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등무상경 제4권
36. 대운초분 여래열반건도(如來涅槃健度)[5], 찬탄, 여래의 법신
[천자의 찬탄]
그때 대중 가운데 기재(奇才)라는 한 천자가 천명의 천자들과 함께 곧 일어나 부처님을 향하여 모든 꽃ㆍ향ㆍ번기ㆍ일산ㆍ음악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며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큰 바다도 자로 재고 헤아릴 수 있으며
수미산도 달아서 알 수 있지만
여래의 법의 경계는
미루어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그때 여래께서 선덕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대바라문아, 너는 이제 기뻐하는 마음을 잘 내었고 위없는 과보[無上果]를 얻었느니라.
대바라문아, 이로부터 남쪽으로 30만 항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수만나(須曼那)라고 하는 세계가 있느니라.
그곳에 부처님 세존이 계시니 명호는 정광비밀(淨光祕密)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언제나 세간에 머물러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바른 법륜(法輪)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50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법희보(法喜寶)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법장(法藏)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언제나 세간에 머물러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60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일체지(一切池)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사자후신족왕(師子吼神足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언제나 세간에 머물러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36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화번(華幡)이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고수미(高須彌)이시고 10호(號)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나아가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그로부터 남쪽으로 다시 80만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세계를 지나면 그곳에 보수(寶手)라고 하는 세계가 있으며,
부처님의 명호는 법호(法護)이시고 10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나아가 바른 법륜을 굴리시느니라.
대바라문아,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 세계는 국토가 엄숙하고 청정하여 산ㆍ언덕ㆍ돌ㆍ모래ㆍ더러운 찌꺼기 등이 없고, 그 땅은 부드러워서 마치 가릉가(迦陵伽) 옷과 같으며, 세상에는 오탁(五濁)이 없느니라.
또한 여인이나 2승(乘)이 없으며, 나아가 이승이라는 이름과 여인이라는 이름도 없고 순전히 모든 보살마하살 등으로 대승(大乘)을 좋아하고 대승을 수호하여 지니면서 즐거이 대승을 연설하느니라.
대바라문아,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러한 모든 부처님 명호를 받아 지니고서도 3악도(惡道)에 떨어진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느니라.
대바라문아, 이런 이치 때문에 내가 열반한 뒤에 이 경은 남방의 국토에서 널리 행하여 유포하고 바른 법[正法]이 소멸하려 하는 나머지 40년에는 북방에 이르게 될 것이니라.
북방에는 안락(安樂)이라는 왕이 있으니, 누구든지 이 경권을 받아 지니고 베껴 쓰거나 읽고 외우며 해설하는 이를 보면 때에 따라 네 가지를 공급하여 모자라지 않게 할 것이니라.
그때 북방에는 8만 4천의 중생이 있으니, 이 경전을 받아 지닐 것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경을 들은 뒤에는 놓아버리거나 멀리 여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정수리에 이고 받아 지니면 전쟁ㆍ독ㆍ물ㆍ불ㆍ도적을 맞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으나, 그가 지은 전생의 업[宿業]만은 제외되느니라.
또 대바라문아, 만일 안의 사부대중이나 바깥의 중생이 공양하기 위해서거나 두려워서거나 법을 파괴하기 위해서거나 간에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받들어 지니면 끝내 3악도에는 떨어지지 않으며 또는 3악도에 이르게 된다는 일도 있을 수 없느니라.”
그때 선덕이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의 이름만을 들어도 오히려 이와 같은 한량없는 좋은 이익을 얻게 되는데, 하물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베껴 쓰고 해설하는 이이겠습니까?
만일 저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듣게 되면, 곧 이미 위없는 큰 보배를 얻게 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이미 그의 손에 있으며,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이미 그 집에 도달하셨고, 그 땅은 금강이요 그 몸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견고하여 동요하지 않고 옮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역시 이러한 사람을 공경하고 공양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대바라문아, 너는 이제 여래 공덕의 힘을 잘 알고 잘 이해하는구나.
만일 어떤 중생이 저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공경하며 믿고 의심하지 않으면,
이른바 왕의 두려움[王怖], 사람의 두려움[人怖], 귀신의 두려움[鬼怖] 등 모든 두려움이 없고 모든 질병이 없으며,
언제나 모든 부처님의 도를 배우는 제자가 되어 팔부(八部)의 귀신과 그의 권속의 수호를 받게 되고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하시게 될 것이니라.”
[건달바왕 희견, 여래의 법신]
그때 대중 가운데 희견(喜見)이라는 건달바왕(乾闥婆王)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합장하여 공경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어떠한 중생이 이 경을 능히 받아 지녀 널리 유포하게 하며,
어떠한 중생이 받아 지니지 못하여 법이 무너져 멸하게 합니까?”
그때 여래께서 잠자코 계시면서 대답하지 않으셨다.
이때 대가섭(大迦葉)이 희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야, 여래께서는 진실로 열반하심이 없고 법도 멸하여 다하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누가 이 경을 받느냐고 합니까?”
희견왕이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여, 모든 중생은 미치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습니다.
원컨대 대덕이여, 여래께서 멸도하시지 않는 까닭을 널리 연설해 주십시오.
모든 중생은 어리석음이라는 어두움에 가리워져 있습니다.
원컨대 법 등불을 켜서 광명이 열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는 미래에도 역시 널리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이 뜻을 열겠습니다.
원컨대 대덕이여, 가엾이 여기셔서 말씀해 주십시오.”
대가섭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래의 법신(法身)은 육신(肉身)이라 하지 않고,
부처님 몸은 금강이므로 파괴되는 몸이 아니며,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여 완전히 갖추셨고, 방편의 몸이라 식신(食身)이라 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몸이신데 어떻게 멸한다고 하겠습니까?”
희견왕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저는 이제야 마땅히 여래 세존께서 방편으로 열반하시는 것이지 결코 완전히 멸하는 것[畢竟滅]은 아님을 알겠습니다.”
그때 가섭은 희견을 칭찬하였다.
“장하고 장합니다. 실로 말한 바와 같습니다.
선남자여, 큰 바다는 헤아릴 수 있어도 여래의 공덕은 헤아려 알 수 없습니다.”
희견왕이 말하였다.
“여래는 어느 때에 마지막으로 멸도하십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모기와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생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열반에 들면 여래는 그때에야 비로소 열반하게 되십니다.”
희견왕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여래께서는 이와 같은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하시는데 모든 중생은 무엇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중생들은 박복하여 여래께서 항상 머무르면서 변하지 않는 금강의 몸이며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대덕이여, 이와 같은 몸은 오직 부처님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모든 성문이나 연각으로서는 미칠 바가 아닙니다.”
가섭이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佛性)이 있어서 보리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이 법을 설할 때 2만 2천의 천자(天子)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서 한결같은 목소리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열반하지 않으시고
진실한 법은 멸(滅)함이 없지만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멸도(滅度)가 있음을 나타내 보이십니다.
여래께서는 항상하며 멸하지 않지만
중생 위해 방편으로 말씀하시니
여래는 불가사의하고
법(法)과 승(僧)도 또한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