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 속 어머니
김주하
보라색 꽃무리들이 어머니의 두루마기 같았어요
갈대꽃밭 속 풀벌레들이 가만가만 움직이는 소리가
숨소리처럼 아득하게 들려왔어요
어머니의 부드러운 입김이 얼굴을 감싸는 것 같았어요
갈대숲에서
우유빛 갈대를 한 움큼 손에 쥐어 보았어요
어린 갈대를 둘러싼 키 큰 갈대들, 그 속에서
어린 갈대들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어요
어린 갈대를 달래는 달콤한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새들의 부드러운 깃털 같은
어린갈대들을 손에 쥔 채
어느새 나도 어린아이가 되어갔어요
갈대꽃 날개를 하나 둘 모아서
보라색 꽃무리 사이사이로 내리는
하얀 햇살을 엮어
어머니의 두루마기를 지었어요
갈대밭 속 어머니에게 입혀드리고 싶었어요.
바다소나무 숲
김주하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가 들려왔다
소나무밭 연둣빛 물결이 찰랑이는 그곳
소나무 잎들, 음표가 되어 재주를 넘는다
구름숲에서 내려온 구름 새들도
덩달아 음표가 되어 노래하고
쉼표가 되어 어울린다
당신의 소나무 숲
마침내 수천 수만 개의
바다소나무잎 음표들의 무도회가 열린다
온쉼표 모자를 쓴 아기 솔잎 음표는
태양빛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포르테 음표는 거센 바람결을 밀고
소나무 숲을 누빈다
메조 포르테 앞에서 조금 세게 솔잎을 당겨본다
여린 솔잎들, 꼿꼿한 솔잎 선들은 어느새
레가토로 부드럽게 이어져 춤춘다
바다소나무 숲이 봄의 향연을 펼친다
봄의 왈츠가 맑고 경쾌하게 퍼진다.
김주하
서울 마포출생.
2014년 『문학과 창작』 등단
◇시집『돌멩이 속 봄잔치 』
◇인천용일 초등학교 교감 역임
E-mail : ruby7577 @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