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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지리산행복학교 문화제에 오셔서 18일 아침 강의를 해주실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차와문화 2009년 3월호에 연재된 내용으로 현재도 조용헌쌀롱에 글을 쓰고 계십니다.
*신희지의 power culture interview - 민속학자, 조용헌
상류층(Happy Noblesse)이, 되고 싶은가요?
당신의 사주팔자를 봐 드립니다.
운명을 믿는 사람들은 두 부류라고 한다. 아주 많이 배웠거나 아주 못 배웠거나 아주 잘 살거나 아주 못 살거나 중간치기는 사주팔자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 마흔 중반이 넘어보면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던가!
조선일보에 6년째 칼럼을 쓰는 조용헌은 ‘사주팔자를 고치기가 죽는 것보다 힘들다’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사주팔자는 무엇인가? <조용헌의 사주명리학이야기>와 <명문가이야기>로 잘 알려진 조용헌은 본래 박사 학위를 불교 능엄경을 해석하여 받은 불교학자다. 낭인이 좋아 세상을 떠돌다보니 입가심으로 하게 되었다는 사주명리학이 어쩌다 그의 본말이 되어 사주팔자를 공부한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세상살이에 우리나라 정재계 1%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한다는 조용헌.
필자는 조용헌의 작업실이 있는 전남 장성을 찾았다. 축령산 자락, 한적한 마을 골골에는 별장 같은 집들이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에 흙과 돌로 만든 집의 당호가 휴휴산방(休休山房)이다. 탱화를 그리는 일지스님이 5년 동안 공들여 지었다가 두말없이 조용헌에게 물려주고 갔다는 휴휴산방은 화려하기보다는 아담하고 소박했다.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생의 네 벗이라는 100년된 매화나무와 저 홀로 성성한 소나무, 흙탕물에도 더렵혀지지 않는다는 연꽃이 금붕어 몇과 어울려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를 훌훌 뻗고 있는 차나무는 야생차 그대로이다.
사람의 기척을 듣고 나온 조용헌 선생이 사립문 안쪽 돌계단에 서서 우리를 반겨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다름 아닌 그가 쓴 책 제목처럼 방외지사구나, 싶다. 시대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삶을 살아가는 이가 방외지사라면 그는 방외지사다웠다.
아니나 다를까! 주위에서 ‘철밥통인데 왜 뿌리치느냐’,며 만류한 원광대 민속학과 교수직을 얼마전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틀에 한번 쓰는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의 비중이 과중한 탓이었던 듯, 25년 동안 살롱의 글을 쓴 이규택 선생의 뒤를 잇는 일이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간지는 독자의 반응이 빠르고 강하다면서 더구나 조중동의 신문 독자들은 글자 하나 토씨 하나 가지고도 전문가인가, 아닌가를 의심하기에 그는 프로답게 일에 매달리고 싶었다고 한다. 월간지이기는 하지만 백가(百家)이야기를 쓰느라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는 일도 시간을 많이 요하는 일이고,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이 쉬울 수가 있겠는가!
“마음이 한가로워야 글을 쓰는 거요. 역설적이기는 한데 마음은 한가롭고 몸은 바빠야 혀. 밖으로는 자료조사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바쁘지. 이것을 글로 쓰려면 사색하고 통찰해야 해. 마치 태풍의 핵은 고요한데 밖은 회오리 인거지.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않은 것을 날 것으로 내 놓으면 독자가 다 알아. 자료를 그대로 내놔 봐, 다 알지. 이를테면 우족탕처럼 팍 고와야지. 그러려면 화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그 화력이 사색과 통찰이야. 그러니 푹 익혀 내 것으로 만든 후 내놓으려면 한가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요즘은 글도 홍수시대다. 한 달이면 수 백권의 책이 나오고 인터넷이 활성화 되고 네티즌의 수가 늘어나면서 많은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용사혼잡(龍蛇混雜), 용은 드물고 뱀은 많다. 이럴 때 용이 되는 것은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별 다를 게 없는 생각으로는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뱀일 수밖에 없다고 해서 한 수 물었다.
“용이 되는 법은 없나요?”
“많이 돌아다녀야 해요. 여행을 가고 답사를 가고 전문가를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서적이나 자료를 두로 보면서 본인이 끊임없이 이건 왜 이런가? 문제의식을 가져야지.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이 섞여, 7부 능선쯤에 올라가면 임계점이 돼서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가지고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연상이 되는 거요.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거지. 최소한 이런 과정을 10년은 겪어야 해. 이럴 때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어야 해. 걱정이 없으려면? 포기해야지. 포기해야 걱정이 없어져요.”
지난 10년 동안 별다른 의도 없이 주유천하하듯 세상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산에 가면 밥 주고 같이 놀고 이바구도 하고 그러면서, 팔만대장경을 보면 이건 남해바다에서 벚나무를 해가지고 간경도감을 해서 찍었나, 뭐 이런 생각도 해보고 일단 기본이 있어야 의문이 드는 법이니 그 전에 책에서 배워둔 것들이 접목이 되더라고”
하지만 뭐가 될 거라는 생각 없이 낭인이 좋아서 그들을 만나러 다니다보니 전문가들을 만나는데, 풍수, 사주, 도교, 불교, 한문, 등 여러 선생을 만나서 얘기들 들어두었다가 머릿속에 저장했다고 한다. 조용헌은 이때부터 불교뿐만이 아니라 도교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렇게 십년 돌아다니다가 이십년 과정이 되면 틀이 생겨. 붕어빵처럼 딱딱 찍어내는 거지. 그동안 배워온 걸 녹여서 자기가 원하는 걸 만들어 내는 거야. 삼십년쯤 가면 그야말로 대가 소리를 듣는 거지. 누워서 던져도 다 스트라이커야. 제구력 폼이 필요 없어. 아무렇게 던져도 딱딱 맞아. 취권 있잖우? 취권, 그게 우리의 모델이지. 영화는 좀 어설퍼도 술 취한 것 같이 알딸딸해 보이고 눈곱도 끼고 그런데 상대의 들어오는 공격을 다 막잖아. 이게 대가의 경지야. 나는 이십년을 통과했어. 나도 이제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아. 십년 될 때까지는 허벌나게 맞었어. 잘난 척 하다가 두드려 맞고, 한두번이간디 발로 차면 저기 밑바닥까지 갔다가 걸어서 올라가. 거기서 깡이 필요한 거야. 투지가. 나, 온몸에 칼자국이야. (웃음)”
양팔을 휘저으며 취권 흉내를 내다가 강호의 수를 겨루다 칼 맞은 폼을 하는 선생의 입담을 듣노라니 속시원한 웃음이 나온다. 이십년을 통과해서 그런지 그에게는 여유가 풍겨져 나온다. 그래도 이 축령산 자락까지 찾아온 건 다름 아닌 선생한테 세상에 대한 수를 알려 달라고 온 것인데 수를 배워가는 과정만 듣고 오기에는 아까워서 불쑥 물었다.
“세상 팔자 좀 알려주세요? 나라 팔자도 있나요?”
있단다. 국운이라고. 근데 나는 국운은 모른다며 팔을 흔든다. 하기야, 말해야 본전도 못 찾는 이야기니. 대신에 우리나라 3대 병과 그 치료법을 말해주겠다고 한다.
요즘 한국의 병은 우울증, 자살, 이혼이란다. 사람마다 화가 승해서 심장병이 느는 것도 그렇고 그 치료로 권하는 것이 차를 마시는 일이라며 차 한잔을 내준다.
“차는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義) 육군을 다 즐겁게 해주는데 안은 첫째 눈, 눈은 색깔을 보자녀. 찬물에 색깔, 찻잔 같은 거. 찻물이 우러나는 그 백자에 담기는 색을 볼 거 아녀. 이는 귀인데 소리지. 따르는 소리, 특히 새벽에 고요할 때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심산유곡의 폭포소리 같아. 비는 코 아뇨? 비는 냄새를 맡지. 한잔 따르고 찻주전자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 설은 혓바닥. 혓바닥은 맛을 보지. 신이라는 것은 몸인데 촉감. 스킨쉽, 찻잔이라든가 차 주전자를 만질 때의 느낌, 그러니까 마음이 화락해 지는 거요. 의는 마음인데 뜻 의를 써. 릴렉스해지는 거지. 이완이 가장 중요한 거요.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 그래서 차라는 게 다 육군을 즐겁게 해서 릴렉스하게 해주는 거지. 차가 슬로우푸드잖아. 그러면 한가해져. 한가해져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지. 그래야 여유가 생기고.”
조용헌은 자기가 자기를 위로하고 자기에게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한다.
차를 마시면 이 3대 한국병으로부터 탈출을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녹차가 쓴맛이 먼저여서 요즘 사람들의 기호에 맞지 않는다고 하니 쓴맛을 모르면 깊이가 없어진다고 한다. 밤낮이 교차할 때 생각이 떠오르는 법인데 단맛과 쓴 맛이 교차해야 맛도 안단다. 인생살이도 돈이 있어봤다, 없어봤다 해야 한 생각이 떠오른다는데 우리는 늘 성공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흔히 성공하려고 하거나 무언가 기대한 바를 이루려고 하면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조용헌은 잘라 말한다. 노력이라는 말처럼 거짓말은 없다고. 아마도 이 말을 들으면 늘 우리를 스스로 독려하며 살아온 세상살이의 해법 중에 하나가 노력이라고 믿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놀랄 것이다. 조용헌은 사주팔자는 부모가 합궁을 하는 날 90% 결정지어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운명이 이때 이미 예정되는 것이다.
이 말을 자칫 잘 못 들으면 노력해도 그만이니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말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노력이라는 말처럼 우리를 몰아치는 말이 없다. 노력해도 안되는 게 분명 있다. 자기의 의도와 달리 돌아가는 세상일이 더 많다. 이 시대에서 노력을 하는 근본은 부자가 되기 위하여서이다. 노력은 실은 욕심의 다른 말인 것이다. 너무 노력을 많이 하면 혼란이 온다. 다 부자가 되고 다 성취되는 세상은 실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황영조처럼 달리기를 잘하고 싶다고 맨날 뛰어봐, 그런다고 되겠수?”
노력을 하면 될 수도 있지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그렇게 되지 않으면 자기를 비하할 수밖에 없다. 노력을 하고 싶어도 안 되는 상황이 있다.
조용헌은 지분(知分) 지기(知止) 지족(知足)이라는 말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자기 분수를 알고 멈출 줄을 알고 족함을 아는 것이 사주명리학에 대한 자신의 바른 해법이라고 한다. 희랍의 철학자 세네카의 말처럼 운명에 저항하면 끌려가고 운명에 순응하면 업혀간다고.
태어난 해와 달과 날과 시를 바꿀 수는 없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위하여 무한정 노력할 수도 없다. 노력하면 된다고 믿는 사람은 적극적인 인간형이다. 자살은 이런 적극적인 사람들이 한다.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포기하는 것이다.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요즘은 전국이 카지노화가 되어 있다. 모두들 대박의 꿈을 노린다. 알고 보면 노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사주팔자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우리도 알고 있는 것처럼 큰 부자는 돈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작은 부자는 절약이나 근면으로 얻는다. 사주에 재물이 없다고 나와 있는데 돈이 있는 경우, 그 사람은 돈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다.
조용헌은 몇 년 전부터 명문가들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어떻게 명문가를 이루고 살아가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명문가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덕을 많이 쌓은 집안이다. 덕이라는 것은 편리를 제공하는 것이니 그것은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또 고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물론 고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기본 재력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만한 위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집을 아직까지 지닌다는 것은 그만한 자존심이 있다는 것이다.
근래에 있어서 명문가는 어느 집안이냐고 물으니 현재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아서 신흥 명문가는 없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재벌들 중에 100년이 넘어 부를 유지해 오다가 지금 잘 살고 있는 집안은 없으니 앞으로 두고 볼 일이라고 한다. 재대로 베풀지 않으면 이 위상과 부가 백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조용헌은 우리에게 상류층이 되는 길을 알려 줄 수는 없지만 행복 상류층이 될 수 있는 길은 알려 줄 수 있다고 한다. 돈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과시하는 집단, 재벌 상류층이 우리나라 인구의 1%이듯 행복 상류층도 1%만 되면 세상이 훨씬 더 살기 좋게 된다는 말을 한다. 왜냐면 이 행복상류층을 보고 사람들도 따라하려고 할 테니까. 이는 크게 노력해서 될 일이라기보다 자발적으로 가난하면 되는 것이니 포기를 잘하면 된다고 한다.
그는 행복상류층, 해피 노블리스(Happy Noblesse)에 대하여 고민 중인데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신도가(新道家)가 라고 한다. 해피 노블리스가 되는 방법은 이렇다.
첫째, 자연과 교감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선텐(빛,해)을 하듯 문텐(달,어둠)을 해야 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고 바위를 보며 꽃, 나무의 이름을 100가지 이상 알고 있어야 교감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문명은 자연의 짝퉁인데 문명에서는 결코 사람이 위로를 받을 수 없기에 자연을 느껴야 한다.
둘째, 4인 가족이 100만원으로 생활 할 수 있어야 한다. 시골에서 100만원이상을 벌려고 하면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존재비용을 우선하고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한 비용을 없애면 충분히 가능하다. 기본생활비는 의외로 많이 들지 않는다.
셋째, 유사시 교육은 포기해야 한다. 요즘 부모들은 일정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교육은 학교에서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 가정 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육비인데 이는 삶의 족쇄다. 그러다보니 그는 조기 유학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이다. 고등학교 이전의 아이들이 남의 나라로 유학을 간다는 것은 떠돌이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 언어, 역사 풍토를 느끼지 않고 조기유학을 가면 자기 정체성이나 세계관이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아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 깊은 행복감이나 정체감이 들리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OECD국가라면서 가르칠 것이 없어 단지 언어 하나 배우자고 어렸을 때부터 유학을 보내느냐,고 묻는다. 물론 대학생 정도의 청년들이 유학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넷째, 최소한의 먹거리는 자급자족한다. 텃밭을 일구어 부식은 스스로 마련한다. 차(茶), 된장, 염색 등의 일을 배워두는 것도 좋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걷거나 육체노동이 필요하므로 적절한 일거리가 필요하다.
다섯째, 이렇게 사는 사람들끼리의 네트웍을 갖는다. 평상시 각자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살아가다가 마치 방외지사의 포접 조직처럼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격려하며 사는 것이다. 그가 현재 교류하는 네트웍은 장성의 휴휴산방을 기점으로 세심원, 애일당, 무등산의 소요당, 나주의 죽설헌, 새로 개발한 곳으로는 진주의 석가헌, 경주의 수졸산방, 축령산의 편백나무를 가져다 영남 땅에 심었다며 이름 붙인 청도의 호골영토산방, 장래에 함께 하고 싶은 곳으로는 사천의 정동주씨가 있는 한옥사랑채, 악양의 심원재, 와룡산의 용치산방, 그리고 계룡산과 지리산의 도판에는 공간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스폰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섯째는 신풍류 개발이다. 악양 동천의 동네밴드처럼 놀이문화가 중요하다.
이런 신도가에 대한 생각을 더욱 굳히게 한 한축으로 슬로우라이프 운동을 하는 쯔다 신이치 선생의 이야기에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신도가는 삶의 양식을 바꾸기 위하여 경제 활동을 접고 농사를 하려고 들어오는 귀농자와 적당한 부를 축적하고 별장을 지니듯 교외에 쉴 곳을 두는 살롱자와의 중간급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념은 없지만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내는 새로운 삶의 방편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머릿속에서 구상되어지는 단계이기에 계속 거듭되는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한다.
“우리가 뭔 이념부터 헐게 아니고, 우리가 산방부터 만들어서 왔다갔다 놀기부터 하자니께, 너무 자기 주장을 펴 놓으믄 반박만 많고 말만하다 끝나. 그에 대응하려면 피곤하자나. 우리 피곤한 거 질색이거든. 생각 있는 사람들이 일단 도시를 벗어나야 해. 풍류를 즐기기 위해 악기를 하나 다루믄 좋은데 기타가 적당하지. 음식을 먹으면서 정이 드니 소박한 음식 한 가지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상류층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 상류층이 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 건 마음먹는다고 이루어지지 않지만 행복 상류층이 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지옥과 천당은 자기 마음속에 있다고 했던가!
이제 곧 강호 삼십 년째에 접어드는데 앞으로 하고 싶을 일이 따로 있는지 물으니 대뜸 토종대학이라고 한다. 그의 책 <소설>에도 나와 있는데 인용하자면
-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대학이나 하나 세우고 죽어야겠다는 염원을 평소에 품어왔다. 그 대학 이름은 ‘토종대학’(土宗大學)이다. 토종(土宗)에는 3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는 ‘토종’(土種)의 의미이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한국의 토종문화를 보존하고 가르치는 대학이다. 한국인의 의식주 전반에 걸쳐 토종이 과연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배우는 대학이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민초(民草)들이 주체가 되는 대학이다. 토(土)는 밑바닥을 의미한다. 셋째로 종(宗)은 중심과 근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중심이 되려면 아우르고 포용을 해야 한다. 빈부와 유무식(有無識)에 관계없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건학 이념이다. 토종대학의 장점은 캠퍼스와 건물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등록금도 필요 없고, 학력과 나이제한도 없다.
그렇다면 대학을 어떻게 운영하는가? 토종대학은 점 조직으로 운영한다. 지금 한국의 곳곳에는 골짜기마다 수백 명의 고수(高手)들이 포진해 있다. 이 고수들의 전공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계룡산에는 전통무술의 고수가 있는가 하면, 경남 김해에는 전통염색의 고수가 있고, 진주에는 전통비방을 연구한 대체요법의 고수가 있다. 또 전남 벌교에는 오행쌀을 30년간 연구한 쌀의 고수가 있고, 전주에는 ‘설장구’의 고수가 있고, 서울 우이동에는 암벽 등반의 고수가 살고 있다.
현재까지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고수들은 대략 30명 정도 된다. 어찌 우리나라에 고수가 30명만 있겠는가. 적어도 수백 명은 있으리라고 본다. 지금 생각으로는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고수들을 300명까지 발굴할 예정이다. 300명이면 300과목의 커리큘럼이 성립되는 셈이다.
토종대학의 학생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 고수들을 방문하면 된다. 요즘은 주 5일제이다. 한국은 도로 사정이 좋아서 2박 3일이면 전국 어디나 갔다 올 수 있다. 이들 고수들은 대체적으로 시골이나 산 근처에 살면서 별도의 자기 공간을 가지고 있는 수가 많다. 주말이면 이 고수들을 찾아가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바로 학습이요 인생 공부이다. 한국에도 이만한 대학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용헌이 쓴 많은 책 중에서 그가 중심으로 생각하는 건 <조용헌의 사주명리학이야기>이다. 그 양쪽으로 <명문가이야기>와 <방외지사>가 있다. <명문가이야기>는 있는 사람들 이야기, <방외지사>는 없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무엇이든가요?”
없단다.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사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한다. 2월말이면 두 번째 <명문가이야기2>가 나온다. 수재로 이름난 장하준 교수 집안 이야기도 나오고 명문가 집안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소개가 된다. 어떻게 살든지 간에 중요한 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평범한 것이 진리라는 말이 있다. 살다보니 정말 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고, 도인도 따져보면 밥 잘 먹고 잠 잘 자면 도인이란다.
“선생님은 어떻게 사시고 싶으세요?”
“소인삼락이요.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며 좋은 친구들하고 벗하고 사는 거요.”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우리네 사주팔자가 더더욱 궁금하다. 괜한 욕망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하기보다 지분(知分) 지기(知止) 지족(知足)할 수 있는 스스로의 예지, 결국 인생이 다 자기 몫이라는 말을 들으며 이제 지금부터는 행복상류층이 되는 길을 찾아볼까?
그 전제 조건인 포기에 대하여 가만히 생각해 본다.
글 신희지 사진 박태진 김동식
차와문화 2009년 3월호
저작권이 있으므로 스크랩만 가능합니다.
첫댓글 멋있읍니다. 오늘도 좋은날입니다. ^^
네 쌤...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주명리학... 토종대학... 조용헌쌤과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
묻고픈 이야기 있으며 다 물어보세요^^
와!
기대 만땅입니다
지족하는 사람이 있나요ㅡㅡ?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또 살아가겠지요? ㅎㅎ
소개글을 너무 잘쓰셨네요~~
저도 조용헌 선생님을 뵙고 싶었는데 교무처장님의 글을 보니 더욱 기다려집니다.
잡지 인터뷰글이라
세세하게 써있습니다^^
멋진 분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