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2003-04
함 께 걸 음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금년의 4월 20일은 교회에서는 부활주일(復活主日)이고, 그리고 스물세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예수는 자기의 일정 가운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를 쫓아내며 병을 고쳐 주고 사흘째 되는 날이면 내 일을 마친다고 전해주어라”(누가복음 13:32-공동번역성서). 그 후에 그는 십자가(十字架) 위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하면서 생을 마쳤다. 그리고 땅에 묻혔다. 삶을 마친 다음이었지만 그는 사라지지 않고, 땅으로부터 부활(復活)하였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한다”(누가복음 13:33-공동번역성서)는 말처럼 사람은 길을 가고있는 “도상(道上)의 사람들”이다. 그것을 어느 사람은 인생길이라 말하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은 홀로 가기보다는 길동무를 필요로 한다. 동무와 함께 걸을 때에 그 가는 길은 외롭지 않고, 그 길은 멀지 않다. 예수는 귀신에 사로잡힌 사람이나 혹은 병든 사람과 길에서 동무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그는 오리(五里)를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과 십리(十里)까지도 동행해 주라고 말했다(마태복음 5:41). 살아가는 여정(旅情)에 함께 걷는 동행(同行)인이 있다면 행복하다. 살면서 가끔씩 떠오르는 일이 있다. 신학교를 마칠 무렵 시월하순에 졸업여행을 설악산으로 갔다. 시월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그곳은 눈이 무릎까지 내려있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오래 전에 다녀온 설악산의 대청봉이 그 다음 오랜 후에 몇 차래 다녀온 지리산의 천왕봉 보다 더욱 험했다. 그때가 전직 대통령이 백담사에 칩거(蟄居)해 있었을 때일 것이다. 우리는 용대리, 백담사, 수렴동계곡, 대청봉에 어렵게 올라 사방을 둘러본 후에 시운각, 비선대, 설악동 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지금껏 기억한다. 그런데 종일 동안 이틀 길을 걸어올라 급경사 길을 곧바로 하루에 내려온 험한 산길에서 학산의 김 선배님과 그리고 다리가 나보다는 조금 덜 불편한 현 선배님이 나의 기댈 곳과 발이 되다 시피 하였다.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서는 더 이상 걷지를 못하여 덩치 큰 김 선배님의 등에 업혀져 내려오기까지 하였다. 지친 몸을 풀기 위하여 척산온천에 몸을 담그고, 멀리 떨어진 통일전망대에 이르러 계단을 올라서는데 지팡이에 의지해서도 발이 무거워서 걸음을 떼어놓지를 못하였다. 나는 고되고 힘겨운 걸음으로 다녀왔다는 이룸에서 지금껏 잊지 않는다. 장애인의 날의 연유는 다음과 같다. 1976년 UN은 제31차 총회에서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하고 모든 국가는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가 여러 분야에서 충분히 이루어지고 다른 국민들과 동일한 기회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보장되며 신장되도록 최대한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며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고취할 목적으로 1981년부터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하여왔으며, 1989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일로 정하고 1주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설정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4월의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 말에 불려졌던 시인 김남주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이곳에 쓰고싶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어차 건네주자. 해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가자. 아픈 다리 서로기대며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공동체 이야기
춘 풍(春 風)
간밤에는 봄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때가 늦었다고 생각하며 우리에게 찾아온 학생들과 밭에 감자를 심었다. 그 전날에는 집안사람들이 이랑을 만들고 밭에 풀이 자라지 않게 하려고, 골과 골 사이의 두둑에 비닐을 씌웠다. 보기 좋게 만들어진 그 밭이랑 사이사이를 여러 아이들이 다니며 감자를 심었다. 아침에 밭에 나가보니 여럿이 정성을 드린 감자밭의 덮여졌던 비닐들이 거반 다 벗겨져 있었다. 그 바람은 지금에도 가시지를 않는다. 밭의 새로운 일은 바람 잦아든 이후에나 생각해볼 일이다. 바람에 마음마저 일어나,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 누우려는 박 군에게 낮에 잠을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으니 우리 함께 운동하러 나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박 군 그리고 정 군과 같이 우리 세 명은 먼 마을길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작은 우리들의 함께 하는 걸음이다. 바람은 작은 것에서부터의 동함이다.
꽃피는 봄에 부는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여 상춘객(賞春客)이 되게 한다. 지나간 달에 오셔서 함께 해주신 목사님께서 다음달에는 꽃을 보러가자는 말씀을 하시고 가셨다. 그 얘기 이후로 아무개는 매일같이 꽃박람회(?) 언제가게 되느냐고 성화를 하다시피 한다. 우리들의 생각도 그와 별다르지 않다. 그의 마음처럼 왠지 들뜨게 하는 것이 봄의 화사한 들 밖이다. 촌락에 사는 이들은 봄을 더욱더 몸으로 체감한다. 바람과 흙과 돋아나는 연한 들풀과 순이 돋는 나무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갖가지의 꽃들, 집 울을 노란 개나리꽃이 두르고 있다. 산기슭에 널려져서 피어난 연분홍의 진달래꽃이 예쁘다. 여러 꽃 가운데 밝게 피어난 커다란 백목련이 화려하기까지 하다. 봄기운 속에 미나리, 머위, 나무 끝에서 돋아나는 두릅 등이 입맛을 자극한다. 봄은 겨울에 잠자코 있던 우리들에게 새로운 이상을 줘서 좋다.
봄바람은 얼굴은 거칠게 하지만, 때깔이 부드럽고 번지르르한 윤기(潤氣)를 불러일으킨다. 오늘은 봄날이라고 하지만 여름처럼 무덥다. 넓은 마루에 매년 해오던 일을 작년에는 하지 않은 일이 있다. 마루에 니스(nish)를 치래서 윤기를 내어왔는데 게으름 때문에 작년에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따뜻한 오후에 니스를 칠하기로 하였다. 그전 비 오던 날에 어느 분들이 오셔서 사포로 매끄럽게 해놓고 가셨다. 칠을 하고 나니 푸석푸석 하던 마루가 짙은 색의 윤기를 띠었다. 다음날에도 따뜻한 가운데 재벌칠을 하였다. 그것이 좋아 다음날에도 마루를 매만져본다. 추(醜)하던 것이 예쁜 미색(美色) 빛을 띠어서 좋다.
유순(柔順)한 봄은 우리들을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기상(起床)을 가져다준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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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김정옥
박영근
이헌철
박주홍
지명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제원적십자사(회장:유상현)는 제원주유소에서 금산밀알의집. 새터공동체 그리고 이웃 장애인 분들과 갖는 목요일 모임을 3월 20일, 27일, 4월 3일, 10일에 각각 가졌습니다.
* 03년 4월 14일에 제원교회 조종국 목사님과 논산의 대둔산 수락랜드의 도움으로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목욕을 하고, 옥천에서 보은 쪽으로 가는 길가에 피어있는 벚꽃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성남교회안수집사회.금산읍교회(김철우외2인).박종덕외2인.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2인).추부면소방서여러분.추부면사무소여러분.김기홍.어귀녀.정무래.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4인).지명수.천안왕성교회(최태준).이헌철.금산군새마을부녀회(장호성외6인).남일중앙교회(박용태외11인).세광교회.채윤기(박현실).진명구.최종현(진수정).박종만.예전교회.주식회사EG(이광형).대전노회.대덕교회.서태식.추부나눔의집(2인).옥천동부교회.그리스도의집.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1인).추부제일교회.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최길애외1인).만나교회(전남홍외7인).동산베이커리.대전일보(김세원외1인).정명래.최종현(진수정).오정교회여전도회협의회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