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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9권
16. 택교부(擇交部)
〔여기에는 다섯 가지 연(緣)이 있음〕
16.1. 술의연(述意緣)
대체로 이치의 궁극적인 대상은 오직 선(善)과 악(惡)이니, 이 두 갈래 길을 돌아보면 홀연히 분별하기 쉬워질 것이다.
어둡기로는 죄복(罪福)과 고락(苦樂)이 있고, 드러나기로는 현우(賢愚)와 영욕(榮辱)이 있다.
영화를 좋아하고 욕됨을 미워하며, 즐거운 데로 나아가고 괴로움을 등지고 싶어하는 것은 함식(含識:중생)에게는 필연적으로 공통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영화를 좋아하면서 어진 사람을 사모할 줄 모르고, 복을 구하면서도 화를 피할 줄 모르는 것이
비유하면 마치 논에 쓸모없는 피를 심어 놓고서 가을이 되자 좋은 쌀을 거두려 하는 것과 같고,
늙어 둔하고 절룩거리는 말을 타고 아주 멀리 달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나니,
이 얼마나 미혹한 일인가?
저 새ㆍ짐승ㆍ벌레ㆍ뱀 따위의 지혜로서도 바람을 의지하고 이슬을 빌리며, 빠름에 의탁하고 높은 데에 붙음로써 그 일을 성취할 줄 알거늘, 하물며 사람으로서 훌륭한 친구에 의탁하지 않으니 그래가지고 선(善)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착한 벗에 의탁하면 이름을 남기고 덕을 성취할 것이요, 어둡고 음흉한 사람을 친근히 하면 몸이 수척해지고 이름마저 더러워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현묘한 법칙의 종지는 훌륭한 사범(師範)에게서 나오고, 갈고 닦는 마음의 그 일이 내 벗에게 달려 있다.
또 소의 피를 빨아먹는 등에는 기껏 날아봤자 백 걸음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만일 난새[驚]의 꼬리에 붙으면 한 번 날아 만 리를 갈 수 있나니,
이것이 어찌 그 날개짓의 솜씨가 빠른 것에 의지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역시 약해빠진 범부와 함께 하면 기껏 나아가 봐야 인간과 천상을 벗어나지 뭇하지만,
만일 큰 성인의 위엄에 의지하면 십지(十地)까지 높이 오르고 깨끗한 영역에 함께 태어날 것이다.
16.2. 선우연(善友緣)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아난비구가 말하였다.
깨끗한 행[梵行]을 반쯤만 이루어도 선지식(善知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깨끗한 행을 원만하게 갖추어야 비로소 선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느니라.’
또 말씀하셨다.
‘선지식이란 법대로 말하고 말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어떤 것이 법대로 말하는 것이며 법대로 실천하는 것인가?
스스로 살생하지 않고 또한 남을 시켜서도 살생하지 않으며,
나아가 스스로도 바른 견해를 설전하고 남을 시켜서도 바른 견해를 실천하게 하는 것이니,
만일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참다운 선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느니라.
또 스스로도 보리(菩提)를 닦음은 물론 남을 가르쳐서도 보리를 실천하게 하면,
이러한 뜻으로 그를 선지식이라고 말하느니라.
스스로 믿음ㆍ계율ㆍ보시ㆍ많이 들음ㆍ지혜 등을 수행하고 또한 남을 시켜서도 믿음ㆍ계율ㆍ보시ㆍ많이 들음ㆍ지혜를 수행하게 하면 이
런 이치가 있음으로써 선지식이라고 말하느니라.
선지식이란 훌륭한 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훌륭한 법인가?
그가 하는 일은 제 자신만의 즐거움만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요, 항상 중생들을 위하여 즐거움을 구하며,
다른 이에게 허물이 있으면 그의 단점을 말하지 않으며,
입으로는 늘 순수하게 착한 일만을 말하나니,
이런 뜻이 있기 때문에 선지식이라고 말한다.
선남자야, 저 하늘의 달이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점점 증장하는 것처럼
선지식도 역시 그와 같이 여러 학인(學人)들로 하여금 악한 법에서 차츰 멀어지게 하고 착한 법을 점점 늘리고 키우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약 누구든지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 본래에는 있지 않았던 선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解脫知見)을 지니게 될 것이요 아직 그것이 원만하지 못한 이는 차츰 늘어나고 넓어지게 될 것이다.’
또 말씀하셨다.
‘착한 벗은 마땅히 잘 관찰해야 한다.
〈이 사람은 탐욕(貪慾)ㆍ진에(瞋恚)ㆍ어리석음(愚癡)ㆍ사각(思覺) 중에 어떤 것이 치우치게 많은가?〉 하고 말이다.
그리하여 만약 그가 탐욕이 많은 사람이면 마땅히 그를 위해 부정관법(不不淨觀法)을 설명해 주고,
진애가 많은 사람이면 그를 위해 자비(慈悲)를 설명해 주며,
사각이 많은 사람이면 그를 시켜 수식관(數息觀)을 행하게 하고
‘나[我]’라는 것에 많은 집착이 있으면 그에게 십팔계(十八戒) 등을 분석하여 꼭 들려 준다.
그 설명을 듣고 나서 수행하여 차례로 네 가지 염처(念處)를 얻어 신(神)ㆍ수(受)ㆍ심(心)ㆍ법(法)을 관할 것이요,
이 관법을 증득하고 나서는 차례대로 열두 가지 인연을 관찰할 것이며,
이와 같은 관법을 얻은 뒤에는 차례로 난법(暖法)을 얻을 것이요,
이 난법을 얻은 뒤에는 나아가 차츰 아라한(阿羅漢)과 벽지불(辟支佛)의 과(果)까지 얻을 것이니,
보살 대승(大乘)과 부처님의 과 등도 모두 여기에 의지하여 나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는 의심이나 막힘이 없어 스스로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되 우유에 물을 보태지 않나니,
이것을 참다운 선지식이요 법사의 자리라고 말한다.
만약 이런 것들을 갖추지 못하면 선지식이 아니니, 물을 보태는 법을 받들어 의지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러므로 『불성론(佛性論)』에서 경전의 게송을 인용하여 말하였다.
지혜도 없고 좋은 지식도 없는
나쁜 친구는 올바른 행동에 손해만 끼치니
마치 저 거미[蜘蛛]가 우유 속에 빠지면
이 우유가 변하여 독약이 되는 것과 같다.
이런 까닭에 중요한 것은 모름지기 진실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일이니, 먼저 자신을 잘 조복(調伏)한 뒤에 남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적게 들은 잘못이 없고 물러가는 행위의 허물이 없으며,
산란(散亂)해지는 실수가 없고 남을 업신여기는 과실이 없으며,
뒤바뀐 착각의 잘못이 없고 탐내어 구하는 허물이 없으며,
진에(瞋恚)의 실수가 없고 삿된 행의 과실이 없으며,
‘나라는 것에 집착하는 잘못이 없고 조그만 행위의 허물도 없는 것이니,
이 열 가지 법을 갖추어야 선지식(善知識)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장엄론(藏嚴論)』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들은 것이 많고 또한 진리를 깨달아 알며
교묘하게 설명하고 또한 가엾게 여기며
물러나지 않는 이러한 대장부로서
보살은 훌륭한 의지처가 되느니라.
또 『불본행경(佛本行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또 장로 난타(難陀)와 함께 향을 파는 어떤 상점에 가서 그 상점 위에 있는 향갑을 보시고는 장로 난타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난타야, 너는 여기로 와서 저 위에 있는 여러 가지 향을 싼 물건을 집어 보아라.’
난타는 그 때 곧 부처님의 분부에 의하여 그 위에 있는 여러 가지 향갑을 집어들었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누극(漏剋:물시계)이 한 번 옮겨가는 동안에 그 향갑을 집어들었다가 다시 땅에 놓아라.’
그 때 장로 난타는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나서 손으로 그 향을 집어들었다가 일각(一刻)이 지난 뒤에 도로 땅 위에 놓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장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당장 스스로 네 손의 냄새를 맡아 보아라.’
그 때 난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곧 자기 손의 냄새를 맡았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손의 냄새를 말을 때 무슨 냄새가 나더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손에서 나는 향냄새는 미묘하기 한량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모든 선지식을 친근히 하여 항상 함께 있으면 그를 따라서 물들고 습관이 배일 것이다.
서로 친근히 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그는 결정코 널리 크게 이름을 떨치게 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이 일로 인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손으로 침수향(沈水香)이나
곽향(藿香)또는 사향(麝香) 등을 잡으면
잠깐 동안에 잡은 그 향기 저절로 물드나니
선지식을 친근히 따르는 것도 그와 같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악지식(惡知識)을 친근히 하면
현재 세상에서 좋은 이름 떨칠 수 없으며
반드시 악한 벗과 서로 친근히 함으로써
미래 세상에도 또한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지리라.
만약 누구든 선지식을 친근히 하여
저들이 짓는 업행(業行)을 따라 순종하면
비록 현재 세상에선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미래 세상에선 마땅히 고통의 종자 없어지리라.”
또 『사분율(四分律)』에서 말하였다.
“친우(親友)라는 뜻은 반드시 일곱 가지 법을 이룩해야 비로소 찬우가 될 수 있다.
첫째는 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하는 것이요,
둘째는 주기 어려운 것을 능히 주는 것이며,
셋째는 참기 어려운 것을 능히 참는 것이요,
넷째는 비밀한 일을 서로 알려 주는 것이며,
다섯째는 서로서로 허물을 감추어 주고 덮어 주는 것이요,
여섯째는 괴로움을 만나도 버리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가난하고 천해도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친근히 해도 될 만한 좋은 벗이니 마땅히 친근히 하고 따라야 하느니라.”
또 『대장엄론(大藏嚴論)』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무 병도 없는 것이 제일의 이익이요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제일의 부유함이며
착한 벗이 제일로 친근히 해야 할 사람이요
열반(涅槃)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또 『가라월육향배경(迦羅越六向拜經)』에서 말하였다.
“선지식에는 네 가지 무리가 있다.
첫째는 겉으로는 원수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두터운 정이 있는 것이요,
둘째는 남들 앞에서는 바르게 충고하면서도 다른 곳에서는 그의 선(善)만을 말하는 것이며,
셋째는 병이 들었거나 관청에서 송사가 벌어졌을 때 그의 근심을 풀어주는 것이요,
넷째는 가난하고 천한 사람을 불 때 마음으로 버리지 않는 것이다.
선지식에는 또 네 가지 무리가 있다.
첫째는 관리에게 붙들려 가려고 할 때 데리고 가셔 숨겨주었다가 나중에 해결하는 것이요,
둘째는 병에 걸려 쇠약해진 사람이 있으면 집으로 데리고 가서 간호하고 보살펴 주는 것이며,
셋째는 친구가 죽었을 때에는 그를 관 속에 염하여 묻어주는 것이요,
넷째는 친구가 이미 죽은 뒤에는 다시 그 집을 염려해 주는 것이다.”
16.3. 악우연(惡友緣)
『시가라윌육향배경(尸迦羅越六向拜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악지식에는 네 가지 무리가 있다.
첫째는 속으로는 원망하는 마음이 있으면서 곁으로는 억지로 친구가 되는 것이요,
둘째는 남의 앞에서는 좋게 말하면서 돌아서면 남을 악하다고 말하는 것이며,
셋째는 다급한 일이 있을 적에 남의 앞에서는 근심하고 괴로워하지만 돌아서면 기뻐하는 것이요,
넷째는 겉으로는 친한 체 후하게 대접하면서도 속으로는 원망하고 모함하는 것이다.
악지식에는 또 네 가지 무리가 있다.
첫째는 조금만 제 뜻을 거슬러도 곧 벌컥 성을 내는 것이요,
둘째는 어떤 부탁이나 심부름을 시켜도 좋은 마음으로 들어주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어떤 사람에게 급한 일이 있음을 목격할 때엔 곧 그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요,
넷째는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는 죽은 사람을 버려두고 보살피지 않는 것이다.’
또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보살마하살은 악한 코끼리와 악지식을 관하되 둘 다 똑같아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그것들은 모두 몸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보살마하살은 사나운 코끼리 따위에 대해서는 마음 속으로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함이 없지만 악지식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마음을 낸다.
왜냐 하면 저 악한 코끼리 따위는 오직 그 몸만 무너뜨릴 뿐이요 마음을 부수지는 않지 만, 악지식은 두 가지를 모두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저 악한 코끼리 무리는 오직 한 몸만을 무너뜨리지 만 악지식은 한량없이 많은 착한 몸과 한량없이 많은 착한 마음을 무너뜨린다.
저 악한 코끼리의 무리들은 오직 깨끗하지 못한 냄새나는 몸만을 무너뜨리지만 악지식은 깨끗한 몸과 깨끗한 마음을 파괴한다.
저 악한 코끼리의 무리들은 육신(肉身)을 파괴하지만 악지식은 법신(法身)을 무너뜨런다.
악한 코끼리에게 죽임을 당하면 세 갈래 악한 세계에는 가지 않지만 악한 친구에게 죽임을 당하면 틀림없이 세 갈래 악한 세계에 가게 된다.
저 악한 코끼 리의 무리는 다만 육신만의 원수가 되지만 악지식은 선한 법의 원수가 된다.
그러므로 보살은 항상 모든 악지식을 멀리 여의어야 한다.”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제발 악지삭을 친근히 하지 말고
또한 어리석은 사람을 따라 일하지도 말라.
마땅히 선지식을 가까이하면
사람를 중에 가장 훌륭한 사람이니라.
사람들 중에 이보다 더 악한 것은 없나니
그것은 악지식을 사귀고 친끈히 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틀림없이 악한 뿌리를 심어
영원히 어둠 속을 헤매게 되리.”
또 『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원수가 되는 법이 있어서 그것이 서로 원수로 만드느니라.
첫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좋은 얼굴이 태어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니, 비록 그가 깨끗이 목욕하고 좋은 향을 몸에 바르더라도 그 얼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성냄이 마음을 덮어 원수를 만드는 것이요,
둘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편안하게 잠을 자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아무리 그가 침대와 베개를 비단으로 덮었더라도 근심과 괴로움 때문에 성냄을 버리지 못해서 원수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원수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비록 이익을 얻어야 할 때를 당해서도 이익을 얻지 못하고 마땅히 이익을 얻지 못해야 하는데도 이익을 얻게 되면 피차 두 가지 법은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성냄이 마음을 덮어 원수를 만드는 것이요,
넷째는 원수로 하여금 친구가 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만약 친한 벗이 그를 버리고 피해 가버리면 성냄이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를 만드는것이다.
다섯째는 원수로 하여금 좋은 명예를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저 악한 이름과 추잡한 소문을 사방에 두루 퍼뜨리면 성냄이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로 만드는 것이요,
여섯째는 원수로 하여금 지극히 큰 부자가 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 나라 큰 부자가 혹시라도 재물을 잃으면 성냄이 그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일곱째는 원수로 하여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좋은 곳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가 몸과 입과 마음으로 악을 지으면 그 행위가 끝나고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악한 곳에 이르러 지옥에 태어나서 원수가 되는 것이다.’”
또 『아함경(阿含經)』에서 말하였다.
“악한 이를 멀리하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하는데에 네 가지 법이 있다. 마땅히 급히 버리고 백 유순(由旬)쯤 피해 달아나야 한다.
일 유순은 사십 리(里)이니 백 유순이면 사천 리가 된다.
네 가지 법이란
첫째는 악한 친구요,
둘째는 악한 대중이며,
셋째는 혹 말이 많거나 비웃는 것이요,
넷째는 혹 성내거나 혹은 싸움을 하는 것이니라.”
또 『선생경(善生經)』에서 말하였다.
“계를 받은 사람은 다섯 곳에는 마땅히 가지 않아야 한다.
다섯 곳이란
백정의 집ㆍ음란한 여자의 집ㆍ술자리ㆍ국왕의 집ㆍ전다라(旃陀羅)의 집 등이다.
또 다섯 종류의 업(業)이 있으니 이런 업은 반드시 짓지 않아야 한다.
다섯 가지 업이란
독약(毒藥)을 판매하는 업ㆍ가죽 제조업ㆍ저포(摴蒲)ㆍ바둑[圍碁]ㆍ쌍륙[陸]ㆍ장기[博]ㆍ노래하고 춤추는 배우나 기생법 등이다.”
또 『보운경(寶雲經)』에서 말하였다.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 계율을 깨뜨린 집에 가서 걸식(乞食)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 『금강선론(金剛仙論)』에서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은 백정의 집ㆍ술집ㆍ음탕한 여인의 집ㆍ사나운 코끼리가 있는 곳ㆍ사나운 개가 있는 집에 가서 걸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한 이런 집에 자주 가서 그들과 친근하게 지내서도 안 된다.”
또 『대방광총지경(大廣方摠持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 만약 어떤 법사가 있어 저들이 즐기고 싶어하는 것을 따라 다른 사람을 위해 법을 설하여 능히 보살로 하여금 대승(大乘)을 배우게 하거나 모든 대중들로 하여금 털끝 만큼이라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게 하며, 나아가 잠깐 동안이 나마 감동하여 눈물을 흘러게 한다면, 다 부처님의 신비한 힘이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만약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실은 보살도 아니면서 거짓으로 보살이라 자칭하면서 진짜 보살과 그가 수행하는 법을 비방하거나,
또 〈그가 무엇을 알겠으며, 그가 무엇을 이해하겠는가?〉라는 이런 말을 할 때
만약 그 양쪽을 잘 화해시키면, 그는 거기에 머물러 내 법을 잘 지니고 유통시키겠지만,
그 두 쪽을 서로 다투게 하면 나의 바른 법을 유행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또 이렇게 법을 비방하는 사람은 지극히 큰 죄업 때문에 세 갈래 악한 세계에 떨어져서 그곳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에 대하여 믿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록 천 부(部)의 대승 경전을 모조리 외우고 남을 위해 해설하며 네 가지 선정을 획득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비방했기 때문에 일흔 겁 동안 큰 고뇌(苦惱)를 받을 것이다.
더구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사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면서 스스로 잘난 체하고 나아가서는 하나의 네 구 게송까지 비방하였다면,
이 업을 지은 이는 그 가문이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히 부처님을 보지 못 하리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악한 눈을 가지고 보리심(菩提心)을 낸 사람을 보았기 때문에 눈이 없는 과보를 받고,
악한 생각을 가진 입으로 보리심을 낸 사람을 비방했기 때문에 혀가 없는 과보를 받느니라.’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미묘(微妙)라는 비구니가 있었다. 그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고 여러 비구니를 위해 스스로 지난 과거에 지은 선악(惡)의 업행(業行)과 그 과보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 비구니는 여러 비구니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지나간 과거에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의 집은 큰 부자였으나, 다만 자식이 없었으므로 다시 첩[小婦]을 얻어 그 남편이 매우 사랑하고 염려해 주었다.
뒤에 그 첩이 아들 하나를 낳았으므로 그 부부는 아들을 매우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 아무리 봐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큰 부인에게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혼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저 아이가 커지게 되면 당연히 가업(家業)을 이을 것이니, 내가 부질없이 고생해 가면서 살림을 모은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차라리 그를 죽이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는 곧 쇠침을 가지고 아이의 뺨 위를 찔러 마챔내 죽이고 말았다.
작은 부인은 이것을 큰 부인이 죽인 것이라고 의심하고 곧 말하였다.
〈네가 내 자식을 죽였구나.〉
그 때 큰 부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죄도 복도 없기에 도로 받는 과보의 재앙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저주하며 서원하였다.
〈만약 내가 네 아들을 죽였다면 나로 인해 이 세상에서 내 남편은 독사에 물려 죽을 것이요
내가 낳은 아이들은 물에 떠내려가거나 이리가 잡아 먹을 것이며,
스스로 내 자식의 살을 먹을 것이요
몸은 산 채로 매장될 것이며,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은 불이 나서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서원하고 나서 뒤에 목숨을 마쳤다.
그는 아이를 죽인 인연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았고 지옥에서 죄를 마치고는 인간 세계에 태어났는데, 어떤 범지(梵志)의 딸이 되었다. 나이가 점자 들어 어른이 되자 시집을 가서 한 아들을 낳았다.
뒤에 다시 회임(懷妊)하여 달이 차자 아이를 낳기 위해 부부가 함께 친정으로 가다가 중도에서 복통이 일어나서 결국 도중에서 아이를 낳게 되었다.
밤에 나무 밑에서 잘 때 남편은 따로 누워 갔는데 과거에 저주하며 맹세했던 과보를 그 때 다 받게 되었으니, 그 사연인즉 이러하다.
어떤 독사가 그의 남편을 물어 죽였다. 아내는 남편이 죽은 것을 보고 곧 기절하였다가 얼마쯤 지난 뒤에야 깨어났다. 새벽이 되자 그녀는 큰 아이는 등에 업고 작은 아이는 앞에 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길을 떠났다. 길에는 강 하나가 있었는데 매우 깊고 넓였다.
곧 큰 아이는 이쪽에 두고 먼저 작은 아이를 안고 저쪽 언덕으로 건너갔다. 작은 아이를 저쪽 언덕에 두고 다시 큰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이쪽으로 돌아올 때 큰 아이는 어머니가 오는 것을 보고 물에 들어가 어머니에게로 가다가 그만 물에 떠내려가고 말았다. 어머니는 사력을 다해 쫓아가 보았으나 끝내 살려내지 못하고 잠깐 사이에 큰 아이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어머니가 작은 아이에게로 다시 돌아 왔을 때에는 이리가 와서 그 아이를 다 먹어 치우고 흐른 피만 땅에 낭자하게 배어 있었다.
어머니는 기절하여 쓰러졌다가 한참 뒤에야 비로소 깨어났다.
그리고도 다시 길을 걸어 가다가 어떤 범지를 만났는데 그는 바로 아버지의 친구였다.
그는 곧 범지에게 그동안 겪었던 모전 고생을 다 이야기하자 범지는 가여워하면서 함께 울었다.
그녀는 조금 뒤에 범지에게 친정집의 안부를 물었다.
범지가 대답하였다.
〈근래에 집에 붙이 나서 부모와 권속 대소(大小)가 한꺼번에 다 죽었다.〉
그 말을 듣고 고민한 나머지 기절하였다가 다시 깨어났다. 범지는 그녀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 말과 같이 돌봐주었다.
뒤에 그녀는 다시 시집을 갔고 곧 아이를 배어 출산을 하려 하였다. 그런데 남편은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비로소 돌아왔다.
아내는 어두운 방 안에 문까지 닫고 혼자 앉아 있다가 잠시 후에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남편이 문 밖에 있다가 아내를 불렀다. 그러나 아내는 아직 아이를 낳기 전이라 아무도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남편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아내를 마구 때렸다.
아내가 아이를 낳은 이야기를 하자 남편은 진노(瞋怒)하면셔 곧 아이를 죽이고 소(蘇 :酥)를 붓고 삶아서 아내에게 유박지르며 먹으라고 했다.
아내는 아들 삶은 고기를 먹고 마음 속에 슬픔이 맺혀 스스로 생각하였다.
〈모두가 내가 박복한 탓에 이런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는 곧 남편을 버리고 달아났다.
바라내(波羅奈)에 이르러 어떤 동산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었다.
어떤 장자의 아들은 금방 아내를 잃고서 날마다 그의 무덤에 와서 옛 연인을 그러워하며 슬피 울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나무 밑에 혼자 앉아셔 쉬고 있던 이 여인을 보고 곧 그녀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부부가 되었는데 며칠이 지나자 갑자기 남편이 죽어버렸다.
그 때 그 나라 법에는 만약 살아 있을 적에 부부가 서로 사랑했으면 남편이 죽었을 때에는 아내도 함께 생매장을 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그 아내도 그런 일을 당하였다.
마침 어떤 도적떼가 와서 그 무텀을 파헤치다가 그 도적의 괴수가 부인의 얼굴이 단정한 것을 보고 곧 아내로 삼있다.
수십 일 뒤에 그 남편은 다른 집의 무덤을 파다가 그 주인에게 맞아 죽어
도적의 동료들이 그 시체를 가지고 와서 이 여인에게 넘겼으므로 이 여자는 다시 남편과 함께 생매장되었다.
그러자 사흘 뒤에 이리 한 마리가 와서 무덤을 파헤치는 바람에 이 여인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자책하며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십여 일 동안에 이와 같은 재앙과 곤욕을 치르는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긴 했지만 지금 어디로 가서 남은 목숨을 보전 할 수 있겠는가?
들으니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기환(祇桓)에 계신다 하니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서글픔을 하소연하고 출가를 구하리라.〉
그녀는 과거에 벽지불에게 음식을 보시하고 발원을 한 힘 때문에 지금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였고 도를 닦아 아라한을 증득하였다.
그녀는 전생에 살생한 업으로 해서 저지른 저주의 서원 때문에 지옥에 떨어졌고 현재에는 모진 고통을 감수하며 이러한 악한 과보를 받았지만 아무도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묘(微妙)비구니가 스스로 말하였다.
‘옛날의 큰 부인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다.
비록 아라한이 되기는 했지만 항상 뜨거운 쇠침이 내 정수리로 들어가서 발바닥으로 나오니, 밤낮없이 일어나는 이런 고통을 견딜 수가 없구나.
재앙[殃禍]은 이와 같아서 끝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라.’
또 『입대승론(入大乘論)』에서 말하였다.
“견의(堅意)보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승(大乘)의 법을 비방(誹謗)하는 사람은
결정코 저 악한 세계에 떨어져서
불에 태워지면서 매우 심한 고통을 당하리니
업보의 죄는 진실로 그리하니라.
만약 지옥에서 나온다 해도
뒤에 다른 악한 과보를 받아
여러 가지 감관에 늘 결함이 생겨
영원토록 법음(法音)을 듣지 못하리.
설령 법의 소리 듣는다 해도
다시 그 법을 비방할 것이니
법을 비방한 인연 때문에
도로 저 지옥으로 떨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