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민요 「배선왕 노래」 본디 바다의 신(神)께 축원하는 어업의식요>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경상남도 거제시 「배선왕 노래」는 본디 뱃고사를 지내거나, 배선왕 굿할 때 부른 「뱃고사 노래」로 어업의식요(漁業儀式謠)였다. 그러나 이후 「배선왕 노래」는 민요화 되어 명절날이나 또는 놀 때나, 때론 그물을 끌어 올릴 때에도 불렀던 유희요로 변형되었다.
거제시 「배선왕 노래」는 명절에 놀 때 많이 불렀던 노래라고 전하나, 본래 뱃고사를 지내며 굿할 때 부른 노래가 민요화 된 것이다. 앞사람이 선창하면 다른 사람들이 뒷소리로 후렴을 합창한다. 후렴은 “부리시라 부리시라”인데 ’선왕’ 즉, 자연의 여러 어진 통치자의 도움으로 무사귀환을 축원하는 굿거리에서 파생된 사설로 이루어진 민요다. 후렴구 ”부리시라“는 ‘신(神)을 부리라’는 뜻을 품고 있다.
‘명지마당’은 명주처럼 부드럽고 잔잔한 바다를 말하고 ‘은천돈천’은 銀도 千, 돈도 千, 즉 많은 재화(財貨)를 얻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뱃고사의 대상 신을 흔히 ‘배서낭’ 또는 ‘배선왕’이라 한다. 배서낭은 배의 수호신이자 어로신이며 항해신이다. 배선왕의 영험에 따라 풍어가 되고 흉어가 된다. 그래서 뱃고사 노래를 「배서낭굿 노래」 또는 「배선왕굿 노래」라고 부른다.
◉ 한편 「뱃고사 노래」는 바다에서 배를 부리는 뱃사람들의 불안을 없애고 풍어와 무사안전을 위해 선사시대부터 전승된 의례이다. 뱃고사는 섣달 그믐날·설날·정월 대보름·삼짇날·추석 등의 명절에 주로 행하며, 배를 만들어 처음으로 바다에 띄우는 선망 時에도 고사를 지낸다. 또한 당산제를 지낼 때, 출어할 때, 재수가 좋아 만선되어 장원할 때, 자주 배 사고가 날 때, 선주에게 부정이 끼어 우환이 있을 때, 선주나 선장의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질 때에도 뱃고사를 지낸다. 과거에는 매월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 첫 사리 때 그리고 조금 때마다 정성을 다해 고사를 모셨다. 또한 출항할 때마다 고사를 지내는 배도 있지만, 술을 바다에 헌식하는 ‘제향’ 의식만 올리고 출어하기도 한다. 「배선왕 노래」 사설은 거제도 지역에서 무당들이 배선왕굿 무가를 구송(口誦)할 때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 거제시의 민요가 대부분 그러하듯, 「배선왕 노래」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전국 구비문학자료 조사집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8-2권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79년 8월 7일에 정상박, 최미호, 홍기섭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거제도에서 채록한 것이다. 「배선왕 노래」 구연자는 일운면 망치리 망치의 현순금(여, 83세)이다.
● 뱃고사의 「배선왕 노래」는 목소리가 좋은 선창자가 앞소리 한 구절을 선창하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뒷소리 ”부리시라 부리시라“ 후렴구를 후창한다. 모두 16구절을 한 구절씩 선창할 때마다 나머지 사람들이 후렴구를 후창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신나게 주고받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4음보 율격으로 불렀다.
채록 당시 구연자는 혼자 노래하며 뒷소리를 후렴 해 주었다. 명절에 놀 때 불렀던 노래라고 하나, 본래 배선왕 굿할 때 부른 노래인 것으로 짐작된다. 원래 다른 사람들이 뒷소리로 후렴을 노래한 것이지만, 녹음 당시에는 제보자 혼자서 다 불렀다.
*「배선왕 노래」* / 일운면 망치리 현순금
[앞소리] ”부시리라 부리시라 / 우~리~ 청년들아 / 먼바당으로 가거들랑 / 바람길도 막아내고 / 구름길도 막아내고 / 명지마당 실바람에 / 안고온다 지고온다 / 은천돈천 병조호호조천 / 몸에쌈돈 허리줄돈을.“
”부시리라 부리시라 / 만선선왕을 부리시라 / 장군선왕을 부리시라 / 하늘선왕을 부리시라 / 바달선왕을 부리시라 / 이물선왕을 부리시라 / 고올선왕을 부리시라 / 성주선왕을 부리시라“
[뒷소리] ”부리시라 부리시라“
[주1] 명지 마당 : 명주처럼 부드럽고 잔잔한 바다.
[주2] 은천돈천 : 銀도 千, 돈도 千, 즉 많은 재화(財貨).
[주3] 부시리라 부리시라 : 노래할 때는 뒷소리 후렴구이다.
◉ 현재 거제시 어촌에서는 더 이상 무당을 불러 떠들썩하게 뱃고사를 지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바다의 신(神)께 축원하는 「배선왕 노래」를 듣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거제시에선 또 다른 전통문화 ‘거제 별신굿’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배선왕 굿(뱃고사)은 종종 행하지만, 「배선왕 노래」는 참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 사설에서 바다의 신(神)을 호칭하는 ‘만선선왕’, ‘장군선왕’, ‘하늘선왕’, ‘바달선왕’, ‘이물선왕’과 어촌 마을의 신(神)을 호칭하는 ‘고올선왕’, ‘성주선왕’ 등, 온갖 신(神)을 다 부려서라도 바다 항해 길의 안전과 만선 풍어를 축원한다. 그리고 뱃전에서의 굿(고사)을 ‘배서낭굿’ 또는 ‘배선왕굿’이라 부르며, 이때 읊는 노래를 「배선왕 노래」라고 한다. 이 민요는 일종의 어업의식요(漁業儀式謠)로 분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