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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수아킨에서 만나 도움을 받았던 독일선장 마르코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이제 이집트 국경까지 항해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독일 자료를 참조하며, 내 항로의 기상상황을 체크해 주었다.
It is German. But in general be aware of tropical storm from may to Juli and from October to November. We never sailed any region of the world during tropical storm season... in Indian ocean. 그러나 일반적으로 5월부터 7월까지 그리고 10월부터 11월까지 열대성 폭풍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열대 폭풍 시즌 동안 세계 어느 지역도 항해하지 않았다... 인도양에서도
And Juli to August many big storms (no cyclons). Same amount than cap horn during summer 그리고 7월 ~ 8월에 많은 큰 폭풍(사이클론 아님)이 분다. 여름철 케이프 혼과 동일한 크기.😱
...they recommend april. So not a easy way... 그들(독일자료)은 4월을 추천한다. 그래서 쉬운 항로가 아니다
Sri Lanka to Singapur from Juli to September OK. 스리랑카에서 싱가포르로 7월부터 9월까지 OK.
Be aware of cyclon season from may to Juli and October to November. 5월부터 7월까지, 10월부터 11월까지 사이클론 시즌을 주의.
Never sail in cyclone season! Very big risk 🙈사이클론 시즌에는 절대 항해하지 마세요! 매우 큰 위험
And Philippines to Japan is best in May 필리핀에서 일본까지는 5월이 최고.
May till December also cyclon season. ... 5월에서 12월까지 사이클론 시즌.
so you do a crazy trip. We cross all our fingers 그래서 너는 힘든 항해를 해야 한다. 우리는 손가락을 모두 모아 기도한다. 🏼
이렇게 내용을 듣고 김석중 선장님의 자료를 보니, 그분은 5월 8일 지부티를 출항해서 몰디브까지 엄청나게 고생을 하셨다. 집세일이 터지고 돌풍에 배도 손상되고 크루들이 약간의 부상도 입었던 모양이다. 딱 태풍시즌에 인도양을 건너셨다. 친절하게도 문자로 확인까지 해 주셨다. 자, 여기서 나는 결심해야 한다. 며칠 동안의 맞바람을 뚫고 오만 살랄라로 가서 연료와 물, 식량을 보충한 뒤, 곧장 몰디브 울리가모로 출항해야 한다. 또는 스리랑카 Galle로 곧장 가든가. 몰디브는 앵커링이라 연료와 물 보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기상만 잘 받쳐주면 스리랑카 Galle로 바로 갈수도 있다. 여하튼 지부티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태풍시즌에 인도양을 건너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 한다. 오만 살랄라,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마리나에 미리 연락을 한다.
오만 살랄라 Profile Contact Person: Mr Omar Moosa Email: sahoolalhogori@gmail.com Number: 0096 89 289 9961
Gac 스리랑카 에이전트 스리랑카 Galle Sandeep +94764675451 Email: sandeep.kavinda
@gac.com
말레이시아 Malaysia Pankor marina. +60 16-550 4088 name of the boss is "James“
오전 11시. 시간을 내서 미국인 요트로 간다. Ruley & Klara의 요트다. 당연히 세계일주형 36피트 요트다. 이들은 호주 태즈마니아에서 출항하여 2년째 항해중이다. 가다가 돈 떨어지면 잠깐 일해 항해 비용을 번다. 레이더는 없다. 이리듐고와 AIS는 있다. 워터메이커는 없다. 극도로 물을 아껴 쓴다. 냉장고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빨래도 직접하고, 지부티에서 에이전트도 고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똑똑한 젊은이들을 보니 내가 바보 같다. 나는 아내와 아이 때문에라도 헤매고 고생하기 싫어, 350달러나 주고 에이전트 고용했다. 영어와 국력의 힘이랄까? 미국인들은 전 세계 마리나를 휘젓고 다닌다. 나더러 스리랑카에 가서 에이전트 fee가 200달러라고 하면 거절하란다. 그럼 100달러로 내려간다고 한다. 두 사람에게 수에즈 통과의 기본적인 정보를 준다. 이들은 아예 내게 자신들의 항해정보를 정리한 홈페이지를 준다. 차원이 다르다.
http://blackduckatsea.com/
<= Ruley & Klara 의 홈 페이지
그들과 그들의 배를 사진 찍어 보낸다. 이들도 덴마크 선장 톨스를 알고 있다. 톨스는 무지하게 발이 넓다.
다음으로 프랑스배 Vincent Goyman의 배로 갔다. 마르세이유 곁은 작은 포구에서 시작했단다. 세계일주 항해의 끝이 보이는 사람들이다. 잠시 수다를 떨고 역시 그의 배와 그를 사진 찍어 보내준다. 그리 친밀하지는 않다.
다른 프랑스배로 간다. 이들도 수에즈로 간다. 젠장, 나는 동쪽으로 가는 배를 만나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데. 리투아니아에서 온 배는 선원들이 육지로 갔다. 식료품 사러 갔나보다. 저녁에 오면 혹시 동쪽으로 가나 물어보고 방향이 맞으면 항해 정보를 좀 얻어야겠다.
나는 항해 중에 만난 선장들과 계속 연락할거다. 막막한 국제 항해에 진짜 도움을 주는 선장들이다.
아산에게 디젤 360 리터를 주문한다. 지부티 쇼핑몰 ATM에서 내 카드로 달러인출이 안 돼서 카카오 뱅크 웨스트유니언으로 송금한다.
디젤 360*1.4 = 504 달러 (수에즈 홍해에서 가장 싸다./ Ruley & Klara는 택시타고 주유소가서 1리터 당 1.143달러 로 100리터 샀단다.)
에이전트 fee 350 (말도 안 되게 비싸다)
마리나 비용 #1 50
마리나 비용 #2 45 (이해불가 추가 비용)
택시비 등 미리 꿔준 돈 30 총 979 달러(128만원) 다.
여기에 마트 2번 비용 46만원/ 총 174만원을 쓰고 간다.
에이전트 비용과 식료품비용이 어이없다. 만약 장거리 항해 여력이 되는 선장이라면 패스하고, 바로 수아킨이나, 수에즈로 직항하기 바란다. 디젤은 수아킨에서 사면되고 식료품은 수에즈에서 사면된다. 나는 젊은 서양인이 아니라서 영어도 잘 못하고, 일일이 X인지 된장인지 다 찍어 먹고 다니고 있다. 좀 더 젊은 시절에 도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내 글을 읽는 선장님들, 장거리 세계 항해 도전하시려면 한시라도 젊을 때 하시라. 패기가 있어 두려움 없을 때, 전 세계 마리나를 휘젓고 다니시길 권장한다. 나는 나이 들어 너무 조심스럽고, 걸핏하면 부상 입고, 에이전트들과 다투기 싫어 바가지 쓰고 다닌다. 씁쓸하다. 40대만 되었어도, 뭐야, 이개X! 하고 막 들이대고 붙었을텐데... 2020년에 일본 이시가키에서 잠시 세관원들과 세관 검사하는데, 일본 어부가 ‘다메다메! (안돼안돼)’ 하고 무뢰하게 굴기에. ‘이 쌍놈의 자식이!’ 하고 고함 친 게 끝이다. 일본 세관원들이 말려서 다행히 더 큰 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한국 선장들도 외국 가서 무뢰한 놈들을 보면 큰소리로 욕해도 된다. 이제 한국도 그 정도 국력은 되고도 남는다.
오늘이 목요일, 내일 금요일 출국서류 마치고, 토요일 오전 출항할 예정이다. 오만 살랄라까지는 험난한 항해가 기다리고 있다. 역풍이 강하지만 그래도 파도가 높지 않다고 예보되어 있다. 토요일 새벽에 윈디 기상 데이터를 캡춰해서 가자. 5월의 인도양에서 싸이클론으로 헤매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오후 2시. 마지막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온 요트에 가본다. 그 요트도 수에즈로 간단다. 인도양 쪽으로 가는 요트는 나 한 대다. 같이 기상정보를 공유하며 갈 요트는 없다. 한국의 아우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내가 인도양을 건널 때, 누군가 인도양에서 싸이클론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면, 며칠 몇 시에 어디서 싸이클론이 나타날 거라고 좌표로 알려주고, 피해갈 방향을 알려줘야 하는데, 누가 가능한지? 위성전화기로 알려주면 돼. 일단 4월중엔 싸이클론이 없다고는 하지만.]
해수부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뭐 대단한 내용이야 없겠지만, 제목을 보니 임시안전검사 운운이다. 마침 인터넷이 끊어져 확인은 못한다. 참 조금도 진전이 없는 집단이다. 답이 없다.
영국 국적의 존 선장이 새로 왔다. 그도 몰디브에서 왔단다. 몰디브 SIM 카드를 준다. 너무 감사하다. 이따 저녁에 놀러가기로 한다.
아산도 같이 왔다. 나는 내일 디젤 360리터를 배에 싣고, 물도 보충하고 토요일(8일) 오전 일찍 떠날 거라고 말한다. 그는 내일 오전 10시에 온다고 한다. 내가 10시? 인샬라~ 하니 아산도 웃는다. 어찌되었건 내일 중에 다 해결해 주면 된다. 난 내일 살랄라까지 갈 식료품 중 부족한 것들을 조금 더 구매할 예정이다.
오후 5시 존의 배에 갔다. 그는 영국해군에서 근무하면서 수에즈를 몇 번 지나갔다고 한다. 세일요트로는 처음이다. 존은 군에서 제대하고 지금 10년째 항해중이라고 한다. 1992년 엔지니어로 일할 때 서울에도 2년 있었다고 한다. 호오 더 반갑다. 아덴만을 지날 때 영국은 어떻게 자국 세일 요트를 관리 하냐? 고 물으니, 24시간 마다 한 번씩 위치를 체크하고, 가끔 영국 군용기가 날아와 날개를 흔들어 주고 간다고 한다. 자기는 그럴 때마다 너무 안심되고, 영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당연하겠지. 국민보호는 커녕, 수에즈를 지나는 자국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국가의 일개 국민인 나는, 부러워만 하고, 아무 소리 못했다.
그는 나보고 랑카위에 꼭 들르라고 한다. 거기는 면세구역이라, 술이나 보트 용품을 아주 싸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내가 AIS 리시버 이야기를 하니, 거기서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면 랑카위에 반드시 들러야 하겠다. 그는 판코르마리나에도 들렀다고 한다. 입구에 얕게 표시된 것은 아무 문제없다며, 자신의 배 궤적을 보여준다. 그러더니 자신은 새로 AIS 리시버를 샀다며, 내게 사용했던 AIS 리시버를 준다. 헛! 너무 감사하다. 랑카위에 가서 안테나와 컴퓨터 연결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나는 다른 배의 정보를 알게 된다. 아니면 아예 전에 이탈리아에서 사려다 실패한 em-trak a100 ais class a transceiver를 다시 찾아보자. 그럼 밤에도 다른 배와의 충돌 걱정 없다. 콕 찝어 무전기로 좌로가! 우로가! 할 수 있으니까.
https://yacht-kurukulla.blogspot.com/
<= 존의 블러그.
이번항해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모두가 서로에게 뭔가 도움이 되려고 애쓴다. 나는 별도 도움도 못주고 이것저것 얻기만 한다. 나는 그들의 사진과 배 사진을 촬영해 보낸다. 나는 줄게 그것밖에 없다. 존에게 인사하고 제네시스로 돌아 왔다. 연료필터 교환, 발전기 오일체크, 기어박스 캡 오링 교체, 텐더 볼트 교체. 하나씩 정비하고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오후 6시. 갑자기 왓스앱에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온다. 열어보니 이탈리아 마리나 스베바에 바로 건너편에 계류되어 있던 Nico다. 까를로와 새로운 배를 산다던. 그가 안부 인사를 전해 온 거다. 얼마나 고마운가? 그저 앞자리에 계류되어 있었고, 하루 이틀 같이 인사하고 수다 떤 것으로, 잊지 않고 이렇게 안부를 물어준다. 한국인들만큼 정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나는 나중에라도 또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진다.
만월인가? 달이 밝다. 신경 쓸 일이 많아, 목도 쉬고 얼굴도 말랐다고 한다. 어차피 인생은 항해. 토요일 출항하자. 5월 사이클론은 피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