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강해 제5강]
아포스텔로(Ἀποστέλλω)와 카리스(Χάρις): 안디옥의 파송과 율법의 목을 치는 이신칭의
(본문: 사도행전 13-15장)
사도행전 13장에서 15장까지의 텍스트는 교회가 유대교의 좁은 울타리를 완벽하게 박살 내고 로마 제국의 심장부를 향해 진격하는 선교적 대폭발의 현장이며, 동시에 기독교 복음의 절대적 생명선인 '오직 은혜(Sola Gratia)'의 교리를 수호하기 위해 율법주의자들의 모가지를 쳐버린 가장 위대한 교리적 전쟁의 기록입니다. 에크하르트 슈나벨(Eckhard J. Schnabel)과 F. F. 브루스(F. F. Bruce)는 이 본문이 인간의 종교적 행위를 쓰레기통에 처박고 오직 십자가의 피만을 유일한 구원의 근거로 확정 지은 '구속사의 뇌관'이라고 묵직하게 증언합니다.
1. 아포리조(Ἀφορίζω)와 아포스텔로(Ἀποστέλλω): 인본주의를 찢는 성령의 강권적 징집
사도행전 13장, 이방 선교의 전초기지인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모여 주를 섬겨 금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교회의 모든 인본주의적 회의와 마케팅 전략을 도끼로 찍어버리며 성령 하나님의 절대적이고도 맹렬한 음성이 벼락같이 떨어집니다.
"주를 섬겨 금식할 때에 성령이 이르시되 내가 불러 시키는 일을 위하여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우라(아포리조) 하시니 이에 금식하며 기도하고 두 사람에게 안수하여 보내니라(아포스텔로) 두 사람이 성령의 보내심을 받아 실루기아에 내려가 거기서 배 타고 구브로에 가서" (행 13:2-4)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우라(아포리조, ἀφορίσατε)!"
원어 '아포리조'는 지평선을 갈라놓듯, 세상의 소속에서 완벽하게 끊어내어 하나님의 거룩한 소유로 영원히 격리시킨다는 뜻입니다. 이방 선교는 바울과 바나바가 자원해서 떠난 것이 아닙니다! 존 스토트(John R. W. Stott)의 예리한 주해처럼, 참된 선교와 목회는 인간의 열심(Volunteering)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직 성령께서 그 영혼의 멱살을 쥐고 강권적으로 따로 세워 징집(Drafting)하시는 우주적인 차출입니다.
"안수하여 보내니라(아포스텔로, ἀπέλυσαν / 성령의 보내심을 받아, ἐκπεμφθέντες)!"
이들은 교회의 파송을 받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성령께서 쫓아내듯 밀어내신 것'입니다. 인간의 조건이나 재정이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의 맹렬한 불꽃이 심장에 옮겨붙은 자들은 그 어떤 흑암의 제국 앞에서도 십자가를 쥐고 거침없이 뚫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피 묻은 파송자(아포스톨로스)가 되는 것입니다!
2. 디카이오오(Δικαιόω): 비시디아 안디옥을 강타한 이신칭의의 벼락
1차 전도 여행 중 비시디아 안디옥의 회당에 들어간 바울은, 이스라엘의 구속사를 단숨에 관통하여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맹렬하게 선포합니다. 그리고 그의 설교의 클라이맥스에서, 수천 년간 유대인들을 얽어매고 있던 율법의 목을 사정없이 쳐버리는 기독교 구원론의 핵폭탄을 터뜨립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너희가 알 것은 이 사람을 힘입어 죄 사함을 너희에게 전하는 이것이며 또 모세의 율법으로 너희가 의롭다 하심을 얻지 못하던 모든 일에도 이 사람을 힘입어 믿는 자마다 의롭다 하심(디카이오오)을 얻는 이것이라" (행 13:38-39)
이것이 바로 종교개혁의 심장,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의 그 위대하고도 두려운 선언입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D. Martyn Lloyd-Jones)는 이 구절을 강해하며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모세의 율법은 결단코 우리의 죄악을 씻어낼 수 없습니다. 율법은 도리어 우리가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져 마땅한 철저한 영적 파산자임을 폭로하는 사형 선고장일 뿐입니다!
"이 사람(예수)을 힘입어 믿는 자마다 의롭다 하심(디카이오오, δικαιοῦται)을 얻는 이것이라!"
원어 '디카이오오'는 우주의 최고 재판장이신 하나님께서, 죄로 썩어문드러진 피고인(인간)을 향해 "너는 완전하게 무죄하며, 완벽하게 의롭다!"라고 선언하시는 법정적 칭의(Forensic Justification)입니다. 내 안에는 의로움이 단 1밀리미터도 없지만, 오직 골고다 언덕에서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와 전가된 의(Imputed Righteousness)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창조주께서 나를 향해 떨어뜨리실 그 맹렬한 진노의 도끼를 영원히 거두어 가시는 우주적 구원의 폭발입니다!
3. 들립시스(Θλῖψις): 루스드라의 돌팔매질과 영광을 향한 핏빛 환난
복음이 들어가는 곳에는 반드시 흑암의 맹렬한 저항이 일어납니다. 루스드라에서 나면서 걷지 못하던 자를 고치자 무리들이 바울과 바나바를 신(제우스와 헤르메스)으로 숭배하려 합니다. 바울이 옷을 찢으며 그 구역질 나는 우상 숭배를 박살 내자, 유대인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바울을 돌로 쳐버립니다.
"유대인들이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와서 무리를 충동하니 그들이 돌로 바울을 쳐서 죽은 줄로 알고 시외로 끌어 내치니라 제자들이 둘러섰을 때에 바울이 일어나 그 성에 들어갔다가 이튿날 바나바와 함께 더베로 가서... 제자들의 마음을 굳게 하여 이 믿음에 머물러 있으라 권하고 또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들립시스)을 겪어야 할 것이라 하고" (행 14:19-20, 22)
돌에 맞아 육신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져 시체처럼 버려진 바울! 그러나 생명의 주께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자, 바울은 도망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돌을 던졌던 '그 성(루스드라)으로 다시 걸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향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피를 토하듯 선포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들립시스, θλίψεων)을 겪어야 할 것이라!"
현대 교회를 좀먹는 얄팍한 기복주의와 번영 신학의 모가지를 치는 거룩한 선고입니다. R. 켄트 휴즈(R. Kent Hughes)의 통찰처럼, 십자가의 길에는 금류관이 아니라 가시 면류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참된 교회는 세상의 환난(들립시스: 짓눌림, 극심한 압박)을 피하는 자들이 아니라, 피를 흘리면서도 그 환난을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 기어이 하나님 나라를 쟁취해 내는 십자가의 맹수들임을 묵직하게 못 박으십니다!
4. 카리스(Χάρις)와 쥐고스(Ζυγός): 예루살렘 공의회, 율법의 멍에를 박살 낸 오직 은혜
사도행전 15장, 마침내 기독교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치열했던 첫 번째 신학 전쟁, '예루살렘 공의회'가 열립니다. 바리새파 출신의 거짓 형제들이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능히 구원을 받지 못하리라"며 복음에 율법의 찌꺼기를 섞으려 시도했습니다. 이 치명적인 이단의 공격 앞에서 베드로가 벌떡 일어나 성령의 검을 뽑아 듭니다!
"그런데 지금 너희가 어찌하여 하나님을 시험하여 우리 조상과 우리도 능히 메지 못하던 멍에(쥐고스)를 제자들의 목에 두려느냐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동일하게 주 예수의 은혜(카리스)로 구원 받는 줄을 믿노라 하니라" (행 15:10-11)
"우리도 능히 메지 못하던 멍에(쥐고스, ζυγὸν)를 제자들의 목에 두려느냐!"
율법은 타락한 인간이 결코 멜 수 없는 무자비한 사형 틀(멍에)입니다! 인간의 어떠한 행위나 종교적 의식(할례)도 구원에 단 0.1%도 기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공로를 섞으려는 모든 시도는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모독하는 악마적인 교만입니다!
"오직 주 예수의 은혜(카리스, χάριτος)로 구원 받는 줄을 믿노라!"
오직 은혜(Sola Gratia)! 데이비드 피터슨(David G. Peterson)은 이 구절이 사도행전 전체를 떠받치는 가장 묵직하고 찬란한 구원론의 기둥이라고 외칩니다. '카리스'는 자격 없는 흉악한 죄인을 향해 창조주께서 일방적으로, 조건 없이, 강권적으로 쏟아부어 주시는 십자가의 맹렬한 호의입니다! 예루살렘 공의회는 이 선언을 통해 인간의 의를 도끼로 완벽하게 찍어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과 은혜만으로 구원이 100% 완성됨을 온 우주에 확증해 낸 것입니다.
[결론: 인간의 공로를 찢어버린 피 묻은 십자가의 은혜]
주의 종 된 여러분! 오늘날 강단에서 인간의 행위를 부추기고, 율법적 공로주의로 성도들의 목에 멍에를 씌우는 구역질 나는 가짜 복음이 횡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옥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려진 것은 우리가 남들보다 착하거나 율법을 잘 지켜서가 결단코 아닙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썩어문드러진 진노의 자식들이었으나, 오직 성부 하나님의 창세 전의 선택과, 십자가 형틀에서 자신의 살을 찢고 피를 쏟아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죽은 영혼의 멱살을 쥐고 생명으로 끌어올리시는 성령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은혜(카리스)로 말미암아 완벽하게 '의롭다 하심(디카이오오)'을 받았습니다!
교회는 십자가의 피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철저한 무능력자들의 모임이요, 동시에 그 십자가의 피 때문에 세상의 어떤 돌팔매질과 환난(들립시스) 앞에서도 결코 죽지 않고 진격하는 그리스도의 맹렬한 군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