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의(義)·염(廉)·치(恥)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
by휴헌 간호윤방금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작년 이 ‘참’ 란 마지막 글에 “내년은 올 해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저 벗은 나목(裸木)이 영어의 땅에서 봄을 기약하듯이…”하는 바람을 썼다. 그렇게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를 맞았다. 1월 첫 주,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한 해를 경영할 계획을 세우고 국가적으로는 나라 운명을 좌우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 첫 출발점이다.
그런 새해 벽두부터 나라가 소란스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낮에 흉기 피습을 당하였다.[살해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났기에 이제 암살(暗殺,주로 정치적 견해에 의해 상대를 죽이려드는 일)로 바꾼다.] 생명에 지장이 없어 다행이지만, 문제는 한 나라 공당의 대표가 정치 테러를 당했는데 그 반응이 너무 다르다는 데 있다. 외신이 속보로 타전하고 CNN은 ‘한국 정치 양극화가 부른 참극’이라는 분석기사까지 내보낸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행재낙화(幸災樂禍, 남의 재앙을 내 재앙이 아니라며 다행으로 여기고 즐김)’라도 보는 듯하다. 종이칼과 나무젓가락에서부터 재판 지연하기 위해서, 심지어 자작극이라는 가짜뉴스까지 나돈다. 현장범이고 변명문 8쪽이 있어도 경찰은 사흘이 지나도록 범행동기조차 밝히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게 또 있다. 지난 연말 국방부가 개편·발간한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병사들에게 제 나라 영토를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교육하는 국방부가 세상에 어디 있나? 이 말만으로도 놀랄만한데 국방장관이란 자가 과거 국회의원 시절에 “한일 간에 과거사, 독도 영유권 분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뜬다.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자의 말이기에 모골이 송연하다.
이뿐만 아니다. 청년들이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고 우울증이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뉴스도 있다. 2022년 자해·자살 시도로 인한 응급실 이용이 무려 4만 3,000여 건이다. 이 중 20대가 1만 2,400여 건으로 가장 많고 10대가 7,500여 건, 30대가 6,000여 건이다. 10대와 20대가 46%로 거의 절반이다. 이를 ‘선진국병’이라 하지만 대한민국이 과연 선진국인지 의문이 든다. 빈부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삶은 피폐하며 신분 상승 사다리는 없다. 이런 절벽 같은 사회현상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좌절감이 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갔다.
나라를 이렇게 만든 가장 주범은 극한의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대립 정치다. 이 정부 들어 당정 간은 물론 여야 간 협치는 아예 없다. 검찰 주도의 폭력적인 행태는 비판적인 언론과 국민들에게 말 한 마디조차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 대통령 신년사는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라’는 철지난 이념을 내세워 좌우를 가른다. 이러니 300만 인천시민을 대표한다는 시의회 의장이란 자는 충성심에서인지 ‘5.18을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 하고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한 듯한 지지자들은 제 세상인 양 패거리 짓고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공장소든, 술집이든, 가리지 않고 “빨갱이!”라며 삿대질과 욕지거리를 해댄다. 마치 야만의 시대를 사는 거 같다.
“떳떳하면 사정기관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지었으니 거부하는 겁니다.” 이런 말로 대통령이 되었건만 ‘쌍특검(김건희·대장동)’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특히 김건희 특검은 국민 60%가 넘게 찬성하고 더욱이 가족이기에 이해충돌방지법에도 저촉되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말이다. “무식한 삼류 바보 데려다가” 운운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編)」에서 관중은 사유(四維)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우며, 세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망한다” 했다. 사유란 국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벼릿줄로 예(禮,예의)·의(義,법도)·염(廉,염치)·치(恥,부끄러움)이다. 지금 이 대한민국에 저 사유가 몇 개나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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