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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상곡 도솔암 원문보기 글쓴이: 실상實相
나에게는 유난히 바쁜 10월이다. 오늘은 우리 회사 직원 결혼식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코 포교 일선에 나서는 일이다. 지금은 팀장 소임을 놓은 지도 오래 되었고, 지역 회장 소임도 두달 남짓 남았는데... 하는 일 없이 바쁜 것은 매 한가지이다. 어제, '내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명상과 함께 하는 백팔배를 준비해 보았다. 얼마전에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보기 좋게(절하기 좋게) 재편집해 두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느낌이 불안하여 팀장님께 준비상황을 점검해 보니 역시 착오가 생겼다. 두 개 학교가 연합으로 법회를 할 계획이었는데... 한 학교가 '성교육'을 한다며 개별 CA가 없어진 모양이다. 게다가 동참하기로 한 포교사 한 분이 연락도 없고 연락이 닿지도 않은 상태로 끝내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작은 승용차에 비좁게 아이들을 태워서 이동하게 되었고, 또 한 학교로만 진행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늦게 오는 바람에 절에 늦게 도착하여 스님의 법문도 듣지 못하게 되었다(스님께서 사시예불에 드셔서) 그래서 오늘은 조금 일찍 마치고(덕분에 점심도 못 얻어 먹고) 산회를 하였다.
그런데 한 학생이 배가 고파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절에서 공양한다고 아침도 안 먹었단다. 떡도 주고 과일도 준다며...ㅎㅎㅎ 그래서 그럼 가다가 점심 먹고 가까? 하니깐 일제히 네, 사주세요. 하면서 눈이 반짝 거린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해서 보니 지갑에 현금이 단 한푼도 없었다. 오늘 회사 직원 결혼식장에 못 갈 것을 대비해서 어제 미리 부조금을 맡기고선 빈 지갑이 된 걸 모르고 그냥 나간 것이었다. 입장이 참으로 난처했다. 식당에서는 카드는 안 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도로 나와서 식당 찾아 한참을 다녔는데 하나같이 카드는 안 된단다. 돌고 돌아서 겨우 한 곳 피자집을 갔는데 거기에 주저앉게 되었다. 쪼그만 애들이 먹기는 왜 그렇게 잘 먹는지...ㅎㅎㅎ 날 포함해서 다섯 명이 앉아서 '특대' 한판, '대' 한판 이렇게 두 판을 해치웠다. 먹는 즐거움을 함께 맛 본 후 오는 길에 각자의 집에 내려다 주고 집에 들어오니 피곤이 엄습한다. 그래, 우짜든지 이 인연으로 꼭 성불의 씨앗이 싹트길 바란데이.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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