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강종중 대종회를 마치고_안성환/20240114
순흥안씨 탐진군파 헌납공 충순위종중(월강종중/구산문중) 대종회 날이다. 규석회장님의 리더십과 열정에 해마다 종원들의 관심은 늘어가고 있다. 올해도 예상외로 젊은층이 많이 참석하여 월강종중의 미래가 밝다 하겠다.
일찍이 태봉선조께서 구산마을에 ‘구산서당(龜山書堂’을 창건하셨고 후에 성암 복초(식원)선조께서 1908년경 ‘구산정사(龜山精舍)’란 이름으로 개칭하여 중건하셨다. 정사(精舍)와 정사(亭舍)는 그 뜻이 엄연히 다르다. 정사(精舍)는 학문을 가르치려고 지은 집이라면, 정사(亭舍)는 경치 좋은 곳에 정자 모양으로 지어 한가히 거처하는 집을 말한다. 그래서 월강종중의 ‘구산정사(龜山精舍)’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구산정사’의 글씨는 경재 이건승(1858~1924)선생의 친필이다. 경재 이건승선생은 영재 이건창성생의 아우이며, 난곡 이건방선생의 재종형이다. 그리고 월강종중(月講宗中)에 월강(月講)이란 말은 《주역(周易)》에서 따온 말로 그 뜻은 “벗을 사귀고 강습한다.” 했고 또 “선대의 말과 행위를 많이 알아 덕을 쌓는다”란 의미가 있다. 그래서 조상을 숭배하고 후학의 번영에 힘쓴다는 숭선유후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늘 이곳에서 시제를 모시고 대종회를 개최한다.
우리는 왜 오래되고 불편한 이런 건물에서 시제를 지내고 대종회를 해야만 할까? 이런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우선 우리의 전통 문명은 지금과 매우 다른 시대이다. 그 시대의 주도적 가치관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는 물질과 효율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치관이라면, 전통 문명에서는 사상과 정신이 시대 가치관이었다. 개인의 일상과 사회적 운용 등 인간을 둘러싼 모든 일을 결정할 때 사상과 정신을 일차적으로 기준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옛 건물에는 도덕적 정신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 기준이다. 따라서 구산정사의 건물에서 도덕 정신을 읽고 배워야 한다. 옛 건물은 정신 가치 위에 지었기 때문에 그 배경을 안다는 것은 결국 시대의 철학사상을 안다는 것이다. 구산정사에서 종원들이 만나 화합하면 자연스레 정신의 울림이 오고 마음의 눈이 떠지게 된다. 또 이곳에서 선조들의 정신을 이해하면 그것이 공부가 되고 공부는 수양 실천이 되어 결국 정신성숙과 마음의 평안에 이른다. 이런 행위는 모두 내가 잘 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구산정사에서 매년 10월에 선조들을 봉향하고 새해에는 후손들이 만남의 장소로 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의미라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구산정사는 매우 중요한 이유이며, 위대한 이유이다.
2024년 1월 14일 일요일 늦은 밤에 성환 삼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