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환상선 / 추억의 눈꽃열차 여행기 2010.1.25
겨울철 눈이 펄펄 쏟아지는 들판을 달리는 기차여행! 상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늘 꿈꾸어 오던 눈꽃열차여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신문광고를 보면서 인터넷으로 "환상선 눈꽃 순환열차- 당일"의 내용을 확인하고 1월25일 출발 4명을 예약했다. 날짜가 많이 남아 있어 정작 눈이 내릴지 일기예보는 알 길이 없는지라 그저 운에 맞길 수밖에--그러나 1월초에 눈이 엄청 많이 내렸으니 그 눈만으로도 대단하리 라 짐작이 간다. 출발 전일 연락이 왔다. 7시43분 서울역에서 출발하니 7시10분까지 도착, 안내를 받으라고. 서울역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배낭을 멘 단체여행객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아마도 이들 모두 눈꽃열차 손님 들인가 보다--간단히 국수로 아침을 먹고 7시30분이 되니 개찰이 되고 열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7시43분 정각에 서울역을 출발한 기차는 용산으로 가서 중앙선으로 달렸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을 보면 서 중앙선을 달리고 있구나 생각이 났다. 작년 한해 이 중앙선(옥수에서 탑승)을 타고 예봉산,운길산,청계산을 다니던 추억이 떠 올랐다. 8시10분경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또 한차례 차내가 왁자지끌했다. 많은 승객들이 청 량리역에서 탑승했다. 이제 빈자리는 한 자리도 보이지 않는다.대만원이다. 환상적인 환상선 청량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제천역까지 중앙선을 이용한 후 영월,태백지역을 경유하는 태백선과 백산역을 시 작으로 북영주역까지의 영동선을 이용한 후 다시 중앙선을 이용하는 여행으로 열차 진행 선로의 형태가 둥근 고리모양처럼 보여 환상선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겨울철 눈꽃열차-- 환상적인(fantastic) 눈꽃여행으로 의미를 알고 있었는데 고리모양의 선로 형태(circle line) 때문에 지으진 이름이라네-- 친구(단계)부부와 절친한 사이라 끊임없는 화제로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얘기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가끔 씩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카메라 샷다를 누른다. 태백선,영동선에서는 단선이라 오가는 열차끼리 비키느 라고 종종 기다려야 했다. 바쁠 것이 없는 여행길이니 도리어 옛날 시골 외가에 기차여행할 때의 아련한 추억 도 되살아나곤 했다. 정초엔 많은 눈이 내렸지만 얼마전 기온이 많이 올라 양지바른 산에는 눈이 다 녹아 눈 산이 아니다. 그러나 어제밤에 눈이 조금 내린듯 논밭이나 길이 하얗게 분칠한 듯 하얗다. 그런데 또 어떤 지역에는 전혀 눈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경상도 지역은 역시 눈이 귀한지역인가 보다-- 눈꽃열차의 환상을 생각했지만 기상은 우리의 뜻대로는 안되니 안타까워도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199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눈꽃 순환열차는 청량리역부터 114개의 역과 204개의 터널을 지나면서 497개 의 교량도 건넌다. 또 이 열차는 서울역을 기준으로 왕복 585.3km를 운행하면서 5도(서울,경기도,강원도,충청 도,경상도)를 횡단한다. 5도유람열차인 셈이다. 기차는 어느듯 만종을 지나 원주를 달리고 있다. 승용차로는 많이 다녔지만 기차로는 처음인 듯 하다. 중앙고 속도로를 달리면서 보통 치악휴게소에서 많이들 쉬어가게 된다. 열차 안에서 안내방송이 있다. 또아리굴에 대 한 설명이다. 중앙성 반곡과 치악역 사이에 "또아리굴"이 있다고- 또아리굴(금대2터널) 열차가 바로 올라가기에는 경사가 너무 심해서 경사면을 따라 굴을 360도 회전시켜 뚫었다. 이렇게 만든 터널을 '루프터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모양이 짐을 일 때 머리에 얹는 또아리(똬리)처럼 생겼 다하여 '또아리 굴'이라고 불리며 그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중앙선 건설 때 일본 측량기사가 높낮이 가 큰 차이를 보이는 지역에서 고민할때 풀숲에서 뱀이 또아리를 틀고 교미를 하는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 었다는 구전이 있다. 철도의 공식적인 명칭은 금대2터널이고 길이는 1,975m, 경사도는 11/1000 , 곡선반경 R=400이다.
10시55분 제천을 지나며 태백선을 따라 단종의 한이 어린 청령포역과 영월역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 역사탐방을 다녀간 추억이 새롭다. 예미역을 지나면서 자연풍광도 아름답고 서서히 해발도 높아진다. 해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예미역에서 추전역(해발855m)까지 근 50분간의 구간이 가장 풍광의 절정을 이루는 곳이다. 민둥산역 바로 전역이 자미원(自味院)이다. 교통이 험준하여 스스로 먹고 자는 곳이라는 뜻으로 불리다가 지 금의 지명으로 바뀌었단다. 밤이 되면 별이 초롱초롱 뜨는 산속마을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곧 이어 가을 억새 산으로 유명한 민둥산역,사북과 고한역을 지나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추전역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 추전역 열차는 추전역에서 하차는 하지말라며 추전역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정차를 해 주었다. 이곳에서 태백산 도립공원에서 열리는 눈꽃축제(1월23일~31일)에 참가하는 일행 150여명이 하차하는 동안 정차를 한 것이다. 420명중 태백산행 170명을 제한 250명이 눈꽃순환선열차의 승객이다.
추전역(杻田驛)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열차역이다. 해발 855m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 역은 정암굴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4505m) 굴을 가지고 있는 역이다. '싸리밭골' 에 세운 역이라서 추전역(杻田驛)이다. 단기 4299년(1973년)에 세워진 역으로 5.16군사혁명 후에 국토건설단원들이 동원되어 건설하였다.
연탄을 수송하기 위해 세워진 추전역은 탄광산업으로 최고의 영화를 누릴 당시에 한달에 약 10만톤의 석탄을 전국으로 실러나르던 산업의 중추역할을 한 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석탄산업이 몰락하면서 초라한 모 습으로 남아 있다. 몇해전 까지는 하루 왕복 한차례 열차가 정차했지만,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사 라져버렸다. 추전역(杻田驛)의 유래 《싸리밭골》 : 중촌에서 왼쪽으로 갈라져 들어간 골짜기이다. 골짜기 안쪽에 화전(火田)을 많이 하여서 묵밭이 많고 그 묵밭에 싸리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싸리밭골이다. 옛날 이 골짜기 안쪽에 큰 싸리나무가 있었는 데 홍수에 떠내려 가서 동점 구문소의 석벽을 강타하여 구문소의 구멍을 뚫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진다. 지금도 골짜기 안쪽에는 팔뚝만한 싸리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골짜기 안쪽에 추전역(杻田驛)이 생기면서 화전 북쪽 마을 일대가 속칭 추전으로 변해 버렸는데 사실 추전(싸리밭)은 화전(禾田洞)의 9개 자연부락 가운 데 하나일 뿐이고, 과거에 추전으로 불리던 싸리밭골 안쪽의 자연부락은 화전민(火田民)들이 살던 작은 마을 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태백 매봉산 정상에 2003녀부터 2006년까지 조성된 풍력발전단지로 850Kw급 풍력 발전기 8기에서 연간 24,840Mwh의 전력이 생산되고 해마다 12억원의 경영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국비 90억원과 시비 45억원 총 135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었다. 태백 매봉산은 해발 1,303m로 차로도 올라갈 수 있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승부역 열차는 태백을 지나고 백산역(栢山驛)에서 잠시 선다. 영동선과 태백선이 서로 만나는 역이다. 여기서 다시 영동선으로 바뀌고 남쪽 경상북도 봉화로 들어선다. 봉화 청량산의 안내가 방송되고 있다. 산사 음악회로도 유명한 청량사가 있는 곳이다. 추전역에서 근 50여분 걸려 오늘 점심도 먹고 먹거리 장터가 있는 승부역에 도착했다. 비룡산,비룡계곡 등 시 속의 풍경같은 쪼그만 깊고 깊은 산속 마을의 간이역이다. 기차만 다니지 도로가 없는 심산오지의 승부역은 그야말로 육지속의 섬이다.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니,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1950년대말 승부역 개통 초기에 이 역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지은 글이라고 한다. 사방이 산과 강으로 막혀 빠져나갈 엄두도 낼 수 없던 곳, 어찌보면 천연 유배지에 갇혀 근무해야 했던 철도 원의 절규로도 읽혀진다. 주변이 이름난 관광지도 없는데다 기차말고는 대중교통이 닿지않는 간이역이지만, 철도청에서 1998년 12월13일 순수한 자연풍경을 간직한 승부역을 연계한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를 개발 운행 함으로써 일반고객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열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인 추전역과 육지속의 섬과도 같은 승부역을 거쳐 백두대간의 설경을 감상하는 관광열차로 발매 첫날부터 단 5분만에 매진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만큼 도시민들이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경한다는 뜻일 것이다.
벌써 시간은 1시반을 지났다. 차안에서 과일과 주점버리를 많이 한 탓에 그래도 견딜만 하다. 승부역에 내리니 얼음이 꽁꽁언 개천이 발아래에 보이고 개천은 썰매장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나 며칠전부터 날씨가 많이 풀려 썰매를 타기에는 부적합하게 보였다. 개천가에는 특산물판매장이 늘어서 있다. 세월교 다리 로 개천을 건너가니 왼쪽에 높다란 용관정이라는 팔각정이 서 있고 길 건너엔 민속전시관이 있었다. 옛 시골 집의 디딜방아며 부억과 아궁이가 정겹게 느껴진다. 비룡계곡으로 오르는 양 옆길에 먹거리장터가 늘어서 있었다. 눈꽃관광열차 손님을 맞으려고 천막을 치고 각 종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임시 음식점이다. 천막음식점마다 기웃거리다 우리는 국밥집에서 전 한접시와 같이 식사를 하였다. 밥을 먹고 시간이 남아 계곡주변으로 산책을 하였다. 비룡계곡은 온통 얼음으로 덮이고 나무 외다리를 건너 비룡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가 등산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등산로 입구까지의 산책을 마치고 열차가 멈추어 서 있는 쪽으로 되돌아 건너왔다. 약간 언덕진 곳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 친필의 기념비 글씨를 보기 위해서다. 영암선 개통 기념비에 이승만대통령의 멋진 휘호가 돋보 였다.
1시간10분가량 승부역에서 보내고 소나무 춘양목의 고장 춘양역과 돼지고기 축제로 유명한 봉성을 지난다. 수년전 봉화 청량산 청량사 산행을 위해 가던중 소문으로만 듣고 알고 있었던 봉성돼지 불고기를 먹기 위해 들른 봉성이다. 주방에서 숯불로 굽고 솔잎을 깐 접시에 나오는 돼지고기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어 영주관내로 들어간다. 북영주역을 지나 소백산으로 오르는 풍기,희방사역도 지난다. 마지막 정차역인 단양이 가까워 온다.
자연풍광이 뛰어난 단양 어느듯 시간은 흘러 오후 4시40분이 되었다. 눈꽃순환열차의 마지막 정차역이다. 단양역은 도담역과 단성역 사이의 역으로 충주댐 건설로 인해 마을이 수몰되면서 현재의 역을 신축(과거의 단양역은 단성역이다)하게 되었다. 역 광장에는 눈꽃순환열차 관광객을 맞기 위해 마련된 먹거리 장터가 활기를 뛰우고 있었다. 그리고 객차를 개조한 열차카페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시간이 5시 도 안되었으니 저녁밥을 먹을 수도 없고--열차카페는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역 광장에 마련된 테마 공원도 볼만했다. 도담삼봉을 축소시켜놓은 미니춰 공원이 앙징스럽게 예쁘다.
강 건너 고드럼이 산모양을 이룬 폭포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 아내는 장터구경을 하면서 몇가지 나물류를 샀다. 저녁 때가 되어서인지 한기를 느끼며 바깥에서 오래 머물기가 어려웠다. 열차 안으로 들어오니 다른 여행객들도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단양역에서 1시간을 보내고 오늘 하루 일과를 마친 눈꽃순환 선관광열차는 서울로 향해 힘찬 출발을 하였다. 조용한 열차 안에서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 옆사람과 한담을 하는 사람, 독서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사람- 가지가지다. 미리 주문한 도시락이 배달 되었다.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저녁시간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차 안에서 식사를 하였지만 이왕이면 정차하는 역에서 그곳 특유의 식단으로 맛여행도 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러자면 열차 정차 시각을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청량리에 오니 거의 절반가량이 내렸다. 마지막 종착역 서울역에 도착하니 9시15분. 즐거웠던 하루의 이벤트가 끝나고 모두들 집으로 향하기 바쁘다. 내일부터 또다시 바쁜 일과가 시작되겠지. 눈꽃관광에 눈이 내렸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가까운 친구와 즐거운 기차여행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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