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림책, 길을 걷다>인가?"
지난 여름 8월의 가장 무더운 날 순천 봉화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그 날 오후 신혜은선생님의 그림책심리학 특강에 참석했습니다. 이야기할 기회가 강제로(^^) 주어져서 할 수 없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10여분 중언부언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그 내용을 좀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왜 <그림책, 길을 걷다>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 먼저, "워커스 하이(walker's high) / 셰어러스 하이(sharer's high)"를 이야기했습니다.
둘다 러너스하이(Runner's High)에 빗대어 만들어본 말인데 적절하게 걷고 적절하게 나누다보면 어느 순간 문득 일어나는 법열의 경지(^^)같은 것을 표현해본 말입니다.
사실, 저도 매번 걸을 때마다 워커스하이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어서 좀 쑥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 "걸어야" 경험할 수 있는 지점(경지, 지경)이 있다는 것.
그림책도 "나누어야" 경험하게 되는 상태가 있다는 것.(주로 마음과 몸에 초점을 두고!!)
- <그림책, 길을 걷다> 가 주는 의미(장점, 특징) 두가지를 꼽아보자면,
1. 연구실이나 강의실이나 카페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
걸어서(걷다보면) 내 몸이 그렇게 된다라는 차원 [내적 환경]과
숲과 길의 맑은 대기가 내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준다라는 차원 [외적 환경]에서.
2. 정기적인 만남의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그림책 몸으로 읽기가 깊어진다는 점.
한 번 그림책심리학과정을 거치면서 느끼거나 깨달았을 내용들이 생활 속으로 돌아갔을 때, 점점 옅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림책심리학 사후모임을 여러 모로 추진했지만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인다는 현실적인 어려움,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 부족 등의 이유에서. 그래서 어떤 그룹엔가 소속되어 정기적으로 그림책심리학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만남을 가질 수 있다면, 금세 식어버리는 양은냄비에서 좀 벗어날 수 있지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 그림책모임이 전국 각지의 아름답고 시원한 우리네 숲길을 두루 순례하는 즐거움과 함께라면 훨씬 더 매력적인 것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일반적인 장점을 생각해보더라도
1.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고,
(따로 말해 무엇할까요... 2천만 산행인구가 웅변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네 숲길을 자주 걸어보신 분이라면 백이면 백 인정하리라 생각합니다. 저야 몸으로 늘 경험하는 바입니다.)
2. 그림책경험이 쌓이고,
(그림책 두 권 품고 걷기의 의미를 음미한다면!!
나의 그림책만남과 너의 그림책만남이 서로 어울어져서 녹아진다면!
누군가에게 드린 그림책이 늘어가고 누군가에게 받은 그림책이 늘어갑니다...
달리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하리요..
천만원을 주고 그림책 천권을 한꺼번에 사들여도 얻어낼 수 없는 기회입니다!!!)
3.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건 설명을 줄여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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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 가까이 걸으며 진행상황을 돌아보건대
한계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인원이 많아지면 집중하기 어렵고 일관성을 잃기 쉽다는 점과,
장기적 지속적인 모임이 아닌 일회성으로 끝나는 참여자들이 생길 것이라는 점과,
참여자들의 성향과 배경이 달라서 생기는 산만함을 안고 가야한다는 점...
저는 1년을 시험기간으로 내심 잡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줄곧.
1년을 지속하면, 어떤 문이 열리리라...
어떤 문제가 노출될 것이고, 어떤 매력이 드러날 것이다...
모든 "운동"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의 다이나믹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요?
역동! 한 개인이 어떻게 좌지우지 할 수 없는 대단한 힘을 그 운동 자체가 지닐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로를 알 수 없는 허리케인처럼.
아무도 처음에는 짐작하지 못하지만...
성냥불 하나 켰을때는 그것이 콧바람에 휙~ 꺼질지, 온 들판을 태우는 불길이 될지...
알 수 없지요.
반드시 그걸 기대할 일도 아니고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일어나는 어려움들은 어느 모임에서나 흔하고 빈번합니다.
"아직" 틀이 갖춰지지 않은 자리이니만큼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책, 길을 걷다>는 발원지가 명확합니다.
그림책심리학.
그림책 몸으로 읽기.
아마 벗어나도 많이 벗어나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이름을 날리는 길도 아닙니다. (모르긴 몰라도 말입니다...)
일부러 누군가 이 자리를 의도를 갖고 어떤 모양으로 틀어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한 말입니다.
《그림책, 길을 걷다》의 앞길에 대하여 낙관합니다.
모임이 계속 진행되면서 혹 개인적으로 불편한 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하염없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게 무엇이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그 반응을 잘 들여다보면, 또 뜻밖의 열매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 그렇게 나아가길 바랍니다.
가을입니다.
돌아보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12월 말 송년모임에서나 할 이야기를 미리 하고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 ^
서로다른 많은 분들이 모여서 걷고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쭈욱 그래왔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모두의 손을 잡고 긴 그림책순례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기원해봅니다.
사정이 여의치않아 일년에 한번 참석을 하건 한번도 빠지지않고 개근을 하건,
그림책심리학 전과정을 마치신 분이건 그림책 몇 권 읽어보지 않았는데 왠지 느낌이 좋아 참석하신 분이건,
그림책작가이건 그림책연구자이건 늘 내 아이에게만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이건 그저 그림책이 좋아 늘상 그림책이랑 놀고있는 저같은 아마추어 그림책애호가이건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며,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그림책을 품어안으며,
그림책과 함께 할 때 일어나는 나의 몸의 미세한 떨림에 귀를 기울이며,
그 떨림이 내 구체적 삶에 어떻게 연결이 되고 영향을 미치는가 잊지말고 기대하고 애를 쓰며
그렇게 멀고 길지만 오붓하고 넉넉하기도 한
그림책 순례의 오솔길을
오랫동안 한결같이 함께 걸어가면
참 좋겠습니다.
2017.09.12. 빨강늑대 올림.
(쫌 쑥스럽습니다.
사실 미사여구를 총동원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진심입니다... ^ ^ )
그럼...
아차산에서 뵐 분은 다음 주말에 반갑게 인사 나누기로 하고요...
그 다음 모임에서 뵐 분은 또 그 숲길에서 반갑게 뵙기로 해요..
모두모두 행복한 날들 되십시오~~~~
**
첫댓글 빨강늑대를 따라갑니다. 뚜쎼 1착~~
빨강늑대를 따라갑니다. 돋보기 2착~~^^
아차산 못가는게 더더 속상하네요!! 엉엉-
빨강늑대를 따라갑니다. 강강 3착~~~
ㅋㅎ 참나 이 사람들..
저는.....
빨강늑대에게 따지러 갑니다..
빨강늑대는.... 패착.
주착. 집착. 고착. 장착. 연착. 안착. 종착.... 불시착~~~~ ㅜ ㅜ
불시착..한 그 곳이 바로 새 땅
@뚜셰 넵! 정착!!
심란했던 어제를 보내고 이 말씀들이 더더욱 와 닿습니다. 다음달 숲길은 꼭!
아른아른 홧팅!!
@뚜셰 아잣!!
아잣!! 큭큭
@돋보기
발 딛는 땅이 길이 됩니다. 새 길을 닦고 곁길을 만드십니다. 간간히 같이 가 보는 걸로.
새 길도 되고 곁길도 되는 그 땅을 간간이 같이 딛으신다 하니...
흐뭇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합니다...
@빨강늑대 쉬는 시간? 공강 시간? 지금은 수업 시간? ^^ 고맙습니다~~~
우와~😄😃😀
늑대님의 글이 크게 와닿는 아침입니다.
그림책과 함께 생활하며, 그림책에 대해 점점 더 빠져들어가며 살게 된 제3의 인생길에 만난
그림책 길을 걷다
참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헌데 요즘엔 계속 일이 생겨 안타까움만 안고 있습니다.
못 간다는 말하기도 미안해 맘과달리 뚜세님께 안부도 못전하고 있습니다 ㅠㅠ
늘 마음만 참여하고 있는데 언제고 반가운 얼굴 다시 뵐 날 있을꺼에요.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