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수요일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와이파이를 켰다.
파란새의 아이콘을 누르고 스크롤을 올렸다.
그때
“띠링”
나지막히 울리는 트위터 알림 음
졸린 눈으로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한 번의 터치
나는 N이다. 내 이름의 이니셜, N. 나는 웹툰과 애니메이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여자사람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웹툰 과 그 웹툰 작가의 이니셜은 G와 k로 하자.
K작가님과 G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팬 카페에서 주최한 작은 이벤트에서 상을 타 간적도 있고 트위터 에서도 활동한다.
K작가님은 트위터에 올라간 모든 팬 아트를 알티 해 가신다. (여기서 알티는 카카오스토리 공유기능과 비슷하다.)
작가님이 처음 내 팬 아트를 알티 해 가셨을 때 설레고 기뻤다. 그냥 그동안의 내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였달까... 생각해 보라. 본인이 무척 좋아하던 작가님을 말 한번 못 붙여보고 보고만 있었는데 작가님이 번져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셨다 생각해 보라.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적어도 나는 기뻤기에 이야기를 이어간다.
트위터를 시작할 때 작가님과 친한 분들을 보며 느꼈다.
‘부럽다.’
‘나도 말 걸어 보고 싶은데 기분나빠하시겠지.’
나도
친해지고 싶었다.
나도
대화해보고
같이 장난도 쳐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많은 팬들 중 하나겠지.
나 같은걸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는 거겠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무한자책하며 팬 아트 올리기를 부끄러워했다.
지금 보면 웃긴 이야기지만.
이제 다시
오랜만에 울린 트위터 알림 음에 조금 기뻐하며 골뱅이 아이콘을 누르는 현실의 나로 돌아오자.
멘션이였다.
멘션이란 댓글기능도 되고 대화를 요청 하는 것 도 가능한 트위터 기능이다.
처음엔 친구가 보낸 멘션인 줄로만 알았다.
멘션을 보낸 사람 닉네임을 보니 “K”였다.
K...? 내가 아는 K는 분명...
침대에 빨랫감처럼 늘어져있던 몸을 스프링처럼 벌떡 일으켰다.
작가님 이였다.
보통 이럴 때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본 다‘ 는 표현이 들어가지만 나는 눈비비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멘션의 내용은 “N님 의 팬 아트가 너무 예쁘다‘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난 상당히 벅차올라서 눈앞이 뿌였게 변하는 듯 했다.
요즈음 난 아주 피폐해질 대로 피폐했고 지치고 지루해 했다.
똑같은 생활패턴 노트, 책, 펜, 쉬지 않는 학교, 팔다리를 잘린 듯 지친 몸뚱이만 남은 채 억지로 우겨넣어진 학원... 숙제.. 다시 노트, 책, 펜.........
침대에 누웠을 때 유난히 높은 천장, 습하고 더운 공기, 주위에 내려앉은 악취.
모든것이 역겹고 피곤하다.
이러한 우울증환자같은 생활을 살아갈 수 있었던건 다 웹툰과 그림 덕분이였다.
지금 내게 찾아온 단어들의 조합일 뿐인 이 한문장은 내 인생을 바꿔놓지 못하고 내 생활 패턴을 흐트러 놓는것도 불가능하다.
나는 여전히 피로하고 따분하고 지쳐있을 것이다.
허나 흑백사진 같았던 내 일상에 밝은 색의 물감 방울이 톡 하고 떨어져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인다면 나는 그걸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 흑백 속의 밝은색 물감방울은 그 것이 다른 밝은 색과 섞여있을때 보다 더욱 소중히 느껴질 테니.
내게 그런 눈에 띄고 소중한 기억이 새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언젠가 바래지고 희미해질 기억일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