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16) 사라 추기경에 대한 단상 / 윌리엄 그림 신부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라 추기경을 교황청 경신성사성에 앉혀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교회에서는 이 이유가 잘 작동하지도 않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 이제 사라 추기경은 해고 통지서를 받을 때다. 사라 추기경은 더 얼마나 많은 거역을 하고 교황의 질책을 받아야 해고될 수 있을까?”
해마다 관광철이 되면 내가 사목하는 성당에는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대개 여성인 순례자들은 자신들은 라틴어 미사에만 참례한다며 나에게 왜 라틴어 미사를 봉헌하지 않느냐며 뽐내듯 말한다. 나는 이들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번은 한 순례자에게 라틴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라틴어는 모르지만 영어 미사 경문을 읊으며 라틴어 미사를 따라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건 라틴어가 아니라 영어로 미사를 드리는 것이라고 말하려다 입을 닫고 말았다.
이들의 옷차림과 몸에 두른 장신구 보고 이들은 시간과 돈이 있어 일본으로 순례를 올 수 있을 정도라는 사실을 짐작할 때, 이들이 미사에 참례하는 본당에 가난한 이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아마도 라틴어 미사를 선호하는 가난한 신자들은 일본에 순례하러 올 수 없을 것이기에, 나는 이들을 만나본 적은 없다. 가난한 이들은 아마도 라틴어 미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성급한 판단이 불공정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몇 주 후면 도쿄에 벚꽃이 필 것이고, 또다시 관광철이 다가온다. 나는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벚꽃이 피면 도쿄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대도시가 될 것이지만, 나는 또다시 들이닥칠 순례자들이 두렵기만 하다.
특히 이들에게는 아주 힘센 동료가 있어 나를 더욱 불편하게 한다. 바로 로베르 사라 추기경이다. 사라 추기경은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으로, 교회의 전례를 책임지고 있다. 사라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가 전례에서 성취해 온 성과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사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목요일 발씻김 예식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라고 요청했을 때, 1년이 넘도록 이를 미뤘다. 사라 추기경은 신자들을 등지고 미사를 주례하라고 말해 교황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교황은 각국 주교회의에 전례서 번역을 맡기도록 하고 경신성사성의 영향력을 줄이라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사라 추기경을 질책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라 추기경은 최근 성체를 손으로 받아 모시는 것을 공격하기도 했다.
나는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이라는 우군을 대동해 전 세계 가톨릭 신자 대부분이 참례하는 미사는 봉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그저 교황청 장관 임명은 전문지식이나 심지어 흥미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들이 필요한 것은 빨간 모자(추기경의 지위)이며, 분명 전례의 역사와 전례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라 추기경은 그 자격을 갖췄다.
또 다른 자격은 바로 교황의 임명이고, 교황의 뜻에 따라 이들의 임기가 정해진다. 전문지식이 없는 사라 추기경이 장관직에 머물러 있다면, 그건 교황의 뜻이다. 내가 여기서 무얼 하겠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라 추기경을 교황청 경신성사성에 앉혀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교회에서는 이 이유가 잘 작동하지도 않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교황이 사라 추기경을 계속해서 전례를 담당하는 장관에 앉혀두는 것은 교황청 바깥 교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사라 추기경은 해고 통지서를 받을 때다. 사라 추기경은 더 얼마나 많은 거역을 하고 교황의 질책을 받아야 해고될 수 있을까?
사라 추기경의 해고가 우리 본당에 라틴어 미사가 없다고 불평하는 순례자들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지만, 적어도 그가 해고되면 이들은 더 이상 사라 추기경과 그의 권한을 들먹이지 않을 것이다.
교황이 무슨 이유로 사라 추기경을 경신성사성 장관에 계속 두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교황은 내막을 모르는 우리를 생각해 우리의 삶과 사목활동을 좀 더 쉽게 해주면 안 될까?
※윌리엄 그림 신부는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윌리엄 그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