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먹이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소를 먹이기 시작했다. 내가 장남이고 위로는 시집 안간 고모 둘만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나의 일이 되어 버렸다. 소를 먹이기 전에는 토끼와 염소를 먹이는 일을 했다. 소를 먹이게 되면서부터 토끼와 염소는.동생들이 키우게 되었다.
소를 먹이는 일과는 대부분 다음과 같다. 학교 가기 전에 소를 몰고 산으로 간다. 산 초입의 풀밭에 매어 놓거나 다른 소들과 함께 산에 풀어 놓는다. 산에서 내려 오면서 계곡물로 세수하고 집에 와서 아침을 먹은 다음 학교로.....
학교가 파하고 십리길을 걸어 집에 온다. 책보따리는 대청에 던져 두고 가마 솥을 뒤져 보리밥과 된장찌개 등으로 점심을 때운다. 식은 보리밥과 먹다 남은 된장찌개에 텃밭에서 따온 상추, 깻잎 등의 채소와 고추장, 유채기름이나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최고의 점심이었는데....낫 한자루 들고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간다.
아침에 풀어 놓았거나 매어 놓았던 소를 몰고 소 먹이는 곳으로 간다. 소 먹이는 곳은 뒤산의 공동묘지 근처 혹은 앞산의 '들넘애'라는 곳이었는데 뒷산 공동묘지에 가장 많이 갔다.
공동묘지 아래로는 길이 약 50미터, 폭 30미터 정도의 평편한 잔디밭이 있고, 공동묘지가 위 쪽에 있으며, 옥포, 외포, 덕포, 이목 등의 동네로 연결되는 산길이 지나고 있었다. 공동묘지는 매년 벌초를 하므로 나무가 자라지 않아서 소가 풀을 잘 뜯고 있는지 확인이 쉬웠다. 숲으로 소가 들어가 버리면 찾기가 쉽지 않을 지라도 소먹이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소를 풀어 놓고 그야말로 어른 베게 만한 소꼴을 베어 놓고 나면 자유시간이다. 잔디밭에서 짚공으로 축구룰 하기도 하고, 마라톤을 잘하는 고등학생 형으로부터 마라톤 훈련도 받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읽었다. 고개 넘어 동네 애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다. 산속 조그만 개울에 독초를 찧어서 풀어 뱀장어와 참게를 잡아 구워 먹기도 했다. 뱀을 잡아 구워 먹은 적도 있다. 산 속에는 꿩, 노루, 고라니, 여우가 많았다. 봄이면 꿩 병아리가 숲 속에서 종종걸음을 쳤다.
여름이면 산딸기, 개복숭아나 보리수 열매(보리똥이라고 불렀다), 가을이면 어름이나 다래, 돌배, 머루, 산감 등을 따러 다니기도 했다. 덜 익은 과일은 따다가 익도록 숲 속에 감춰 놓기도 했다. 땡감은 개울 속에 담가 침시로 먹었다.
그런데 소를 먹이러 다니다 보면 어린 애들이 감당하기에는 난감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소들은 같은 동네 소들 끼리 같이 몰려 다니고 행동반경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다른 소는 다 있는데 몇 집 소만 행방이 묘연하다던지 하는 경우이다. 소를 못찾은 애들 끼리 산속을 헤매기 일쑤이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 가기 시작하고, 같이 소 먹이고 잃어버린 소를 함께 찾던 친구들은 자기 집 소를 찾아 몰고 집으로 가 버리고... 할 수 없이 꼴만 지고 어두워져서야 집으로 온다. 소를 잘못 먹여 소를 잃어버린 것인 양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부분 다음 날에는 찾는다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침에 풀어 놓은 온 동네의 소들이 다 함께 있는데 우리집 소만 없었다. 골짜기마다 샘터가 있었다. 목 마른 소들도 산 속 샘터 들을 기억하고 있어 목이 마르면 그 주위에서 발견되곤 했다. 혼자서 이 골짝 저 골짝 샘터를 찾아 다녔건만 우리 소는 찾을 수 없었다. 날은 저물고, 빈 손으로 소를 잃어버린 죄인이 되어 집으로 왔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와 또 다시 소를 찾으러 다녔다. 몇 시건을 헤매다 어느 외따로 떨어진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찾아 내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게다가 예쁜 송아지와 함께였다. 다른 소들과 떨어져 홀로 새끼를 낳은 거였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풀을 먹여 다른 친구들과 소와 송아지를 몰고 개선장군(?)이 되어 집으로 왔다.
아침 태장군이 올리는 글, 아니면 은장군의 자출로 구르메의 하루는 시작된다. 오늘도 태장군의 봄을 알리는 사진과 글이 일착이다. 상장군은 봄 농사가 시작되면 횡성의 세컨 하우스로 갈 요량인지 요롱 소리나게 잔차를 굴린다. 황장군도 진격의 나팔을 불고...
내일의 하오고개 전투를 알리는 고지가 떴다. 내일의 대장군 무장군이다. 아마도 분당의 젤존타워가 뒷풀이 장소이니 자전거 타고, 점심과 소주 한잔, 그리고 당구 한게임으로 행사가 진행될 것 같다.
오늘은 정월 보름이다. 둥근 달이 옅은 구름 사이로 떴다. 어릴 적 보름에는 부럼도 먹었지만 마지막 설날이라고 꽤 음식도 준비하고, 달집도 태웠다. 농악을 울리고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즐겁게 놀았다. 아이들은 쥐불놀이도 했지. 달집 태우기는 동네의 큰 행사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없어져 버렸다. 참으로 아쉽다.
첫댓글 소먹이는 목동...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