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항에서 도두항까지 해변따라 2009.12.05(토) 버스정류장(10:40)→애월(11:00)→하귀→외도→이호→도두항→사수마을(16:00)
결혼기념일이 12.07일인데 30년전 바로 오늘 사주(생년월일)와 이름을 창호지에 정성껏 써서 함에 넣고 무명천으로 묶어 직장동료 등에 지워 저녁시간에 신부집으로 정중히 이동시키느라 애 먹은 것 같다.
▼뭐가 있는가 열어보니 사주외에 비밀스런 연애편지, 계들어 낙찰받은 기록, 월급봉투, 신혼사진필림으로 가득하군 ▼이런 것 보내야 한다길래 내가 직접 써서 보자기로... 음력 1979.09.15(양력1979.11.04)보내고 음력10.18(양력 12.07) 식을 올렸으니 한달전에 보낸 것 같은데.. 강릉 경포대 냇둑 거닐어 소나무 가득한 동산 돌아 처갓집 부근에 당도하니 처남과 처제들이 호기심에 마중 나오고, 할머님은 손주사위 함이 온다며 불 때다 맞아주시고, 장모님은 부엌에서 음식준비하다 함지기를 맞아들이느라 조용한 산골마을이 갑자기 시끌벅쩍해 지고 이웃집 개들도 이게 왠일이냐며 호기심에 지져대고.....
결혼식 당일 주례님이 시키는 데로 행동한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식장으로 들어가 나란히 서서 전해주시는 말씀 듣고 하객들에게 인사드리며 퇴장한 기역만 날뿐 생애 한번 해보는 행사로 심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경포대 해변 돌아 서울 김포에서 하룻밤 보내고 제주로 날아왔으니 이때부턴 완전히 우리들 세상이었지...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야자수가 신기하다며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엔 공항앞에 대기중인 관광버스에 타기만 하면 1박2일, 2박3일 일정으로 서귀포 천지연/정방 폭포, 만장굴. 성산 일출봉, 산방굴사, 감귤농장...
1100도로 넘어가며 난생 처음 보는 제주만의 특이한 정경들...
오늘이 바로 그 때이니 어디론가 떠나봐야 할 텐데 새벽부터 바람소리가 을씨년스럽다.
옥상에 올라보니 짙은 구름으로 가득하다. 멀리 갈 생각을 접으니 아침도 늦어지고...
손빨래 해서 널고 해변따라 거닐어 보는데 온 바다가 흰 물결로 가득하고 밀려드는 파도는 마치 전장의 기마병처럼 여기저기 횡으로 무리지어 금새 점령할 듯이 대단한 기세로 달려온다.
파도소리에 정신이 몽롱한데 보이지 않는 바람이 어찌나 센지 맞서 걷기에는 아무래도...
애월로 갔다가 도두항으로 되돌아올 생각으로 서일주 정류장을 찾아간다.
모슬포 경유 서귀포행(20분간격)에 올라 창밖을 살피다보니 하귀 지나 애월이란다.
우유와 빵을 준비해서 어촌마을로 들어서는데 돌담안에 용천수 샘터가 보인다.
샘솟는 물로 빨래도 하고 한여름 더위를 식히며 주민들로 떠들썩했던 곳이 쓸쓸한 흔적만 남았으니....
한 때 요긴했던 것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좀 더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버려지고...
우리들의 삶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필요할 땐 관심 끌며 가치를 인정받지만 필요성이 없어지면 뒤로 밀리면서 새 사람과 비교하여 이러쿵 저러쿵 단점만 들추어지고....
마음의 욕구로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버려지는 것이 많아지고 또 다른 갈등과 번민을 안겨주는 것 같다.
애월항엔 LNG 인수기지가 건설될 것이라며 환영 플랭카드가 보인다.
천연가스는 배관을 통해 공급되므로 공사비가 많이 소요되는데 선거공약사업인지....
애월항 방파제에 파도가 넘쳐날 때마다 물보라가 날려든다.
대형 선박까지 정박될 정도로 규모가 큰 것 같다.
해안길따라 이곳 저곳 살피는데 편션건물이 많이 보인다.
신축중에 방치된 것도 있고 이용율이 저조한지 썰렁하게 보인다.
관광객이 많다지만 찾아올만한 특이한 것이 없다면 고정비용조차도 감당키 어려우리라.
팬션 소유자의 대부분은 퇴직한 육지 사람이란다.
팬션 건물이 많이 들어서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4인 기준으로 일인당 2만원이 되도록 운영하는데도 단체손님이 오지 않는 한 어렵단다.
해안도로까지 삼겨버릴 듯이 한없이 밀려들지만 하늘 높이 흰 물기둥 솟구칠지라도 일정한 경계선을 넘지 않으니 안심된다.
스나미로 해수면이 갑작스래 높아진다면 경계선은 무너지겠지만...
어촌마을마다 용천수샘터가 보인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작은 집을 짓고 바다와 밭에 의지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마음까지 궁색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 우리들의 시선으로 보면 궁핍했던 것처럼 보일지라도 정작 그분들은 궁핍하다고 생각지 않고 이웃지간에 인정미가 넘쳐 났으니 대문없이 살았단다.
풍족해진 오늘날엔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이웃지간에도 보이지 않는 담이 높아졌으니 풍족한 가운데 모든 욕구 충족시키며 즐긴다 해도 마음문은 언제나 닫혀 있고 남이 들여다보지 않나 불안해 한다면 ....
소고기국에 궁전같은 집에 살지라도 어찌 행복하다 할 수 있겠는가?
씨레기국에 초막집에 거할지라도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며 마음에 거리낌 없이 살 수 있어야지 진정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보는 것이 많아도 행복은 멀어지는 것 같고...
사람의 욕망때문에 발전한다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잡혀 먹히는 격이니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
▼도두항
▼사수마을앞 바다
2010. 01. 16(토, 맑음) 애월항(15:20) →곽지해수욕장(16:10) →금성포구 →복덕포구 →수원리→평수 →대수 →한림항(17:50)
바닷물을 육지로 올려 연못을 만들어 광어를 키우고 있는 양식장
한겨울인데도 바닷가 마을엔 선인장이....
해안절벽 바위들이 온통 화산용암지대인데 생김새로 보아 덩어리로 분출되면서 이곳까지 날아와 쌓인듯 하고...
화산용암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소나무
해수욕장 정비가 한창
양배추와 브러커리가 제주농민의 주소득원인 듯하고
바람이 워낙 세찬지라 지붕을 줄로 단단히 묶어 놓고 높이도 낮게...
맑은 용천수가 바다로 꽐꽐..
석양빛에 비양도가 가깝고...
한림에서 신창까지 삶의 애환을 2010.01.30(토, 흐린후 비) 한림(10:00)→한림공원(10:40~11:00)→재릉초교(11:10~40)→하수처리장(12:20~30)→신창초교(13:10) 오후부터 비가 시작된다니... 지난번에 이어 한림에서 신창까지 걸어 볼 생각으로 서일주 버스에 오른다. 한림항 건너편으로 비양도가 보이고 제법 규모가 큰 한림항을 지난다. 옹포리 협재해수욕장 부근엔 용암이 흘러간 동굴이 있다는데 공원 입장료 8,000원을 내라니.... 사유지에 개인이 정성으로 가꾼 볼거리도 많다지만 지나친 느낌이다. 이곳도 동쪽의 김녕이나 세화처럼 조개껍데기로 형성된 모래밭이다. 해저의 화산활동으로 깊은 바다속의 퇴적층이 수면위로 융기되고 분출된 용암이 모래층을 뚫고 바다로 흘러내리면서 모래밭속에 동굴이 만들어졌으니 김녕의 만장굴과 한림의 협제동굴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대칭 위치에 있으면서 생성과정이 비슷한가 보다.
경작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데 백년초만큼은 군락를 이루며 대단하다. 멋찐 건물이 무엇일까 살펴보니 서부 하수종말처리장이다.
농촌마을까지도 개별 정화조를 없애고 종말처리장까지 배관을 설치했으니 공사비가 엄청났을 것 같다. 관광객 유치사업으로 도로, 항만 등 SOC시설도 상당한 편인 것 같고 박물관, 예술회관, 첨단과학관 등 건축물의 규모와 화려함에서도 대단한 편인데 투자된 것 만큼 활용되지 못하고 전시물처럼 보이는 것은 왜서일까 선거 때마다 도민과 약속한 사업인지... 유사한 것들이 중복 투자된 느낌이다. 교차로 한복판 작은 녹지대에도 운동기구가 설치될 정도이니 한해 책정된 사업비를 소진시키기 위해 무진장 애쓴 흔적이 곳곳에 ... 계절이 바귈 때마다 거리 단장한다고 뽑아내고 다른 것 심고.... 지자체의 재정자립를 위해선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라면서도 방만한 살림살이는 여전하니 무엇 때문일까 풍랑과 함께 밀려온 쓰레기 수거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관내를 벗어나면 예산부족인지 그대로 방치하면서 거액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사업은 관광객유치라는 말로 포장해서 일단 벌여 놓고 보자는 식인지... 분명 배후엔 건설사가 있었을 것이고, 이들의 지원을 받아 큰 소리 친 공무원이 있었을 것이다. 신창마을이 가까워지는데 비가 내린다.
편도 2차선인 일주도로는 해안마을 이어가며 물자와 관광객를 빠르게 유동시키지만 이렇다할만한 관광자원이 없는 해안마을은 노인들만 오갈뿐 적막감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