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쟁신칠인(有爭臣七人) - 간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어도 이상호(소소감 리더십 연구소 소장) 미국의 경영자문교육회사 ‘켄 블렌차드 컴퍼니’의 회장인 켄 블랜차드는 범고래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관찰한 것을 토대로 한 경영 이론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켄 블랜차드 지음, 조천제 옮김, 21세기북스)에서 긍정과 칭찬의 위력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그 칭찬이 늘 긍정적 위력을 발휘할까? 권력의 세계에서 참모들의 권력자에 대한 칭찬은 권력자를 무너뜨리고 자기 이익을 위한 아첨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일까? 소크라테스는 “사냥꾼은 개로서 토끼를 잡지만, 아첨꾼은 칭찬으로서 우둔한 자를 사냥한다.”하였고, 키케로는 “아첨은 악덕의 시녀다”고 하였다. 모든 사람은 쓴 약보다는 꿀을 좋아하듯이, 비판보다 칭찬에 약하다. 모든 권력자는 칭찬과 아첨에 약하다. 전제왕권 시대건 민주주의 시대건 권력자는 처음에는 잘해 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주위에 간언(諫言)하는 신하(참모)를 두고 그의 말을 들으려 한다. 하지만 권력이 공고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간언을 멀리하고 칭찬하고 아첨하는 자에게 마음이 쏠리게 되어있다. 그래서 간언하는 자를 멀리하고 칭찬과 아첨으로 일관하는 자를 가까이한다. 권력자에게서 이러한 특성은 권력을 가진 후에 그 권력이 백성(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란 생각보다는 자기가 얻고 쟁취한 것이란 착각에 빠지는 순간부터, 그리고 그 권력을 향유(享有)하는 순간부터 간언은 아주 쓴 약이 되어 버리고 아첨과 칭찬에 집중하게 된다. 그때부터 독선과 독단에 빠져 권력은 균열이 생기고 수많은 정책적 오류를 범할 뿐 아니라 언행에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커진다. 그래서 권력자 스스로 주변에 간언하는 자를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찍이 공자는 ‘간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어도(유쟁신칠인 有爭臣七人)’ 정사를 올바르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자식이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효도라 하고, 신하가 임금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충정(忠貞)이라 할 것입니다. 이를 어찌 의심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비루하구나! 네가 아직 깨닫지 못했구나. 설명해 주겠다. 옛날 명석한 임금이 있는 만승지국(萬乘之國-만승의 나라)에는 다투어 간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으면 임금에게 지나친 행동(잘못된 정책과 언행)이 없게 되고, 천승지국(千乘之國-천승의 나라)에 간하는 신하 다섯 사람만 있으면, 사직이 위태롭지 않게 되며, 백승지가(百乘之家-백승의 집안)에 간하는 신하 세 사람만 있으면 녹봉과 작위가 없어지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간언하는 자식이 있으면 그 아버지가 무례(無禮)한 데에 빠지지 않게 되고, 선비에게 간하는 벗이 있으면 불의(不義)를 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식이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어찌 효도가 되겠으며, 신하가 임금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어찌 충정이라 하겠느냐? 오직 그 쫓아 할 일(옳은 일)을 살펴 행하여야만 그것을 효도라 하고 충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子貢問於孔子曰 子從父命孝乎注며 臣從君命貞乎注인저 奚疑焉注이리오 孔子曰 昔者明王萬乘之國에 有爭臣七人이면 則主無過擧注하고 千乘注之國에 有爭臣五人이면 則社稷不危하고 百乘之家에 有爭臣三人하면 則祿位不替하고 父有爭子면 不陷無禮하고 士有爭友면 不行不義라 故子從父命이 奚詎爲孝며 臣從君命이 奚詎爲貞이리오 夫能審其所從을 之謂孝며 之謂貞矣니라)” 《공자가어(孔子家語) 삼서(三恕)》 공자의 이 말은 간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간하는 사람을 두는 것은 굳이 권력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공자는 부유쟁자, 사유쟁우, 군유쟁신(父有爭子 士有爭友, 君有爭臣) 즉 아버지에게는 간하는 자식이 있어야 하며, 선비에게는 간하는 벗이 있어야 하고, 군주에게는 간하는 신하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유는 간하는 자식과 벗과 신하를 둔 아버지와 선비와 군주는 자신을 바로 세우는데 노력할 뿐 아니라 행하는 일에 있어서 어긋남이 없어질 것이라 했다. 그래야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선비는 선비로서, 군주는 군주로서 그 지위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찍이 많은 아버지와 선비와 군주는 그 간하는 자식과 벗과 신하를 멀리하고 아첨하는 자식과 벗과 신하를 가까이했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진시황도 충청으로 간하는 명석한 자식인 첫째의 부소 왕자를 멀리하고 유순하고 순종하는 자식인 막내 아들인 호해 왕자를 더 가까이했으며, 간하는 신하보다는 아첨하는 환관 조고를 지나치게 가까이하였다. 결과는 조고에 의해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위 공자의 말에서 만승지국(萬乘之國)은 당시 중국의 역사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의 나라를 말한다. 여기서 7인은 천자를 보필하는 신하인 삼공(三公)과 사보(四輔)를 말한다. 삼공은 태사‧태전‧태보(太師‧太傅‧太保)이고, 사보는 전의‧후승‧좌보‧우필(前疑‧後丞‧左輔‧右弼)이다. 천승지국(千乘之國)은 제후의 나라에 해당한다. 여기의 5인은 제후를 보필하는 신하인 삼경(三卿과 2인의 고굉지신(股肱之臣)을 말한다. 삼경은 사도‧사마‧사공(司徒‧司馬‧司空)이며, 고굉지신(股肱之臣)은 다리와 팔뚝에 비길만한 신하로 임금이 가장 신임하는 중신을 말한다. 백승지가(百乘之家)의 3인은 경대부를 보필하는 가신을 일컫는 것으로 실노‧가장‧읍제(室老‧家相‧邑宰)를 말한다. 이들은 주군에게 충성하되 아첨이 아니라 때때로 간언함으로써 바른 정치를 하여 주군을 지키고 백성을 구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첨이 아니라 간언이다. 그런 신하를 곁에 둘 수 있는 군주야말로 현명한 군주이며 현명한 대부라는 것이다. 위에서 만승지국의 7인, 천승지국의 5인, 백승지가의 3인은 황제와 제후 왕과 경대부의 곁에서 그들을 보좌하며 정치를 책임지는 핵심 인물들이며 황제와 왕과 경대부 아래의 최고위직들이다. 이를테면 오늘날 우리나라로 말하면 국정을 책임지는 핵심 인물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들, 그리고 총리와 장관들일 것이다. 간언은 황제와 왕의 잘못을 충언하는 것을 넘어 항상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마음과 행동으로 사욕을 떠나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정사를 담당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이들이 균형을 잡고 정의로울 때 권력자는 더욱 백성(국민)의 신뢰를 받고 권력은 탄탄하게 된다. 중국과 조선, 나아가 인류의 모든 통치자의 역사를 볼 때 권력자가 전횡을 휘두를 때는 그 권력자가 주변에 간하는 신하를 두지 않았으며 비록 제도상으로 두었다 하더라도 멀리하였거나 간하는 신하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배척하였다. 결과는 그 권력이 처참하게 무너졌으며 심할 경우 나라가 망했다. 권력자가 주변에 간하는 신하를 멀리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 권력자 본인의 생각과 행동 때문이다. 권력자가 간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관용과 성찰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권력자는 자기 말만을 따르기를 바라며 타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런 권력자는 매우 권위적이며 독선적이다. 설령 타인의 말을 들어도 옳은 일은 모두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꾸며서 말하며 곡해를 한다. 그런 시장이나 군수 등은 그에게 좋은 정책을 조언하는 사람의 의견을 듣지만, 그 조언 모두를 마치 자신의 기발한 생각처럼 말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정책은 오류가 발생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진 권위에 의해 진실한 마음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그런 권력자들은 주변에 칭찬하는 자만 가까이하고 간하는 자를 멀리하는 근본적인 속성이 있으며 간하는 사람은 자신을 비난하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권력자가 유약하거나 중심이 불분명한 자일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그 권력을 얻는데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 주변의 역량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그 권력을 가지는데 공헌한 자나 그 그룹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옛날 중국에서 문생천자(門生天子)란 말이 있었다. 이는 황제가 환관의 시험에 의해 옹립된 천자라는 뜻으로 환관들이 득세할 때 황제는 환관들에 의해 옹립되고 폐위되었다. 그래서 그 문생천자인 황제들은 모두 정치는 환관들에게 맡기고 주색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환관들은 교묘한 아첨으로 황제가 주색에 삐지도록 하였고, 권력을 휘둘러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나 단체장 등이 특정의 인물, 특정의 집단에 집중되어 당선되었을 때 그들의 요구와 이권에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말만 듣고 충심으로 간하는 자나 국민의 참된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듣지 않는다. 결과는 실정(失政)으로 이어진다. 셋째는 권력자 스스로 간하는 신하보다는 아첨하는 신하를 가까이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 아첨을 절대 충성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 아첨하는 신하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게 된다. 권한 위임이 지나쳐 오래가면 그 아첨하는 신하는 권력을 휘두르게 되고 결국에는 부정과 부패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의 진시황제는 환관 조고의 아첨에 넘어가 옥새까지 맡길 정도의 권력을 주었다가 나라를 망하게 하였으며, 당나라 현종은 환관 고역사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어 ‘안녹산의 난’을 초래하게도 하였다. 현대사에서도 이승만은 이기붕의 아첨에 너무 많은 권력을 주어 3.15 부정선거까지 자행하게 하여 하야하였으며, 박정희도 차지철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어 10. 26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아첨하는 특정 인물에 대한 지나친 신뢰로 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그의 전횡으로 나라와 권력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대체로 아첨하는 자들은 큰 권력 앞에서는 죽는시늉까지 하면서 충성을 보이고 온갖 감언이설로 현혹한다. 공자가 말한 것처럼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일삼는다. 그러나 그의 보이지 않는 내면에는 권력과 재물에 대한 엄청난 음모와 탐욕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가 얻은 권력만큼 약자들에게 군림한다. 최고 권력자가 진실과 정의 혹은 다른데 눈을 돌릴 겨를을 주지 않고 권력에 대한 자기도취와 향락에 빠져들게 한다. 중국 한나라를 망하게 하였던 십상시(十常侍)들이 그랬다. 뇌물로 권력과 지위를 얻은 자는 자기가 준 뇌물보다 더 많은 것을 약자들에게서 취한다. 조선 시대 간신의 대명사였던 유자광은 그 간신 행위만큼이나 권력을 휘둘러 많은 사람을 무고하게 죽게 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아첨하는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그러나 권력자는 그 아첨하는 자의 늪에 빠지기가 매우 쉽다. 인간은 누구나 쓴 약보다는 단 약을 좋아하며, 쓴소리보다는 단소리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주변에 간하는 자를 두었느냐 아니냐 아첨하는 자들이 들끓느냐 아니냐는 것은 그 주변 인물들의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혹자는 권력자가 추진력을 강하게 가지려면 그 뜻을 따르는 자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하다. 대통령 주변 인물이 동일 출신이나 동일 계열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면 정상적인 정치보다는 실정(失政)을 할 가능성이 크다. 간언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간언하는 자가 없으면 권력자가 정책 결정에 심사숙고하거나 신중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 언행이 정제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 러시아 푸틴의 핵심 참모들은 거의 다 KGB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30만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는 죄악을 저지르는데도 브레이크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참모들의 성향과 출신 등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간언할 수 있는 자를 두는 것은 순전히 권력자의 몫이다. 권력자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를 하려고 다짐한다면 자기성찰과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사람이 바로 간언하는 사람이다. 간언하는 자는 권력보다는 정의를 추구하는 자이며 자리보다는 충성을 다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예스맨(YES MAN)만 두는 것만큼 위험한 권력자는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현명한 의사결정을 이한 모든 곳에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악마의 대변인’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유명한 케네디 대통령은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항상 그 악마의 대변인을 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존경을 받지 못한다. 이는 국민적 비극의 하나이다. 이는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국정은 정쟁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이 검찰 위주의 인사를 했다고 검찰 공화국이란 말까지 하면서 비판을 한다. 대통령의 언행과 정책수행에 대한 잡음이 많다. 지금도 대통령을 두고 말이 많다. 실제로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언행에 실언과 실수가 잦다. 이 모든 일이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성찰과 진중함보다는 간언하는 자들을 멀리하고 대통령에 대한 방어기제만 발휘하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 이 시점에 대통령과 국정 운영의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일찍이 공자가 말한 유쟁신칠인(有爭臣七人 - 간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어도)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이는 대통령뿐 아니라 지방의 단체장들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부유쟁자, 부유쟁부, 사유쟁우, 군유쟁신, (父有爭子, 夫有爭婦, 士有爭友, 君有爭臣) 즉 아버지에게는 간하는 자식이 있어야 하고, 남편에게는 간하는 아내가 있어야 하며, 선비에게는 간하는 벗이 있어야 하고, 군주에게는 간하는 신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남편은 남면답게, 선비는 선비답게 군주는 군주답게 제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통유쟁참(統有爭參-대통령에게는 간하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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