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시대 거제역사 실마리 풀렸다
방하리고분군서 가야·신라 무덤(석곽·석실) 흔적 등 29기 발굴
고리자루큰칼 발굴로 가야시대 해상 무장세력 활동 가능성 제기
토기 조각 시신안치대 사용한 독특한 묘제 문화 사례 4곳 발견
3일 오후 2시 거제방하리고분군 4차 발굴조사 주민 현장 설명회 현장 /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지역 역사 공백기로 불리는 5~6세기 가야시대 고분 및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돼 화제다.
이번 발굴은 거제가 5~6세기 가야세력권에서 6~7세기 신라에 병합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상 무장집단 활동 및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지역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유물들이 쏟아졌다.
거제시는 지난 3일 오후 2시 거제방하리고분군(둔덕면 방하리 385번지) 4차 발굴조사 주민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평소 거제방하리고분군 발굴조사에 관심 있는 시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조사와 발굴을 맡은 (재)경상문화재연구원(원장 노태섭·이하 경상문화재연구원)이 마련했다.
3일 오후 2시 거제방하리고분군 4차 발굴조사 주민 현장 설명회 현장 / 사진 최대윤 기자
설명회가 열린 이날 발굴현장에는 둔덕면민, 거제고려사연구회 회원, 거제역사문화연구소 회원 등 20여명이 참석해 그간 발굴 성과를 경청했다.
경상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발굴은 경상남도 ‘2023년 가야문화재 조사연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1억5000만원(도 40%, 시60%)의 예산으로 진행됐다.
앞서 거제시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방하리고분군 1~2차 시굴 및 조사발굴을 진행했고 2019년 9월부터 10월 한 달 동안 현 위치에 경상문화재연구원에 시굴 조사를 의뢰했었다.
거제방하리고분군 4차 발굴조사에서 발굴된 철제 무기류 / 사진 최대윤 기자
1·2차 조사 당시 방하리고분군에선 6세기 중반부터 7세기 중반으로 보이는 고분 6기와 봉분이 없는 않는 고분 1기가 발견됐다.
1·2차 조사 고분군은 직경 7~12m, 잔존높이 1~2m 정도의 봉분으로 내부에는 굽달린목긴항아리(대부장경호), 뚜껑(개), 굽달린접시(고배) 등의 토기와 허리띠장식(대금구), 관고리 등의 금속 유물이 출토됐다.
경남도가 지원하는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3차 시굴 조사에선 삼국시대 석곽묘 7기, 추정 석실묘 2기, 주구(무덤 주위를 둘러 판 도랑) 3기, 구(도랑) 1기 등 유구 13기가 확인됐다.
특히 3차 조사에선 앞서 1·2차 고분군 조사때보다 100여 년 앞선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5세기 가야시대 토기가 발굴돼 삼국시대 거제지역이 가야권에 속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연구성과가 나왔다.
거제방하리고분군 4차 발굴조사에서 발굴된 컵형 토기 / 사진 최대윤 기자
3차 시굴 조사의 성과는 4차 정밀 발굴조사로 이어졌다. 4차 조사는 지난 3월 15일 현장 조사를 시작으로, 345㎡ 면적에 무덤(석곽·석실) 27기, 구 2기 등 유구 29기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번 발굴에선 거제지역 최초로 발견된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를 비롯한 철제 무기류(철검·유자이기·쇠도끼·낫·화살촉 등), 수평구연호·고배류·컵형토기, 대부직구호·발형기대 등 소가야의 영향을 받은 토기가 쏟아졌다.
거제방하리고분군 4차 발굴조사에서 발굴된 토기 조각을 깔아 만든 시신 안치대(屍床)와 컵형토기 / 사진 최대윤 기자
돌덧널무덤 5기에서 출토된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를 비롯한 철제 무기류는 거제지역에 해상 무장세력이 활동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거제만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으로 볼 때 해상교역로를 관리하던 무장집단의 무덤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선 수장급 규모의 묘는 출토되지는 않아 세력의 규모 등을 파악는데는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가야 무덤 4기에서 발견된 토기조각을 깔아 만든 시신 안치대는 삼국시대는 물론 가야권 고분군에서도 희귀한 묘제 문화 사례로 알려져 거제가 소가야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고유의 문화를 형성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거제방하리고분군 4차 발굴 조사에서 발굴된 가야양식 토기 / 사진 최대윤 기자
이번 조사는 거제지역에 소가야 유물이 출토돼 거제지역의 공백기였던 5세기대 후반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의미도 있지만 거제지역의 지배층이 소가야권에서 신라로 편제되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이번 발굴 이후 거제방하리고분군의 추가 발굴도 검토되고 있다. 4차 발굴 과정에서 조사 외 구역으로 추가 봉분 흔적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거제방하리고분군의 4차 발굴조사 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조사지역을 덮고 경남도의 조사연구 지원사업을 요청해 미발굴 구간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경상문화재연구원은 “거제방하리고분군은 가야와 신라로 이어지는 거제지역 지방세력 문화와 신라의 지방편제 과정, 거제 지방 세력의 고분 문화 및 변천 과정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유적”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