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 해 균
해마다 청명 한식이 되면 용암산 아래 불매골 선산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묘소에 쑥과 잡풀도 메고 겨우내 죽은 나무도 한 두 거루 보식하고 성묘도 한다.
올해는 청명이 토요일이라 합창단 연습도 겹치고 하여 한 이틀 앞당겨 성묘도 하고 도라지, 파, 상치 등 채전도 부치고 저녁에 돌아왔다.
38년 전 할머니 장례 치루고 산소 정리하면서 할머니 살아생전에, 폐가가 되면 쑥대밭이 되듯이 묘소도 후손이 끊어지면 그렇게 된다면서 쑥을 그렇게 싫어하신 할머니 예기며, 멀리 신작로에서 보면 눈 오는 겨울에도 우리선산이 가장먼저 눈이 녹는 길지라는 말씀을 하시든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산소 아래 고추, 콩, 참깨 등 씨앗 뿌려 평생을 농사지어시든 그 자리에 아버지 묻히신지 열세해가 되었다.
선산 앞 들판 넘어 보이는 셋 강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이 이슥할 때 까지 관솔횃불을 들고 고기 잡든 일이며,
멀리 과수원 사잇길로 소재지 오일장 날 소 팔려 가시는 아버지를 따라가 쇠전거리 난전에서 육국수를 먹든 그 맛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
아버지계서는 항상 자식걱정을 하시면서도 겉으로 자상스런 말씀은 하시지 않으셨다, 대화 보다는 주로 아버지 하시는 말씀을 듣는 편이였다. 간혹 시골집에 잠깐 들려도 집안 대소사를 잠간씩 듣기만 했고, 아버지계서 대구에 오셔도 내가 늦게 퇴근해 집에 들어가고 아침에 일찍 출근하니 주로 아내와 대화를 하시고 나는 아내를 통해 아버지 말씀을 전해 듣는 정도였다.
아버지계서 틈나실 때 마다 자주하시든 말씀은 큰 부자는 하늘이 점지하나 작은 부자는 부지런하면 다 이룬다는 뜻으로 “대부는 재천 이오 소부는 재근{大富在天 小富在勤}”이란 말씀을 자주 하셨다.
또 아버지계서는 그렇게 살아오셨다 스물 여덟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열식구가 넘는 가정에 가장이 되어 동생 넷과 우리 팔남매를 키우고 가르쳐서 치송을 하시고도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축내지 않고 더 불려서 우리에게 남겨 주셨다.
내가 아버지 생각할 때 마다 회한이 되는 일은 아버지 돌아가시든 그해 경상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내가 원무과에 잠깐 다녀올 사이,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병원 전 층을 한 시간 가까이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혹시나 하고 병원 밖을 찾든 중 주차장 한편 내 차 옆에 링겔병 걸이를 들고 서 계시는 아버지를 찾았을 때, 반갑고 한편으론 화도 나서 왜 여기 계시냐고 하니 "대구 너희 집에 한번 가보자" 하시는 것을 나는 아무생각도 없이 "입원 중에 어떻게 가십니까,' 하고 그냥 지나쳤다.
훗날 생각하니 그 편찮으신 몸으로 내차 위치를 찾으신 것이며, 우리 집에 가보시려 했든 일들이, 아버지계서는 이미 돌아가실 것을 예감 하시고 하신 말씀 같아 그 일만 생각하면 그때 잠깐 모시고 집을 한번 둘러왔으며 하는 후회가 된다.
퇴원하여 시골집으로 가시든 날도 평기리 동내 앞을 지날 때 느티나무 아래 평소 친하게 지내시든 큰집 종고모부님이 계신 것을 보시고 "애야 차 좀 세워라 고모부 저기 있다," 하시는 것을 차도 한 참 지나 왔고 길가에 차 세울 곳도 마땅찮아" 다음에 만나세요," 하고 그대로 와서 두 분의 마지막 만남이 끝내 무산된 것도 그 동내를 지날 때 마다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버지!
살아생전 온 동내 다니시면 우리손자 박사 됐다고 자랑하시든 첮째도 삼남매를 낳아 큰 손녀가 중학생이 되었고 끝내 장가가는 것을 못 보신 둘째도 학위 받고 결혼하여 5학년 2학년의 두 남매를 두었으며 미국유학중이라 아버지 장례식도 참석 못한 막내도 외 손주 남매를 안고 돌아 왔습니다.
집일 시작해놓고 돈 모자라 큰일이하고 걱정하시든 막내 동생도 빛 없이 집일 마무리하고 지금은 별채까지 짖고, 부영이 영란이도 대학 졸업하여 취업하고, 한 마리이든 암소가 새끼를 낳아 마구간 그득 십 수 마리로 늘었습니다.
옛날에 경운기도 겨우 다니든 산소길이 시멘트 포장도로로 바뀌어 자동차가 다니고, 멀리 산위에 흰 구름 흘러가고, 아지랑이 아롱거리고 모두가 평화로운데 아버지 생각하니 그리움이 북받치네요, 이제 모든 걱정 다 잊으시고 편히 잠드소서.
2014. 4. 4
첫댓글 자상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저 또한 돌아가신 부모님의 뜻을 생전에 헤아려드리지 못해던 후회가 밀물처럼 쭉 밀려옵니다. 아마도 너무 많아 헤아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딸의 입장에서만 아버지를 대하다가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는마음은 또 다른 것 같아 아버지를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네요.더욱 좋은 글 기대합니다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