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논하다 -마지막-

[금수강산]

대한민국은 ‘Speed 경영‘이 제대로 먹히는 나라다. 한국전쟁 이후 오늘 날에 이룬 발전은 소위 ‘빨리빨리‘ 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이런 의식이 대한민국의 성장과 성공에 밑거름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것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계승되어야 할 정신인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가에 준하는 한국형 정신적 유산으로써 적합한 지의 여부가 관건이다.

경제와 경영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러나 회사원 입장에서 보는 차이점 한 가지가 있다면 경영은 매년 말 실적으로 평가를 받고 책임져야 하지만, 경제는 1년 농사가 어떻게 되든 딱히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무책임해 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더 중요하고, 책임감이 막중하다. 경영은 부족한 일면이 있더라도 결정을 계속 신속하게 수정해 나가면 되지만, 경제는 결정이 한 번 잘 못되면 만사가 뒤틀리고 궤도 수정할 기회조차 거의 없다.

미국, 독일, 일본은 세계의 대표적인 선진국가들이다. 특히 독일과 일본의 경우, 시골 구석구석도 매우 깨끗하고 문화와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일본은 외부 세계로부터 침략을 받지 않아 그렇다 치더라도 독일의 경우는 다르다. 처음부터 계획된 오늘 날의 도시모습은 정말 부러움의 대상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도시들이 이렇게 될 때가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력이 약해, 주변 국가들로부터 잦은 침략과 수탈을 당하여 문화유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남아있는데, 성장이라는 명분 하에 이마저도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초, 전소된 국보 1호 남대문을 보라. 이미 5년이 넘어 가는데 아직 복원을 못 마친 상태고, 예산은 이미 250억을 초과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소실된 것을 제자리로 갖다 놓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인지 일깨워 준다. 문화유산은 후손들의 먹거리다. 오늘 짓고 있는 건축물과 내일 기획하고 있는 행사 하나하나 역시 미래의 문화유산이다.

지난 한국 방문 시, 눈에 비친 광경이 아직도 선하다. 공항리무진 버스가 사직터널을 지나 광화문을 진입하는데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그 크기 만한 건물 위를 즐비하게 장식하고 있다. OO 부동산, XX 꽃집, △△문구점. 빨간색, 노란색, 검정색. 버스는 세종문화회관을 지나 시청 앞을 지나치는데 그려진 풍경 또 하나. 덕수궁 대한문 수문장 교대의식을 관람하기 위한 내외국인이 즐비한데 그 옆에는 노조의 분향소도 함께 존재한다. 이기적인 서울의 간판문화와 더불어 풀어야 할 서울시 또 하나의 숙제이다. 

맺음말

애당초 판을 너무 크게 벌리지 말았어야 했다. ‘도시를 논하다‘라는 글을 마치며 느끼는 점이다. 회사경영자적 관점에만 치중하여 글을 쓰지는 않았는가? 늘 합리적 판단이라고 하면서 일방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는지? 건축과 도시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으면서 소위 외국물 많이 먹어 본 소회로 잘 난 척 한 건 아닌가?

이 글은 많이 부족하지만,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있는 큰 아들과 마음 대 마음으로 대화하고픈 것이 계기가 된 측면이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자식에게 아빠가 좀 더 생각할 꺼리들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관계로, 대화를 하기 위한 이벤트 성격도 있었다. 결국 나의 희망은 결실을 맺었다. 어제 아들녀석에게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먼저 재미있게 잘 봤어. 아빠가 도시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아빠의 경험적인 입장에서 주도면밀하게 풀어 나갔다는 시도에 박수!  둘째,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어 하는 도시와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축에 대해 고찰했다는 느낌에 한번 더 고마운 박수. 그러나! 글이 전체적으로 너무 회사리포트 같고, 내용 또한 주장과 개인적인 생각 사이에서 모호한 충돌이 있어 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물론 아빠가 분야 전문가가 아닌 유럽문화의 관찰자적 입장을 대변하는 성격에서 글을 쓰다 보니까 이 분야를 꾀나 강조한 듯 해. 음...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삐지지말고... ㅋㅋㅋ 이 쪽 분야에서 전문적인 글들을 자주 접하다가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진 생각이니 이해해줘“

칭찬도 고마웠지만, 문제점을 지적한 녀석의 용기가 더욱 기특하고 고마웠다.

[금수강산]

처음부터 제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부족한 일면이 많았습니다. 주제넘게 판을 벌리다 겨우 판을 덮습니다. 글을 수정 보완 하고 소제목도 붙여 다시 한 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인내를 갖고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훌륭하게 운영하고 계신 정소장님, 이철성 선생님 덕분에 제가 매우 유식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보고싶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저의 글 때문에 대기 중인 것은 아닌지요? 신현익 kapa 선생님은 사진여행에서 돌아 오셨나요?

[솔재지킴이]

모두 의미있는 글들 이었습니다. 금수강산님 덕분에 카페가 풍성했었는데 글을 끝낸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앞으로 유럽이나 세게 다른 나라에 있었던 기업경영 관련 글이나 유럽의 도시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초록객 아들]

드디어 2주간 연달아 있었던 실사팀 출장자들과의 시간이 끝나고 맞이한 주말에 상무님 글 읽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드님의 의견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 졌습니다. (부자지간의 이런 대화 정말 부럽네요.) 저도 노력 더 해서 상무님처럼 훌륭하게 아들 키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