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무 번 정도 방문할 정도로 경주를 좋아합니다. 최초 방문인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여행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방문하여 관광을 하곤 했습니다. 숙소인 보문단지의 관광지 다운 면모도 좋았지만, 옛 성터와 무덤, 사찰 등의 유적지는 관광객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고, 특히 눈 어느 곳을 두더라도 예 선인의 발자취를 느끼게 해주는 남산의 아름다움은 전국최고의 산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천년고도의 풍취만큼 유명한 것이 바로 황남빵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황남동에서 운영하던 빵집이라 하여 붙여진 별칭이 상품명이 돼버린 ‘황남빵’. 저는 경주를 방문할 때마다 시청앞의 황남빵집을 찾아 빵을 사곤 했습니다. 속을 꽉 채운 단팥과 얇게 둘러싼 껍질의 달달하고 쫀득한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 선물하는 ‘황남빵’이 ‘경주빵’의 상표를 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특별히 차이나지 않는 맛에 별 관심없이 황남빵과 경주빵을 가리지 않고 먹었습니다.
어제 3월 3일, 한주식 회장님께 보내진 ‘경주빵’이 사원들에게 간식으로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경주빵의 달달한 맛을 음미하며 먹었습니다만, 황남빵과 경주빵의 차이를 오늘 조회시간의 한주식 회장님의 설명이 있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황남빵은 최초 창업자인 고 최영화씨의 자손이 직접 경영하는 원조 본가(本家), 경주빵은 창업자의 제자인 이상복씨가 황남빵집을 나와 차린 분가(分家)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듯 자손이 경영하느냐, 제자가 경영하느냐의 형식적인 차이를 떠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본가 황남빵은 창업주의 뜻을 따라 번창하는 사업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지점망 없이 오로지 본점에서만 빵을 생산하고 판매합니다.
반면 경주빵은 전국에 12군데의 직영 지점과 8군데의 대리점을 두고 공격적인 확대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이러한 ‘황남빵’의 정신은 우리 지산그룹과 닮았다고 한주식 회장님은 설명합니다.
문어발식 확장경영은 겉보기 사세를 크게하여 대외적으로 외모를 내세우는 면이 있을 수 있으나, 내실을 기하지 못하여, 회사와 상품을 부실하게 할 여지가 크기에 우리 지산그룹은 절대 취하지 않는 경영자세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산그룹의 계열사가 10여개 있으나, 이 모두는 한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관련업종일 뿐입니다. 즉 지역개발을 통한 물류유통산업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것입니다.
또한 원칙을 고수하고 편법을 지양한다는 점입니다.
경주빵의 경우 여러곳의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빵의 맛이 모두가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창업자의 제자로서 빵을 만드는 정신과 정성은 같다고 할 지라도, 그 제자가 모든 곳의 지점을 한번에 통솔할 수 없으니, 알게 모르게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황남빵은 이를 우려하여 지점을 두지 않고 오로지 본점에서만 빵을 생산하고 관리 유통한다고 하니.. 업무를 수직계열화 하여 외주를 받지도, 주지도 않으며 오로지 지산그룹 자체에서 직접 소화하며, 창업주가 일일이 관리 감독함으로써, 그 정신과 이념을 고스란히 전체 내부로 퍼뜨릴 수 있는 지산그룹과 경영방법이 같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전통과 원칙을 고집하는 ‘지산그룹’과 ‘황남빵’은, 소비자들에게 이를 어필하여 또다시 찾는 단골고객을 만듦으로서, 전국에 지점망을 거미줄처럼 펼쳐놓는 것과 비교해도 그 매출과 수익이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주식 회장님은 단순한 유명간식인 ‘황남빵’과 ‘경주빵’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씀하시며, 이속에서 기업이념과 정신을 찾아 말씀하십니다.
저같은 범부(凡夫)가 이름의 차이와, 재료와 맛의 공통점만을 찾고 있을때, 회장님은 이속에 담긴 의미와 내용과 원칙의 차이를 보며,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향후 기업의 손익구조까지 꿰뚫어 봅니다.
이렇듯 한주식 회장님은 언론에서 보도되어 사용된 단어나 문장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늘상 말씀하셨습니다. 단편적인 단어나 문장속에서 ‘이 단어가 왜 쓰였나?’, ‘이 문장이 왜 인용되었지?’ 하는 의문은 그 속에 숨겨진 속 뜻을 파악하고 향후 일어난 일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 나가는 방법과 방향을 주시는 한주식 회장님의 가르침이 새삼 뼈속 깊이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스크랩도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