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박한 듯 사치스럽다, 꽃잔디 늘푸른수목원과 왕궁다원
늘푸른 수목원의 매력은 들판에 화사하고 화려하기 그지없이 피어난 꽃잔디와 한옥의 작은 방 안에 앉아 향긋한 차 한 잔 마시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겠다.
찻집 뒷편 수목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싱그럽게 빛나는 유채꽃 무리도 만났다.
유토피아의 배경으로 삼아도 좋을만큼, 총천연색 꿈을 꾸고나면 이런 기분이 들지않을가 싶을만큼, 그렇게 현실적인 감각을 무뎌지게 만드는 풍경이 나타났다.
온실의 열려진 막 사이로 신기루같이 펼쳐진 화려한 세계.
한옥의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가 차를 마셨다. 사람이 들어가 있지 않은 소박한 방안에는 그에 어울릴만한 따스한 느낌의 소품들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놓여있었다. 이 안에 혼자 앉아 있었더라면 참 여유로웠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작은 방에 오밀조밀하게 앉아 있으니 또 그 나름의 맛이 있어서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삼면의 창과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좁아도 좁은줄 모르고 경치 좋은 정자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가끔씩 이렇게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곳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큰 기쁨이 되어준다.
늘푸른수목원 가까이에 있는 보석박물관으로 이동했다.
# 설레임을 주는 박물관이 그리 흔한가, 보석박물관
익산 여행을 코 앞에 두고 익산은 도대체 무엇으로 유명하단 말인가, 떠올려봐도 생각나는 것이 도통 없는데다 이 시대의 만능박사 인터넷을 뒤져봐도 그 흔한 특산물 하나 나오지 않는 가운데 유일하게 보석박물관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만큼 익산이라는 곳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개발도 덜 되었을테고, 그러면 그대로의 소박한 면모를 간직하고 있겠구나 하는 기대도 컸고, 반대로 정말 허탕이라도 치지 않을까 걱정도 조금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알고 갔던 여기 보석박물관에 대한 기대만큼은 살랑살랑 가슴 속에 불어오는 봄바람만큼이나 설레임을 주었었다.
위 사진은 박물관 관람 중에 발견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보석꽃이라는 작품이다. 만프레드 와일드라는 독일의 작가가 만들었는데, 백수정 스탠드 위에 금으로 꽃 술대를 만들고 21개의 다이아몬드와 36개의 만다린 가넷, 연옥과 그린 투어멀린, 어벤츄린 등의 보석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반짝거리는 원석이 첫 대면작이었다. 정말 어딘가에 이런 동굴이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런 동굴이라면 갇혀있어도 며칠은 두려움도 없이 헤매고 다닐 수 있을 것도 같다.
이건 백수정. 자수정은 많이 보기도 했는데 백수정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인터넷에서 백수정을 검색해보니 백수정불판구이전문점이라는 포스팅이 뜬다. 이렇게 보석은 장신구만이 아니라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흔한 예로 보석 중의 보석인 다이아몬드만 해도 외과의 수술용 칼이나 컴퓨터 부품, 전자위성 부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보석을 전시해놓은 것 외에 보석과 관련된 퀴즈를 풀어보는 등의 게임도 즐길 수 있어서 아이들과 찾아도 괜찮은 곳이다. 또 주말에는 1만원 정도의 재료비만 내면 칠보공예을 응용한 장신구를 만들 수 있는 등 유익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여담으로 박물관 내에는 주얼리샵도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1층 로비에서도 출입구 바로 앞에 위치해있는 탓에 그 앞을 안 지날래야 안 지날 수가 없게 된다. 커플이라면 눈치를 봐야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르익은 4월에 박물관을 찾는다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걸을 수 있는 행운도 만날 수 있겠다.
# 현대 시조의 대가, 가람 이병기 선생 생가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듯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현대 시조의 대가인 가람 이병기 선생은 임당(任當)이라는 호를 받았지만 가람을 평생의 아호로 삼았다고 한다. 선생은 가람이라는 호에 대해 "가람은 강이란 우리 말이니 온갖 샘물이 모여 가람이 되고 나아가 바다가 된다. 그러니 샘과 바다 사이에 있는 것이다. 그 근원이 무궁하고 끝도 무궁하여 진실로 떳떳함을 이루니 완전하며 산과 들 사이에 끼여 있어 뭍을 기름지게 하는 조화이다"라는 말씀하셨다고 하니 선생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알 것 같았다.
가람 선생의 생가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6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스스로 술복과 제자복과 화초복이 있다고 자랑했다는 말씀대로 문화재 특유의 어딘가 빈 듯한 느낌 대신 자그마한 연못 주위를 둘러싼 산수유와 백일홍은 온기를 내뿜으며 친밀감을 주었다. 생가와 가까운 여산초등학교 교정에는 그의 시 '별'을 새긴 비가 있는데, 이 시는 동요의 가사로도 쓰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첫댓글 보라색 꽃잔디 참 이뻤어요..^^
언제 이렇게 예쁜 사진들로만 부분부분 한 번에 다 담아주셨네요... ㅋㅋ
멋진 익산이 다시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