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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발 유치환(柳致環)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시어, 시구 풀이] 해원(海原) : 바다를 이름 노스탤지어 : 향수(鄕愁)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모순 형용 아우성, 손수건, 순정, 애수, 마음 : 이들은 모두 깃발을 비유한 말 [핵심 정리] 지은이 : 유치환(柳致環, 1908-1967) 시인. 호는 청마(靑馬). 경남 충무 출생. 작품 경향은 생명에의 열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동양적인 허무의 세계를 추구하였고, 또 이러한 허무의 세계를 극복하려는 원시적인 의지도 엿보인다. 서정주와 더불어 ‘생명파’ 또는 ‘인생파’로 불린다. 시집으로 <청마 시초(靑馬詩抄)>, <생명의 서(書)>, <울릉도> 등이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표현 : 역동적, 역설적 제재 : 깃발의 역동성 구성 : 1-3행 초월적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깃발에 비유하여 제시 4-6행 초월적 세계에 대해 갖는 향수를 구체적으로 표현 7-9행 불가능한 것에 대한 그리움, 향수의 의미를 질문 주제 : 영원한 이념을 향한 낭만적 향수 출전 : <조선문단>(1936) ▶ 작품 해설 ‘깃발’은 비유와 상징으로 짜여져 있다. 깃발이란 중심 이미지를 ‘아우성’, ‘손수건’, ‘순정’, ‘애수’, ‘마음’의 5가지 보조 관념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 보조 관념들은 ‘깃발’에 내포된 원관념을 다양화시켜 이 시의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1-3행 초월적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깃발에 비유하여 제시하고 있다. 시적화자는 동경, 향수의 대상인 초월적 세계, 이상적 세계를 ‘푸른 해원’에 비유하고 ‘깃발’을 그러한 세계에 대한 향수의 ‘손수건’에 비유한다. 전반부에서 주목되는 것은 ‘깃발’의 상징적 이미지를 역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월적 세계에 대한 동경을 깃발의 펄럭이는 모습에 비유하고 ‘소리 없는’과 ‘아우성’이라는 모순 형용으로 표현한 것이 그것이다.
4-6행 초월적 세계에 대해 갖는 향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순정’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시적 화자는 초월적 세계에 대한 향수가 순수한 애정, 맑은 이념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그러한 향수를 불가능한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식함으로써 그것을 ‘애수’로 즉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라고 표현했다.
7-9행 이러한 불가능한 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의 의미를 질문한다. 물론 이는 문자 그대로 깃발을 단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적화자는 앞에서 제시한 ‘초월적 세계에 대한 향수와 그것의 불가능성’이라는 역설적 상황의 의미를 질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인다면, 이 시가 발표 당시의 상황을 관련하여 볼 경우, 상기시켜 주는 정서는 일제의 침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아우성’이며 망국의 서러움에서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애수’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시가 쓰여진 시절의 ‘깃발’을 보는 독자들은 기쁨보다는 애상적 감상이 앞서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