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에니어그램8) 장비의 성격 - 주장주의자
조 성 민 (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
1. 다혈질임
장비는 의리에 어긋나거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일들이 벌어지면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는 기존의 규칙이나 전통, 권위도 그르다고 판단되면 무시하는 성향이 있었다. 유비와의 인연이 없었다면 그는 동네 부랑자나 산적두목이 되었을 것이다. 유비가 장비의 성격을 제어해 주어 그 명성이 천하를 울리게 되었다.
황건적 토벌에서 등무를 토벌한 유비의 스승 노식이 환관의 참언으로 호송되는 모습을 보고, 장비가 호송관을 죽이려다 유비에게 제지를 당했다. 그는 또 황건적 수령 장작에게 패배한 동탁을 구해주었지만, 동탁이 유비가 의용군인 것을 알고 경멸하자 동탁을 죽이려고도 했다. 유비가 황건적 토벌의 공으로 안휘현령이 되었지만, 뇌물을 바치지 않는 유비에게 독우가 횡포를 부리자 장비가 분노하여 독우를 나무에 묶고 매질을 하였다. 유비 삼형제가 제갈량을 찾아갔을 때 낮잠을 자면서 일행을 기다리게 하는 제갈량을 본 장비가 화가 나서 초당에 불을 지르려고도 했다.
2. 용기 있는 행동파
장비는 승부욕이 강하고 특별한 악조건이 아니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분위기를 추구했다.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예측불허의 자극을 제공하기도 하고, 마음이 닿으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것을 내어주었다. 인생을 되도록 즐기려 하고 언제나 활달했다.
조조가 형주를 침공하고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유비를 추적할 때 장비가 장판교 다리를 지키고 있었다. 장비는 군사들에게 말꼬리에 나뭇가지를 묶고 숲속을 이리저리 달리게 한다. 조조군이 장판교에 도착하자 장비가 장판교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홀로 서있고, 숲속에서는 많은 먼지가 일어났다. 장비가 두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지르며 호령하자, 조조는 군사들이 많은 줄 알고 지레 겁을 먹고 후퇴하였다. 장판교 싸움에서 장비는 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행동파로 긴 창인 장팔사모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싸움이 격해질수록 불처럼 열정을 태우는 호걸이었다.
3. 맞서는 사람을 좋아함
유비가 세를 확장하기 위해 익주를 치기 위해, 장비를 선봉장으로 내세워 익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파군성을 공략하게 했다. 노장(老將) 엄안이 파군태수로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장비가 엄안을 격파하고 생포를 했다. 장비가 어찌하여 항복하지 않고 맞서려 했느냐고 호령하며 엄안을 꾸짖었다. 엄안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이곳에 목을 베이는 장수는 있어도 항복하는 장수(단두장수 : 斷頭將帥)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장비가 더욱 화가 나서 엄안을 끌어내 목 베라고 고함을 쳤다. 엄안은 두려워하는 그늘이 전혀 없이 베려면 빨리 벨 것이지 웬놈의 성질을 그리 부리냐고 반박을 했다.
장비는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화내던 것을 멈추고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장비는 엄안을 높은 자리에 앉히고 넙죽 절을 하고 사과하며 일찍부터 호걸스러운 노장군임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에 엄안이 장비에게 감격하여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항복을 했다. 이처럼 장비는 자기와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상대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4. 감정조절을 잘 못함
장비는 참을성이 부족하고 매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나치게 참견하려했다. 그는 과잉행동을 하며 목소리가 크고 산만하다. 무엇이든 자기 뜻대로 되어야 좋아했다. 그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 이를 조절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 했다. 유비가 원술을 치러 가기 위해 서주성을 장비에게 맡기면서 금주(禁酒)를 하고 군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여포에게 서주성을 빼앗겼다.
관우가 손권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안 장비가 복수의 칼을 갈았다. 오나라를 침공하기 위해 출정하기로 했는데, 갑옷과 깃발을 만들어내는 담당인 범강과 장달이 찾아와 기한을 넉넉히 달라고 했다. 장비가 감히 자기의 명령을 어기려드느냐며 불같이 화를 내고, 두 장수를 나무에 매달아 등허리 채찍질 50대씩을 치게 했다. 그리고 다음 날까지 만들어내지 못할 때는 여러 사람 앞에서 목을 베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두 장수는 그 날 술 취해 골아 떨어 진 장비를 죽이고 그 머리를 들고 손권에게로 가서 투항했다. 난폭함이 장비를 망하게 했다. 멀리 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소탐대실한 결과를 초래했다.
(참고문헌) 조성민, 삼국지에서 내 성격을 찾다(제2쇄), 박영사, 20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