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 계곡 이야기
누가 이렇게 날을 잘 잡았을까? 8월13일 금요일 아침, 강원도 평창 흥정계곡 도착 즈음에 갑자기 퍼붓던 소나기로 잠시 당황했다. 이것도 평소 쉽게 경험 못할 운치라고 생각하며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마음에다 그리기로 작정을 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다 말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갠다. 이후 가끔씩 잊을만하면 산발적으로 비를 흩뿌려 더위 싹 가시고 놀기에 그만이다. 촉촉이 젖은 산천,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 영롱한 이슬같은 비로 덥지도 않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시 비를 간간히 뿌려주어 날씨는 하루 종일 굿, 굿 이다.
아침 일찍 일행들은 서둘러 오전 7시20분 차 두 대에 분승하여 교회를 출발했다. 꽉 막힌 짜증 휴가 길은 온데 간 데 없이 영동고속도로 뻥하니 뚫렸다. 횡성 휴게소에서 잠시 모닝커피 한 잔 휴식한 후 150키로 길을 지루하지 않게 내달려 흥정계곡 야영장에 10시경 도착했다. 밤사이 내리던 비 소식에 전날 떠난 선발대가 밤새 계곡에 야영을 하고 있기에 안전이 걱정스러웠다. 선발대원 4분은 우리가 도착한 줄도 모르고 너무나 말짱하게 물고기 잡이가 한창이다. 옥수수를 삶아 놓고 좋은 나들이를 위해 너무나 좋은 곳을 선점하여 평상을 대여 해 놓고 우리 일행을 기다린 분들의 수고에 고마움을 느꼈다.
서둘러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물이 차가워 시릴 정도다. 나승민 집사님이 준비한 여러 도구 어항, 족대. 견지낚시 등으로 물고기 잡기에 돌입하였다. 얼마만의 천렵인지 꿈만 같다. 임정길 성도님의 지칠 줄 모르는 족대질, 나도 몇 차례 거든 끝에 미꾸리(우린 미꾸리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아니라는 설도 있음) 30여 마리를 잡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을 더 했다. 유찬이 주은이 예성이 아이들이 얼마나 신기해하는 지. 한편 찬 계곡물에 허리까지 담그고 견지낚시에 돌입한 재은 양,(참석예상자 명단에 없던 깜짝 청년 대표의 등장이었다) 학생부 대표로 참석한 지은이, 둘 다 꽤나 긴 시간 애쓴 보람도 없이 한 마리도 낚지 못해 허탈을 배워야 했다. 끈기 하나만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 과정 에피소드 하나, 나승민 집사님 견지낚시 시범 보이려다 그만 급한 물살에 휩쓸려 낚시대 놓치고, 그 낚시대 건지려다 이번엔 쓰고 있던 모자까지 떠내려가 버렸다. 워낙 물살이 빨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광경을 지켜 본 이들의 긴 한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상상에 맡긴다.
그사이 임병화 성도님의 팔을 걷어 붙인 수고로 바다고기 매운탕이 맛있게 끓었다. (계곡에서 무슨 바다고기 매운탕?) 임병화 성도님께서 그 전 날 바다낚시 가셔서 잡은 고기를 손수 손질까지 해서 준비해 가지고 오셨던 것이다. 한편 그릴에는 차현희 이종숙 김선임 황동훈 전도사님의 수고로 숯불에 맛있는 고기가 구워져 모두가 천하일품인 점심식사를 했다. 다만 먹는 속도를 굽는 속도가 따라 주지 못했다. 익기가 무섭게 그릴에서 누군가 먼저 먹어서 그랬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오후에는 대구에서 출발한 최원순 집사님이 합류하셨다.
점심 식사 후 일부는 허브공원에 구경을 가고, 일부는 오수를 즐기고, 일부는 계속 계곡에서 고기잡이에 몰두했다.(족대, 견지낚시) 그렇게 모아진 민물고기를 가지고 이번에도 임병화 성도님의 수고로 민물매운탕이 완성이 되어 기가 막힌 그 맛에 또 한 번 감격을 했다. (아, 내가 잡은 민물고기를 먹어보다니) 다만 그 양이 그리 많지 않아서 다같이 누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하루 종일 차현희 성도님과 윤정자 집사님의 수고로 숯불에 구운 감자와 옥수수, 복숭아, 수박, 냉온 커피를 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6시30분경 뒷정리를 마친 후 계곡을 출발하였다. 오는 길에 이원종 집사님께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봉평 막국수로 우리 모두에게 쏘셨다. 돌아오는 길에는 여주 용인부분에서 정체를 경험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덕평 휴게소에서 쉬었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요즘은 어느 휴게소에나 있는 안마기 의자에 모두 앉아 피로를 풀더니 미안했던지, 안마 기능에 감동했는지 두 세분이 주문을 했다. (아, 많이 피곤들 했나보다. 안마기에 감격(?)을 하다니) 어느 집사님의 선물로 나에게도 안마기가 차지가 되었다. 다시 휴게소를 출발하여 밤 10시 40분경 교회에 도착하였다.
좋은 자연과 물, 좋은 먹거리, 좋은 사람들, 좋은 날씨 이래 저래 행복한 하루다. 하루지만 최고의 휴가 경험이다. 평일 날이라 직장 등으로 함께하지 못한 늘푸른 가족들에게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 좋은 장소 물색과 준비로 행복을 선사해 준 선발대, 하루 동안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을 함께 한 19분의 가족들 너무나 좋았다.
첫댓글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나들이었어요^^ 못 가신분들을 위해서 조~금만 좋아하려구요~~~
괜찮아요 전도사님 이미 다 좋아 하시구선,,뭘요 ㅎㅎ
즐겁고 유익한 나드리 였습니다 `~~비오는 밤 텐트 야영도 추억에 남았습니다 ~
아 정말 아쉽게 되었네요. 같이 갔었더라면 정말 좋았을것을 ........ 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신것같아 많이 부럽습니다. 오랫만에 즐겁고 행복하신 시간을 보냈다니 그져 부럽기만 합니다. 담엔 저도 꼭 같이 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