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씨 동생 철수씨가 최근 가족면회 중에 건네받았다며 편지를 한장 전달해주었습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멤버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지만 다른 분들께도 전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스캔하고 원문도 같이 올려놓습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여러분께,
황망히 격리된 세상에 오게되어 이제야 편지를 띄웁니다.
노트북과 외투마저 방청석에 놓고, 그대로 수갑을 찬채로 이곳에 오니 처음에서 꿈에서 일어난 일만 같았습니다.
그날 즉시 찾아와주신 오관영 처장 장상미 실장등을 유리벽 너머로 보고나서야 지금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제가 감수하고 가야할 길이지만 저로인해 당혹스럽고 놀라신 여러분들께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 번 이렇게나마 인사드리게 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요. 이필상 교수님과 윤영진교수님, 지현스님 등 여러분들께도 제 마음을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기에서 저는 항상누리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그리운지를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바로 30미터 앞 독방에 박원석 처장이 있는데도 서로 소리질러 존재를 확인할 뿐입니다.
그러니 밖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사람을 못본다는 것은 고통이지요.
또 하나 지난 십수년간의 시민운동의 성과가 극명하게 나타난 곳도 이곳 감옥입니다.
방에 보일러가 들어오고 유리창 틀이 방음, 방온창으로 된 것만 해도 이곳에서 십수년을 보낸분들은 인권운동의 성과라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2평방에 6-7명이 수용되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가르치고 변화시키려는 '교정'이 아니라 아직도 가둬놓는 '수용'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아무리 시설이 좋아지더라도 인신을 구속하고 격리시킨다는 것은 커다란 형벌인 것 같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책에서처럼
'나는 걷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달려가고 싶습니다.
복된 새해 맞이하세요.
2008.12.26 서울구치소 3750번 정창수
* 우리나라 교정예산은 일본의 1/5에 불과합니다. 예산이 적으니 인력과 시설이 모자라지요. 그래서 무조건 가두어 놓습니다. 휴일은 방에서 한발짝도 못나갑니다. 나가면 교정예산의 확충과 올바른 집행을 위해 예산감시활동을 하렵니다.^^
* 내년도 예산을 조기집행한다고 하는데요. 세입이 모자란 상태에서 조기집행하면, 빚을 내거나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거기다가 우리의 하도급 관행은 그돈을 대기업에 머물게 하여 그들의 이익만 늘려 줄 우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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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홈피에서 인터넷 편지를 저에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