 송한불개용 소나무는 추워도 그 용모를 고치지 않는다
王昭君 왕소군 李白(唐) 이백 701~762 昭君拂玉鞍 소군불옥안 王昭君이 옥 안장 위에 앉으니 上馬啼紅頰 상마제홍협 말위에서 붉은 뺨에 눈물이 흐르네 今日漢宮人 금일한궁인 오늘은 漢나라의 宮人이지만 明朝胡地妾 명조호지첩 내일 아침엔 오랑캐 첩이 되는 신세여 ☞ = 王昭君 : 중국의 4대미인 중 한 사람.
長相思 장상사 그리운 사람 李白(唐) 이백 701~762 長相思 在長安 장상사 재장안 그리운 사람이 장안에 있네 絡緯秋啼金井란 락위추제금정란 가을 귀뚜라미 우물가에서 울고 微霜凄凄簞色寒 미상처처단색한 살픗 내리는 서리에 대자리 차가울 때 孤燈不明思欲絶 고등부명사욕절 외로운 등불 가물 가물 그리움 끊어질 듯 솟구치거늘 卷유望月空長歎 권유망월공장탄 휘장을 걷고 달을 본다 美人如花隔雲端 미인여화격운단 그대 꽃처럼 구름 끝에 걸렸네 上有靑冥之高天 상유청명지고천 위로는 푸르고 아득한 하늘 下有綠水之波瀾 하유록수지파란 아래로는 넘실거리는 파란 물결 天長路遠魂飛苦 천장로원혼비고 아스라이 하늘 끝 먼먼 길 저편 夢魂不到關山難 몽혼부도관산난 내 넋 헤매지만 끝내 저 관산을 넘지 못하누나 長相思 최心肝 장상사 최심간 그리운 사람이여 나의 애를 끊는가 ☞ 란 =늦을, 드물 란. 유 =휘장 유. 최=꺾을 최.
前有樽酒行 전유준주행 술 한잔 하면서 李白(唐) 이백 701~762 春風東來忽相過 춘풍동래홀상과 봄바람 동쪽에서 불어와 휙 가버리고 金樽록酒生微波 금준록주생미파 금술통에 맑은 술 찰랑거리네 落花紛紛稍覺多 락화분분초각다 꽃잎은 펄펄 하염없이 지는데 美人欲醉朱顔타 미인욕취주안타 어여쁜 사람 고운 얼굴 불그레 상기되었네 靑幹桃李能幾何 청간도이능기하 동헌 뜰에 핀 복숭아 오얏 얼마나 가랴 流光欺人忽蹉타 류광기인홀차타 세월은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만 가네 君起舞, 日西夕 군기무, 일서석 그대 일어나 춤을 추시게, 해가 저무네 當年意氣不肯平 당년의기부긍평 젊은 시절 내사 세속과 어울리지 않았던 터 白髮如絲歎何益 백발여사탄하익 백발이 다 되었다고 탄식할 게 뭐 있으랴
日夕山中忽然有懷 일석산중홀연유회 日夕山에서 李白(唐) 이백 701~762 久臥청山雲 구와청산운 오래오래 청산 구름에 살았더니 遂爲名山客 수위명산객 나도 명산의 나그네 되었네 山深雲更好 산심운갱호 산이 깊으면 구름이 좋아서 賞弄終日夕 상농종일석 보고 놀고 그러다가 해가 저무네 月銜樓間峰 월함루간봉 달은 누각 밖의 봉우리를 입에 물고 泉漱階下石 천수계하석 샘은 뜰 아래 돌들을 씻네 素心自此得 소심자차득 여기서 소박한 마음이 생기고 眞趣非外惜 진취비외석 여기서 진실한 흥취가 우러나네 오啼桂方秋 오제계방추 다람쥐 울 때면 계수나무에 가을이 한창이고 風滅뢰歸寂 풍멸뢰귀숙 바람이 멎을 때면 천뢰도 조용히 잠드네 緬思洪崖術 면사홍애술 가만히 신선될 꾀를 생각하다가 欲往滄海隔 욕왕창해격 먼먼 창해를 홀쩍 넘고 싶네 雲車來何遲 운거래하지 구름수레는 언제 오려나 撫幾空嘆息 무기공탄식 하염없이 한숨만 나오네 ☞ 오= 다람쥐 오. 뢰= 천뢰.
子夜吳歌 자야오가 자야의 노래 李白(唐) 이백 701~762 秦地羅敷女 진지라부여 진땅에 나부라는 아가씨 採桑綠水邊 채상록수변 파란 물가에서 푸른 뽕을 따네 素手靑條上 소수청조상 푸른 뽕 가지에 하얀 손길 紅장白日鮮 홍장백일선 눈부신 햇살에 빨간 저고리 蠶飢妾欲去 잠기첩욕거 이 몸 누에 치러 갈길이 바쁜데 五馬莫留連 오마막유연 태수여! 서성인들 무엇하리 ☞ 장= 단장할, 화장 장.
東魯門泛舟1 동노문범주 동노문에 배를 띄우고 李白(唐) 이백 701~762 日落沙明天倒開 일락사명천도개 해진 뒤 하얀 모래 하늘이 물로 내린다 波搖石動水영회 파요석동수영회 일어나는 물결에 바위가 흔들리고 물길 감돈다 輕舟泛月尋溪轉 경주범월심계전 달빛에 일엽주 띄우고 시내를 따라가면 疑是山陰雪後來 의시산음설후래 여기가 산음인가 눈이 그친 골짜기인 듯 ☞ 영= 둘러,에워,휘감,얽매다. 회 =回.
東魯門泛舟 2 동노문범주 동노문에 배를 띄우고 李白(唐) 이백 701~762 水作靑龍盤石堤 수작청룡반석제 물길은 청룡인 듯 바위에 서리고 있는데 桃花夾岸魯門西 도화협안어문서 노문 서쪽 두 언덕은 복사꽃, 복사꽃 터널 若敎月下乘舟去 약교월하승주거 날더러 달빛에 배를 저으라 하면 何시風流到剡溪 하시풍류도섬계 섬계인들 멀다 하랴. ☞ 시= 다만, 단지, 뿐,=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