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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서점에 들러서 시간을 보내다가 작고 귀엽게 생긴 시집 한권이 눈에 띄기에 구입했다.
한손 안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와 들고 다니는 가방의 자리를 있는 듯 없는 듯 차지할 정도의
사이즈가 일단 맘이 든다.
<먼 후일>로 시작하는 소월 시집...
오이도 갔다가 찍어온 사진.
여기에 사용하게 될줄이야....
읽다보니 인천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인간은 주관적인 동물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지금 왕십리에 산다면 시 왕십리를 여기에 써 놨을 것.
.........................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살았다면....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서울 밤,
여수....
"저 오늘도 그리운 바다,
건너다 보자니 눈물 겨워라"
월미도에서....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워요
맘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두운데요,
이곳은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닷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얗게 밀어드는 봄 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어요.
제물포 중학교(인천서구 소재)
제물포 고등학교(인천 중구 소재)
제물포역(인천 미추홀구 소재)
등에 인천의 옛이름의 흔적이 남아있다.
인천은 바다가 있어서 좋다.
근거리에 있는 바다.
지난번에 가니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인지 아니면 비온후 구름이 내려앉았는지 시계가 좋지
않다. 먼 곳을 보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기에 인천대교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눈 정화를 한다.
태어난 곳에 '옛날 개울'(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름)이라고 멱도 감고 빨래도 하던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장소가 있다. 중학교 이전까지 맑은 물을 자랑하던 곳이 악취가 나고 분료가 떠다니는 더러운 하천으로 변하
는 것을 지켜보았었다. 지금은 매립해서 그 장소에 아마도 하나로마트가 들어선 듯 하다.
대학을 가니 호수가 있다. 등교길에 벤치에 앉아 넋을 놓고 차분히 바라보다가 수업을 들어가면
마음이 내 마음은 이미 잔잔한 호수가 되어 있다.
내 마음은 호수요...
내마음 (김동명 작시, 김동진 작곡)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요
호젓이 나의 밤을 새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불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떠나가리다)
Read more at: http://lyrics.jetmute.com/viewlyrics.php?id=292321
https://www.youtube.com/watch?v=dSzBZgsF8Yc
그러다가 인천에서 만난 바다...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을 거쳐 맥아더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으로 갈것인가,
아니면 월미도로 넘어가 바다를 보고 올것인가?
영화촬영장소로 인천이 종종 등장한다.
영화 <<극한직업>>의 촬영장소로 등장하는 배다리 헌책방거리, 드라마 <<도깨비>> 촬영장소였다고
간판까지 기념으로 만들어 놓았다.
인천 여기저기를 하도 돌아다니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감상 중 익숙한 배경이 된 장소가 얼핏 지나가면
어! 저리 어디어딘거 같은데?
인천역을 배경으로 오래전 찍은 영화<<엽기적인 그녀>>..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오래된 드라마 <<해피투게더>> 꼬마 전지현이 자전거를 몰고 열심히 내달린다.
오빠(박신양)을 좋아하는 마음에 열이 나서...홍예문을 통과 내달아 분노의 질주
자유공원에서 내려오는 길가에 카페들이 있고 좀 지나다 보면 보이는 홍예문...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닌다.
일본 공병대가 지었다고 하는데...요즘 같은 일본 불매운동을 하는 시절에는...
숭의 아레나 축구전용경기장 맞은 편의 마을, 가파른 언덕에 촘촘히 모여앉은 오래된 주택들
축구보러갔다가 시간이 남기에 찍어온 사진.(몇년 전)
드라마 이미지 캡처한 것과 동일한 각도에서 찰칵...
꼭대기에 올라 축구장을 내려다 보면 마치 비행접시가 불시착한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
김 소월 시집,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책 표지는 예스러움을 간직하고 시를 적어놓은 종이의 질은 과거의 흔적을 지운 상태니
(과거 종이 질이 안 좋은 노트를 사면 글씨가 지 맘대로 길을 정해 연필 쥔 손을 이끌고
다다닌다. 산책 나온 애완견마냥..
목줄을 쥐 듯, 연필에 힘을 주면 부러지기 일수고 마디마디 부러져 있는 속을 감추고
드러난 연필심은 흑연가루가 날리는 통에 손이 더러워지고 노트도 지저분해진다.
또 연필심을 감싸고 지지해주는 나무는 접착이 부실한지 좌우로 갈라져서 그 속을 여지 없이 드러낸다.
미국에 이민가 사시는 왕고모 할머니는 한국방문때마다 늘 왜 주황색 연필만 가져오시지?
질은 좋지만서도...
스매끼리(爪切り 손톱깍기)는 빠지지 않고 가지고 오시고, 또 온통 검은색으로 된 과자를 가지고
오셨는데 신기하기 그지없다. 미국인들은 저렇게 탄 과자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니 우리나라 손톱깍기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는 말을 한다.
격세지감을 느낄만 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요전에 책방에 갔는데 주길래 받아온 연필은 온통 검정색이다.
2018 lovelyz season's greetings라고 쓰여 있기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걸그룹이 나온다.^^
팬들을 위한 증정용 팬슬인가?
앨범에 들어있던 연필이었던 것.
책 읽다가 줄긋는 용도외에 사용할 일이 없다.
'그리팅'이란 단어를 보니 생각나는 옛날 그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 때 들어가는 단골문구...
우측 하단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두막이나 초가집을 그리고 그 옆에 소나무 한 그루를 그려 넣는다.
눈 내리는 밤 풍경을 배경으로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란 말을 적어 넣고 뜬금없어 보이지만
그리팅(greeting)!이란 단어를 적어넣으면 끝...한 20개 만들어야 하니 20번 정도 그 단어를 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볏짚으로 만들어 친환경적이며...)
말하자면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 한권의 시집 안에 이루어졌다고 해야 하나?
어디 헌책방에서나 볼법한 표지가 칼라풀한 책들에 둘러싸여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빈티지스럽다고 해야 맞을까?
-지나다가 만나는 빈티지풍 커피샾, 다시 한번 뒤돌아 전체적인 분위기와
소품들을 살펴본다. 커피열풍과 함께 골목구석 구석 들어선 커피숍들-
나처럼 좀 오래된 사람이면서 시대를 함께 하고자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을 위해,
아니면 그런 사고방식(기획의도로)으로 출판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건간에 기간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들고 다니며 소월 시인의 시세계, 그 안에
담긴 시어들과 이미지들을 좀 찬찬히 볼 마음이다.
시를 대할 때 느끼는 압축적 심상과 감각, 의미는 늘 당혹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다고 긴장할 것은 없다. 시험을 위한 시 감상이 아니니까...
꼭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허나 수험생일 때는 그렇지 않았다.
'왜 나만 이해가 안가지?'
'이거 시험에 꼭 나온다고 했는데!'
시란 무엇인가?
개론서들을 수권 읽어보았지만 읽을 때 뿐 읽고나면 무슨 도움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론서는 그 세계에 오랜동안 몸 담았던 분이 마지막으로 내는 책이 개론서라고 하던데,
맞나?
마치 유언을 남기듯 거두절미하고 핵심이 되는 내용을 가장 알기 쉽고 보편적이게 말이지...
말의 힘!
마치 조폭영화에서 무지막지한 얼굴과 보기만해도 ㅎㄷㄷ한 포스를 가지고 쎄게 나오는 엄포
-몇마디의 말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언어에 대한 함축적이고 압축적
인, 감각적인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에 주눅이 들어 마치 풍이 온 사람처럼 다리를 떨거나 바지에
오줌을 지리면 그것으로 모든 싸움이 끝나는, 그런 싸움이 아니기에 마음을 일단 편하게 가져야 할 듯 싶다.
아니면 조폭을 만난것처럼 펼쳐보았다가 다시 접고 뒤도 안돌아보고 줄행랑을 쳐버리면 그만이다.
시 한편 안 읽는다고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정우 vs 조진웅 카리스마 대결 (범죄와의 전쟁)
https://www.youtube.com/watch?v=WCID_F5FLJM
***폭력주의 요망...
"마, 불 함 부치바라?"
서열에서 밀리는 경우 해야 할 것들 중에 담배불 시중 아닌가?
연동취급을 하는 것인가?
짧고 강렬한 주문이 이루어지는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구사해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이 폭발, 보는 순간 숨을 죽이게 한다.
*시(詩, poetry)란 마음 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글이다.
분석적 사고에 숙달된 현대인들에게 시 감상이란 그저 어떤 특정 기계(자동차나 스마트폰 등) 전체를 부분으로
세분해서 분해해놓고 다시 전체를 형성해 보는 그런 느낌질 지 모른다.
뭐가 됐든 잘게 부숴놓고 나눠보면 인수분해당했다는 말처럼 좀 쉽게 보이지 않을까?
인수분해(factorization)도 해보고 인생에 인수분해도 당해보고 역으로 전개(expansion)도 해보고 또 전개도
당해보고 하면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좋은 말인지는 알 수 없어 조심스럽기는 하다.)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C%88%98%EB%B6%84%ED%95%B4
오랜만에 보는 외계어들로 좀 당황스럽고 또 반갑기도 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그런식으로 이해하며 듣기를 권장한다.
그러려면 작곡자의 생애부터 시작해서 음악의 분류, 시대배경 그리고 지향하는 세계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섭렵하려는 것이 통상적인 음악감상법인 듯하다.
시도 마찬가지로 작가의 생애와 시의 분류상의 위치와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향이란
거창한 마무리를 해야 시를 한 편 읽었노라, 마음에 뿌듯한 뭔가가 남기 마련이다.
(자유시와 서정시에 속하고 관조적이...하는 그런 메타적인 조망들)
이런거에 질려버려서 졸업을 하면 시를 다시 돌아보지 않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배운게 도둑질이니 늘 하던대로 하거나...
분석해서 파악해야 하는 능력이 선결요건으로 주어지고나면 마치 칼을 찬 7척-8척 장수들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 장비나 여포 같은, 골리앗'의 키는 약 2m 93cm ... )
이 떡하니 시세계로 향하는 관문을 지키고 있는듯 한 느낌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냥 마음으로 느끼고 뭔가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좀 무심한 듯 읽어내려가는
시집 탐독이 낯설지 않을까?
모든 것은 샤프한 두뇌의 신경망들을 통과해서 콤팩트한 하나의 현대적 감각에 어울리는,
마치 모든 것을 무선으로 연결하고- 이것처럼 지저분하게 전선이 연결돼서 미관상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게 무선마우스에 불루투스로 음악을 듣고 베터리는 충전용으로 해서 선 없는 세계를
지향한다.-깔끔한 마무리를 요구하는 것처럼...수험생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형성해
줘야 안심을 한다.
이 시대가 AI에 열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가진 분류학(좌뇌형 인간들의 분류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학문간 융합의 집결체를 지향하는 학으로서의 학?) 에 대한 과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반대로 시 한편에 매료돼서 소설을 구상했다느니, 그에 영감을 얻어 자신의 미술작품에 투영하는
모티프가 되었다느니( 예를 들어, 괴테의 시에 곡을 쓴 다수의 작곡가들)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식으로 그렇게 분석적인 작업을 먼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얼른 읽고 감상은 되도록이면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뇌에 정확히 비수가 꽂히듯
담박에 박혀서 단단히 고정이 되도록하고 그 다음 작가가 의도한 바를 단 하나의 정답으로
뿌리를 내리도록 앵무새처럼 무한 반복케 한다.
요즘 말로 하면 복붙(복붙은 '복사'와 '붙여넣기'를 합쳐서 줄임말)만이 곧 살길이다.
오랜동안 그 분야에 몸담아 온 국어학자분들의 판단과 예리한 분석능력 그리고 시대를 살아온 공감능력을 존
중한다는 차원과 그 학계 종사자들(학교 선생님들과 시인협회 관계자들 정도)의 맞깔스런 양념이 더해져
밑줄 짝 그어 배식판처럼 동일한 그릇에 담아 학교 구내식당에서 배식이 이루어지듯 일사불란하게, 영양사의
영양평가서를 동반해서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간혹 상한 음식이 나오거나 질이 떨어지는 식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것이 원칙적으로
레시피나 원료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음식의 유통기한이나 조리과정에서의 문제임이 분명하므로 하등의
문제 될 것은 없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C%99%95_(%EA%B0%80%EA%B3%A1)
한 편의 시를 읽는 순간 강렬한 인상을 받고 마치 온몸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몸서리쳐
지거나 또는 단박에 이미지화, 영상화로 상상력이 발동을 해서 악상이 떠오르거나 소설의 플롯이
저절로 마치 성서에 나오는 선지자 에스겔에게 신이 나타나 보여준 마른뼈들이 일어나 군대를
이루듯 스스로 뼈대를 갖추게 된다.
그런 예술적 감수성과 고난도의 스킬을 구사할 생각으로 시를 접할 생각이 없다면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일단 과거 5종교과서?에서 수험생들을 위해 발췌한 중요 시들이라고 소개해준 수험서에서
본 익숙한 시들이 눈에 띈다.
옛날 생각하면서 적어보자.
산
김소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
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오십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물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배칠수가 아니고 배철수가 부릅니다.
활주로 -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1.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만수산을 떠나간 그 내 님을
오늘 날 만날 수 있다면
*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2.돌아 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이 그 내 님의
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면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진달래는 너무 흔해서 생략.
몇편의 시가 익숙하다는 것은 또 어찌보면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듯 하다.
아니 국문학 하시는 분들이 그 많은 시 중 몇편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짜임새가
훌륭하고 운율과 시어의 배열이 탁월하단 말 아니겠는가.
그런 무의식적인 구별과 판단작용이 생각의 저변에 자리한 지라 다른 시들은
그저 그런 가치가 평가절하된 시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다가 누군가 유명인이 또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시를 통해 영감을 얻어냈다는
말이 들리면 시의 재발견이란 말로 대중의 주목을 끈다.
"이 시가 그렇게 대단한 시였어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여름 가을없이 밤마다 돋는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껏 저달이 설움일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혀집니다.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혀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SY_X9229Wo
해외시나 소설들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신화적 인물들(성서의 인물들을 포함),
그 인물들을 시의 전체 이미지 구축에 적절히 이용한 사례들을
만나면 묘한 매력을 느낀다.
마치 시공을 초월한 에너지가 시 전체에 서려 있는 듯하고 과거의 과거와 과거 그리고
지금 시를 읽는 나의 가슴이 지평융합을 이루는 듯 소통의 에너지가 흐르는 감정이
든다고해야하나?
그러고나면 그 신화적 시대와 그 시가 쓰여진 시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동원해
나의 얄팍한 표면적 감상능력을 한층 더 깊고 예리한 비평의 세계로 향하고픈 욕구가 분출되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관계로 그 지점에서 멈춰서서 물끄러니 바라보고
다시 다른 시로 넘어간다.
신화라는 막연한 시원적 이상향과 그 배경을 거울 삼아 시인이 구상해 논 시의 시대적 배경을
오버랩시킨 후 독자의 공시성과 통시성을 동시에 감안한 시읽기에 돌입한다.
소월시집에는 물로 그런 신화적 배경을 드러내는 시는 없는 듯하다.
철저히 지역성과 인간적 감정을 순수하게 그려내는 평범한 현실적 감성 그대로 서술해
낸 듯 하다. 말하자면 미시적이고 내면적이고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 같다는 말이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끗끗내 마자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처음 접한 시들.
거창하게 창작을 위해서가 아닌 인생을 위한 나만의 시의 재발견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하는 말로...
'내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읽었다.'
음미하자.
*음미吟味
시가(詩歌)를 읊조리며 그 맛을 감상하는 것.
사물의 속 내용을 새겨서 맛보는 것.
틀리든 맞든 맛을 보며 말로 설명하려 들지 말고 그냥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
어제 마신 포도주 처럼,
입안에 넣고 몇가지 맛이 나는지 돌돌 돌려보며 삼켜보자.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 마시다보면 내게 맞는 걸 찾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