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S. 키너.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오광만 옮김. 서울: 새물결플러스, 2023. 582쪽. 30,000원.
아마도 제가 번역한 책으로는 마지막 책이 될 것이 분명한, 매우 유익하고 성령님에 대한 우리의 안목을 넓혀줄 책이 2023년 3월 17일에 출간되었어요. 키너의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가 그 주인공입니다. 원제는 The Mind of the Spirit(성령의 생각/마음)이에요.
저자 크레이그 키너 박사는 은사 지속론 입장을 고수하는 오순절 계열의 신학자인데, 학문에 대한 그의 열정과 영향력이 지대한 학자예요. 듀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애즈베리 신학교의 신약학 교수입니다. 신약배경사 분야와 성경 주석 분야에서는 영어권에서 최고의 학자로 인정받는 분이에요.
이번에 키너 박사가 들고 나온 주제는 성령의 생각/마음이에요(영어로 mind라고 표시한 그리스어를 우리말 성경에 마음으로 번역한 것이 많기에, 저는 책 본문에서 생각/마음으로 번역했어요). 이 책에서 키너는 오순절 운동이 경험과 감정적 신앙경험을 중시하는 것과 다르게, 성령님은 신자들의 지성과 이성 등 인지 작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신다는 사실을 강조해요. 이 책은 로마서를 중심으로 성령과 생각/마음 등 지성과 인지의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면서 고린도전,후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등 바울의 다른 서신에서도 (우리말 성경에 대부분 “마음”으로 번역한) “생각”이 언급된 몇몇 본문들도 철저히 검토합니다.
2년 전에 이 책을 끝으로 출판사에 이젠 번역하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하였기에, 저는 당분간, 아니 아마도 앞으로 계속 번역은 하지 않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제가 처음 번역한 책(헤르만 리델보스의 [하나님 나라])처럼, 제게 마음으로 오래 남아 있을 책이에요. 주제도 유익하고 도전적이며, 신약의 특성인 육신(사륵스)과 성령(프뉴마)의 관계는 물론이고, 성령의 작용에 대한 매우 균형잡힌 생각을 일깨우기 때문이에요. 성령을 받은 증거로 으레 종교적 황홀경과 같은 감정적 경험을 내세우던 분위기와 다르게, 성령님의 중요한 작용은 신자를 지성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바울은 생각, 마음 등 인지와 관련한 단어를 많이 사용해요. 이 책은 성령 주제에서 그간 간과했던 성령과 생각의 관계를 철저히 다뤘다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는 물론이고 실천적 가치가 많은 책입니다.
이 책의 각주를 보면, 키너 교수가 얼마나 학문에 열정적이고 성실한 분인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성경의 배경으로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자료들까지 두루 섭렵해요. 키너 교수의 학문성에 찬탄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존경하는 마음이 들 것이 분명해요. 본문의 의미를 설명하는 그의 객관성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인정하고 학문적 동의를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흔치 않은 주제를 다룬 책이니 책꽂이에 꽂아놓고 수시로 참고하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