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수께서는 피를 흘려야만 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제사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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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서 제사는 매우 중요하게 언급된다. 아담의 첫째(카인) 둘째(아벨) 아들들의 제사가 최초로 언급되고, 이어서 노아가 홍수 후에 제단을 쌓고 희생제물을 드린 것을 비롯해,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기 위해 묶은 얘기 그리고 이스라엘의 희생제는 엄청난 동물의 피를 흘려 희생됐다. "중요한 것은 희생제에 바쳐진 동물은 모두 생(生)으로 올려 졌다는 것"
'제(祭)'라는 글자는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月[肉]+又+示로 구성된 회의문자로서 “피가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오른손으로 받들고 제사를 지낸다”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고대의 제사 의례에서 제물은 희생(犧牲)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제사의 본질적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다.
유교의 경전 『예기(禮記)』는 “사람을 다스리는 도(道)에는 예(禮)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예에는 오경(五經)이 있는데 제례(祭禮)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 라고 언급함으로서 제례를 최고의 예로 간주했다. 제사의 대상은 천신(天神), 지기(地祇), 인귀(人鬼)로 구분한다.
[제사에 올리는 주체와 제물]
천신(교.郊) - 천자만 제사 (소)
지기(사직. 社稷) - 제후가 제사 (소. 양. 돼지)
인귀(오사. 五祀) - 대부가 제사 (양. 돼지)
* 천신제사 (교. 郊) :
- 혈(血: 피)
- 성(腥: 날고기)
- 섬(爓: 데친 고기)
- 숙(孰=熟: 익힌 고기)
요리의 가공도가 높아질수록 인정(人情)에 가까운 것이지만 지극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래서 격이 높은 제사일수록 희생의 피와 익히지 않는 생(生) 고기를 관행으로 여겼다.
뭔가 성서와 동아시아의 제례가 비슷함을 눈치 챘을 것이다. 제사에 올리는 제물은 소. 양. 돼지가 있는데, 성서에는 돼지는 금기로 돼 있다.
그래서 사람이 죽어 제를 올릴 때 피를 올린다는 것은 최고의 예에 해당한다. 이렇게 매년 피를 올려 제를 지내는 것을 '혈식천추(血食千秋)'라고 일렀다.
[혈식천추(血食千秋)] 문자적인 뜻은, 1,000번의 가을(秋) 동안 피(血)를 먹는다(食)라는 의미다. 곧 1,000년간 피로 제를 올린다는 뜻이다.
왜 격식이 높은 제사에 피와 생고기를 올렸을까? 이는 상고 시대부터 인간의 피는 고귀하다고 여겼기 때문인데, 이는 인류의 공통 조상인 노아로부터 전해진 '비의(秘儀)'에 의한다. 고대인들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피(血)를 통해야 함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인간 피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동물의 피를 대신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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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죽음을 통해 고귀한 피를 땅으로 흘려 보냈다. 더는 이런 순환적(routine) 피흘림을 멈추기 위해, 누군가 고귀한 인간이 인류를 대신해 피를 흘려야만 멈추게 돼 있다. 예수의 몸과 피흘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를 예수는 스스로 "대속"이라고 칭했다.
예수가 형주에 달려 피흘린 이후에는 성도들의 [염원]과 [정성]이 제사의 연기처럼 신(神)에게 가납됐다. 인간은 신과 화해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체득한 상태인 "믿음"을 통해 신과 소통할 수 있게 되고 신의 신민(神民)이 되는 것이다. 교회에서 "믿슙니까?" "믿슙니다!" ... 라고 입으로 외친다고 "믿음"이 확립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