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려오는 말들, 그중 하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이고 또 하나는 ‘4대강 정비사업’이다.
‘저탄소’란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하여 대표적인 온실가스라 할 수 있는 CO2(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의미이고, ‘녹색성장’은 대립적인 개념으로 인식했던 개발과 환경보전을 결합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석유나 석탄와 같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하여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금세기말 지구의 평균온도가 6~7도 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극지방과 히말라야 등 산꼭대기의 빙하가 모두 녹아내리면 해수면이 증가하여 세계 대도시를 수몰시키게 된다. 온도 변화로 대부분의 생물들이 멸종하게 되며 영화 투모로우에서 나타나듯 폭우, 폭설, 가움, 홍수 등 예측불허의 기상이변은 속출할 것이다. 인류의 생존도 치명적인 위협을 받게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선택의 여지없는 인류 생존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질을 뒷받침 해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4대강 정비사업이다. 정권 초기에 야심차게 추진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중단하게된 한반도운하사업의 다른 이름이다. 2013년까지 22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제방을 증축하고 강 곳곳에 댐수준의 대형보(높이 5~10m) 22개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준설하여 5.7억㎥가량의 골재를 파내어 물그릇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홍수방어, 수질개선과 물공급, 복합문화공간 조성,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이다. 어느 순간 이름도 4대강살리기사업으로 변경되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강은 4대강특별법과 물관리종합대책 추진으로 대부분 1~2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수질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수질을 개선하겠다 하면서 흐름을 정체시켜 부영양화를 초래할 것이 자명한 수중보를 설치하려 한다. 한편으로는 한강과 낙동강 대체 상수원을 모색하고 있다. 물공급을 위해 수중보에 물을 가득 채워두면 홍수 대비는 커녕 치명적 재해를 유발할 수 있다. 홍수에 대비하고자 수중보의 물을 비워두면 용수공급의 목적은 상실하게 된다. 강변 둔치에는 식생을 파괴하여 대규모 자전거도로를 조성한다. 하도를 정비하게 되면 그 자체로 송두리째 파괴되는 것인데 무수히 많은 문제점을 하나하나 열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4대강 살리기사업으로 둔갑하였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인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첫째, 녹색의 개념을 경제성장의 포장지 정도로 이용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이 보장되는 녹색국가가 목적이 아니다. 녹색은 그저 대통령 공약사항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인 것이다. 둘째, 사실상 건설토목사업 중심의 고탄소 회색성장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60조원를 퍼 붙겠다던 녹색뉴딜의 대부분이 건설토목사업이며 핵심사업이 4대강정비사업이다.
정권은 한시적이지만 국토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경제위기는 일시적이지만 환경위기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스스로 부르짖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4대강정비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만일 스스로 중단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과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들이 나서서 중단시킬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무심천 하상도로와 원흥이마을의 두꺼비생태공원을 통하여 작지만 매우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정치권의 생각은 흔히 잘못된 경우가 많다. 개발은 쉽지만 복원은 쉽지 않다. 환경을 고려한 개발 만이 미래의 행복을 창출할 수 있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연합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