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면 잦아지는 심장질환 - 심근경색 바로알기
가슴 쥐어짜는 통증 30분 계속되면 위험신호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심근경색을 비롯해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근경색의 경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 등 자신의 심혈관 상태와 생활습관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앞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에 식은땀, 호흡 곤란
심근경색은 일단 발생하면 사망률이 30%에 이르고 응급실로 도착한 후의 사망률도 5~10%에 달한다. 또한 심근경색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중증 질환이다.
일반적인 증상에 대해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내과 한승환 교수는 “앞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며 호흡이 곤란하고 불안감, 식은땀, 구토, 의식소실 등이 동반된다”며 “통증은 가슴뿐만이 아니라 팔이나 등, 턱에도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교수는 “단 나이가 많고 당뇨병이 있는 여성 환자의 경우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발병 전에는 계단이나 언덕에 오를 때 통증이 느껴지지만 심할 경우 휴식을 취할 때도 통증이 온다. 이때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 핏줄 막혀 영양공급 안 될 때 심근경색
심장질환은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2만2347명이 심장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200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10년 사이 15.8% 증가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고지방·고칼로리 섭취가 늘면서 고지혈증과 고혈압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게 원인”이라며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으로 혈관이 좁아져 동맥경화가 됐다가 노화 과정으로 악화돼 심장혈관질환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돌연사의 70~80%는 심근경색증에서 기인한다. 추운 겨울날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가슴을 움켜쥐고 땀을 흘리며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일생 동안 경험했던 것 중 가장 심한 흉통을 느끼게 되는데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해 죽어가는 심장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거나 중압감, 호흡 곤란, 식은땀, 소화불량 등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다. 심전도검사와 시간에 따른 혈청 심근효소치의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나 노인 가운데는 증상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심근경색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인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돼 막히는 것이다.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기면 심장근육은 허혈(虛血) 상태에 빠진다. 이때 가슴이 짓눌리는 것처럼 아프고 답답하다면 협심증을 의심한다. 그래도 혈류가 통해 심장근육이 괴사하진 않은 상태다.
그러나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손상되면 심근경색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묶어 허혈성 심장질환이라 하는데 전체 심장질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999~2009년 사이에만 사망률이 52% 증가했다.
◇ 심장의 박동 속도 불규칙한 부정맥
사실 심근경색증으로 심장근육이 일부 괴사한다고 해도 심장의 펌프질은 계속된다. 그런데 왜 급사하는 걸까.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는 “심장이 전기적으로 안정돼 심방과 심실이 한 박자씩 조화를 이루며 뛰어야 하는데, 심근경색으로 심장근육이 죽으면 비정상적인 전기스파이크가 일어나면서 돌연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결국 심근경색 이후에 심실 부정맥이 나타나 며칠 혹은 몇 시간 안에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심장의 펌프질은 심실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가 심장근육 세포를 자극하면서 일어난다. 1분에 60~100회씩 규칙적으로 박동하며 심장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혈액을 뿜어내게 한다. 이때 심장의 박동 속도가 불규칙한 것을 부정맥이라 하는데 60회 이하로 느리면 서맥, 100회 이상으로 빠르면 빈맥이다. 그중에서도 심실이 매우 빨리 뛰어서 혈액을 정상적으로 보내주지 못하는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이 제일 위험하다. 심실세동은 전기활동이 심실빈맥보다 지나치게 빨라 심실이 푸르르 떠는 상태다. 심방에서 나타나는 심방세동도 있으나 급사를 일으키진 않는다.
돌연사의 또 다른 원인은 심혈관계 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심부전이다. 말 그대로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몸 속 수분이 정맥으로 몰리면서 발이나 다리가 붓거나 폐나 간·위장에도 부종이 일어날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우정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으로 심장이 손상되거나 고혈압이나 음주로 심장이 지속적인 부담을 받아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 발병 후 6시간 내에 스텐트 시술해야 성공률↑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치료를 해야 한다. 스텐트를 이용한 혈관확장술을 빨리 시행하지 않으면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승환 교수는 “증상 발현 후 치료가 늦어지면 빠른 시간 내에 혈관이 굳어지고 괴사 정도가 심해져 환자에게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스텐트 시술은 증상이 나타난 지 최소 6시간 이내에 진행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시간씩 늦을 때마다 사망률이 0.5%~1% 높아지며 증상발현 후 1시간 이내에 시술하면 사망률을 50%이상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응급시술로 심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했다 해도 병이 완치됐다고 여기는 것은 큰 착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스텐트 시술 환자 중 재발 환자가 20~3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승환 교수는 “최근 심근경색 재발을 줄이기 위한 ‘약물 방출 스텐트’가 개발됐지만 수술 부위 주변에 새 살이 돋아나거나 혈관에 혈전이 생겨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는 생활습관을 바꾸고 혈액을 묽게 만드는 항혈소판제제를 최소 1년간 매일 2~3알 씩 복용해야 한다.
◇ 운동은 무리하지 않고 하루 30분씩 격일로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적당량의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 있다. 격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심장에 무리를 주기에 산책이나 체조 같은 가벼운 운동이나 몸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등산, 자전거타기, 수영, 테니스 등이 좋다. 또한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운동 강도로 하루 30분 정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운동하는 것이 적당하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서는 지방섭취량을 조절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음식 조리 시에는 콩기름, 참기름, 들기름 등을 사용하되 하루에 3~4 작은술(15~20mL)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섭취도 적극 피해야 한다. 달걀, 생선의 내장, 오징어, 새우, 장어 등에는 콜레스테롤이 함유돼 있으므로 섭취량을 일주일에 2~3회 미만으로 제한하고 하루에 200~300g으로 조절해야 한다.
또한 담배 연기도 심근경색의 주범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으며 간접흡연을 장기간 지속해도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한승환 교수는 “실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흡연자가 많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심근경색에 많이 걸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