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시 모음> 박재삼의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외 +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네 집은 십리 너머 그렇게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 있건만 혼자만 끙끙 그리울 때가 더 많았다네. 말 못하는 저 무성한 잎새들을 보면 항시 햇빛에 살랑살랑 몸채 빛나며 흔들리고 있건만. 말을 할 줄 아는 心中에도 도저히 그렇게 되지를 않으니 大明天地에 이 캄캄한 구석을 내보이기가 민망하던 아, 서러운 그때여. (박재삼·시인, 1933-1997) + 짝사랑 행여 들킬세라 저만큼 떨어져서 가만가만 달님 따라가는 저 개밥바라기 별 (강인호·시인) + 짝사랑 당신께서 담았던 그 물빛을 당신께서 품었던 그 달빛을 당신에게 찾아갔던 그 바람을 당신에게 다녀갔던 그 세월을 나도 안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강인호·시인) + 짝사랑 한 사람을 알고부터 내 스스로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이다 (김병훈·시인, 대구 거주) + 짝사랑 너는 있고 나는 없는 것 너는 불꽃으로 타오르고 나는 키를 낮추며 녹아 내리는 것 숱한 그리움만 간직한 채 한없이 너울거릴 뿐 흔적도 없이 사그라지는 것 (양해선·시인) + 짝사랑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 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그 몸짓 하나에 들뜬 꿈 속 더딘 밤을 새우고 그 미소만으로 환상의 미래를 떠돌다 그 향기가 내 곁을 스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이남일·시인, 전북 남원 출생) + 짝사랑 능금 같은 달이 뜰 때에 출렁출렁 타고 오는 그리움 사랑이 절망으로 절망이 운명으로 부딪히는 가슴 빨갛게 익으며 마르는 짝사랑 또옥 따내지 못하는 슬픔 (정숙자·시인, 1952-) + 짝사랑 이제는 잊겠노라 마음 다지며 휘적휘적 골목길 돌아 나와도 불켜진 창가에 머무는 눈길 아직도 뒤에 남아 오지를 않네. 행여나 바람결에 들려 오려나 발걸음 점점 더 느려지지만 귓전에 맴도는 건 바람 소리 뿐 보이는 불빛만 흐릿해지네. 그래도 자꾸만 아쉬운 듯해 한번만 뒤돌아 가고 싶은데 말릴 듯 못 말리는 어설픈 마음 기어이 오늘밤도 가로등 아래 아픈 마음 걸어 놓고 새벽을 맞네. (최해춘·시인) + 짝사랑 어제는 미워도 오늘은 그립다 혼자이지만 둘처럼 느껴지고 그리울 때마다 슬퍼지는 것 언제나 나를 맴도는 그 그림자 (최다원·화가 시인) + 짝사랑·2 덜어내고 잘라내고 비워봐도 다시 채워지는 당신의 미소 (최다원·화가 시인) + 짝사랑·1 그거 있지? 되게 허무한 거 너무 길면 짜증날 때도 있는 거 돈은 안 드는데 힘은 엄청 드는 거 해 본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거 그래 그거, 너도 해 본 거 아- 답답해. (박혜진·시인, 1972-) + 짝사랑·2 미안할 거 하나도 없어 나 손해 본 거 하나도 없다니까 오히려 내가 좀 미안하지 허락도 없이 너랑 결혼까지 했으니 말이야 (박혜진·시인, 1972-) + 짝사랑·3 누가 그래? 짝사랑이 돈 안 든다고 봐- 사림탐정 월급 줘야지? 엑스트라 여럿 둬야지? 잘 안될 땐 밤새 술 퍼마셔야지? (박혜진·시인, 1972-) + 짝사랑 어두운 밤 몰래 왔다 고운 님 창가 머물다 소리 없이 떨군 눈물 풀잎에 영롱하고 먼동 틀 때 돌아서는 새벽별 같은 사랑 (김점희·시인) + 짝사랑 만나지 못하고 고백하지 못하고 가녀린 내 마음만 졸이며 나 혼자만 나 혼자만 타오르면 어찌할까 그대 날 사랑해주면 힘이 솟을 텐데 그리움에 눈물만 뚝뚝 흘리며 내 마음만 까맣게 타올라 가슴만 애태우는 걸 어이하나 내 가슴속에서만 애태우던 사랑을 내 귀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짝사랑 영리한 개는 바스락 소리만 들어도 귀를 세운다는데 그녀는 달밤에 그림자만 보고도 홍당무가 된다니 가슴에 묻어둔 덩어리 얼음 골에 들어서도 사십도 식을 줄 모르는 열병 뜨겁다 못해 타버린 숯덩이 하나 (하영순·시인) + 짝사랑 너무 어여삐도 피지 마라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도 눈부신 네 모습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어디에서 피건 내 가까이에서만 피어라 건너지도 못하고 오르지도 못할 곳이라면 다가갈 수 없는 네가 미워질지도 몰라 그저 이렇게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다 태워서라도 널 갖고 싶은 꿈일 뿐이다 (이채·시인) + 짝사랑 높고 높은 하늘아 너는 나를 몰라도 나는 하늘을 사랑하고 푸르고 푸른 강이 나를 몰라도 나는 푸른 강을 사랑하리라 먼 훗날 먼 훗날에 누가 와서 찾거들랑 하늘 찾아 수천 밤을 구름과 같이 지새우고 강물 따라 수만리 길 그대 찾아 떠났다고 말해주오 (최수홍·시인, 전북 부안 출생) + 짝사랑 두 눈을 감으면 그대 모습 아른거리고 잠들려고 하면 떠오르는 그대 얼굴 보고 싶어라. 언제부터인가 나의 텅 빈 가슴에 허락도 없이 살며시 들어와 온통 내 삶을 울리고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가슴은 콩닥콩닥 얼굴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대 앞에만 서면 할 말은 모두 입안에서 맴돌 뿐 수줍음 남아 말없이 고개만 떨어뜨린다. (이제민·시인, 충북 보은 출생) + 짝사랑 알쏭달쏭한 네 눈빛이 내 가슴에 똬리 튼 날부터 너를 향해 먼산바라기가 되었던 나 방정맞은 웃음 말투 발걸음은 겸손하게 내숭을 떨어야했고 공연히 가다듬던 매무새 그러나 딴 세상 헤매는 너로 인해 여드름만 낳아 키웠을 뿐 당최 실속 없던 호시절이었다 추억은 왜 시들 줄도 모르고 갈수록 무성해지는지 나이 들어 쓸데없이 심란하게 (권오범·시인) + 짝사랑 꽃잎 흐르던 봄날 공지천 이디오피아 찻집은 잘 있는지 궁금했던 안부로 접혀졌던 쪽수가 얼마였는지 지금은 주어도 안 먹을 신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장난 섞인 고백도 못해본 그 놈의 사랑이야기 우우우 어디로 흘러갔는지 혼자서 앓는 봄날의 일기장 닳아빠진 지천명의 바퀴에 눌려서 눌려서 눌려서 흔적도 없다 (목필균·시인) + 행복한 짝사랑 알까요? 알 리가 없죠 관심이 가는 쪽은 늘 이쪽이고 당신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언제나 애태우며 사랑하는 건 이쪽이고 당신은 늘 행복한 웃음으로 타인들의 사랑을 받으니까요 알까요? 알 리가 없죠 당신 앞에 서고 싶은 건 이쪽이고 오직 당신의 사랑을 바라는 마음뿐일지라도 이 내 마음 알 리 없는 무심한 당신이니까요 알까요? 알 리가 없죠 옷깃 스쳐 지나가도 모르는 척하는 당신이니까요 사랑하는 이쪽의 마음을 알 리가 없죠. (문량란·시인, 1971-)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출처: 대한항공 정우회 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보라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