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초 6학년 6반과의 첫 만남이다.
1학기 때 청각장애를 가진 **이의 영어전문강사 수업에 보조교사로 들어가면서 6학년 교실의 풍경을 보고 암담했던 기억이 있어 겁부터 났다.
영어선생님이 그렇게나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서 성의있게 수업을 하면, 그 정성의 봐서라도 열심히 호응하며 공부를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텐데 틈만 나면 선생님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3분이 멀다하고 공부시간의 맥을 끊어 놓았다.
내 새끼 같으면 확 한 대 쥐어 박아서라도 버릇을 고쳐 놓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 활동 독서 시간에 그런다.
담임선생님이 신혼여행을 떠나시면서 학습지만 풀도록 공부거리를 주고 가셨다.
하지만 무시하고 시간표 대로 책을 펴라고 했더니 담임선생님께서 하루에 한 편 씩 영화를 보여 준댔고, 학습진도는 안 나가고 학습지만 한 장 씩 하랬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든지 말든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모자까지 뒤집어 쓰고 아침부터 엎드려 있는 애들이 있어 맨 앞자리에 있는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일부러 모르는 척 하며 물었다.
"감기기운이 있어 춥고 아프니?"
걱정스러운듯이 물었다.
짝지가 나를 보고
"얘 원래 그래요."
그런다.
'음~ 원래 그런 것도 있나?'
혼자 소리처럼 말했지만 일부러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통영초가 이전 하기 전 세병관 옆에 있을 때 담임했던 자기 선배 남학생 이야기를 들려 주니까 그 애가 모자를 벗고 앉아 듣는다.
내친 김에 퀴즈도 냈다.
"지구보다 더 무거운 한 글자로 된 우리 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아무도 내가 생각한 대답을 하는 아이가 없어서 결국은 답도 내가 했다.
"지구보다 더 무거운 한 글자로 된 우리 말은 '나'입니다."
덧붙여 내친금에 긴 소리 짧은 소리를 늘어 놓았다.
그토록 무겁고 소중한 자기를 함부로 방치하는 것은 대단한 손실이며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는 누가 높일 수 있는가?
그건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학교에 와서 그저 시간이나 떼우고 험한 말 하고, 관계를 소중히 하지 않고 친구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안타깝고 아쉬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하니까 눈빛이, 분위기가 사뭇 이전과 달라진다.
역시 이 반 애들이 담임 닮아 인성이 좋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첫 시간은 사회로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2교시 국어시간에는 이어주는 말을 공부하며 공동체와 협동의 중요성을 "한치못"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4교시 수업 후 급식지도를 하고 옆 반 선생님께 문단속 지도를 부탁 드렸다.
숭덕초 방과후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려고 30분 일찍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내 차 사방으로 주차가 되어 있어 꼼짝 달싹도 못하게 되었다.
전화번호가 있나 해서 눈에 불을 켜고 살펴 보아도 진주 맥도날드 VIP스티커만 붙어 있다.
겨우 번호가 하나 작게 있긴한데 050으로 시작되는 번호다.
차의 보넷을 만져보니 따끈따끈 하다.
지킴이 아저씨게 여쭤봐도 누구 차인지 모르겠다 하신다.
5교시 시작 전이라 교내 방송을 2번이나 했는데도 사람이 안 나온다.
하필이면 방과후 학부모 공개수업날에 이게 뭐람.
울고 싶었다.
그런데 20분쯤 지나서 젊은 남자가 나오더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휴대폰을 보넷 위에 던지며
수업 중인데 방송을 하고 그러냐고 성질을 낸다.
방송을 한 것은 점심시간 중에 수업을 방해했다고 해서
몇 학년 몇 반 선생님이냐고 물으니까 "
"강삽니다."라고 한다.
아마 방과후 강산가 보다.
에구 무식한 내 탓이다.
휴대폰은 무조건 011이나 010인줄만 알았지 050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남자가 "강삽니다."라고 한 말이 귀에 쟁쟁거려 마음이 안 좋다.
그 기분을 털어 내려고 운전해 가는 길에 음악을 크게 틀고 속력도 내어봐도 별로 효과가 없다.
숭덕초 방과후 학부모 공개수업에 허겁지겁 도착했다.
민망하게 학부모님들이 선생보다 먼저 와 주루룩 앉아 계신다.
급한 마음에 가방에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며 수업을 하니까 내 마음에 들지도 않고 기분이 안 좋았다.
모든 게 다 내 탓이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1.25 15:19
첫댓글 죄송함이 더 크고 감사합니다.
애들의 책 읽는 소리, 모습은 언제 듣고 보아도 질리지가 않죠.수아도 등장인물 되어 감정을 살려 너무 맛나게 잘 하죠?
네~~~책읽을때표현하면서말하곤하더라구요..요즘부쩍더잘하는것같아요..선생님덕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