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ABO 의료봉사 체험기》
부산 메리놀병원 소화기 내과 전문의 박승근
진료 중 60대 남자분이 최근 오른손이 떨리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며 어쩔 줄 몰라 하신다. 물건을 쥐어 보라 했을 때 더 떠는 것과 문손잡이를 돌리는 것처럼 떠는 모습에 일어서서 일자 걸음을 시켰더니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혹시 '파킨슨 병'이 의심되니 신경과를 찾아 정밀검진을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문득 어제 주사 맞고서 팔이 부어 가신 분 생각이 떠올라 전화를 드렸다. "할머니. 어제 주사 맞고 부은 팔이 좀 어떠세요?" "찜질 후 많이 줄어들었소. 오늘 어디서 봉사하요?" "오전에 성전 공소에서 하고 지금 신전 공소에 있습니다." "수고하소."라는 저 편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음성이 자못 퉁명한 가운데 따사로움이 묻어있다.
홍콩의 병원 두군데에서 진료하는 박린 선생님
5시경 박 린 선생님과 김 선생님이 아쉬움 속에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하였다. 이제 남은 우리들의 몫이 더 중요해졌다.
한방과 임 다니엘, 문 스테파노, 박 미카엘라들은 시침 보조에 이어 남은 분들의 스트레칭을 돕고 있고 강인성군이 혈압 측정을 계속하고 있다.
여러모로 고생하시는 안 안드레아님이 혈당스틱이 다 떨어졌다고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고민에 이제부터 당뇨가 있는 분은 기록만하고 당뇨가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소변을 받아 요당 스틱 검사를 하자고 방법을 제시하였다.
50대 젊은 여성분이 혈압이 170/100으로 본인은 이제껏 자신의 혈압을 모른 채 지내오셨다고 한다. 아니 바쁜 생활에 혈압을 재 볼 시간이 없었던 것이 맞으리라. 강군이 잘 쟀는지 이 간호사님에게 다시 측정을 부탁하여 재어본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링거 주사가 짧은 시간 급히 들어가게 되면 심장에 과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사를 못 주는 것에 양해 구하고 젊은 나이의 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심장내과의 정밀검진을 권유하였다.
드디어 사흘 간 약 삼백 명 가까운 사람의 심장 음을 듣는 일이 끝났다. 귀가 아플 지경이었지만 가슴으로 전해오는 삶의 원천을 저버릴 순 없었다. 어떤 때는 강하게 혹은 미약하게, 어떤 때는 규칙적으로 혹은 불규칙적으로 그리고 청명한 판막 닫는 소리 간혹 판막사이 '쉬이익' 새는 잡음. 다양하게 뛰는 심장에게 물었었다. "너는 제대로 뛰고 있니?"
영상의학과 이선생님과 박 소화데레사님
오후 7시경. 광복절임을 잊을 정도로 바빴던 모든 일정이 완료되었다. 초음파를 마치고 나온 이 선생님은 파김치가 되어 있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오히려 팔팔한 상태였다. 곁에서 보조를 한 박 소화데레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여유를 갖고 간단한 설명과 안내로 초음파 검사를 받는 분들을 잘 보살폈다는 이 선생님의 말씀이다.
강진성당 신자분들이 의료봉사단을 위해 특별히 강진성당 교육관에서 저녁을 준비하였습니다
오후 8시. 안호석 안드레아 신부님의 주선으로 강진성당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9시경 출발하는 분들을 배웅하였다. 임병우님, 이병진 선생님과 이성자 간호사님. 남아있는 분들과 서로 포옹을 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그런데 신부님이 앞서 출발한 사람들에게 한 사람씩 나누어주던 봉다리를 이번에도 또 하나씩 건네는 것이었다. "신부님. 그게 뭡니까?" "아. 이거. 금일도의 특산물 다시마인데 특별히 구입했습니다. 추억으로 하나씩 들고 가세요." 언제 또 그렇게 준비를 하셨는지 한 번 맛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이렇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박승근님의 의료봉사기를 카페지기가 대신 올려드립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셨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기억이 새롭군요.
이날이 현장 의료봉사 마지막날인 3일째, 단원 모두 파김치가 된 상태였죠!
거의 300명 가까운 내방객들을 맞은줄 알고 있습니다.
지원팀이야 준비하고, 나르고, 셋팅하면 그만이지만,
열악한 환경속의 의료진은 긴장의 연속이었죠?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인원이 몰려드는 초음파실은 감당하기가 버거웠습니다.
묵묵히 수고해 주신 이병진 선생님,
박선생님과 오랜 인연이 참가하게된 이유가 됐다죠!
같이 호흡을 맞춘 박소화데레사, 수인아! 잘지내니?
어쩜, 아버지 박선생님과 어머니 김엘리사벳을 그리 빼닮아 야무지던지...
일본 유학중에 잠깐 짬낸 시간이 살아가는 동안에 큰 힘이 되길 바래.
안녕!
모든 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지붕 위에서 주님이 참 애썼다 하시며 자비롭게 내려다 보시네요.^^
짝짝짝!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든걸 귀여겨 들으시고 다시마 한봉지씩 나누어 주신
신부님께도 한표드립니다.^^
의료봉사가 날씨와 환경의 어려움 못지 않게 모든 증세의 환자들을 세심하게 진료하셔야 되는 어려움과 전체 봉사단 모두를 지켜 보셔야 되는 어려움이 있으시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보이지는 않더라도 수고만큼 사람의 향기로 맺어진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으리라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