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들이 손발이 저리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며 혹시 뇌졸중, 중풍의 전조 증상은 아닌가하는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외래를 찾아와 “손발이 저린데 이게 중풍기는 아닐까요?” 라고 묻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말초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은 드물며 대부분은 수근관 증후군과 같은 압박성 신경병증이나 당뇨성 신경병증과 같은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이 주원인이다.
수근관 증후군 (손목굴 증후군) 수근관(carpal tunnel)은 손목주름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 사이로 9개의 근육 인대와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이 수근관의 내압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증가하면, 정중신경을 압박하게 되어 허혈성 손상을 일으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포장이나 주방일 등 반복적으로 손을 쓰는 직업, 가정주부, 당뇨 환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증상은 엄지손가락에서 네 번째 손가락 외측 1/2까지의 손바닥 면의 저린감, 무감각, 통증이다.주로 밤에 더 심해져 이로 인해 잠에서 깨기도 하며 손을 주무르거나 털면 증상이 완화되는데, 이와 같은 증상들이 매우 특징적이어서 병력 청취만으로도 진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하면 엄지두덩의 살이 빠져 단추를 잠그거나 물건을 집어 올리는 것이 어둔해 지기도 한다. 자가 검사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Phalen 검사로, 양 손목을 90° 굴곡하여 손등을 마주보게 붙이도록 한 다음 약 60초 동안 기다려 저린 감각이 유발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 말단비대증,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같은 내과질환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심이 되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간헐적이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작한다. 원인이 되는 내과 질환의 치료는 물론이며 증상을 악화시키는 무리한 손목 운동을 쉬도록 권고한다.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여 손목을 중립자세로 유지시켜 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보존적 치료는 크게 경구 약물치료와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로 나눌 수 있다. 경구 약물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와 신경병증성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는 경구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에 시도할 수 있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무감각이나 엄지손가락 근육의 근력이 약화된 경우에는 인대를 절개해 주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내시경수술로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기도 하나 합병증의 위험이 있으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내과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손발 저림의 또 다른 흔한 원인은 말초신경병증이다. 특히 당뇨, 신장 질환에 의한 요독증, 혈관염과 같은 결체조직 질환에서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내과 질환에 의한 대사성, 독성 말초신경병증은 길이가 긴 신경이 먼저 침범되는 특성에 따라 대부분의 경우 발끝에서부터 증상이 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발가락이 저리기 시작해서 발목 위까지 증상이 진행되면 손끝마디가, 무릎까지 진행되면 손목까지 저려 마치 장갑과 무릎 양말을 신은 것 같은 양상을 보인다. 감각이 무디면서도 저리고 시리거나 화끈거리는 등 다양한 이상감각을 보이며 심한 경우에는 걸음을 걷거나 병을 따는 등 운동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율신경도 흔히 침범되어서 어지럼증, 밝은 곳에서의 눈부심, 오심 및 구토, 변비나 설사, 배뇨 조절 장애, 성기능 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급성 혹은 만성으로 진행되는 손발 저림은 위중한 질환이 숨겨져 있거나 혹은 드물게는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병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다.
말초 혈관 질환 말초 혈관 이상에 의한 손발 저림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으며, 대부분 이상 감각 보다는 운동을 지속하였을 때 통증이 나타나거나 피부색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의한 동맥경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주로 하지에 호발하며 이외에도 과도한 흡연에 의해서도 발생된다. 시린 느낌이 흔하고 추운 곳에 나가거나 찬물에 손발을 담그면 증상이 더 심해지며 심한 경우에는 피부색이 희거나 자주색으로 변하게 된다. 손목이나 발등의 맥을 짚어보면 매우 약하거나 잘 만져지지 않는다. 흡연자의 경우에는 우선 담배를 끊고 동맥 경화의 원인이 되는 인자를 교정하며 운동 요법을 병행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하는데, 주로 말초혈관 확장제나 항혈소판제가 사용된다.
손발 저림은 흔한 만큼이나 원인도 다양해서 쉽게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조기에 진단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억제하고 회복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순한 혈액순환장애로 치부하기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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