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최근 출간 되었다. 시집 속 시 3편을 함께 올려본다
뭉크의 뭉크/ 박미향
이 입구를 통과하면
아침이 보이나요
검은 입속으로 들어가도
사랑은 질식하지 않고 견딜 수 있나요
푸른 병에서 떨어지는 수액처럼
한 방울 한 방울 스며들었던 날들을 이제 잠가야 될 거예요
가면 갈수록 사막의 발자국이 보이는데
맨살 그대로 널어놓았던 햇볕 한 벌
이제 걷어도 되나요
여태껏 꿈꾼 적이 없는 방에서
나의 무기력은 이제 울지도 않죠
여름이 끝나가고 있어요
지는 것도 하나의 희망이죠
손 흔드는 계절엔 운명이 수두룩해요
골다공증/ 박미향
독설도 고집도 집착도 빛깔도 사랑도 기준도
천둥도 봄도 단맛도 너도
다
빠져나가고
남은
빈 집 한 채
드디어
무너질 기회가 왔다
연못/ 박미향
어제 한 친구가 죽었어요
너무 열심히 살아서 더 이상 살 게 없다고,
나는 아직 유서를 쓸 수 없어요
지각하는 꿈을 꾸다 깨어나면
내 곁엔 아무도 없고
모두 유서를 쓰러 갔나봐요
가끔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밤이 있어요
누가 깰까 봐
소리내어 울지 않아요
조심스럽게 물고기를 유인해요
밤마다 나는 내 몸에 청진기를 대고 있어요
의심되는 곳이 너무 많아요
청진기가 감지하지 못하는 나의 연못을
그동안 나도
몰랐어요
박미향 시인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2013년 박재삼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카페 게시글
작가들의 신간
박미향 시집 《붉은 주파수의 저녁》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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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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