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창출부터 응급 안전망까지… “삼시세끼 함께 나누며 자립하는 ‘새뜰마을 경로당’ 마을공동체의 행복한 동행”
이재형·2026.05.28. 12:00
■ "돈 마련 그 이상의 가치"… 고구마순 다듬으며 피어나는 웃음꽃
이슬비가 대지를 식혀주는 초여름 오후, 광주 남구의 한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여느 경로당의 적막함과는 전혀 달랐다. 어르신들이 거실에 모여 앉아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시끌벅적한 웃음소리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들의 자립을 가능하게 한 것은 노동 강도가 약하고 단시간 작업이 가능한 양동시장의 '고구마순·쪽파 다듬기' 일거리다. 이러한 공동작업을 통해 어르신들은 현금 수입을 얻고, 이를 경로당 생활공동체 운영비로 연결하고 있다.
다정하게 둘러앉아 일손을 나누는 이들의 얼굴에는 활기차고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단순히 돈을 마련한다는 목적을 넘어, 이 작은 일거리는 혼자 머무는 시간을 줄여 노년기 우울증과 고립을 예방하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경로당을 함께 지켜나가는 주체"라는 역할감을 회복하면서 자존감 또한 크게 높아졌다.
■ 정겨운 손길 로 담아내는 따뜻한 정성의 밥상
공동 작업이 끝난 후 이어지는 주방 앞 취재 현장은 활기 그 자체였다. 머리에 두건을 단정하게 두르신 어르신이 앞치마를 메고 마음과 정성을 가득 담아 반찬을 배식판에 나누어 담고 있었고, 주변은 고소한 반찬 냄새로 가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르신들이 취재진의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겨운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정성스레 차려진 콩나물무침과 노릇하게 구워진 전, 따뜻한 국물을 나누는 손길마다 이웃을 향한 정성이 가득 묻어났다.
■ 삼시세끼 함께 나누는 '새뜰마을'의 따뜻하고 행복한 풍경
이렇게 정성껏 준비된 밥상을 들고 어르신들은 마침내 둥근 식탁에 둘러앉았다. 넓은 창밖으로 초여름 비가 내리는 정경을 배경 삼아, 정성스레 차려진 밥상을 나누며 깊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휴식 공간을 넘어 '자립형 공동체 복지 모델'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새뜰마을 경로당'의 풍경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주 5일 동안 매일 '하루 세 끼'를 함께 해결한다는 점이다. 대개 하루 한 끼 정도를 제공하거나 외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일반적인 경로당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한, 2025년 경로당에서 한 어르신이 어지러움으로 쓰러졌을 때, 함께 있던 이웃들의 신속한 신고로 골든타임을 지켜 뇌출혈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수술 이후에도 어르신은 경로당 공동체 안에서 이웃들과 따뜻하게 어울리며 누구보다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 이 사례는 마을공동체가 단순한 친목 공간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게 서로를 지켜주는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안전망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새뜰마을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스스로 소규모 공동노동에 참여하며 운영비를 보태는 주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새뜰마을 경로당이 보여준 '삼시세끼 생활공동체'의 모습은 고령화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복지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공동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한 노년을 일구어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오늘도 따뜻한 밥상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