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고 꼼꼼하며, 추진력까지 갖춘 카리스마. 강원도교육청 사상 첫 여성 교육국장으로 발탁된 천미경(58) 국장에 대한 주변의 평가다. 그녀는 올 3월1일자로 임명된 이후 쉴 틈이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4차례나 이어진 개학 연기에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까지 하게 되면서 매일 수차례의 회의를 비롯해 각종 결재와 협의까지 이어져 잠시도 여유가 없었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천 국장을 지난 7일 도교육청에서 만나 강원교육에 대한 소신을 들어봤다.
온라인 개학 학교·학생·부모 혼란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 현 상황서 당연 자기주도적학습 습관 기를 기회 삼아야 이 위기 집단지성으로 극복하리라 믿어
평소 교육에 대한 소신·철학은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교육'이라 생각 선생님은 수업으로 학생과 함께 성장 아이들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
■강원도교육청 사상 첫 여성 교육국장으로 책임과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최초 여성 교육국장이란 타이틀이 개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분의 기대가 커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주변에 좋은 선후배들이 있었고 그분들에게 늘 고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직원들 간에 소통과 협력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다 함께 참여하고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사상 처음으로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고 있는데, 강원도교육청은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고 진행하고 있나=“총 4차에 걸친 개학 연기에 따라 강원도교육청은 교육감을 본부장으로 한 코로나19 대응 지역사고수습본부와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한 신학기 개학 준비추진단을 구성해 총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극복과 온라인 개학 준비를 위해 학생·학부모님과의 상시소통채널 운영, 원격수업을 위한 기반 구축, 원격수업 운영을 위한 지원 등 세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 왔다. 온라인 개학의 핵심은 원격수업이다. 원격수업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교사들은 함께 지혜를 모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지성을 발휘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일선 학교들과 학생, 학부모들의 우려와 혼란도 있는데=“매일 학교에 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겪어 보지 못한 이번 장기간의 휴업과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혜롭게 잘 견뎌내고 있다. 아이들은 원격수업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고, 교사들은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동료 교사와 나누면서 이 위기를 집단 지성으로 잘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원격수업으로 강원도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는데 대안이 있다면=“원격수업은 실시간 쌍방향수업, 콘텐츠활용중심수업, 과제수행중심수업, 기타 학교 여건에 따른 다양한 수업 형태로 운영된다.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는 현 상황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결손에 대한 부분은 등교수업 이후에 교사가 더 촘촘히 살펴볼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기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친다고 해도 학생이 배움에 대해 외면한다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학습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그 시기는 학력보다는 건강과 기본생활습관 형성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정에서 그런 점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등교 개학을 원하고 있는 소규모 학교들도 있다=“소규모 학교의 경우(농산어촌 및 산간지역) 정보 소외계층,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원격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의 학생이 많다. 강원도 돌봄 현황을 살펴보면 소규모 학교 학생의 돌봄 신청 비율이 대규모 학교보다 높은 편이다. 원격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보 인프라 구축, 원격수업 콘텐츠 및 과제 준비, 학습지와 학습자료 준비 등 학교와 학급 담임교사가 준비해야 할 내용이 많다. 소규모 학교는 학교공간을 활용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충분한 환경 조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독 등 감염병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한다면 안전하게 등교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등교 개학을 원하는 학교들이 있다.”
■원주교육장 재임 시절 온라인 쌍방향 시스템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의 강원행복고 시범 운영 등을 이끌었다=“강원행복고는 강원도의 모든 고교와 지역사회가 학교 간 협력과 개방을 기본으로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고교 운영 체제를 의미한다. 공동교육과정 운영은 온라인 쌍방향 공동교육과정, 지역 내 학교 간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대학 연계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다양화했다. 앞으로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방향도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확대한다면 학생 이동의 제한이 없는 온라인 쌍방향 공동교육과정 확대 운영을 통해 학생 과목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와 전문직, 교육장까지 두루 거쳤다. 평소 교육에 대한 소신과 철학은=“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은 아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함께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원교육은 그동안 많은 변화와 성과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며 그것을 위해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는 수업으로 학생과 함께 성장하고 교육청은 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교육'은 강원교육의 희망이고 우리의 꿈이다. 교직생활의 마지막을 도교육청에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
■천미경 교육국장은
원주 출신으로 원주여고, 춘천교대, 연세대 관리과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1984년 9월 원주 단구초 교사로 임용돼 원주 일산초교, 영월 쌍룡초교, 원주 북원초교, 평원초교 교사로 근무했다. 2003년 정선교육청 장학사, 횡성교육청 장학사, 인제교육청 장학사, 원주 관설초교 교감, 인제 서화초교 교장을 거쳐 2013년 강원도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학교혁신과장, 교육과정과장, 교원인사과장, 강원도교육연구원 특수교육지원센터장,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장현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