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00 기상.
호텔식당에서 아침식사 후 (7:00), 배낭을 꾸려 호텔 로비에 모였다.
어제 수리를 마친 매부바가 운전하는 미니버스에 탑승해 호텔을 출발한다 (8:10).
- 오늘 우리는 리왈핀디와 이슬람아바드를 거쳐, 머리라는 휴양도시로 향하게 된다.
- 얼마후 페샤와르의 대우버스터미날에서 잠시 정차한다.
길거리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버스들이 지나가고, 파키스탄 경제원동력의 일등공신이라는 당나귀마차가 당당하게 지나간다.
(페샤와르 대우버스터미날 앞 거리 풍경)
- 페샤와르를 벗어날 즈음에, 어제 우리를 호위했던 경찰에게서 복마니님에게 전화가 왔다.
페샤와르를 잘 출발했느냐는 말과 함께, 혹시 호위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묻더라는 것이다.
어제 페샤와르관광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 후, 복마니님이 경찰 호위에 대한 감사표시를 하였더니, 경찰들이 매우
고마워하면서 다음에 페샤와르에 오게되면 연락하라고 하더란다.
이번에 훈자 왕자님인 복마니님께서는, 페샤와르에도 충성스러운 경찰 백성을 거느리게 된 셈이다.
- 카불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자, 강가 주변을 구경하기 위해 차를 세운 후, 회원들 몇분이 다리를 건너 강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카불강 (Kabul River)은, 힌두쿠시산맥에서 발원하여 카불과 페샤와르를 흐르다 이슬람아바드 근처에서 인더스강과
합류하게 되며, 전체 길이는 약700km이다.
이곳까지 흘러오는 도중에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등 각종 관개용수로 많이 끌어다 쓰기 때문에, 유량이 매우 작아져
유속 또한 느리게 된다고 한다.
(카불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간다)
- 우리가 서있는 다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도 다리 하나가 있는데, 그 다리 옆에는 거대한 성이 있어 복마니님에게 물었더니,
아톡성(Attock Fort)이라고 한 것 같다.
아마 이 지역이 군사요충지이기에 저런 성이 지어졌으리라 추측해보며, 어쩌면 그 옛날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군대가,
카이버패스를 넘어 카불강의 이곳을 지나 인도로 진격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본다.
(우리가 건넌 다리 옆에 있는 또하나의 다리)
(아톡포트 - 오른쪽으로 카불강이 흐른다)
(카불강 풍경)
- 페샤와르로 올 때와는 달리, 다양한 풍경을 보기위해서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타고 달린다.
아무래도 고속도로보다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현지인들의 생활상과 풍광을 보기위해서는, 일반도로가 더 정취있고
재미있는 여행길일 것이다.
- 어느 마을을 지나는 중에, 복마니님께서 오래된 파키스탄 친구를 만나보고 가자고 한다.
곤돌마니라는 마을에 정차해, 우리일행을 매우 반갑게 맞이하는 파키스탄인의 사무실에 들어가, 망고쥬스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눈다 (10:25) .
사키라는 42세의 이 사람은, 예전에 한국에서 5년간 일할 때 복마니님을 만나 친구 사이로 지낸다고 하는데, 아직도 한국말을
제법 잘한다.
한국에서 벌어온 돈을 밑천삼아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 같았는데, 얼마후에 두바이의 조선소에서 일하기 위해 이곳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며칠전 라왈핀디의 택시기사도 그렇지만, 사키 또한 한국에서 일한 댓가로 파키스탄에서 넉넉한 경제생활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것을 보게되니, 괜스레 마음이 흡족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서도 일면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던 초창기 때와는 달리,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어떠한지 염려스러움도 생긴다.
(사무실에 들어가 망고쥬스를 마시며)
(복마니님의 오랜 친구인 사키와 함께 - 오른쪽이 사키)
- 곤돌마니마을을 출발해 라왈핀디로 가는 도중에, 시크교사원이 있는 마을을 들러본다.
시크교사원 앞에 도착했으나, 아마도 이슬람사회에서의 치안문제 때문인지 외부인은 출입금지라고 한다.
마을의 조그만 분수대와 수로에서, 무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고있는 광경을 구경해본다.
(마을 풍경)
(시크교사원 정문)
(시크교사원으로 가던 중에 보았던 요 분수대에서)
(돌아오면서 보니, 애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다)
(분수대 아래에 있는 수로에서도 물놀이가 한창이다)
- 라왈핀디의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맥도날드식당에서, 햄버거와 콜라로 점심식사를 하고 (12:00, 2명분 465루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저번의 KFC식당이나 오늘의 맥도날드식당의 패스트푸드값은, 파키스탄의 일반적인 음식값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그렇기에 현지인들도 비교적 여유있는 층이 오기 때문인지, 손님들의 옷매무새나 얼굴들의 때깔이 좋은 편이다.
- 식당에서 나와 거리를 구경하던 중에, 여장남자들 여러명이 모여있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깜짝 놀란 내가 복마니님에게, 여장남자들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한다.
아니, 사회규범이 엄격한 무슬림국가에서, 한국에서도 제대로 용납되지 않는 여장남자들이 있다니 무슨 말인가?
복마니님에게 파키스탄사회에서의 이들에 대한 시각을 물어보니, 썩 바람직하게 보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아주 터부시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특히 어린애들을 이들에게 데려가 축복의식을 받게 하고, 이에대한 사례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보면, 이슬람사회보다 우리 한국사회가 여장남자들에 대해서 더 엄격한 시선을 갖고있지 않는가 싶다.
이 여장남자들을 사진찍는 게 어쩐지 조심스러워 카메라에 남기지 못했다.
- 과일가게에서 망고 등 과일들을 구입한다.
이번 파키스탄여행 중에, 망고와 멜론, 수박 등 각종 과일들을 자주 먹었다.
맛이 아주 좋고 값도 매우 싼 데다가, 무더운 여행길에 갈증을 풀고 원기를 북돋우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아저씨, 하나 더 넣어요', '어, 이러면 안되는디'..)
- 버스가 머리를 향해 달린다.
머리(Murree)는 라왈핀디에서 이슬람아바드를 거쳐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이슬람아바드로부터 약 60km거리),
영국 식민지시절에 영국인들의 휴양도시로 개발되었으며, 지금은 이슬람아바드나 라왈핀디를 중심으로한 파키스탄 사람들의
휴양지라고 한다.
해발 2,000m 이상의 산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피서를 위해 휴양을 가고, 겨울에는 눈을 구경하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 '아니, 파키스탄 사람들의 휴양지를 우리가 왜 찾아간대요?'
'우리가 무슨 휴양이나 할려고 이 먼 파키스탄까지 찾아왔는가?'라고, 복마니님에게 질문을 한다.
그동안 무더위에 여행하느라 심신이 피곤할 터이니, 파키스탄의 유명한 휴양지를 구경도 할겸, 재충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 이슬람아바드를 벗어나 한참을 달린 후,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시원해지기 시작하고, 피서객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많은 차량들이 눈에 띈다.
산 위 마을입구에서, 기다란 장대로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통행세를 요구하는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우리 차에 동승한 호텔주인장인 듯한 사람이 나서서 한참동안 말다툼을 하더니, 요구한 통행세의 절반만 내고 통과한다.
- 버스길 종점에 도착해 배낭들을 내려놓는다.
각자 배낭을 메고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는 숙소호텔인 '이슬람아바드 뷰 호텔'에 도착했다 (오후 4:30).
(머리의 버스길 종점에서 - '자, 배낭들 메고 올라갑시다')
- 호텔방을 배정받아 샤워와 세탁을 마친 후에, 머리 산책에 나선다.
호텔 왼편의 호젓한 길을 따라 호텔 뒷산을 한바퀴 돌고 나니, 머리의 제로포인트 역할을 하는 우체국 앞에 이르렀다.
우체국 앞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곳곳에 플래카드가 널려있다.
플래카드 내용을 보니 자연보호캠페인을 하는 모양인데, 모임관계자로 보이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기자도 보이고,
큰북과 작은북 등으로 꾸며진 어린 학생들의 악대도 동원되었다.
이 군중들 속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면서 노닐다가, 머리의 주도로인 몰로드 (Mall Road)를 따라 걸어간다.
(숙소인 '이슬람아바드 뷰 호텔'이 보인다)
(자연보호캠페인 중인, 우체국 앞 광장)
(캠페인 참여중인 젊은이와 함께)
(캠페인에 동원된 어린 악대들)
- 우체국 앞으로 머리의 여행자 번화가인 몰로드가 시작되고, 길 양쪽으로는 많은 상점과 식당, 호텔 등이 밀집해있으며,
수많은 현지인들로 인해 인파를 이루고 있다.
도로를 따라 산책하면서, 우리는 '머리의 스타'를 넘어서 그야말로 '머리의 원숭이'가 된다.
파키스탄 사람들의 휴양지인 이곳에, 외국인 관광객이라고는 아마도 우리일행이 유일할 것 같은데, 현지인들이 이 신기해보이는
동양의 이방인들을 그냥 놓아줄 리 없다.
모두들 신기하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자고 단체로 몰려온다.
이들의 요구에 몇번 사진을 찍다가, 얼마후에는 귀찮고 지겨운 마음에 손사래를 치고서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우체국 아래 몰로드를 걸어가는 중에)
(닭을 걸어놓고 있는 식당 앞)
- 한 피키스탄 사람이 다가오더니, 한국인이 아니냐고 한국말로 묻는다.
본인은 인천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매우 반가워한다.
(인천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현지인과 함께)
- 몰로드를 따라 군부대가 있는 곳까지 산책을 하다가 되돌아서, 저녁식사 시간에 맞추어 약속장소인 '우스마니아'식당으로
집합한다 (오후 7:00).
이 식당은 파키스탄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상당히 고급식당인 것 같은데, 파키스탄에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모양인지,
뒷날 라호르에서도 보게 된다.
식당 벽에는 1876년에 머리의 거리를 찍은 큰 사진이 걸려있는데, 지금도 마을 중심을 지키고 있는 트리니티교회가 서있다.
(한 옷가게에 들어가서)
(새로 지은 쇼핑몰인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몇개의 가게만이 입점해있는 상태다)
(저녁식사를 한 우스마니아식당)
- 저녁식사를 마치고, 몰로드 옆의 계단 아래로 내려가 산비탈길을 따라 늘어선 재래시장을 둘러본다.
몰로드에도 각종 상점들이 즐비한데 이 재래시장에도 많은 가게들이 들어서있고, 사람들 또한 어느 대도시의 큰시장 못지않게
매우 붐비고 있다.
여름 피서철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해발 이천미터 산 위에 지은 휴양도시에 이처럼 많은 가게와 사람들이 몰려있다니,
조용히 휴양하러 온 것인지, 쇼핑할려고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재래시장을 거닐며)
(조그만 모스크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보니, 예배시간이 아니어서인지 텅 비어있다)
(우리를 보더니 식당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숙소로 돌아온다)
- 밤 9시경에 호텔로 돌아와 복마니님 방에서, 이곳 머리가 제조지라고 쓰여 있는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거참, 금주가 엄격한 이슬람국가에서 웬 술을 다 만드나?'
'지명도 요상한 머리에 와서, 오늘 우리는 완전히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었네 그려.'
'조용히 쉬면서 휴식을 즐기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얼하면서 휴식을 즐긴다냐? 낮잠을 자거나, 이 휴양지 이름처럼
"머리, 어깨, 무릎, 발"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하나?'
'이거 휴양을 취하며 머리 비우러 왔다가, 도리어 머리 아프게 될지도 모르겠네.'..
- 산골마을에 밤이 깊었는데도, 호텔 밖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요란하다.
머리의 특징이, 자정이 지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가게들도 불야성을 이루며 밤늦게까지 놀다가, 다음날 아침에는
느즈막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 아무튼 다행스럽게도 머리 맥주가 있어서, 우리는 머리의 밤을 즐겁게 보내다가 취침에 들어간다 (밤 11:00).
((*)) 파키스탄에서 우리가 마시고 있는 맥주에는 제조처가 머리라고 적혀 있다.
철저히 금주를 실시하는 이슬람국가에서 술 제조공장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관련내용이 있어 올려본다.
(* 아래 글은 '선교현장 뉴스 , 2011.11.16일자'에서 발췌, 정리한 내용임.)
- 라왈핀디에 소재한 술 제조공장인 머리사는, 파키스탄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영국 군인들과 영국인들에게
술을 공급하기 위해, 1860년에 세워졌으며 위스키와 맥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슬람 정화운동이 격화되던 시절에 잠시 문을 닫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꿋꿋하게 생산과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슬람 시위대들로부터 방화 등의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적지않은 반대 압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 이 술 제조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파키스탄에 음주를 금하는 명시적인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비록 형식적이기는 하나 법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전인구의 3%에 불과하지만 기독교와
힌두교, 시크교, 조로아스터교 등 비이슬람 신자들이 존재하며, 정부가 이들에게까지 음주를 금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음주가 금지되지 않는한 술 제조공장의 운영을 금지할 수도 없는 것이다.
- 머리사에서 생산된 술들은 주로 비이슬람 신자들에게 공급되지만, 은밀하게 술을 즐기는 이슬람 신자들도 적지않다고 한다.
술 판매로 얻어진 자금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한 머리사 주인의 말에 의하면, 머리사 고객의 99%는
이슬람 신자일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 이슬람 신자들에 대한 금주규정은, 의회에서 제정된 실정법에는 존재하지 않고, 이슬람 지도부에서 제정된 율법 교정은
음주자에게 채찍 80대를 때리도록 되어있으나, 한번도 이같은 형벌이 집행된 적은 없다고 한다.
최근 의회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의한 음주자에 대한 채찍형벌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보수적인 이슬람 인사들은 이를 반대하지만, 폐지론자들은 음주라는 작은 악행을 금지하면, 마약이라는 더 큰 악행이
등장해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첫댓글 알록이달록이 버스는 타 보셨나요?
휴양지에도 가시고...
그 먼 오지에서 한국어하는 원주민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을 상상해 봅니다.
저도 10년도 전에 포카라 사랑곳에서 혼자 걸어내려오는데 가게에서 한국어를 너무나 유창하게하는 네팔리를 만나서 거의 혼절모드였어요.
너무나 정확한 한국어라서 노동자가 아니지 싶어서 물어보니 서울대 다닌다는 말에 더 놀라서자빠졌던 일이 생각났어요.
무슬림 애주가들은 돈 많이 벌어야겠네요! 술값을 어케 벌지 상상 해봅니다.
아무리봐도 득음님 몸매가 저를 따라오려나 봅니다.
득음님...한번 찌면 안빠지는 거 알지요! 저 1일 /2시간씩 으쌰~거려도 효과가 안나네요.에고...무릎이야~~
그러고보니 알록달록이 버스를 못타봤네요. 한번 타봤어야 하는 건데..
가보기 쉽지 않은 여행지에서 한국말하는 현지인을 만나면 매우 반갑지요.
파카스탄 외에 술 제조공장이 있는 다른 이슬람국가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터키나 이집트 정도는 있을 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