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온·오프라인 연계)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Online To Offline)의 약자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효율화하거나 고객을 유입시키고 거래 규모를 키우는 등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온라인 서비스 또는 플랫폼을 접목시킨 사업형태로 볼 수 있다.
시장은 변한다. 20세기 초 전통시장이 백화점으로 바뀌고, 쇼핑몰 형태로 진화했다가 월마트와 같은 수퍼스토어로 진화했다. 이제 월마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아마존이 됐다.
구입과 배송으로 끝나는 단순 리테일 마켓도 2000년부터 꾸준히 온라인(인터넷과 웹서비스) 서비스로 옮겨갔는데 초기에는 컴퓨터 관련 상품이 가장 먼저 온라인 쇼핑몰로 이전됐다. 이후 휴대전화와 패션, 식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450조원 규모의 한국 전체 시장 중 온라인 접목이 쉬운 10% 정도가 ‘온라인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 시장 전체가 온라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라인화의 과정을 살펴보면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버티컬 마켓(특정 소비자군의 구매에 특화된 시장)에 온라인화의 물결이 몰아친다. 이때 기존 사업자는 온라인화에 맞서 기존 시장을 지킬지, 온라인화를 적극 수용할지 선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온라인화에 저항했던 사업자는 예외없이 급격한 시장점유율 축소를 겪으며 쓸쓸히 사라져갔다.
온라인화에 저항한 용산 전자상가 쇠퇴
가장 먼저 온라인화가 진행됐던 컴퓨터 관련 판매 시장이 대표적이다. 2000년까지 약 6000개의 매장이 모여 있던 용산 전자상가 중심의 유통 시장은 거의 사라졌다.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고 전단지 영업과 주문 전화만 기다리는 배달업체의 미래는 암울하다.
온라인화가 진행된 대부분의 시장의 전체 규모는 커졌다. 구매 편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주요 공급자가 뒤바뀌는 등 시장에 변화가 생기며 새로운 사업 기회도 크게 열린다.
하지만 단순히 온라인에서 재화나 서비스만 판매하는 형태는 통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경쟁자와 힘겨운 가격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의 거래 형태나 서비스 구매구조가 단순하지 않아 온라인화가 진행되지 못한 시장에 신규 진입할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다.
O2O분야에서 온디맨드는 ‘개인화한 고객대응서비스’를 의미한다. 고객이 직접 세차장에 갈 필요 없이 업체가 차량을 직접 가지러 오거나 음식 배달을 넘어 요리사가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 직접 요리해 주는 것이다.
O2O의 온디맨드 서비스는 기존 시장보다 훨씬 편리하고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비용구조다. 비용 대부분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건비인데 서비스 규모를 키워도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쿠팡맨 무료 배송’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일반 택배의 3~4배 수준인 건당 배달 비용은 매출 규모를 크게 늘려도 좀처럼 낮추기 어렵다. 그렇다고 차별화 서비스에 만족하는 고객이 적정한 비용을 지불할 리는 만무하다.
O2O 서비스 비용 비싸면 고객 등돌려
O2O 사업 주체는 기존 시장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키우는 것과 온라인 사용자와 정보기술(IT) 사업자가 특정 시장 진출을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해 시작하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지금까지 사례를 살펴보면 기존 사업자보다 IT사업자가 O2O에 진입했을 때 성공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히 기존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의 실패 확률이 높았다. 현대차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자동차 관련 O2O 사업을 시도했지만 고객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네이버도 부동산과 맛집 등 O2O 관련 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스타트업은 신사업을 위해 조정하고 협의해야 할 이해관계가 없어 빠르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O2O업체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요금부과다. 내가 대표로 있는 카닥의 경우 2년간 무료 사용기간을 거쳐 유료화 전환을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처음 진행한 유료화 방법은 고객에게 요금을 물리지 않고 수리업체에 건당 1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었다. 수리업체 대부분의 동의도 받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카닥을 통해 차를 수리한 고객이 정비업체 쪽에 카닥의 수수료를 빼고 직거래하자고 요구할 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유료화 방법을 바꿔 차량 수리 견적을 요청했을 때 정비·수리업체가 고객의 의뢰 정보에 대한 정보 이용료 성격의 비용을 내는 형태로 유료화 전환했다.
앞서가는 O2O 서비스의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을 봐도 수수료를 물리기보다는 광고형 유료화 모델이 좀 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중개 앱인 ‘직방’과 ‘배달의 민족’ 역시 초기의 거래당 수수료를 기반 모델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반면 광고형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고객은 O2O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설득하기도 힘들다. 같은 제품이라도 이마트의 판매가격이 일반적으로 신세계백화점보다 저렴하듯, O2O 서비스의 가격은 기존 시장 가격보다 비쌀 수 없다. O2O 사업자는 다른 방향에서 수익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O2O분야 마지막 관문은 수익화
O2O 서비스를 시작할 때 서비스 공급자 네트워크가 없으면 고객이 있어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공급자 네트워크를 갖춰도 그 네트워크에 충분한 고객을 공급하지 못하면 결국 공급자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그렇다면 고객과 공급자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밸런스)이다. 고객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밀도와 공급자의 적절한 매출 확대에 도움되는 고객 유입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카닥의 예를 들면 이렇다. 자동차 수리 견적을 고객이 요청했을 때, 고객에게 3~7건 정도의 견적서가 제공될 때 실제 수리확정률과 수리업체 만족도가 높아졌다. 견적서가 적으면 고객이 적절하게 비교해 선택할 수 없고, 견적서가 너무 많으면 고객 전환율이 떨어졌다. 또한 공급자(수리업체)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불만과 투자수익률(ROI) 하락으로 O2O 플랫폼에서 활동할 유인이 줄어든다.
O2O 사업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일까. 상당수 기업이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수익화를 위한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만 제대로 만들면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O2O 사업의 첫 번째 관문이자 가장 어려운 장벽은 고객 만족을 통해 서비스 거래가 충분히 성장하는 것이다. 실패 사례를 보면 비즈니스 모델이 없거나 엉성해서가 아니라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O2O 사업자도 정교한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수익을 냈기 때문이 아니라 우선 충분한 고객을 확보할 만큼 성장하는 데 집중해 경쟁자를 따돌리고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
한국의 전체 오프라인 시장 규모(450조원)에서 O2O 침투율은 아직도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O2O에 매력적인 많은 시장이 아직 손대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O2O 분야에서 ‘수익화’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사례가 아직 없다. 우버와 배달의민족, 직방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두업체도 아직 외부 투자 없이는 운영비와 마케팅비를 감당할 만큼의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숙제를 푸는 것이 O2O 사업에 뛰어든 선도업체가 직면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