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이제 우리는 성탄시기를 끝내고 재의 수요일 전까지 연중시기를 지내게 됩니다.
연중시기는 간단하게 말하면 예수님의 공생활 ‘따라잡기’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는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는 절대 절명의 언명(言明) 속에 간단명료하게 선포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복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을 만나야만 되는 것입니다.
의사로 불우한 환자를 위해서 평생을 사신 분이 계셨습니다.
은퇴 후에는 무의촌에 내려가서 주민들을 진료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몸소 환자들을 돌보셨습니다.
그때의 나이가 92세였습니다.
그분은 한 가지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과묵’입니다.
통 말씀이 없어서 친구들이 찾아오면 ‘오늘은 몇 마디 했는가?’라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책은 언제나 손에 잡고 사셨습니다.
응접실과 진찰실에는 책이 그득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책을 많이 보시는 분’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어느 날인가는 책이 한 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찰실 책상 위에 큼지막한 글씨로 인쇄된 한 권의 성경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책은 다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러자 그분은 “나이 여든이 넘으니 이제는 어떤 책도 필요가 없어요.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들을 필요도 없고, 이제 내가 읽어야 할 책은 오직 이 성경뿐이더군요.”라고 대답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는 사람들입니다.
성경을 통해 그분의 말씀을 듣고 성사를 통해 그분의 삶을 체험하면서 예수님을 닮은 사람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다윗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나의 발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 주님과 소중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있는 축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