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레퍼토리는
잉글버트 험퍼딩크, 팻 분, 폴 앙카, 탐 존스, 지미 로저스,
니꼴라 디바리, 밀바 등 올드 팝들.
종률형도 스콜피온스의
Holiday를 부르고
그 옛날 군대시절
이 노래에 대한 에피소드도 털어 놓으신다. 형님들은 아직도
그 많은 노래들의 가사를 기억하시고
서로 서로
화음을 넣어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멋진 공연을 하신다.
우리끼리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나는 비어있는 (고) 이장순 형님 가게 빌려서
한달에 한번이라도
좋은 사람들 불러서 우리끼리 놀자고 즉석 제안을 해봤다.
작년 말 모임에서
내년에는 단체 등록이라도해서 조그만 문화 행사를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것저것 따지다보니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모임 때마다
하시는 배꼽 잡는 농담과 추억담을 모으면 광주 대중음악의
역사가 되고,
문옥형 말마따나
'우리 나이에 이렇게 재밌게 노는 사람들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할 정도로
멋지게 어우러지는
노래는 그 자체가 문화 컨텐츠다.
이제 분기별로
한번씩은 의무적으로 만나고 최소 한달에 한번씩은 만나서
맛난 것 먹고
재밌게 놀자하시니 어디에 좋은 놀 판 한 곳을 마련해
봐야겠다.
...............
축제가 열리는
금남로 한편.
58년동갑내기사내
몇몇이 원각사건너 금남로공원 계단에 앉아서
축제에서 낭송공연할 희곡
마지막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분장사] (아들과 처녀에게)
보라 그대 속에 우리 모두가 들어있도다
그대의 얼굴에서 우리의
얼굴이 보이고 그대의 웃음에서 우리의 기쁨이 되살아나며
그대의 한숨에서 우리의
슬픔이 되살아나는도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노라.
죽음마저도 다시 살아나기
위한 잠시의 과정일 뿐이 도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멈춰있으며
다만 우리들 자신이 그 시간
속에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나타나노라.
[분장사] 그대 아리따운
처녀여 세상에 태어나서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기가
그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가?
보라 무릇 사람들이 되살아나서
그대를 향하여 다가왔으나
오직 한 사람 그대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도다.
그대는 이 남자를 맞이하여
우리들 앞에서 영원한 남편으로 섬기고저 하는가?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청년 성큼성큼 자매의 동생에게 와서 묻는다.)
[청년] 내가 혼자서 살 것
같습니까?
[동생] 아뇨.
[청년] 아버지가 반대를
한다고 해서 당신하고 결혼을 포기할 것 같습니까?
[동생] 아뇨?
[청년] 그럼 나하고 결혼하여
주십시요.
[동생] 네 기꺼이 하고 말구요!
[신사] 너 미친거냐 갑자기?
[청년] 이제서야 제정신을
찾은거지요. (동생의 팔을 끼고 분장사 앞에 가서) 자 우리도
함께 맺어주시요.
[분장사] 좋소(두 쌍의 남녀에게)
죽음과 생명의 거듭됨 가운데 그대들은 가장 영원한 언약을
맺었도다. 이로써 우리는
그대들을 축복하노라.
(비를 주제로 한 음악이
들려온다. 빗방울이 떨어지듯이 그 음악은 시작된다.
두 쌍의 신혼부부 그리고
하숙집 사람들 여기에 별도리 없이 축하객이 되어 버린
장군과부인 신사 그들 모두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데
우산을 받쳐든 전당포 영감이
하숙집 사람들의 물건들을 큼직한 자루에 넣어 둘러메고
들어온다.)
[전당포영감] 비가 내린다네!
여보게 이 너절한 것들일랑 다시 전당포에 맡기지 그래?
[아들] 자 우리 모두 거리로
나가요!
(음악 고조된다. 모든 사람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비가 내리는 거리로 뛰어나간다.
그들이 목청껏 외치는 환성이
울려 퍼지며 막은 서서히 내린다.)
이제 내년이면 너도 환갑이다.
개뿔도 좋았지만 나도 그 연극 재밌게 봤어.
한 여름밤의 꿈처럼 이 조그만
도시 허름한 하숙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럽게 아름다와 보여서
그랬니? 아니면 그저 어느날 줏어들은 서양식 속담하나
마음에 들어서 새겨두었니?
요즘도 넌 자주 우리들 앞에
민망하게 쏘아 부치더라..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같소?
하고.
.........................
녹두서점과
들불야학의 추억이야기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광산동 시절
들불야학이야기는 예순이 넘어 오랜만에 한자리에 한
벗들에겐
언제나 그
날처럼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70-80을 돌이켜보는
이 축제에 오면 그 시절 골목풍경들 속에 옛 물건들 바라보고
만지면서
공간 골목길따라
시민아파트 그리고 담장하나사이로 붙은 성당 그 마당에
야학가던 길.
그 젊은 시절의
시간들이 다시 생각납니다.
예순이 훨씬
넘어도 아직 결혼않은 노총각
이렇게 야학시절
친구들 만나면 기순이가 아직도 놔 주지 않느냐는 놀림..
하지만 이렇게
마흔도 넘은 제자들이 문득 금남로에서 스쳐 뵙고 강학님하고
인사드리면
그 시절 함꼐헀던
얼굴들 생각..
문득 관현이
영철 효선등 먼저 간 친구들 이름 부르며 술잔을 다시
듭니다...
얼마 전 진택이
만들어 들려주던 그 시절 야학이야기담긴 판소리자락을
누군가가 선창처럼
부릅니다..
..................
금희야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금남축제의
거리 그 속에서 금희야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내이름도 아닌데
반가워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른 사람과 그 소리에 답하는 사람의 모습을 찾아
시선을 멈춥니다.
이십대중반
되보이는 아들과 같이 걷던 오십대 후반의 여인이 대답하고
반가운 듯
그를 부르는 사람들 속으로 구름처럼 스며들어갑니다.
처음 보는
낯선 이 지만 그 모습 속에 남아있는10대 여고생의 얼굴이
더 낯익은 여인의 얼굴.
천변 기독병원길에서
언젠가 본 듯한
뜽금없이 손가락
세며 저만치 친구들과 웃고 있는 그의 나이를 가늠해봅니다.
올해 쉬은
여섯.
그리고 또
한번 금희야 부르는 중년남자의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목소리
여기 정연이랑
우리 한잔하고들 있다
그 목소릴
따라 걷다가 예술의 거리 길목 선술집마당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스칩니다.
쩌렁쩌렁 큰
목소리로 다시 반쯤 취한 음성으로 누군가 설명합니다.
현재는 순간이다. 순간을
사는 것이 인생이며 순간을 극복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이
바로 영원을 극복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진하라.
정지는 안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가진 않으면 길을 잃게
되므로 일순간이라도 정지하지 말라."
이미 술잔 기울이며
말하던 이의 모습은 저 멀리 인데
소리의 터널을 뚫고 들립니다.
"아무 것도 헛됨은
없어라."
우리가 사랑했던
것
외로움 당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