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연진 시집 {달콤한 지구} 보도자료

황연진 시인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하였으며, 중학교 영어교사로 23년간 재직한 바가 있다. 2008년 월간 {우리詩}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황연진 시인은 첫시집 {달콤한 지구}를 통해 ‘참을 수 없는 세상의 달콤함’을 건너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달콤한 지구}는 우리 인간들에게 던져준 화두 話頭이며, 깨우침의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건물들 사이로 차량이 질주하고/ 도시가 앓는 소리를 낸다/ 아프지 않은 과육은 더디게 숙성한다고/ 농익은 불빛들이 말한다/ 달리면서 상처를 내지 않는 건 없다/ 종잡을 수 없는 발자국들이/ 보도블록에 찍힌다/ 줄지어 다가오는 가로등과 신호등/ 불빛에서 불빛으로 이어지는/뜨거운 순례,/ 숨 막히는 통증이 불을 켠다고/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른다고/ 벌레 먹은 사과 속이 물크러지듯/ 골밑을 덮어 흐르다 시득시득/ 웃음을 베어 무는 강,/ 사람이 만들어내는 상처가 너무 향기로워서/ 지구는 빛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숨이 차올라/ 불빛들은 소리 지른다/ 벌레들이 어두운 살 속을 통과하고 있다/
- 「달콤한 지구」 전문
그가 이 시집에서 제시한 관계는 ‘나’와 ‘너’가 근원적인 관계를 회복하지 못 하고 고독한 개별자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모습이 주조를 이룬다. 대부분 우리의 관계는 혼자 추는 ‘춤’이며 ‘흐릿한 경계’에서 합일하지 못 하는 사이이며 부재의 영역으로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만다. 그러나 세계 안에 개별적으로 흩어진 존재들이 관계의 의미망으로 다시 엮여지는 지점은 몸, 정확히 말하자면 ‘길과 내 몸의 접점’이다. 그 몸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사물과 서로 내통하는 주체로서 세계를 끌어안는 대지모신적인 몸이다. 여기에서 ‘사람이 만들어내는 상처도 향기로워서/ 지구는 빛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경이로운 인식이 탄생한다. 상처를 지닌 존재가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수락하고 상상하며 변화시켜 나가는 길고 먼 길이 이 시집에 담겨 있다. 그 길의 시간과 타자성을 통과해나갈 때 마주치게 되는 새롭고 낯선 존재들의 빛남과 ‘시간의 솔기’를 즐기거나 견디는 일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신현락 시인
도시는 달콤하고 또 그만큼 우리에게 행복을 보장한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아프지 않은 과육은 더디게 성숙한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고 상처와 벌레 먹은 것으로 점철되어 있다. 웃음을 베어 먹지만 거기에서는 “숨이 차올라” “불빛들은 소리”를 지를 뿐이다. 시인이 아무리 자연 속에서 자신의 구체성을 확인한다고 해도 도시의 척박한 삶이 우리의 존재를 질식할 것 같은 세상의 그물망 안에 가둬 놓는다. 과거의 농경시대의 목가적인 시인들처럼 자연 속에서 전적인 행복을 구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황연진 시인도 정직하게 바로 이러한 삶의 조건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바람이 되기’이다. 바람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가 세상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바람이 세상을 벗어나는 것은 세상을 통해서일 뿐이다. 그것을 우리는 ‘내재적 초월’이라는 말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황연진 시인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된다.
---황정산 문학평론가, 대전대학교 교수
지혜사랑 60번 황연진 시집 {달콤한 지구}, 도서출판 지혜, 4X6 양장본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