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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투자할 때는 그 나라 돈으로 바꾸어야 되고, 이 때 직면하게 되는 것이 환율이며, 해외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때는 환율이 변하여(우연히 같을 수도 있겠지만) 득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너무나 기초적인 것이어서 해외에 투자할 돈이 없거나 관심이 없는 사림들이라도 다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그리고,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도 싫고 더더구나 손실도 싫다고 생각하는 투자자, 즉, 환리스크를 싫어하는 투자자라면 선물환, 옵션, 선물, 스왑 등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여 환헤지를 하면 된다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되어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환헤지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면서 상당히 큰 금액도 헤지할 수 있을 만큼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는 미국 달러,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일부 선진국의 통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 통화 상호간에는 소액의 ‘사자(Bid)-팔자(Offer)’ 차이(Spread)와 브로커 수수료를 지불하면 어느 쪽 방향이든 환헤지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통화 간 선물환 시세는 금리 차이를 거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이론적인 선물환율이나 현실의 선물환율 간에 그리 차이가 없고, 일시적으로 불균형이 발생하더라도 이 불균형에 따라 발생되는 이익을 추구하는 거래, 즉, 차익거래(Arbitrage Transactions)*가 발생되어 순식간에 다시 균형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런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통화로 표시된 경상 및 자본거래가 거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고, 그 규모도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국간 금리차이를 목적으로 한 이들 국가 간 자본거래는 일시적인 차익거래를 제외하면 선물환거래 등 환헤지를 수반할 경우에는 이자 차익을 거두기 위한 투자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일본 엔화의 1년 금리는 0%, 미국 달러의 1년 금리는 2%, 현재 환율을 100엔/달러라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1년 선물환율은 금리가 높은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할인(Discount)되어 달러당 98.04엔이 됩니다.** 일본 엔화 예금이 무이자여서 엔화 자금 1만 엔을 환전하여 100달러를 갖고 2%의 달러 예금을 하였다면 1년 뒤에는 102달러가 됩니다. 이 돈을 다시 엔화로 바꾸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다시 되찾는 엔화금액은 1만엔(=102달러 X 98.04)으로 원래 무이자 상태의 1만엔으로 되돌아 오게 됩니다. 즉, 고금리 통화로 환전하여 투자할 경우 환전과 동시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면 금리차익의 투자 목적은 달성할 수 없습니다. 현실에 있어서는 환전 비용, 선물환 거래 비용 등으로 1만엔이 아닌 9900엔 내외가 되어 오히려 손실을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자 차익의 가능성을 남겨두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선물환 계약, 즉, 환헤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1년 뒤에 환율이 달러당 110엔이 되었다면 11220엔을 회수하여 수익율 12.2%를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환율이 하락하여 90엔이 되었다면 회수한 엔화 금액은 9180엔이 되어 마이너스 8.2% 수익율을 시현하게 됩니다.
국내금리가 낮아서 외국의 고금리 채권에 환헤지 없이 투자하는 이런 거래를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고 합니다. 환율이나 금리가 변동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는 거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귀에 매우 익고 매우 유명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바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 즐겨 투자하는 방식이 바로 이 ‘엔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와타나베 부인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성공시켜 원금을 까먹지 않고 외국 투자에서 나온이자를 자녀교육비에 보태거나 생활비에 충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달러당 엔화 환율이 최소한 100엔 밑으로 떨어지면 안됩니다. 그럴려면 현재의 환율이 바닥권에 왔는지(엔화 강세가 충분히 진행이 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외국에 3~5년의 장기투자를 생각한다면 일본금리(자국금리) 변동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달러 금리(투자대상인 외국금리)의 변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이 신경 써야 합니다. 장기투자인 경우 외국금리가 올라버리면 매입한 채권의 가격이 떨어져 중도환매할 경우 손실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 와타나베 부인은 신이 났습니다. 과거 수년간 엔화가 초강세를 기록하여 달러당 80~90엔 시절에 투자하여 100엔이 넘어서자 해외투자를 서서히 거두어 들여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니까요. 자녀교육비나 생활비를 넘어서 노후자금 마련에도 상당히 큰 덕을 봤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김 여사’께서도 ‘와타나베 부인’의 투자 방식을 모방하여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브라질 국채 투자입니다. 물론 우리의 ‘김 여사’께서 혼자 하셨겠습니까?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증권회사의 권유로 투자하셨습니다. 김 여사께서 대담하게 원 캐리 트레이드를 표방하고 나선 투자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었습니다.
브라질 국채 투자는 2011년 상반기에 시작되었더군요. 이런 투자에 항상 앞장을 서는 M증권사를 필두로 하여 주요 증권사들이 앞 다퉈 투자자금을 모집하였습니다. ‘월지급식 글로벌 채권(브라질 국채) 신탁’의 투자자금을 모집하면서 증권사들이 내건 캐치 프레이즈는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고 월급 받으세요!”였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증권회사들이 유치한 브라질 국채 투자 신탁 상품은 누적금액 기준으로 7조수천억 원어치나 팔렸다고 합니다. 현재 투자잔액은 이 보다는 훨씬 적겠지만 올해 들어서도 1조7천억 원어치가 팔렸다고 하는 것을 보니 적지 않은 돈이 브라질 국채에 묶여 있습니다.
당시 투자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브라질 헤알화의 금리(국채 10년물)는 년 12.5%~13% 수준에서 등락하였고, 환율은 룰라대통령 집권기 호황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금이 브라질로 물 밀듯이 밀려들어와 2011년 중반에는 달러당 1.550 헤알로 떨어져 헤알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브라질정부에서는 이런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자금의 환전 시 6%의 세금(이런 세금을 일명 ‘토빈세’라고 합니다.)을 납부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호황도 후임인 호세프 대통렵 집권 이후 서서히 꺼져 갔습니다. 당시 우리 원화는 달러당 1100원 내외에서 등락하였고 장기적으로는 1000원을 향해 갈 것으로 대다수가 전망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증권사들은 저금리로 인하여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우리의 김여사에게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비과세특혜가 있어서 1억 원을 투자하면 월 70만원 내외의 이자(년간 8~9%)를 월급처럼 받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투자기간 3년반으로 년12~13%의 이자를 받으면 토빈세로 년간 1.8% 정도 공제하고 증권회사 보수 등으로 2~3% 떼고 난 후 당시 1헤알당 700원 수준의 환율을 감안하여 계산하면 대충 월70만원이 나옵니다.
3년이 지난 현재와 당시를 비교해 볼까요? 달러당 원화환율은 지난 10월 이후 급등하여 3년전과 비슷한 달러당 1090원 수준입니다. 반면에 헤알화는, 2011년 중반 정점을 찍은 후, 달러대비 약세를 지속하여 현재는 달러당 2.6 헤알 내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헤알당 원화환율도 과거 3년간 헤알당 700원에서 420원이 되기까지 계속 떨어졌습니다. 매달 받는 월급도 월 70만원에서 현재는 40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신탁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는데 브라질 국채를 매각하고 원화로 환전하여 브라질 국채 신탁에 가입한 김여사님께 원금을 돌려드려야 하는데 현재 환율을 감안하면 40% 정도의 원금 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1억원을 투자하여 3년반~4년간 월 약 50~60만 원의 월급을 받았으니 이 돈을 감안하더라도 김여사는 약 1500만원의 원금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우리나라 원화가 외국 어느 나라 통화에 비해서 그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있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그걸 쉽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돈 버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시 원화의 추가 강세가 예측되고, 브라질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물러난 후 조금씩 불안감이 늘어가고 있어서 헤알화의 강세가 주춤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렇게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았다는 듯이 대대적인 선전을 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IMF때 동남아 채권투자, 키코거래, ELS 등 과거 여러 차례 그랬듯이 상투를 잡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도 1조7천억 원 어치의 브라질 국채 상품이 판매된 것을 보면, ‘지금이 바로 브라질 국채 투자의 적기’라고 증권회사들은 우리의 김여사에게 속삭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세계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유가나 국제원자재 가격의 회복이 당분가 쉽지 않은 점을 볼 때 브라질 경제의 회복과 헤알화 강세가 그리 쉽게 올 것 같지 않은데 또 다른 김여사의 브라질 국채 투자가 성공할 지 의문입니다.
엔화나 달러화와 달리, 우리 원화와 브라질 헤알화간 선물환거래는 절차도 복잡할 뿐 아니라, 유동성도 별로 없어 적절한 시기에 선물환거래를 통한 환헤지를 하고자 해도 쉽지 않고, 일부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한 번 투자하고 나면 만기 때까지 빠져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혜안이 있는 시장분석을 통해 투기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투기를 하여 우리의 김여사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그런 증권회사들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바가지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가는 것에만 신경 쓰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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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환율 달러당 100엔, 이론적인 선물환율 달러당98엔일 경우, 실제 시장의 선물환율이 일시적으로 99엔이 되었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현물환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예금을 하고 그 만기일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선물환거래가 폭주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냥 엔화 예금하는 것 보다 달러당 1엔의 이득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래가 재정거래의 한 종류입니다. 결국 시장은 이론적인 가격인 달러당 98엔으로 선물환율이 접근하게 됩니다.
**정확한 선물환율을 구하는 공식은 ‘선물환율 = 현물환율 X (1 + A국 이자율X투자기간/360) / (1 + B국 이자율X투자기간/360)’ 입니다. 본문의 엔화와 달러의 경우에는 기준통화인 달러가 B국 통화, 환율 피고시통화인 엔화가 A국 통화가 됩니다. 상기 식을 이용하여 본문의 선물환율을 구하면 ‘100엔/달러 X (1+0%X360/360) / (1+2%X360/360) ≒ 98.04엔/달러’ 입니다. ‘선물환율 – 현물환율’을 선물환 마진, 스왑 마진 또는 베이시스(Basis)라고 합니다. 상기 수치를 적용하면 마이너스 1.96엔/달러가 나오는데, 고금리 통화인 달러화가 현물환에 비해 그 만큼 할인(Discount)된다고 표현합니다. 기준통화를 엔화로 바꾸어 1 엔당 0.01 달러로 현물환율을 표시하고 선물환율을 구하고 선물환 마진을 계산하면 +의 금액이 나옵니다. 이 때 저금리 통화인 엔화는 달러에 대해 할증(Premium)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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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설명이 잘되어 있어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CDS프리미엄이 높다고는 하나 디폴트 위험이 적다면, 그래도 브라질이 우리 보다 금리가 월등히 높은데 장기 투자하는 것은 어떤가요? 환율이 가장 큰 문제인가요? 너무 단순한 생각인가요? 증권사들이 브라질에 현지법인도 있을텐데 만기때 돈 찾는 절차 등이 많이 어려운건가요? 근데 국내에 마땅한 투자처도 없고 초저금리시대 어카나요?
위험이 있다고 해서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 같은 경우는 환헤지가 쉽지 않아서 어차피 환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회사들도 투자자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심어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남미국가들은 과거 디폴트나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적이 많아 자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언제든 다시 그런 선언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나 브라질 경제가 어려워지면, 브라질 금리 폭등으로 헤알화 채권 값 폭락, 헤알당 원화 환율 폭락으로 투자금은 보잘 것 없는 금액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위험도 감안하여 투자해야 겠지요!
예. 언제나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