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1.
작년 12월 3일 난리가 이후
일상이 흐트러지고
깊은 잠을 못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꿈자리도 사나워서
다시 군인이 되어 전투를 하거나
누군가를 쫓거나 혹은 내가 도망다니거나
길이나 도로가 울렁거리거나
암튼 이상한 꿈들을 자주 꾼다
속보의 홍수 속에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계속 뉴스를 보고
맘 맞는 이들과 시국을 성토하고
옷을 다섯겹이나 껴입고 집회를 나가고
하루, 이틀, 사흘,
그런 날들이 벌써 한달이 지났다
2.
어디 내놓을 수준은 아니지만
나는 기타치는걸 좋아한다
산을 엄청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한다
술도 좋아하고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잘은 못해도 요리에 취미도 있다
이 나이에 주책일지는 몰라도
길에서 이쁜 여자들을 보면
눈도 휙휙 돌아간다
아마 이젠 이룰수 없는 꿈이지만
(굳이 이룰 생각이 별로 없는 꿈이지만)
여전히 가끔 멋진 연애를 상상하거나
아슬아슬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나는 그냥 그렇게
평범하고 소소하게 살고싶다
적당히 단정하지만 적당히 방탕하고
적당히 문란하지만 적당히 정의롭고
적당한 수치심과
적당한 뻔뻔함 가운데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장삼이사,
그런 고만고만한 사람으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거다.
3.
그런 나의 소박한 생각이
느닷없는 계엄 이후 흐트러졌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날 이후 평온과 평화를 빼앗기고
이른바 ‘계엄성 불면증’, ‘내란성 소화불량’,
‘탄핵성 불안증’을 겪고 있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2025년에
왜 우리가 한밤중에 눈비를 맞아가며
돼지 한 마리 때문에
혹한기 훈련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그동안 수괴 처리는 몇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굴 속으로 숨어버리던 잔당들,
그러다 드디어 이번 기회에
자의로, 혹은 타의로 커밍아웃하는
수많은 토착왜구와 반민족 잔재들,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 자부하고
엘리트라 불리우는 건방진 것들,
반민특위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70년 이상 번성해온 이 독버섯들을
다 들어낼 기회가 왔다.
이번에 수괴와 함께
정체를 드러낸 그것들을
뽑아 버릴수만 있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우리들은
여전히 불면과 불안에 시달리지만
분노를 삭이며 며칠 더 기다릴 수 있다.
당장 이번주 안에 돼지부터 잡자.
그리고 그것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털어내자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그제서야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더 힘내고
옷도 더 따숩게 입고
빛의 혁명 완성을 위해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