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사련 출장 술자리에서 앉은뱅이 술에 대하여 들었다. 집에서 빚은 곡주를 일컫는 것으로써 먹을 때는 도수가 세지 않은 것 같아 한정없이 먹다가 일어서려고 할 때,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는 술.
어린시절 전방에서 막걸리 한 주전자 받아오라는 심부름 길에서, 목이 말라 조금씩 들이켰던 막걸리에 논둑에 쓰러져 동네가 발칵 뒤집혔던 기억. 어느 눈오는 저녁에 전방에 심부름 다녀오다 어두워져 무서움에 뛰다가 문득 멈추어 선 길에서 들었던 눈오는 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졌던 기억. 집에서 만들어주던 막걸리가 조금 들어갔던 노란 술빵...
앉은뱅이 술 이야기 덕분에 잊혀져있던 기억이 되살아나 잠시 흐뭇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도 잠시 했었던 것 같다.
앉은뱅이 술처럼 스스로 경계를 삼지 않으면 어느순간 우리의 삶을 주저앉게 만드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요즈음 경계로 삼는 말이 '심재'이다. 내 마음을 공손하게하고 삼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욕심에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다양한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려울 때, 내게 지침이 되어주는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앉은뱅이 술 한잔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